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Gaby and the Beanstalk’③] 깃털과 꽃, 비즈와 프린트가 만든 동화의 표면

장식으로 끝나지 않은 공방 기술, 트위드 밖으로 확장된 샤넬의 질감

2026-07-09     신미희 기자
꽃 장식과 입체적 표면이 몸의 선을 따라 이어지며 샤넬 오트쿠튀르의 장식성을 압축한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체크 수트로 시작한 샤넬 2026/27 가을·겨울 오트쿠튀르(haute couture·고급 맞춤복)는 중반부로 넘어가며 표면의 밀도를 빠르게 바꿨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의 서가에서 출발한 동화적 모티프를 콩나무와 꽃의 무대 장치에만 두지 않았다. 꽃무늬, 깃털, 비즈, 입체 자수는 샤넬 수트의 격자와 트위드가 만들어 온 단정한 표면을 흔들며, 오트쿠튀르 공방의 손길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드러냈다.

꽃은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모티프였다. 플로럴 프린트(floral print)는 동화책 삽화를 그대로 옮긴 장식이 아니라, 수트와 드레스의 표면을 부드럽게 열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샤넬의 전통적인 트위드가 실의 짜임으로 질서를 만든다면, 플로럴 프린트는 색과 여백으로 리듬을 만들었다. 블라지는 꽃을 낭만적 상징으로만 쓰지 않고, 딱딱한 재킷 구조와 유연한 드레스 사이를 연결하는 표면 언어로 배치했다.

플로럴 프린트는 샤넬의 격자형 질서에 부드러운 색과 여백을 더한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초반부의 프린트 착장은 체크 수트 이후 컬렉션의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격자와 트위드가 샤넬의 출발점을 붙잡았다면, 꽃무늬는 콩나무 아래에서 시작된 동화의 이미지를 의상 표면으로 옮겼다. 프린트는 옷의 형태를 압도하지 않았다. 재킷과 스커트, 드레스의 실루엣은 비교적 명확하게 남았고, 꽃무늬는 형태 위에서 움직임과 계절감을 더했다. 블라지의 표면은 과장보다 층위에 가까웠다.

부드러운 색의 꽃무늬는 트위드와 수트 중심의 초반 흐름을 드레스의 영역으로 넓힌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깃털 장식(feather work)은 중반부의 질감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깃털은 오트쿠튀르에서 오래 다뤄진 장식이지만, 이번 컬렉션에서는 단순히 가벼움이나 화려함을 보태는 데 머물지 않았다. 몸 주변에 미세한 흔들림을 만들고, 걸음에 따라 표면이 달라지는 효과를 냈다. 정적인 프린트가 색과 무늬의 층을 만들었다면, 깃털은 움직이는 표면을 만들었다.

깃털과 꽃의 질감이 겹친 착장은 샤넬의 장식성을 더 촉각적인 방향으로 끌어간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샤넬 오트쿠튀르에서 장식은 늘 소재와 재단의 문제였다. 깃털이 붙는 위치, 자수가 놓이는 간격, 비즈가 빛을 받는 각도는 모두 실루엣의 일부가 된다. 블라지는 동화적 모티프를 크게 확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꽃과 깃털, 작은 장식들이 옷의 가장자리와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게 했다. 착장은 멀리서 하나의 이미지로 보이고, 가까이서는 손작업의 밀도가 드러나는 구조를 가졌다.

풍성한 장식 표면은 동화의 이미지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움직이는 질감으로 만든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비즈워크(beadwork)는 컬렉션 후반부로 갈수록 빛의 층을 더했다. 비즈와 반짝이는 장식은 동화 속 보물, 황금 알, 작은 물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기사에서 상징을 과도하게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대목은 비즈가 옷을 무겁게 만들지 않고, 얇은 소재와 겹치며 표면의 밝기를 조절했다는 점이다. 샤넬의 장식은 과장된 반짝임보다 촘촘한 수공의 밀도에 가까웠다.

짧은 장식 재킷은 샤넬 수트의 구조와 공방 장식이 만나는 지점을 만든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짧은 장식 재킷은 수트와 표면 장식의 접점을 보여준다. 재킷의 형태는 분명히 샤넬에 가깝지만, 표면은 트위드의 질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꽃, 깃털, 입체 장식은 재킷을 단정한 테일러링에서 조금씩 떼어내고, 동화적 질감이 입혀진 쿠튀르 재킷으로 바꿨다. 타이외르(tailleur)의 골격 위에 공방 장식이 올라가면서, 옷은 구조와 표면을 따로 나누지 않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블라지가 다룬 표면은 어린 시절 동화의 귀여운 이미지를 반복하지 않았다. 콩나무와 꽃은 소재와 장식의 언어로 분해됐고, 동물과 작은 사물의 이미지는 단추, 액세서리, 안감, 포켓의 세부로 흩어졌다. 미노디에르(minaudière), 구두 장식, 단추의 변화는 다음 회차에서 더 깊게 다룰 영역이지만, 표면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샤넬의 오트쿠튀르는 눈에 잘 띄는 장식뿐 아니라 손이 닿는 안쪽, 움직일 때 잠깐 드러나는 가장자리까지 하나의 장식 체계로 묶었다.

과감한 볼륨 장식은 동화적 상상력을 몸 주변의 입체 구조로 바꾼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볼륨이 큰 장식은 컬렉션의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렸다. 입체 장식은 몸을 감싸기보다 몸 주변에 새로운 윤곽을 만들었다. 오트쿠튀르의 장식이 평면 위의 무늬가 아니라 공간을 차지하는 구조라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꽃과 깃털이 표면의 흔들림을 만들었다면, 볼륨 장식은 옷과 몸 사이에 거리감을 만들었다. 블라지는 이 거리감을 이용해 동화의 비현실성을 입체 구조로 옮겼다.

강한 색과 장식적 표면은 컬렉션 중반 이후의 에너지를 높인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색채도 표면의 일부였다. 부드러운 파스텔과 플로럴 톤이 이어진 뒤, 강한 색의 착장은 컬렉션에 다른 속도를 만들었다. 붉은색과 장식적 표면은 환상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만, 실루엣은 여전히 몸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색이 강해질수록 재단이 무너지지 않는 균형이 중요해졌다. 블라지는 색과 장식을 늘리면서도 샤넬식 구조를 놓지 않았다.

선명한 색의 드레스는 장식성과 움직임을 함께 끌어올리며 후반부 흐름을 만든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번 컬렉션에서 표면은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외피가 아니었다. 기퓌르 레이스(guipure lace)는 콩의 이미지를 조직으로 만들었고, 실크 무슬린(silk mousseline)은 장식 아래에서 가벼운 층을 만들었다. 플로럴 프린트는 색의 표면을, 깃털은 움직이는 표면을, 비즈워크는 빛의 표면을 만들었다. 같은 동화적 모티프도 소재가 달라질 때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혔다.

반짝이는 비즈와 이브닝 표면은 동화적 환상을 오트쿠튀르의 손작업으로 정리한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반짝이는 이브닝 표면은 컬렉션 후반부에서 동화적 환상을 가장 정교한 방식으로 정리했다. 비즈와 자수, 얇은 소재가 겹치며 빛은 옷의 윤곽을 따라 움직였다. 과장된 무대 효과가 아니라 작은 장식의 반복이 만든 빛이었다. 블라지는 샤넬 오트쿠튀르의 장식을 거대한 환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입는 사람의 몸과 걸음, 가까운 거리에서 보이는 손작업의 밀도로 조정했다.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에서 꽃과 깃털, 비즈와 프린트는 동화적 분위기를 만드는 장식에 그치지 않았다. 트위드 밖으로 확장된 표면은 샤넬 수트의 규율과 플루(flou)의 흐름, 공방 기술의 손작업을 한데 묶었다. ‘Gaby and the Beanstalk’로 읽히는 이번 쇼가 어린 시절의 환상보다 현실의 옷에 가까웠던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동화는 프린트로 설명되지 않았고, 샤넬의 표면 안에서 손으로 짜이고, 붙고, 흔들리며 다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