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Gaby and the Beanstalk’⑥] 검은 드레스로 닫은 블라지의 샤넬, 일상성을 새 럭셔리로

브라이덜 피날레보다 독립적 여성상, 오트쿠튀르에서 읽힌 다음 샤넬의 방향

2026-07-12     신미희 기자
검은 피날레 드레스는 브라이덜 관습보다 독립적 여성상을 앞세운 마티유 블라지의 결론으로 남는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화이트 드레스와 베일이 지나간 뒤, 샤넬 2026/27 가을·겨울 오트쿠튀르(haute couture·고급 맞춤복)의 마지막 인상은 검은 드레스에 머물렀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의 서가에서 출발한 동화적 서사를 공주풍 결말로 닫지 않았다. 콩나무와 꽃, 기퓌르 레이스(guipure lace)와 시스루(see-through), 미노디에르(minaudière)와 단추를 거친 컬렉션은 검은 드레스 앞에서 샤넬이 다시 붙잡으려는 여성복의 방향을 드러냈다.

피날레의 검은 드레스는 장식의 양보다 선의 긴장으로 몸을 잡았다. 어깨와 네크라인은 절제됐고, 전체 실루엣은 과장된 볼륨보다 단단한 수직선에 가까웠다. 샤넬의 검은 드레스는 오트쿠튀르 피날레가 흔히 기대하게 하는 흰 웨딩드레스의 결말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결혼식의 의례보다 스스로 선택한 삶의 형식, 낭만적 환상보다 독립적인 태도가 앞에 놓였다.

화이트 드레스는 오트쿠튀르의 브라이덜 코드를 불러오지만, 컬렉션의 마지막 무게는 검은 드레스로 이동한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화이트 드레스는 후반부에서 브라이덜(bridal) 코드와 맞닿아 있었다. 얇은 베일, 부드러운 흰색 볼륨, 의례적인 분위기는 오트쿠튀르 쇼의 오래된 관습을 떠올리게 했다. 블라지는 흰 드레스를 결말로 두지 않았다. 흰색의 환상은 하나의 통과 지점으로 놓였고, 컬렉션은 검은 드레스로 이동했다. 결말의 색이 바뀌면서 쇼 전체의 해석도 달라졌다.

검은 드레스는 가브리엘 샤넬의 유산과 맞닿아 있다. 리틀 블랙 드레스(little black dress)는 샤넬의 현대성을 설명하는 대표적 언어 가운데 하나다. 블라지는 검은색을 추모나 엄숙함으로만 다루지 않았다. 검은 드레스는 몸을 단정하게 세우면서도 움직임을 막지 않았고, 장식적 환상을 절제된 선 안으로 끌어들였다. 동화의 결말은 공주가 아니라 검은 옷을 입은 여성에게 놓였다.

절제된 검은 드레스는 장식보다 선과 비율로 샤넬의 긴장을 만든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은 드레스가 강하게 남은 이유는 색 때문만은 아니다. 앞선 수트와 드레스, 장식과 액세서리가 모두 피날레의 절제로 모였다. 체크 수트는 샤넬의 구조를 다시 세웠고, 꽃과 깃털, 비즈는 동화의 표면을 만들었다. 시스루와 플루(flou)는 몸의 움직임을 열었고, 체인과 단추, 미노디에르는 작은 서사를 손끝과 가장자리로 옮겼다. 검은 드레스는 컬렉션 곳곳의 요소들을 한 벌의 절제된 결론으로 정리했다.

선명한 붉은색 드레스는 후반부에서 컬렉션의 색채 흐름을 강하게 전환한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후반부에 등장한 강한 붉은색은 검은 피날레를 더 또렷하게 만드는 대비였다. 붉은 드레스는 동화적 환상과 이브닝웨어의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냈고, 검은 드레스는 해당 에너지를 절제된 선으로 되돌렸다. 블라지의 색 사용은 장식적 효과에 머물지 않았다. 부드러운 파스텔, 투명한 레이어, 강한 붉은색, 검은 피날레가 이어지면서 컬렉션은 꿈의 색에서 현실의 색으로 이동했다.

샤넬이 오트쿠튀르에서 제시한 새 럭셔리는 화려함의 양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수트는 더 가볍게 움직였고, 드레스는 몸의 흐름을 따라갔으며, 액세서리는 로고보다 세부의 서사를 앞세웠다. 고급 맞춤복의 기술은 멀리서 보이는 장식보다 가까이서 확인되는 마감, 안감, 포켓, 단추, 가장자리의 밀도로 드러났다. 블라지의 샤넬은 과시보다 사용성에 가까운 방향으로 움직였다.

간결한 검은 드레스는 샤넬의 이브닝웨어가 장식보다 구조와 태도로 힘을 얻는 방식을 보여준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간결한 검은 드레스는 피날레에 앞서 컬렉션의 방향을 예고했다. 불필요한 장식이 줄어들자 어깨선, 길이, 소재의 밀도, 몸을 감싸는 비율이 더 분명해졌다. 샤넬의 검은색은 비움에 가깝지만, 단순함과는 다르다. 표면이 비워질수록 재단과 소재의 완성도가 더 많이 드러난다. 블라지는 검은 드레스를 통해 오트쿠튀르의 기술을 조용하게 보이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레디투웨어(ready-to-wear)와 액세서리(accessories)로 이어질 가능성도 이 지점에서 읽힌다. 오트쿠튀르는 직접적인 판매 규모보다 하우스의 미학과 공방 기술, 다음 시즌의 디자인 언어를 먼저 보여주는 무대다. 샤넬의 수트, 체인, 단추, 검은 드레스, 시스루 레이어는 모두 향후 제품군으로 옮겨질 수 있는 언어다. 다만 블라지의 방향은 단순한 상품화보다 샤넬의 기본형을 현재의 몸과 생활에 다시 맞추는 쪽에 가깝다.

검은 착장 위의 체인과 벨트 장식은 샤넬의 이브닝웨어와 액세서리 언어를 함께 남긴다. Fairy Tale or Everyday Adventure? The Chanel "Gaby and the Beanstalk" Collection Rewrites Haute Couture. 사진=Chan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은 착장 위의 체인과 벨트 장식은 브랜드의 상업적 강점과 쿠튀르의 세공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샤넬의 액세서리는 백과 슈즈, 주얼리 영역에서 이미 강한 시장성을 갖고 있지만, 이번 쇼의 세부는 로고를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체인은 몸의 선을 따라가며 실루엣을 정리했고, 금속 장식은 검은색의 절제 안에서 더 선명해졌다. 소유하고 싶은 물건의 이미지는 큰 표식이 아니라 작은 장식의 밀도에서 만들어졌다.

블라지의 샤넬이 흥미로운 이유는 판타지와 일상성을 서로 반대편에 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잭과 콩나무’의 이미지는 무대와 소재, 액세서리에 남았지만, 옷은 끝내 현실의 몸으로 돌아왔다. 수트는 걷기 위해 가벼워졌고, 시스루 드레스는 노출보다 레이어의 구조로 읽혔으며, 검은 드레스는 환상보다 태도를 남겼다. 오트쿠튀르의 기술은 동화를 멀리 있는 세계로 만드는 대신, 실제 착용자의 움직임 안으로 낮췄다.

마티유 블라지의 두 번째 샤넬 오트쿠튀르는 흰 드레스의 관습을 지나 검은 드레스로 닫혔다. 콩나무와 꽃, 동화책과 작은 오브제는 마지막에 이르러 한 벌의 검은 옷으로 정리됐다. 가브리엘 샤넬의 이름이 가진 독립성, 이동성, 실용성은 수트의 구조와 드레스의 흐름, 피날레의 절제로 이어졌다. 샤넬의 다음 국면은 이 언어가 레디투웨어와 액세서리, 공방 기술의 실제 제품군 안에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따라 더 분명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