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트렌드④] AI·K컬처 정책 속 미술 플랫폼의 자리
이재명 정부 문화정책 흐름과 온라인 전시·작가 아카이빙이 만나는 접점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 이재명 정부의 문화정책은 K컬처를 대중문화 콘텐츠의 성과에만 묶어두지 않는다. 콘텐츠 산업, 문화예술 창작 환경, 국민의 문화 향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인공지능 전환을 함께 놓는 방향이 국정 운영 안에 들어왔다. 음악, 영상, 웹툰, 게임 중심으로 확장돼 온 K컬처 논의가 시각예술과 작가 기록, 온라인 전시 플랫폼까지 넓어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국정 방향에서 AI는 산업과 과학기술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됐다. 미술 현장에서도 AI는 작품 설명, 번역, 관람 안내, 전시 기록, 온라인 아카이빙,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과 연결된다. 미술 플랫폼이 AI를 기능 장식으로 소비하지 않고, 작가 자료를 정리하고 관람자를 안내하는 도구로 다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함께 누리는 창의적 문화국가’라는 방향은 문화 접근성과 창작 환경을 함께 다룬다. 문화가 대형 콘텐츠 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국민이 누리고 세계인과 소통하는 기반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흐름이다. 시각예술 분야에서는 전시장을 찾기 어려운 관람자, 지역 밖의 컬렉터, 해외에서 한국 작가를 접하려는 관람자에게 온라인 플랫폼이 중요한 통로가 된다. 물리적 전시장만으로 닿기 어려운 접점을 기술 기반 전시가 보완하는 방식이다.
아뜰리에 아미스(Atelier Amis)의 온라인아트페어 ‘TUV(The Unbond Voice)’는 이런 환경 속에서 읽을 수 있는 민간 플랫폼의 초기 실험이다. TUV에는 김종혁, 김호봉, 류승우, 문이원, 박계희, 박한지, 사하라, 엄효용, 이순, 임하나, 정창기, 조민균, 최혜정, 한민수 등 14명의 시각예술가가 참여했다. 평면 작업과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구성된 온라인 전시에 AI 도슨트와 AR 감상 기능을 결합했다.
김경형 대표는 기존 미술시장을 “권위 있는 정보가 독점되는 구조”로 느꼈다고 말했다. 작가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처럼 보이고, 일반 관람자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문화 접근성과 창작 환경이 국정 방향 안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시기, 작가와 관람자 사이의 정보 간극을 줄이는 미술 플랫폼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전시장 중심의 미술 접점이 온라인 작가 자료, 작품 설명, 다국어 안내, 오프라인 전시 병행으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K컬처 정책의 확장은 미술계에도 새로운 압력을 만든다. 한국 문화의 글로벌 확장을 말하면서 시각예술과 작가 기록이 주변부에 머문다면, K컬처의 기반은 대중 콘텐츠 중심으로 좁아질 수 있다. 음악과 영상 콘텐츠가 한국 문화의 대중적 이미지를 넓혀왔다면, 미술은 한국 작가의 감각과 사유, 지역적 경험, 시대적 기록을 보여주는 또 다른 통로다. 온라인 미술 플랫폼은 시각예술의 자산을 세계 관람자에게 소개하는 접점이 될 수 있다.
AI 도슨트는 이 접점을 구체화하는 기능 가운데 하나다. 작가노트와 작품 설명을 바탕으로 관람자의 질문에 응답하고, 작품의 기본 정보와 맥락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김경형 대표는 AI 도슨트를 관람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고, 작품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나침반”에 비유했다. AI가 예술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작품 앞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돕는 안내 도구라는 판단이다.
다국어 안내 가능성도 K컬처 확장과 맞물린다. 한국 작가의 작품을 해외 관람자에게 소개하려면 언어 장벽을 줄이는 장치가 필요하다. 작가노트, 작품 설명, 전시 이력, 작품 이미지가 정리돼 있고, 여러 언어의 설명이 함께 제공될 때 해외 관람자는 한국 작가를 처음 접할 수 있다. 시각예술 분야의 K컬처가 세계인과 소통하려면 작품 이미지보다 먼저 신뢰할 수 있는 기초 정보가 필요하다.
AR 감상 기능은 문화 접근성의 문제를 공간 차원에서 다룬다. 관람자는 작품을 자신의 거실이나 사무실 같은 일상 공간에 가상으로 배치해 크기와 조화를 가늠할 수 있다. 작품을 실제로 보기 전, 혹은 구매를 검토하기 전 작품이 놓일 공간을 상상할 수 있는 장치다. 오프라인 전시의 물성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전시장 밖에서 작품을 경험하는 경로를 넓힌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라는 방향도 온라인 미술 플랫폼과 연결된다. 미술 플랫폼은 단순한 전시 웹사이트가 아니다. 작가 데이터, 작품 이미지, 작품 설명, 인터뷰, 전시 이력, 구매 문의, 오프라인 전시 일정이 함께 관리되는 디지털 기반이다. 플랫폼이 신뢰를 얻으려면 작가별 자료의 정확성, 업데이트 체계, 저작권 관리, 작품 거래 정보의 안정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아뜰리에 아미스가 직면한 운영 부담도 이 대목에서 중요하다. 김경형 대표는 기술자가 아닌 운영자로서 외부 업체 의존도가 높고, 수정과 보완을 직접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부담으로 꼽았다.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토큰 비용과 유지비가 올라갈 수 있는 구조도 현실적인 문제다. 민간 플랫폼이 AI와 AR을 도입할 때 시각적 완성도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가 먼저 검증돼야 하는 이유다.
기술 도입만으로 문화 접근성과 창작 환경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작가 자료를 꾸준히 정리하고, 작품 설명을 검수하며, 온라인 전시와 오프라인 전시를 연결하고, 해외 관람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체계를 갖춰야 한다. AI와 AR은 플랫폼의 기능이지만, 플랫폼의 신뢰는 작가 자료와 운영의 지속성에서 만들어진다.
아뜰리에 아미스가 준비하는 작가 구독형 서비스도 이 흐름과 겹친다. 작가의 작품 데이터와 전시 이력을 꾸준히 쌓고, 온라인 전시와 홍보 콘텐츠, 오프라인 쇼케이스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작가에게는 고유의 디지털 아카이브가 생기고, 플랫폼에는 작가별 작품 정보와 전시 기록이 축적된다. 창작 환경이 안정되려면 작가가 한 차례 전시에 참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전시 이후에도 기록과 홍보, 후속 접점이 이어져야 한다.
K컬처의 글로벌 확장은 작품을 해외에 노출하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명, 제작연도, 매체, 크기, 작가노트, 전시 이력, 소장 및 거래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형식으로 정리돼야 한다. 해외 관람자와 컬렉터는 작품 이미지만으로 작가를 판단하지 않는다. 작가가 어떤 작업을 이어왔는지, 작품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 플랫폼이 문의와 거래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는지가 함께 작동한다.
정부와 공공 영역의 역할도 이 부분에서 생긴다. 문화예술의 디지털 전환은 개별 민간 플랫폼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작가 데이터 표준, 저작권 보호, AI 활용 기준, 공공 전시 기록과 민간 플랫폼의 연결, 지역 작가의 온라인 접근성 확대 같은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시각예술 분야의 K컬처 확장은 민간의 실험과 공공의 제도 기반이 만날 때 더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아뜰리에 아미스 TUV는 온라인 전시, AI 도슨트, AR 감상, 작가 아카이빙, 오프라인 전시 병행 구상을 한 플랫폼 안에 묶었다. 정부가 제시한 AI 전환, 창작 환경, K컬처 확장,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구축 흐름 속에서 시각예술 분야의 민간 플랫폼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술 도입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 자료의 축적, 작품 설명의 신뢰, 관람 접근성,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다.
한국 미술 플랫폼의 평가는 지원 여부보다 실행의 지속성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작가 자료가 정확하게 축적되는지, AI 설명이 검수되는지, 온라인 전시가 오프라인 전시와 이어지는지, 해외 관람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 체계가 마련되는지 살펴야 한다. K컬처가 산업과 문화의 양쪽에서 확장되는 시기, 시각예술 플랫폼은 한국 작가의 이름과 작품 정보를 세계 관람자에게 전달하는 기반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