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트렌드③] AI 도슨트와 AR 감상, 작품 설명의 신뢰가 관건

기술의 새로움보다 작가 자료의 정확성이 온라인 전시의 감상 경험을 좌우

2026-07-13     임우경 기자
[미술 트렌드③] AI 도슨트와 AR 감상, 작품 설명의 신뢰가 관건 _ 아뜰리에 아미스(Atelier Amis)의 온라인아트페어 ‘TUV(The Unbond Voice)’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 온라인 전시에서 AI 도슨트와 AR 감상 기능은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만 바꾸지 않는다. 관람자가 작품을 질문하고, 설명을 듣고, 작품이 놓일 공간을 미리 가늠하는 방식까지 바꾼다. 다만 기술의 성패는 기능의 화려함보다 작품 정보의 정확성에서 갈린다. 작가노트, 작품 설명, 제작연도, 매체, 크기, 전시 이력이 정리되지 않으면 AI 도슨트의 답변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아뜰리에 아미스(Atelier Amis)의 온라인아트페어 ‘TUV(The Unbond Voice)’는 이 변화를 보여주는 신생 플랫폼의 첫 실험이다. TUV에는 김종혁, 김호봉, 류승우, 문이원, 박계희, 박한지, 사하라, 엄효용, 이순, 임하나, 정창기, 조민균, 최혜정, 한민수 등 14명의 시각예술가가 참여했다. 평면 작업과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구성된 온라인 전시에 AI 도슨트와 AR 감상 기능을 결합한 방식이다.

김경형 대표가 AI 도슨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술 낙관론과 거리가 있다. AI가 예술가를 대신하거나 작품의 본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김경형 대표는 AI 도슨트를 관람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고, 작품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나침반”에 비유했다. 작품 해석의 권위를 AI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작품 앞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돕는 안내 도구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TUV의 AI 도슨트는 작가노트와 작품 설명을 바탕으로 관람자의 질문에 응답하는 구조로 제시됐다. 관람자가 작품에 대해 질문하면 AI가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설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장 도슨트나 큐레이터가 없더라도 작품에 관한 기본 정보와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전시의 빈틈을 줄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관람 시간과 장소가 분산되는 온라인 전시에서는 안내 기능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

전통적인 전시장에서는 작품 설명이 도슨트 투어, 벽면 텍스트, 도록, 큐레이터 글, 작가 인터뷰를 통해 제공된다. 관람자는 정해진 시간에 도슨트 투어를 듣거나, 전시장 안에 놓인 설명문을 읽는다. 온라인 전시에서는 같은 방식이 그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관람자는 서로 다른 시간대와 장소에서 작품에 접속하고, 작품을 보는 속도와 질문도 제각각이다. AI 도슨트는 분산된 관람 조건 안에서 작품 설명을 대화형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맡는다.

작품 설명이 대화형으로 바뀌면 관람자의 접근 방식도 달라진다. 관람자는 제공된 해설을 일방적으로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품의 소재, 제작 배경, 작가의 의도, 전시 맥락, 다른 작품과의 연결성을 직접 물을 수 있다. 미술 용어나 전시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자도 질문을 통해 작품에 접근할 수 있다. 온라인 전시에서 AI 도슨트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 문턱을 낮추는 기능에 있다.

온라인 전시 플랫폼 아뜰리에 아미스(Atelier Amis)의 온라인아트페어 ‘TUV(The Unbond Voice)’ /사진=Atelier Ami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AI 도슨트의 답변은 입력된 자료의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작가노트가 부실하거나 작품 정보가 불완전하면 설명도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작품명, 제작연도, 매체, 크기, 작가노트, 전시 이력, 작품 설명이 일정한 형식으로 정리돼야 답변의 신뢰가 생긴다. 기술보다 먼저 갖춰야 할 기반이 작가 데이터인 이유다.

작가가 실제로 밝힌 내용과 플랫폼이 정리한 작품 정보, AI가 생성하는 답변 사이에 차이가 생기면 관람자는 잘못된 정보를 작품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미술 감상에서 해석의 여지는 넓지만, 작품명이나 제작연도, 매체, 작가의 발언처럼 확인 가능한 정보는 정확해야 한다. AI가 작품의 맥락을 넓히는 도구가 되려면 답변의 근거가 되는 자료와 검수 절차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다국어 안내 가능성도 온라인 전시에서 중요한 변화다. 한국 작가의 작품을 해외 관람자와 컬렉터가 접하려면 언어 장벽을 줄이는 장치가 필요하다. AI 도슨트가 작가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언어의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면, 물리적 전시장을 찾기 어려운 해외 관람자에게 작품 접근성이 넓어진다. 다만 번역된 설명 역시 작가 자료의 정확성과 미술 용어의 맥락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작품 정보의 신뢰가 유지돼야 해외 관람자에게도 설득력을 얻는다.

AR 감상 기능은 작품을 보는 공간의 문제를 다룬다. 관람자는 작품을 자신의 거실이나 사무실 같은 일상 공간에 가상으로 배치해 크기와 조화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 작품 구매를 고려하는 관람자에게는 실제 설치 전 작품의 크기감과 주변 공간과의 관계를 확인하는 참고 자료가 된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을 보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작품이 생활 공간 안에서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 살피는 기능이다.

AR 감상은 작품의 물성을 대신하지 않는다. 회화의 질감, 표면의 장력, 색의 깊이, 실제 크기에서 오는 감각은 전시장이나 실제 설치 공간에서 다시 확인돼야 한다. 김경형 대표도 온라인 전시가 오프라인 전시를 완전히 대신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AR은 작품 구매나 전시 배치를 결정하는 최종 판단 도구라기보다, 작품을 실제 공간에 놓기 전 감상과 검토를 돕는 보조 단계에 가깝다.

AI 도슨트와 AR 감상은 서로 다른 기능처럼 보이지만, 온라인 전시 안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한다. AI 도슨트는 작품의 언어적 접근성을 넓히고, AR 감상은 작품의 공간적 접근성을 넓힌다. 관람자는 작품 설명을 읽고 질문하며, 동시에 작품이 놓일 공간을 상상할 수 있다. 온라인 전시는 작품 이미지를 보여주는 페이지에서 작품을 이해하고 배치해보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온라인 전시 플랫폼 아뜰리에 아미스(Atelier Amis)의 온라인아트페어 ‘TUV(The Unbond Voice)’_ 정창기 작가 작품 /사진=아뜰리에 아미스(Atelier Amis),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작가와 플랫폼 운영자에게 요구되는 조건도 달라진다. 작품을 온라인에 올리는 일은 이미지 등록으로 끝나지 않는다. AI 도슨트가 답할 수 있는 작가노트와 작품 설명이 필요하고, AR 감상에 활용될 작품 이미지와 크기 정보도 정확해야 한다. 플랫폼은 작가별 자료를 검수하고, 수정된 정보를 반영하며, 다국어 설명의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 기술 기능을 붙이는 일보다 기능이 지속적으로 믿을 만하게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아뜰리에 아미스 TUV는 이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드러낸다. 14명의 작가를 온라인 전시로 소개하고, AI 도슨트와 AR 감상 기능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작품 설명과 감상 방식의 변화를 실험하고 있다. 동시에 작가 자료의 품질, 답변 검수, 운영비, 기술 업데이트, 오프라인 감상과의 연결은 앞으로 확인해야 할 변수로 남아 있다. 기술이 작품 감상을 넓히려면 플랫폼 안에 쌓이는 정보가 먼저 정확해야 한다.

AI 도슨트와 AR 감상은 미술 전시의 중심을 기술로 옮기는 장치가 아니다. 작품과 작가가 중심에 있고, 기술은 관람자가 작품에 접근하는 경로를 늘리는 역할을 맡는다. 온라인 전시가 작품을 더 쉽게 보여줄 수는 있지만,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하게 만들려면 정확한 작가 자료와 꾸준한 검수가 필요하다. 작품 설명의 방식이 바뀌는 시대에 플랫폼의 경쟁력은 기술의 이름보다 설명의 신뢰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