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iaparelli FW27④] Schiaparelli 실루엣, 몸을 감싸는 드레스에서 몸을 조각하는 구조로

‘The Bubble’ 슈즈와 재배치된 재킷, 보디스·촉수·컷아웃으로 바뀐 쿠튀르의 비례

2026-07-11     박인경 기자
Schiaparelli FW27 Haute Couture Rejects Formulas for "The Call of the Void" 사진=Schiaparell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Schiaparelli FW27 오트 쿠튀르 ‘THE CALL OF THE VOID’에서 드레스는 몸을 따라 흐르기보다 몸 위에 구조를 세웠다. 파스텔 꽃 장식은 스커트의 부피를 키웠고, 고광택 블랙 보디스는 상체를 단단한 외피처럼 감쌌으며, 크림색 드레이프와 깊은 컷아웃은 몸과 옷 사이의 빈 공간을 드러냈다. 다니엘 로즈베리(Daniel Roseberry)는 이번 컬렉션에서 아름다운 선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의 비례와 착장의 윤곽을 다시 조정했다.

오트 쿠튀르 실루엣은 오래도록 허리선, 어깨선, 스커트 볼륨, 드레이프의 균형으로 완성도를 증명해왔다. Schiaparelli의 이번 시즌은 균형보다 변형에 가까웠다. 몸을 길고 가늘게 세우는 룩, 상체를 조각처럼 고정하는 룩, 꽃과 촉수로 착장의 둘레를 넓히는 룩, 컷아웃으로 몸의 빈틈을 노출하는 룩이 차례로 등장했다. 전통적인 드레스의 비례는 남아 있지만, 착장의 중심은 옷감의 흐름보다 몸을 둘러싼 구조물로 이동했다.

연분홍 광택 보디스와 파스텔 꽃 장식 스커트는 컬렉션의 실루엣 변화를 가장 부드러운 색으로 보여준다. 보디스는 상체를 매끈하게 고정하고, 스커트와 가방, 슈즈까지 이어진 입체 꽃 장식은 하반신의 표면을 촘촘히 확장한다. 꽃 장식은 납작한 자수나 프린트가 아니라 착장의 부피를 만드는 구조로 쓰였다. 로맨틱한 색감 안에서도 실루엣은 부드럽게 내려앉지 않고, 몸 바깥으로 밀도를 쌓아 올린다.

Schiaparelli FW27 Haute Couture Rejects Formulas for "The Call of the Void" 사진=Schiaparell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고광택 블랙 드레스들은 수직선을 강하게 세웠다. 긴 스커트는 바닥까지 떨어지고, 상체의 보디스는 가슴과 허리의 윤곽을 단단하게 분리한다. 블랙 표면은 빛을 받아 매끄럽게 반사되고, 몸의 곡선은 직물의 주름보다 조각적 절개와 광택으로 드러난다. 이브닝드레스의 긴 선은 유지됐지만, 여성복 특유의 부드러운 흐름보다 갑각류의 외피처럼 몸을 보호하는 형태가 먼저 다가온다.

실버 드레스는 장식의 밀도보다 빛의 표면으로 실루엣을 만들었다. 몸에 밀착된 형태, 길게 떨어지는 스커트, 반짝이는 표면은 착장을 하나의 빛 덩어리처럼 세운다. 장신구와 드레스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얼굴과 상체, 팔, 허리의 윤곽을 함께 바꾼다. 금속성 반짝임은 단순한 화려함보다 몸 전체를 하나의 조각적 표면으로 통합하는 장치가 됐다.

크림색 드레이프 룩들은 컬렉션의 또 다른 축을 만든다. 밝은 색과 주름은 고전적인 쿠튀르의 우아함을 떠올리게 하지만, 깊은 컷아웃과 꼬임 구조는 몸을 안정적으로 감싸지 않는다. 가슴과 허리 주변의 빈 공간, 흘러내리는 듯한 주름, 긴 플리츠는 몸과 옷 사이에 긴장을 만든다. 드레이프는 몸을 아름답게 가리는 기술이 아니라, 드러나는 부분과 감춰지는 부분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Schiaparelli FW27 Haute Couture Rejects Formulas for "The Call of the Void" 사진=Schiaparell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블랙과 화이트가 결합된 구조적 드레스에서는 실루엣의 대비가 더 선명해졌다. 어두운 보디스와 밝은 장식, 길게 떨어지는 스커트, 큰 귀걸이가 함께 놓이며 상체와 하체의 무게가 다르게 배분됐다. 가슴선을 중심으로 한 단단한 구조와 스커트의 길이는 착장을 위아래로 길게 늘리고, 장신구는 얼굴 주변에 또 다른 중심을 만든다. 로즈베리의 Schiaparelli는 드레스 하나로 몸의 선을 정리하기보다, 보디스와 스커트, 주얼리와 슈즈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비례를 바꾸게 한다.

검은 촉수 형태가 몸 주변으로 뻗은 룩은 착장의 외곽선을 가장 크게 흔든다. 곡선 구조물은 어깨와 등, 스커트 둘레로 뻗으며 몸의 경계를 넓힌다. 촉수는 장식처럼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실루엣을 결정하는 골격에 가깝다. 드레스의 중심은 몸 가까운 곳에만 있지 않고, 몸 바깥으로 뻗은 선과 움직임까지 포함한다. Schiaparelli의 초현실주의는 신체를 상징으로 그리는 대신, 신체 주변의 공간을 실루엣 안으로 끌어들였다.

하우스의 대표 품목인 Schiaparelli 재킷도 이번 시즌에는 다른 역할을 맡았다. 재킷은 착장의 중심을 장악하는 품목으로 고정되지 않고, 전체 스타일을 보강하는 액세서리처럼 쓰였다. 짧은 재킷은 상체의 구조를 단단하게 잡고, 라텍스 질감의 밝은 재킷은 블랙 스커트와 레이스 구조 사이에서 몸의 윗부분을 낯설게 정리한다. 재킷을 하우스 코드의 상징으로 앞세우는 대신, 다른 물성과 충돌시키며 비례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Schiaparelli FW27 Haute Couture Rejects Formulas for "The Call of the Void" 사진=Schiaparell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The Bubble’ 슈즈는 실루엣의 변화가 의상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금속적인 외계적 형태와 실리콘 슬리브를 결합한 슈즈는 발끝을 날렵하게 마무리하는 전통적 쿠튀르 슈즈와 거리를 둔다. 슈즈는 착장의 아래쪽에서 비례를 안정시키는 역할보다, 몸 전체의 낯선 균형을 완성하는 조형 요소가 됐다. 스커트의 길이, 보디스의 단단함, 주얼리의 무게와 함께 발끝까지 실루엣의 일부로 편입됐다.

금빛 장신구도 실루엣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큰 귀걸이는 얼굴 옆의 공간을 넓히고, 팔찌는 손목 주변에 조각적 무게를 얹는다. 목과 가슴, 팔의 선은 의상만으로 정리되지 않고, 금빛 오브제가 더해지며 다시 그려진다. Schiaparelli gold는 색의 포인트가 아니라 몸의 비례를 조정하는 재료로 쓰였다.

FW27 ‘THE CALL OF THE VOID’의 실루엣은 세 방향으로 나뉜다. 고광택 블랙과 실버 룩은 몸을 길고 단단한 표면으로 세우고, 파스텔 플로럴 룩은 입체 장식으로 착장의 부피를 확장하며, 크림색 드레이프 룩은 컷아웃과 주름으로 몸과 옷 사이의 틈을 드러낸다. 여기에 촉수 구조물과 버블 슈즈, 금빛 장신구가 더해지며 Schiaparelli의 실루엣은 드레스의 선을 넘어 몸 전체의 주변부까지 넓어진다.

Schiaparelli의 이번 시즌은 쿠튀르 실루엣을 ‘아름다운 선’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았다. 로즈베리는 몸을 감싸는 옷, 몸을 장식하는 오브제, 몸 바깥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한 착장 안에서 충돌시켰다. FW27 컬렉션이 남긴 변화는 분명하다. 쿠튀르의 실루엣은 이제 허리와 어깨, 스커트의 균형을 넘어, 몸을 둘러싼 물성·공간·장신구·슈즈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