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Gaby and the Beanstalk’⑤] 손끝과 가장자리로 번진 샤넬의 동화 문법
미노디에르·단추·체인·갈롱, 로고보다 작은 서사로 읽힌 오트쿠튀르의 세부
[KtN 신미희기자]샤넬 2026/27 가을·겨울 오트쿠튀르(haute couture·고급 맞춤복)는 동화적 서사를 수트와 드레스의 큰 실루엣에만 두지 않았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의 서가에서 출발한 이야기의 조각을 손에 든 오브제, 재킷의 가장자리, 단추, 체인, 구두, 안감과 포켓 안으로 옮겼다. 콩나무와 꽃이 무대와 의상의 표면을 만들었다면, 액세서리와 세부 장식은 착장 가까이에서 읽히는 작은 문장처럼 남았다.
손에 든 오브제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었다. 강한 패턴의 착장 옆에 놓인 물건은 실루엣을 보조하면서 시선을 몸의 바깥으로 넓혔다. 샤넬의 액세서리는 크기로 압도하기보다 손끝, 허리선, 재킷 가장자리, 발끝처럼 가까이서 읽히는 지점을 만든다. 블라지의 동화는 무대 중앙의 콩나무에서 끝나지 않고, 걷는 몸 주변의 작은 사물로 흩어졌다.
미노디에르(minaudière)는 이번 쇼의 동화적 세부를 설명하는 핵심 단어다. 미노디에르는 손에 드는 작은 이브닝 백을 뜻한다. 곰 형태의 미노디에르, 콩을 연상시키는 작은 백, 동화 속 생물을 닮은 오브제들은 샤넬 액세서리가 로고보다 형태와 이야기를 앞세운 방식을 드러냈다. 한눈에 브랜드를 식별시키는 표식보다, 가까이 들여다볼 때 읽히는 사물성이 더 앞에 놓였다.
모자는 실루엣의 윗부분을 바꾸는 장치로 들어왔다. 의상 자체가 비교적 단정한 구조를 유지할 때도 머리 위의 형태와 장식은 전체 비율을 달리 만들었다. 오트쿠튀르에서 액세서리는 옷에 덧붙은 부속품이 아니라 머리, 어깨, 손, 발까지 확장된 구성이다. 블라지는 모자와 손에 든 오브제, 작은 장식들을 통해 동화적 비율을 몸 주변에 배치했다.
단추(button)는 샤넬 재킷을 읽는 오래된 단서다. 이번 컬렉션에서 단추는 잠금 장치에 머물지 않았다. 새끼 오리에서 백조로 이어지는 변주는 동화의 변신 서사를 재킷 위의 작은 부품으로 옮겼다. 단추 하나가 착장의 중심이 되지는 않지만, 샤넬 재킷에서는 반복되는 단추의 리듬이 앞면의 질서를 만든다. 블라지는 작은 표면에 이야기를 넣어 수트의 구조와 동화의 모티프를 맞물리게 했다.
얇은 드레스 곁의 작은 오브제는 실루엣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시선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투명한 소재가 몸을 따라 내려오는 착장에서는 백이나 장식물이 전체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블라지의 액세서리는 옷 위에 독립적으로 올라앉지 않는다. 손끝에 놓인 물건, 스커트 주변의 장식, 발끝의 굽이 함께 움직이며 착장의 리듬을 만든다.
구두의 힐(heel)도 동화의 이미지를 품었다. 덩굴이 구두 굽을 타고 올라가고, 나비와 황금 알, 동물 형태의 이브닝 백이 착장의 주변부를 채웠다. 콩나무가 무대 배경에만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걷는 몸의 가장 아래까지 내려온 셈이다. 구두는 착장의 마무리가 아니라 런웨이 위에서 동화가 이동하는 방식이 됐다.
체인(chain)은 샤넬의 오래된 기호지만, 이번 컬렉션에서는 상징의 반복에 머물지 않았다. 체인은 재킷과 스커트의 가장자리를 따라가며 의상의 윤곽을 강조하고, 트위드와 검은 소재의 표면에 금속성의 긴장을 더했다. 샤넬 재킷에서 체인은 장식이면서 구조다. 블라지는 체인을 브랜드 식별표지로 크게 내세우기보다, 몸의 선과 착장의 비율을 조정하는 세부로 다뤘다.
갈롱(galon)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갈롱은 재킷 가장자리와 앞여밈, 포켓 주변을 정리하는 장식적 트리밍을 가리킨다. 샤넬 재킷에서 갈롱은 장식과 마감의 경계에 있다. 재킷의 선을 또렷하게 만들고, 트위드의 표면을 정돈하며, 단추와 체인이 놓일 자리를 만든다. 이번 컬렉션의 액세서리 언어는 백과 구두에만 머물지 않고, 재킷의 가장자리와 여밈의 세부까지 이어졌다.
얇은 드레스 위에 놓인 체인은 수트에서와 다른 긴장을 만든다. 트위드 위의 체인이 구조를 강조한다면, 투명한 레이어 위의 체인은 부드러운 소재와 금속의 대비를 만든다. 드레스는 몸을 따라 흐르고, 체인은 흐름 위에 절제된 무게를 더한다. 금속과 실크 무슬린(silk mousseline), 체인과 피부색에 가까운 레이어가 함께 놓이며 샤넬의 장식 언어는 더 가볍고 사적인 표정으로 바뀌었다.
안감(lining)과 포켓도 액세서리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페인티드 실크(painted silk) 안감, 동화 속 이미지를 품은 재킷 내부, 포켓과 체인 주변에 놓인 참(charm), 메모, 일상의 작은 물건은 외부 관객보다 착용자에게 가까운 세부다. 오트쿠튀르는 흔히 밖에서 보이는 희소성과 장식성으로 평가되지만, 블라지의 샤넬은 안쪽에 숨은 물건과 기억까지 공방의 손길로 다뤘다. 동화의 모티프는 무대와 표면을 지나, 옷을 입는 사람만 가까이 확인할 수 있는 내부 세계로 들어갔다.
검은 착장 위의 체인과 벨트 장식은 후반부에서 액세서리의 힘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색이 절제될수록 금속 장식의 선은 분명해지고, 몸을 따라 놓인 체인은 검은 실루엣의 리듬을 만든다. 이브닝웨어가 과도한 장식으로 흐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블라지는 금속 장식을 화려함의 표식으로만 쓰지 않고, 검은 드레스와 재킷의 선을 정리하는 장치로 사용했다.
샤넬 액세서리의 상업적 힘은 백과 슈즈, 주얼리에서 오랫동안 확인돼 왔다. 이번 오트쿠튀르에서 두드러진 대목은 로고를 크게 앞세우지 않고도 소유하고 싶은 물건의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미노디에르, 단추, 힐, 체인, 갈롱은 모두 읽히는 물건에 가깝다. 블라지는 액세서리를 브랜드 표식으로만 두지 않고, 컬렉션의 서사를 운반하는 작은 구조물로 만들었다.
반짝이는 이브닝 표면은 액세서리와 의상의 경계를 흐렸다. 비즈워크(beadwork), 자수(embroidery), 금속적 장식, 작은 오브제는 한 벌의 착장 안에서 따로 분리되지 않았다. 손에 든 백, 재킷의 단추, 구두의 굽, 가장자리의 트리밍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동화는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몸의 주변부를 따라 흩어졌다. 샤넬의 액세서리는 장식품보다 착장을 읽게 하는 작은 문장에 가까웠다.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에서 액세서리는 옷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었다. 미노디에르, 단추, 체인, 갈롱, 구두 장식, 안감과 포켓은 동화적 서사가 현실의 착장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됐다. ‘Gaby and the Beanstalk’로 읽히는 이번 쇼가 단순한 판타지로 끝나지 않은 이유도 세부에 있다. 콩나무와 꽃이 무대 위에서 자랐다면, 샤넬의 동화는 손끝과 발끝, 재킷의 가장자리와 안감 속에서 더 오래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