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원료전쟁⑥] 기능성은 논문과 임상에서 시작된다

특허는 기술의 권리, 논문은 제한된 조건의 결과…완제품 인체적용시험과 규제 문서가 가르는 효능의 범위 특별기획 | K-뷰티의 미래는 원료 전쟁

2026-07-17     임우경 기자
유럽연합 화장품 표시·광고 공통기준은 성분의 특성이 완제품에도 그대로 있는 것처럼 오인시키는 표현을 제한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유럽에서 화장품 원료의 연구 결과를 완제품 광고에 사용하려면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 특정 성분이 가진 특성을 제품 전체의 효능처럼 표현할 경우 해당 성분이 유효한 농도로 들어 있고 완제품에서도 같은 작용이 나타난다는 근거를 갖춰야 한다. 연구는 광고하려는 제품과 효능에 맞아야 하며 시험 설계와 수행 방법도 타당하고 재현 가능해야 한다.

유럽연합 화장품 표시·광고 공통기준은 성분의 특성이 완제품에도 그대로 있는 것처럼 오인시키는 표현을 제한한다. 제품 성능은 확보된 근거를 넘어설 수 없고, 명시적이거나 암시적인 효능 주장은 검증 가능한 증거로 뒷받침돼야 한다. 식물 추출물의 세포시험 결과를 같은 식물이 들어간 크림의 피부 개선 효과로 옮기거나, 원료 논문에 나온 농도보다 훨씬 적은 양을 넣고 같은 효능을 내세우는 방식은 충분한 근거로 인정받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인체적용시험과 광고 문구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2026년 3월 화장품 정책설명회에는 기능성화장품 심사와 함께 표시·광고 지침 및 위반 유형이 별도 항목으로 포함됐다. 2025년에는 인체적용시험기관을 대상으로 시험 결과를 광고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위반 유형, 시험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 부작용 관리 기준이 공개됐다. 시험성적서 한 장을 확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시험 설계와 광고 문구가 실제로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단계로 관리 범위가 넓어졌다.

화장품 산업에서는 특허와 논문, 임상이라는 단어가 자주 한 문장에 들어간다. 세 문서는 같은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다. 특허는 기술을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이용할 권리와 연결되고, 논문은 정해진 조건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를 학술적으로 공개한다. 인체적용시험은 특정 완제품을 일정한 방법으로 사용한 사람에게 측정 가능한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확인한다. 규제 심사와 보고는 해당 제품이 법에서 정한 기능성 범위와 안전성·유효성 요건을 갖췄는지를 다룬다.

네 단계 가운데 하나만 통과해도 제품을 홍보할 문장은 만들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오래 쓰이는 기술 자산은 네 단계를 연결한 기업에서 나온다.

특허 등록은 효능 인증서가 아니다

특허 심사에서 판단하는 대상은 발명의 기술적 구성과 권리 범위다. 이미 공개된 기술과 다른지, 기존 기술에서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지,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주요 기준이 된다. 특정 원료를 추출하는 방법과 두 성분을 결합한 조성물, 난용성 물질을 분산하는 공정, 화장품 용도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특허가 등록됐다는 이유만으로 피부 개선 효과와 인체 안전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특허심사 기준도 특허법상 유용성과 식품의약국의 안전성·유효성 판단을 구분한다.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기술적 유용성은 실제 사람에게 투여하거나 판매할 준비가 끝나기 전 단계에서도 인정될 수 있으며, FDA 승인은 특허법상 유용성을 판단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다.

화장품 특허 명세서에는 세포 생존율과 효소 활성, 항산화 지표, 동물시험, 제한된 인체시험 결과가 들어갈 수 있다. 명세서에 실험 결과가 적혀 있어도 모든 청구항과 모든 완제품의 효능이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특허권자는 특정 조성과 공정을 다른 기업이 무단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지만, 등록 특허를 근거로 심사받지 않은 기능성을 자유롭게 광고할 수는 없다.

특허의 사업 가치도 등록 건수보다 청구항에서 갈린다. 원료 이름만 바꾸면 피할 수 있는 권리인지, 제조 공정과 함량 범위를 폭넓게 보호하는지, 해외 주요 시장에도 출원됐는지, 남은 권리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구현한 공정을 상업 규모로 반복할 수 없다면 특허는 매출을 만들지 못한다.

반대로 특허가 없어도 일정한 품질과 효능 자료를 갖춘 원료가 시장에서 오래 판매될 수 있다. 제조 조건을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산지 공급권과 상표, 규격서, 고객별 처방 지원을 결합하면 다른 형태의 진입 장벽이 만들어진다. 특허는 기술 자산을 보호하는 수단이며 제품 효능을 완성하는 마지막 문서가 아니다.

‘SCI급 논문’이라는 말이 생략하는 조건

화장품 홍보에서 ‘SCI급 논문 등재’라는 표현은 연구 신뢰도를 한 줄로 압축하는 데 사용된다. SCI와 SCIE는 과학 분야 학술지를 색인하는 체계다. 현재 클래리베이트의 웹오브사이언스 핵심 컬렉션은 학술지의 편집 절차와 출판 기준, 연구 진실성, 인용 영향력을 평가해 등재 여부를 정한다. 학술지는 24개 품질 기준과 4개 영향력 기준을 통해 평가되며, 등재 이후에도 재평가를 거쳐 보류되거나 제외될 수 있다.

학술지가 색인됐다는 사실과 개별 논문의 결론이 제품 광고에 충분하다는 판단은 별개다. 같은 학술지에도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원료 분석, 소규모 인체시험, 무작위 대조시험, 종설 등 성격이 다른 논문이 실린다. 연구 대상과 시험물질, 투여량, 평가 방법을 읽지 않고 학술지 이름만 인용하면 논문의 범위를 벗어나기 쉽다.

세포실험은 원료가 특정 세포와 효소, 유전자 발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탐색하는 데 유용하다. 세포 배양액에 원료를 직접 넣는 조건은 사람이 크림을 바르는 조건과 다르다. 피부 표면에는 각질층이 있고 완제품의 유화제와 보존제, 향료, 산도, 점도가 원료의 이동과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 배양세포에서 항산화·염증 관련 지표가 변했다고 같은 원료가 들어간 화장품이 피부 염증을 치료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동물시험과 적출 피부시험도 사람 대상 결과를 대신하지 않는다. 피부 두께와 털, 피지 분비, 대사 과정이 다르고 사용량과 노출 방식도 실제 화장품 사용과 차이가 난다. 동물과 세포 연구는 작용 가능성과 기전을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완제품의 소비자 효능을 확정하는 문서는 아니다.

원료 논문을 읽을 때는 시험에 사용한 물질의 정체성부터 확인해야 한다. 같은 병풀 추출물도 원산지와 추출 부위, 용매, 지표성분 함량이 다르다. 매스틱과 프로폴리스 같은 천연 수지는 정제와 용해 방식에 따라 조성이 달라진다. 논문에서 사용한 고순도 물질과 시판 화장품에 들어간 희석 원료가 다르면 연구 결과를 그대로 연결하기 어렵다.

농도 차이도 크다. 세포실험에서 효과가 나타난 농도가 완제품에 넣을 수 있는 안전한 범위보다 높을 수 있다. 원료 공급사가 제시한 권장 함량 안에서 사용했더라도 논문의 유효 농도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완제품을 피부에 바른 뒤 실제로 원료가 목표 부위에 도달하는지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연구비와 저자 관계, 비교 대조군, 통계 처리도 확인 대상이다. 원료 개발기업이 비용을 댄 연구가 곧바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자금 제공자의 역할과 이해관계를 공개하고 연구 설계와 분석을 독립적으로 수행했는지가 중요하다. 긍정적인 결과만 발표되고 효과가 없었던 시험이 공개되지 않으면 전체 근거가 실제보다 강하게 읽힐 수 있다.

‘논문이 있다’는 설명보다 논문이 어떤 원료를 어느 농도로 누구에게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밝히는 기업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단순히 ‘완성품’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에센스와 앰플을 섞어 쓰거나, 크림에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사용하는 방식은 일상적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체적용시험은 제품 이름부터 같아야 한다

인체적용시험은 사람이 제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세포·동물 연구보다 소비자 사용 환경에 가깝다. 시험 대상이 최종 판매 제품과 다르면 광고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

브랜드가 원료 공급사에서 받은 앰플로 시험한 뒤 원료 함량과 제형이 다른 크림에 같은 결과를 붙이는 방식은 제품 일치성에서 문제가 생긴다. 시험 뒤 향료와 보존제, 유화제, 원료 함량을 바꿨다면 피부 자극과 흡수, 사용감도 달라질 수 있다. 용기만 바꿨는지 처방까지 바뀌었는지 구분해야 한다.

시험 대상자도 광고 문구와 맞아야 한다. 눈가 잔주름이 있는 40∼6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모든 연령의 얼굴 주름 개선으로 넓히거나, 건성 피부만 참여한 보습시험을 지성·민감성 피부 전체의 결과처럼 설명하면 범위가 달라진다. 인종과 피부톤, 기후, 생활 습관이 달라지는 해외 시장에서는 국내 시험 결과의 적용 가능성도 추가로 살펴야 한다.

대조군 설정은 제품 효과를 분리하는 장치다. 시험 제품을 바른 집단의 피부 수분이 늘었다고 해도 계절과 세안 습관, 측정실의 온도·습도, 기본 보습제 사용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부위, 기존 제품, 위약 제형과 비교해야 시험 제품만의 변화에 가까워진다.

한 사람이 얼굴 한쪽에는 시험 제품, 반대쪽에는 대조 제품을 사용하는 분할안면시험은 개인별 피부 차이를 줄일 수 있다. 어느 쪽에 시험 제품을 발랐는지 참가자와 평가자가 알면 기대와 판단이 개입할 수 있어 무작위 배정과 눈가림 여부도 중요하다. 모든 화장품 시험을 이중맹검으로 설계할 수는 없지만 눈가림이 불가능했던 이유와 평가 편향을 줄인 방법은 기록돼야 한다.

참가자 수가 많다고 언제나 좋은 시험은 아니다. 예상 변화량과 측정 오차를 바탕으로 필요한 표본 수를 정하고 중도탈락을 고려해야 한다. 20명을 모집해 15명이 시험을 마쳤다면 탈락 사유가 제품 자극인지 개인 사정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사용 중 홍반과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했는지도 효능 수치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유의’와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

인체적용시험 광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라는 문장이 자주 붙는다. 통계적 유의성은 관찰된 차이가 우연히 나타났을 가능성을 정해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다. 변화의 크기와 소비자가 체감하는 정도까지 자동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주름 깊이가 0.5% 줄어든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할 수 있고, 수분량이 큰 폭으로 늘었어도 참가자 수가 적고 편차가 크면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광고에서는 변화율만 크게 적고 실제 측정 단위와 개인별 편차, 대조군 차이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다.

시험 시작 전 피부 상태가 기준선이다. 시험군의 주름이나 건조함이 대조군보다 처음부터 심했다면 변화율이 더 크게 나올 수 있다. 분석 과정에서 기준선 차이를 보정했는지, 모든 참가자를 포함했는지, 시험을 완료한 사람만 골랐는지 확인해야 한다.

측정 항목을 많이 정하면 우연히 유의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수분과 탄력, 주름, 모공, 피부톤, 붉은기, 피지, 거칠기 등 수십 항목 가운데 긍정적인 수치 몇 개만 광고에 사용하면 제품 전체 성능이 실제보다 크게 읽힐 수 있다. 시험 전에 1차 평가항목과 2차 평가항목을 구분하고 다중 비교에 따른 오류를 조정하는 절차가 필요한 배경이다.

기기 측정과 설문 결과도 성격이 다르다. 피부 수분 측정기와 3차원 주름 분석, 색차계로 얻은 수치는 일정한 조건에서 피부 상태를 계량한다. ‘피부가 촉촉해진 느낌’, ‘화장이 잘 받는다’, ‘다시 구매하고 싶다’는 응답은 사용감과 만족도를 확인한다. 소비자 만족도 90%를 피부 장벽 90% 개선으로 바꿀 수 없다.

전후 사진은 조명과 거리, 렌즈, 표정, 피부 각도, 메이크업 여부를 통제해야 한다. 같은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촬영했더라도 조명이 밝아지거나 고개 각도가 달라지면 주름과 색소가 다르게 나타난다. 사진은 결과를 이해시키는 보조 수단이며 측정값을 대신하는 근거로 사용하기 어렵다.

한국의 기능성화장품, 심사와 보고의 두 갈래

국내 기능성화장품은 일반 화장품보다 넓은 효능 표현을 사용할 수 있지만 법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심사받거나 보고해야 한다. 2026년 4월 2일 시행된 현행 시행규칙에는 탈모 증상 완화, 인체세정용 여드름성 피부 완화, 피부장벽 기능 회복을 통한 가려움 개선, 튼살의 붉은 선 완화 등이 기능성화장품 범위에 포함돼 있다. 미백과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을 포함한 기존 기능성 분야도 같은 체계 안에서 관리된다.

이미 심사받은 성분과 함량, 기준·시험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품목은 보고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새로운 원료와 함량, 효능·효과, 용법을 내세우는 제품은 안전성과 유효성, 기준 및 시험방법에 관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2025년 12월에는 기능성화장품 심사 규정과 기준·시험방법이 개정됐다. 2026년 7월 11일 현재 적용되는 원료와 시험기준은 해당 고시의 최신 내용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기능성 심사를 통과한 제품도 심사 결과보다 강한 문구를 사용할 수 없다.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으로 인정받은 샴푸를 모발이 다시 자라는 제품으로 광고하면 의약품 효능에 가까워진다. 여드름성 피부 완화 기능은 인체세정용 제품으로 범위가 제한돼 있어 세럼과 크림에 같은 기능성 표현을 붙일 수 없다. 기능성 제품이 아닌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처럼 인식하게 하거나 심사 결과와 다른 효능을 내세우는 광고도 금지된다.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결과가 있다고 기능성화장품 심사·보고 절차를 대신할 수도 없다. 일반 화장품은 객관적인 시험을 통해 보습과 사용감, 피부 상태 변화를 광고할 수 있지만 법정 기능성 영역에 해당하는 표현은 별도의 규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대로 기능성 심사를 받았다고 브랜드가 주장하는 모든 문장이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인정받은 효능과 사용법, 대상 범위 안에서 표현해야 한다.

미국에서 ‘FDA 인정’이 위험한 이유   /사진=2025 08.08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미국에서 ‘FDA 인정’이 위험한 이유

미국에서는 일반 화장품의 효능 문구를 FDA가 출시 전에 승인하지 않는다. 화장품 표시에 사용할 수 있는 승인 문구 목록도 없다. 제품 정보는 사실이어야 하고 소비자를 오인시켜서는 안 되며, 질병을 치료·예방하거나 신체의 구조와 기능을 바꾼다는 목적을 내세우면 의약품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세포 재생’, ‘멜라닌 생성을 억제’, ‘여드름 치료’, ‘모발 재성장’, ‘염증 제거’ 같은 표현은 제품의 규제 지위를 바꿀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제품의 성분만이 아니라 포장과 광고, 인터넷 게시물,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목적까지 의도된 용도를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 ‘코스메슈티컬’도 미국 연방법이 인정하는 별도 품목이 아니다. 제품은 화장품이거나 의약품, 또는 두 범주에 동시에 해당한다.

FDA에 제조시설을 등록하거나 제품 목록을 제출했다는 사실도 효능 승인과 다르다. 미국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은 시설 등록과 제품 목록 제출, 중대한 이상사례 보고, 안전성 입증 기록 보관을 요구한다. 책임자는 제품과 원료의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기록을 보관해야 하지만 특정 효능을 FDA가 사전 승인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반 화장품과 원료는 색소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출시 전 승인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FDA 등록’, ‘FDA 등재’, ‘미국 FDA 시설에서 생산’이라는 문구를 ‘FDA가 효능을 인정한 제품’으로 바꿔 쓸 수 없다. 등록은 행정 절차이고 안전성 자료 보관은 기업의 책임이며, 의약품 허가는 별도의 체계다.

EFSA는 화장품 효능을 평가하지 않는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이름도 화장품과 건강식품 사업에서 자주 사용된다. EFSA가 평가하는 건강 주장은 식품이나 식품 성분을 섭취했을 때 건강상 이익이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영양·건강 주장은 식품의 표시와 광고에 사용되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과학적 근거를 평가한다.

유럽연합 건강 주장 등록부에는 허용된 문구와 사용 조건, 허용되지 않은 문구와 불허 사유가 함께 공개된다. 독점 자료 보호가 인정된 일부 건강 주장은 신청 기업에 5년 동안 제한적으로 사용권이 부여될 수 있다. 식품 원료의 임상자료가 규제 자산과 시장 독점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EFSA 평가를 받은 식용 원료가 같은 이름으로 화장품에 들어간다고 피부 효능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섭취와 피부 도포는 흡수 경로와 사용량, 안전성 기준이 다르다. 위 건강이나 혈중 지표를 대상으로 한 식품 인체시험을 크림의 주름·진정 효능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 반대로 화장품 원료의 세포시험 결과를 음료와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으로 옮겨서도 안 된다.

매스틱처럼 식품과 화장품, 덴탈 제품으로 확장하려는 천연물은 제품 유형별 증명 체계를 따로 갖춰야 한다. 식품은 섭취량과 소화·대사, 장기 섭취 안전성을 다루고 화장품은 피부 노출과 자극, 완제품 안정성, 사용 부위의 변화를 평가한다. 치약과 구강 제품도 국가별로 화장품·의약외품·의약품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원료 함유와 완제품 효능 사이

신영미 (주)에스와이멤코스매틱 대표는 제품에 특정 원료가 들어갔다고 표시하는 일과 해당 원료의 효능을 완제품의 효능으로 말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료 함유 사실은 처방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피부 변화에 관한 표현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구분은 매스틱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프로폴리스와 병풀, 티트리, 비타민C, 펩타이드도 같은 원칙을 따른다. 유명 원료가 들어갔다는 사실은 제품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지만 원료 논문의 모든 결과가 완제품으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전성분표 끝부분에 소량 들어간 식물 추출물도 ‘함유’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원료가 의도적으로 처방에 들어갔다면 거짓 표시는 아닐 수 있다. 제품 이름과 전면 광고가 해당 성분의 효능을 중심으로 구성되면 소비자는 성분이 유효한 양으로 들어 있다고 기대한다. 유럽연합 공통기준이 원료 특성을 완제품으로 확대할 때 유효 농도와 검증 가능한 근거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원료 공급사는 세포·동물·원료 인체시험 자료를 마련하고 제조사는 완제품의 안정성과 사용성을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는 실제 판매 제품으로 인체적용시험을 수행하고 광고 문구를 시험 결과에 맞춰야 한다. 네 단계가 분리돼 있으면 책임 소재도 흐려진다. 브랜드는 원료회사의 논문을, 제조사는 브랜드의 문구를, 원료회사는 최종 함량을 알지 못한 채 시장에 제품이 나올 수 있다.

광고 문구보다 오래 남는 데이터 패키지

원료기업의 기업가치는 논문 한 편보다 여러 단계의 자료를 연결하는 능력에서 높아진다. 원료의 정체성과 지표성분, 제조 공정, 배치별 규격, 안전성, 작용 기전, 적정 사용량, 제형 안정성, 완제품 인체적용시험이 하나의 데이터 패키지로 묶이면 여러 브랜드와 국가에서 반복 사용할 수 있다.

시험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자산은 남는다. 특정 농도에서 자극이 발생했다는 결과와 다른 원료와 배합했을 때 효능이 줄었다는 수치, 고온 보관 뒤 성분이 분해됐다는 기록은 다음 처방의 실패를 줄인다. 긍정적인 결과만 외부에 공개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버리면 같은 오류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해외 수출에서는 문서의 사용 범위가 더 중요해진다. 한국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인정받은 효능이 미국에서는 의약품 주장에 해당할 수 있고, 유럽에서는 완제품 정보파일에 근거를 보관해야 한다. 식품용 EFSA 건강 주장과 화장품용 EU 표시·광고 기준도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한다. 하나의 영문 광고를 여러 국가에 그대로 배포하는 방식은 규제 위험을 키운다.

K-뷰티가 원료 경쟁으로 이동할수록 연구개발비의 성격도 달라진다. 신제품 출시를 위한 단기 시험보다 원료 규격과 작용 기전, 장기 안전성, 용량별 반응, 다양한 제형에서의 안정성을 축적하는 비용이 커진다. 시험기관에 맡겨 받은 결과를 광고팀으로 넘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원료회사와 제조사, 브랜드, 규제 담당자가 연구 설계 단계부터 같은 문구를 검토해야 한다.

특허는 경쟁사의 진입을 막고 논문은 기술을 설명한다. 인체적용시험은 판매 제품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측정하고 규제 문서는 사용할 수 있는 효능과 표현의 범위를 정한다. 네 문서가 같은 원료와 같은 함량, 같은 완제품을 가리킬 때 기능성은 광고를 넘어 산업 자산이 된다.

2026년 이후 K-뷰티 원료기업의 가치는 ‘SCI 논문 보유’와 ‘특허 원료’라는 수식어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논문에 사용한 물질과 판매 원료가 같은지, 특허 공정을 공장에서 반복하는지, 최종 제품으로 인체적용시험을 했는지, 광고 문구가 측정 결과와 일치하는지, 수출국별 규제 파일을 갖췄는지가 거래 조건으로 들어오고 있다.

화장품 한 병에 들어간 원료의 양은 적지만 효능을 증명하는 문서는 길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사용료와 반복 주문을 만드는 기업은 강한 문구를 먼저 내놓는 곳이 아니라 원료에서 완제품까지 끊기지 않는 증거를 쌓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