[K-콘텐츠 정책③] AI 콘텐츠 238억, 제작혁신과 저작권 재편의 교차로

제작비 절감·번역·더빙·게임 전환 확대…학습데이터와 권리 배분 기준의 동시 압박

2026-07-10     임우경 기자
뷰티 콘텐츠는 더 이상 단순한 미적 표현에 머물지 않는다. -임우경 교수 논문「생성형 AI를 활용한 초현실주의 바디아트 콘텐츠 연구」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문화체육관광부 2026년 예산에서 인공지능 콘텐츠 제작 지원은 238억 원으로 늘었다. 게임 제작환경 인공지능 전환 지원 75억 원은 신규로 편성됐다. 문화기술 연구개발 예산은 2025년 1062억 원에서 2026년 1515억 원으로 확대됐다. 콘텐츠 산업을 키우는 정책 수단이 펀드와 제작지원에서 AI 제작환경, 데이터, 저작권 질서로 옮겨가고 있다.

문체부는 2026년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사업 신규 과제로 14개 사업 62개 과제를 확정하고, ‘K-컬처 AI 산소공급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구개발기관 선정과 협약 체결은 2026년 4월부터 7월까지 이어지는 일정으로 제시됐다. AI는 콘텐츠 정책의 보조 사업이 아니라 제작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술 인프라로 들어왔다.

K-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AI가 먼저 들어가는 곳은 기획과 후반작업이다. 시놉시스 개발, 콘셉트 이미지, 스토리보드, 번역, 자막, 더빙, 배경음악, 예고편 소재, 마케팅 문구, 게임 테스트와 운영 데이터 분석까지 적용 범위가 넓다. 제작비가 빠르게 오른 드라마와 영화, 인력 의존도가 높은 게임과 웹툰, 현지화 비용이 큰 수출형 콘텐츠에서 AI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수단으로 쓰인다. 정부 예산이 이 흐름에 붙으면서 AI는 개별 제작사의 실험 단계를 넘어 공공지원이 결합된 산업 전환 영역으로 들어섰다.

게임 제작환경 인공지능 전환 지원은 이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게임은 캐릭터 디자인, 배경 리소스, NPC 대사, 밸런스 테스트, 이용자 행동 분석, 자동 번역, 라이브 운영까지 AI 적용 여지가 크다. 모바일 중심 성장 이후 PC·콘솔·글로벌 지식재산 경쟁으로 무게가 이동한 국내 게임업계에는 제작 효율과 해외 대응 속도가 곧 경쟁력이 된다. 다만 AI 도입이 중소 개발사의 창작 여지를 넓힐지, 대형사의 생산 속도만 높일지는 지원 대상과 기술 접근성에서 갈린다.

영상과 OTT 분야도 같은 흐름에 있다. 방송영상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특화 콘텐츠 제작지원 399억 원은 AI 예산과 별도 항목이지만, 실제 제작 현장에서는 AI 번역, 현지화, 후반작업, 숏폼 재가공, 해외 홍보물 제작과 맞물린다. K-드라마와 예능의 해외 유통이 늘어날수록 언어권별 자막·더빙·마케팅 소재 제작 부담도 커진다. AI 기술은 해외 배급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배우 음성, 작가 대본, 음악, 영상 클립의 2차 이용 동의가 정교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분쟁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AI 콘텐츠 투자는 제작 혁신과 저작권 충돌을 동시에 키운다. 생성형 AI는 기존 저작물을 학습해 결과물을 만들고, 이용자는 결과물을 다시 상업 콘텐츠에 넣는다. 이 과정에서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 결과물의 저작물성, 기존 작품과의 유사성, 프롬프트 작성자의 창작 기여, 제작사와 창작자 사이의 권리 배분이 모두 쟁점이 된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6년 4월 ‘AI-저작권 안내서’ 4종을 한꺼번에 정리해 공개한 것도 산업 현장의 혼란이 이미 제도 대응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다. 안내서에는 생성형 AI 저작권, AI 활용 저작물의 등록, AI 결과물 분쟁 예방, 저작물 학습의 공정이용이 각각 다뤄졌다.

저작권 등록 기준은 창작 현장에 바로 영향을 준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5년 6월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를 발행했다. 안내서는 생성형 AI와 저작권 등록, 등록 일반, 등록 실무, 국내 등록 사례를 별도 장으로 다뤘다. AI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작품 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등록과 권리 주장 단계에서는 인간 창작자의 기여 부분과 AI 산출 부분을 구분해야 하는 압박이 커진다.

분쟁 예방 기준도 제작 계약의 일부로 들어가야 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같은 달 ‘생성형 인공지능 결과물에 의한 저작권 분쟁 예방 안내서’를 발행했고, 생성형 AI 결과물의 저작권 침해, 침해 판단 고려 요소, 권리자·이용자·사업자 안내 사항을 별도 장으로 구성했다. 콘텐츠 제작사가 AI 이미지를 포스터에 쓰거나, AI 음성을 더빙에 활용하거나, AI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넣는 경우 출처와 이용 범위, 상업적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음악 분야에서는 쟁점이 더 빠르게 표면화된다. AI 보컬, AI 편곡, AI 커버, 음색 모방은 팬덤 소비와 플랫폼 확산 속도가 빠르다. 첨부된 KOCCA 베트남 콘텐츠 산업동향은 2026년 베트남 음악 산업에서 AI가 창작, 제작, 유통 전반에 활용되고 있으며, AI 생성 음악이 창작 비용을 낮추는 도구이면서 무단 모방과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함께 갖는다고 분석했다. 같은 자료는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 단계에서 AI 생성물과 학습 데이터의 권리 처리 기준을 계약에 반영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K-콘텐츠 정책에서도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AI 제작지원 사업이 결과물 중심으로만 운영되면 선정 기업은 빠른 제작과 비용 절감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AI 콘텐츠라면 학습 데이터 출처, 저작권 처리, 실연자 동의, 생성물 표기, 수익 배분, 2차 활용 범위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은 AI 콘텐츠가 나중에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면 개별 제작사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지원 사업의 신뢰 문제로 번진다.

창작자에게 AI는 경쟁자이면서 도구다. 작가는 기획 보조와 자료 정리에 AI를 쓸 수 있고, 웹툰 작가는 배경과 색 보정에 활용할 수 있다. 음악 프로듀서는 데모 제작과 편곡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신인 창작자와 중소 제작사에는 제작 진입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플랫폼과 제작사가 AI를 이유로 원고료, 작곡료, 더빙료, 번역료를 낮추려 한다면 창작 노동의 가격은 흔들린다. AI 활용 기준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성만 앞세우면 기술 전환의 이익은 자본과 플랫폼 쪽에 더 많이 쌓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AI 콘텐츠 정책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방향에서는 속도가 빠르다. 1515억 원 규모의 문화기술 연구개발, 238억 원의 AI 콘텐츠 제작 지원, 75억 원의 게임 제작환경 AI 전환 지원은 제작 현장의 기술 도입을 밀어붙이는 재정 신호다. 남은 변수는 권리 질서다. AI로 만든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 나가려면 결과물의 품질만큼 권리 관계가 깨끗해야 한다. 학습 데이터와 창작 기여, 실연자 권리, 저작권 등록, 분쟁 예방 기준이 함께 마련될 때 AI 투자는 제작비 절감 수단을 넘어 K-콘텐츠 산업의 새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