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원료전쟁⑫] 원료를 가진 나라가 시장을 가진다
수출 70억달러 다음의 경쟁…브랜드·특허·AI·바이오·공급망·글로벌 사우스로 다시 짜는 K-뷰티의 20년 특별기획 | K-뷰티의 미래는 원료 전쟁
[KtN 임우경기자] 2026년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로 역대 상반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늘었다. 미국 수출이 14억50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국 10억1000만달러, 일본 5억800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기초화장품 수출은 54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약 78%를 차지했다. 2025년 연간 수출액은 114억달러로 한국은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에 올랐다.
수출 기록은 한국이 화장품 완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해 세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짧은 개발 기간과 다품종 생산, 온라인 유통, ODM 인프라가 함께 만든 성과다.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고 일본과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로 판매처도 넓어졌다.
수출 품목의 대부분은 여전히 완제품이다. 한국 기업이 브랜드와 처방, 생산, 마케팅을 맡아 세럼과 크림, 마스크팩을 판매하고 대금을 받는 구조다. 매출은 제품이 팔리는 동안 발생한다. 유행이 바뀌거나 유통 플랫폼의 노출 순위가 내려가면 판매량도 빠르게 달라진다.
원료와 제조 공정, 조성물 특허, 전달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쌓는다. 하나의 소재가 여러 브랜드의 세럼과 크림, 선케어, 헤어케어에 들어가면 완제품 이름이 바뀌어도 원료 거래가 이어진다. 해외 제조사에 생산기술을 이전하면 원료 판매와 별도로 계약금과 기술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현지 공장에 제조법을 제공하고 품질 규격을 통제하면 한국에서 완제품을 모두 생산하지 않고도 해외 매출을 만들 수 있다.
화장품 수출 114억달러 다음에 놓인 산업 경쟁은 완제품 판매액을 120억달러와 150억달러로 늘리는 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이 개발한 원료를 해외 브랜드가 구매한 금액, 외국 공장에서 사용한 한국 특허의 기술료, 현지 제조시설에 공급한 처방과 공정, 국제 원료명과 안전성 문서에 남은 한국 기업의 권리가 함께 커져야 수출에서 발생한 부가가치가 국내에 오래 머문다.
제품 수출과 기술 수출 사이
한국의 지식서비스 수출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서비스 수출 증가율은 3.8%였다. 지식재산권 사용료는 지식서비스 수출의 54.0%를 차지했다. 제조한 상품을 국경 밖으로 보내는 방식 외에도 특허와 상표, 연구개발 결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하고 대가를 받는 산업 기반이 이미 형성돼 있다.
화장품 산업에도 같은 구조를 적용할 수 있다. 국내 원료기업이 직접 원료를 수출하는 방식, 해외 제조사와 공동으로 원료를 개발하는 방식, ODM 처방에 독자 소재를 묶어 공급하는 방식, 특허 공정을 현지 기업에 이전하는 방식, 현지 합작회사를 통해 생산하는 방식이 각각 다른 수익을 만든다.
완제품 수출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원료와 용기, 포장, 물류비가 함께 증가한다. 기술사용료는 계약 구조에 따라 생산설비 증가 없이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 원료 공급은 제조업의 반복 매출과 지식재산권 수익을 동시에 만들 가능성이 있다. 상업 규모 생산과 품질관리, 고객 기술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특허권만으로 원료 사업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세계 기업의 투자도 유형자산보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연구개발, 브랜드, 조직 자본 같은 무형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년 세계 무형자산 투자는 10조달러를 넘어섰고 2008년 이후 유형자산 투자보다 세 배 이상 빠르게 증가했다. 화장품 원료의 특허와 임상 자료, 처방 데이터, 공급망 기록도 공장과 생산설비 밖에서 기업가치를 만드는 무형자산에 해당한다.
원료를 가진다는 말은 식물과 화학물질을 창고에 쌓아놓는다는 뜻이 아니다. 원료의 정체성과 지표성분, 제조 공정, 분석법, 안전성, 제형 적용 조건, 국제 특허, 상표, 공급계약을 통제하는 상태에 가깝다. 같은 병풀과 프로폴리스, 펩타이드를 여러 기업이 사용할 수 있어도 특정 규격과 공정을 재현할 권리는 한 기업에 남을 수 있다.
특허 숫자에서 계약 매출로
2024년 세계 특허 출원은 370만건이었다. 한국 거주자의 출원 증가분은 전년보다 7523건 늘어 중국과 인도, 일본과 함께 세계 특허 출원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은 최근 5년 동안 세계 특허 출원 증가를 뒷받침한 주요 국가에 지속적으로 포함됐다.
국가 전체의 특허 역량이 곧바로 화장품 원료의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국내에 등록된 조성물 특허가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서도 권리를 갖는지 따로 확인해야 한다. 특허 명세서에 적힌 실험실 공정을 공장에서 반복할 수 있는지, 해외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생산성과 안정성이 높은지도 사업 성과를 좌우한다.
출원 건수는 기술 개발의 양을 나타낼 수 있지만 원료기업의 매출을 대신하지 않는다. 국제 특허 가운데 실제 공급계약과 라이선스 계약으로 이어진 비율, 특허 원료가 적용된 해외 완제품의 수, 계약 종료 뒤 갱신된 기술사용료가 더 직접적인 성적표다.
대학과 출연연구기관의 특허를 기업이 이전받은 뒤 상업 생산까지 연결하는 과정도 길다. 연구실에서 수그램을 만든 공정이 수백 킬로그램 생산에서 같은 순도와 입자 크기, 성분 함량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원료의 생산수율이 낮거나 색과 냄새가 강하면 효능 연구와 별개로 제품 채택이 중단되기도 한다.
특허를 취득한 뒤에는 영업비밀과의 경계도 정해야 한다. 조성물과 용도는 특허로 공개하고 세부 가열 온도와 투입 순서, 교반 조건, 정제 노하우는 영업비밀로 관리할 수 있다. 계약 상대방이 기술을 무단으로 복제하지 못하도록 생산시설 감사와 샘플 분석, 재판매 제한 조건도 마련해야 한다.
AI가 줄이는 실험 횟수, 공장이 확인하는 최종 처방
인공지능은 화장품 연구에서 소비자 얼굴을 분석하고 제품을 추천하는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천 종의 원료 조합 가운데 안정성과 사용감, 가격, 환경성을 만족할 가능성이 높은 처방을 찾고 기존 실험 결과에서 원료 간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BASF는 2026년 화장품 원료 전시회에서 데이터와 AI 기반 분석으로 처방 개발을 빠르게 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공개했다. K-뷰티 처방 시제품과 디지털 서비스를 함께 제시하며 원료 판매와 처방 데이터, 개발 도구를 하나의 고객 서비스로 묶었다. 글로벌 소재기업이 AI를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상품보다 원료 채택률을 높이는 기술지원 수단으로 활용하는 흐름이다.
AI가 제안한 처방도 혼합 탱크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성분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불순물과 원료 배치 편차, 용기와의 반응, 대량생산 중 발생하는 열과 압력은 계산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예측 단계에서 적합한 조합을 줄일 수는 있지만 안정성 시험과 미생물 평가, 피부 안전성, 인체적용시험을 대신하지 못한다.
한국 ODM이 보유한 강점은 방대한 실제 생산 기록이다. 어떤 계면활성제 조합이 고온에서 분리됐는지, 특정 향료가 용기의 변색을 일으켰는지, 선크림이 대량생산 과정에서 점도를 잃었는지와 같은 결과가 공장 안에 축적돼 있다. 데이터를 정제해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다면 한국의 빠른 개발 능력은 처방 예측과 실패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장 데이터의 소유권은 새 갈등을 낳을 수 있다. 브랜드가 의뢰한 제품의 처방 정보와 ODM이 축적한 공정 데이터, 원료기업이 제공한 물성 정보가 한 시스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AI가 생성한 새 처방의 권리와 학습에 사용한 고객 정보의 범위, 경쟁 브랜드에 유사한 처방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계약 단계에서 나눠야 한다.
AI를 도입한 기업보다 데이터의 출처와 권리를 관리하는 기업에 기술 자산이 남는다. 실험 결과를 표준화하지 않고 연구원의 개인 파일과 종이 기록으로 보관하면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기 어렵다. 실패한 처방과 부정적인 안정성 결과까지 수치화해야 AI가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다.
바이오가 바꾸는 천연 원료의 공급 방식
바이오기술은 천연물 경쟁의 기준도 바꾸고 있다. 식물에서 소량 얻던 성분을 미생물 발효와 생물전환으로 생산하면 산지와 계절에 따른 편차를 낮출 수 있다. 원료의 순도와 공급량을 일정하게 관리하고 농지와 채취 자원에 대한 부담을 줄일 가능성도 생긴다.
BASF는 2026년 생명공학 공정으로 생산한 비사보롤 원료를 공개했다. 화장품에서 널리 쓰이는 식물 유래 성분을 바이오 생산 방식으로 공급하면서 순도와 지속가능성, 진정 관련 성능을 함께 제시했다. 천연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원료 생산국과 공급망, 원가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변화다.
발효 생산이 천연 추출보다 언제나 우수한 것은 아니다. 배양에 사용하는 당과 영양원, 에너지, 정제 공정, 폐수 처리까지 포함해야 환경 부담을 비교할 수 있다. 유전자변형 미생물을 사용했는지, 최종 원료에 생산 미생물과 부산물이 남지 않는지, 국가별 표시와 인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한국은 발효 식품과 바이오의약품, 미생물 연구, 정밀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화장품 원료 분야에서는 균주 확보와 배양 공정, 정제, 안전성, 완제품 처방이 서로 다른 기업과 연구기관에 흩어져 있다. 바이오 원료가 국제 시장에 들어가려면 균주 특허와 생산시설, 원료 규격, 고객 기술지원이 한 공급망으로 연결돼야 한다.
지역 식물자원을 그대로 추출하는 방식과 유효 성분을 바이오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식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자는 원산지와 생물다양성, 농가 소득을 제품 가치에 넣을 수 있다. 후자는 품질 편차와 대량생산에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어떤 방식이 적합한지는 원료의 희소성보다 제품 목적과 공급량, 안전성, 비용에서 결정된다.
글로벌 사우스, 판매처에서 공동생산지로
글로벌 사우스를 완제품 판매처로만 보는 사업은 현지 산업의 성장과 충돌한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아프리카 주요국은 수입 화장품을 소비하는 동시에 자국 원료와 생산시설, 인증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화장품 할랄 인증 의무화가 2026년 10월 시작된다. 한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보내더라도 원료 기원과 가공 보조제, 제조시설, 세척, 교차오염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현지 생산으로 바꾸더라도 한국에서 사용하던 처방을 그대로 옮기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할랄 원료 공급망과 현지 공장의 품질관리, 브랜드가 통제할 기술 범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현지 생산은 관세와 물류비를 줄이고 작은 용량과 현지 가격에 맞춘 제품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농축 원액과 핵심 원료, 처방, 품질 기준을 제공하고 현지 기업이 충전과 포장, 유통을 담당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모든 생산기술을 넘기면 복제 위험이 커지고, 핵심 공정을 한국에만 남기면 원가 절감과 현지화 범위가 줄어든다.
국가와 제품군, 농도, 생산량에 따라 기술 이전 범위를 달리할 수 있다. 핵심 활성물질은 한국에서 공급하고 기초 제형은 현지에서 생산하거나, 원료 생산 공정을 공동 운영하면서 분석법과 상표 사용권을 한국 기업이 통제하는 방식이다. 현지 파트너에게 독점권을 줄 때는 최소 구매량과 판매 지역, 품질 감사, 계약 종료 뒤 기술 사용 조건을 함께 정해야 한다.
글로벌 사우스의 천연자원을 사용한 제품은 산지와의 이익 배분도 사업 구조에 들어온다.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과 관련 전통지식을 이용해 발생한 이익을 제공국과 공정하게 나누도록 규정한다. 금전적 대가뿐 아니라 연구 결과 공유와 기술 이전, 공동사업, 현지 역량 구축도 이익 배분 방식에 포함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시어버터와 모링가, 마룰라, 남아시아의 님과 강황, 동남아시아의 열대 식물자원을 낮은 가격에 들여와 한국에서 정제한 뒤 고가 브랜드로 판매하는 방식은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다. 산지에서 1차 가공과 표준화를 담당하고 한국 기업이 전달기술과 제형, 국제 영업을 결합하면 현지 생산자와 기술기업이 부가가치를 나눌 수 있다.
공동개발은 원료 공급 중단 위험도 낮춘다. 한 지역의 기후와 정치 상황, 물류망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국가에 생산과 재배 기반을 둘 수 있다. 식물 종과 유효 성분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품종 관리와 시험법이 없으면 공급처를 넓히는 과정에서 원료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원료 플랫폼은 다섯 개의 계약으로 완성된다
한국 화장품 원료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선택할 사업은 하나가 아니다. 원료를 직접 판매하는 계약, 브랜드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계약, ODM 처방에 기술을 묶는 계약, 해외 기업에 제조권을 주는 계약, 현지 합작법인을 세우는 계약이 서로 다른 수익과 위험을 갖는다.
직접 수출은 품질과 가격을 통제하기 쉽지만 물류와 재고, 현지 기술지원 부담이 크다. 공동개발은 고객을 일찍 확보할 수 있지만 특허와 독점권 귀속을 놓고 협상이 필요하다. 라이선스는 설비투자를 줄일 수 있으나 현지 파트너의 생산능력과 판매 실적에 수익이 좌우된다.
현지 합작생산은 시장 가까이에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공장 투자와 인력, 규제 책임도 함께 부담한다. 한국 기업이 소수 지분만 보유하면 기술 통제력이 약해질 수 있고, 지분을 높이면 투자비와 현지 사업 위험이 커진다.
원료 플랫폼은 여러 제품을 출시했다는 설명과 다르다. 같은 원료를 스킨케어와 덴탈, 식품에 적용하더라도 용도별 규격과 안전성, 제조시설, 광고 근거를 따로 갖춰야 한다. 원료 공급사가 여러 산업에 공통으로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은 원산지와 기본 제조 공정, 분석법이며 효능과 사용량, 최종 제형은 제품별로 다시 검증해야 한다.
국제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 원료는 특허만 있는 소재가 아니다. 장기 공급과 규제 문서, 적용 처방, 고객 교육, 이상 반응 대응, 원료 변경 통지까지 함께 제공하는 소재다. 브랜드는 원료를 교체할 때 제품의 안정성과 표시, 효능 시험을 다시 검토해야 하므로 공급사의 문서와 지원 능력이 교체 비용을 만든다.
매스틱에서 확인되는 원료 플랫폼의 조건
매스틱을 활용한 국내 사업 구상에는 수용화 원료를 스킨케어와 덴탈, 음료로 확장하고 그리스로 완제품을 역수출하거나 미국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시장 진입 계획이며 실제 수출 계약과 현지 상업 생산, 특허 권리 범위는 확인이 더 필요하다. 사업 문서에 적힌 흡수율과 독점성, ‘세계 최초’ 표현도 비교시험과 특허 상태가 확인되기 전에는 사용할 수 없다.
산업적으로 검토할 부분은 매스틱의 효능보다 사업 구조다. 그리스에서 원물을 조달하고 한국에서 수용화와 제형 기술을 더한 뒤 해외에서 생산하거나 다시 원산지 시장으로 판매한다면 원물 공급계약과 가공 특허, 국가별 제품 규제, 상표권, 품질 통제가 연결돼야 한다.
수용화 원료를 해외 공장에 공급할 때는 원액을 수출할지 제조법을 이전할지 결정해야 한다. 원액 수출은 기술 유출을 줄일 수 있지만 운송비와 보관 안정성이 부담이 된다. 현지 제조는 비용을 낮출 수 있으나 공정 노하우와 원료 함량을 통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매스틱은 K-뷰티 전체를 대표하는 소재가 아니라 난용성 천연물을 국제 공급망과 지식재산권으로 연결할 때 발생하는 선택을 살펴볼 수 있는 한 원료다.
신영미 (주)에스와이멤코스매틱 대표는 독자 원료와 브랜드를 묶어 국내 판매에 머물지 않고 해외 시장에서 평가받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 가격과 유통 조건을 나누고 해외에서 통할 독자 브랜드를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도 함께 전했다.
해외 진출 의지만으로 원료 플랫폼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상업 생산 배치와 실제 원료 함량, 안정성 시험, 국가별 허용 원료, 특허권자, 제조시설, 수출 계약을 확인해야 한다. 내부 사업계획에 적힌 예상 판매망과 제품 목록을 실제 계약과 매출로 구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K-뷰티의 성적표를 바꿀 숫자
완제품 수출액은 앞으로도 한국 화장품 산업의 가장 중요한 통계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원료와 기술 경쟁의 위치를 확인하려면 다른 숫자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국산 원료의 국내 화장품 사용액과 수입 대체율, 해외 브랜드에 공급한 원료 매출, 국제 특허를 적용한 제품 수, 해외 기술사용료, 장기 공급계약, 현지 공동생산 규모, 원료 배치의 반복 생산 횟수가 해당한다. 원료 개발기업이 여러 제품을 출시했는지보다 외부 제조사가 같은 소재를 몇 년 동안 다시 주문했는지가 산업 지속성을 판단하기에 가깝다.
정부 지원도 완제품 전시와 수출 상담에서 원료 상용생산과 국제 등록, 특허 분쟁, 현지 응용 연구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새 브랜드는 ODM 발주서로 생산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원료기업은 구매계약이 나오기 전에 독성시험과 파일럿 생산비를 먼저 부담한다. 개발 초기부터 ODM과 해외 브랜드가 구매 조건을 제시하고 일정 성능을 달성하면 물량을 보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성과도 특허 건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기업에 이전된 뒤 상업 생산에 성공한 기술의 비율, 해외 원료 등록, 반복 매출, 기술료 회수까지 추적해야 한다. 원료기업은 정부 지원 선정 이력보다 고객 채택률과 생산수율, 배치 편차를 투자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AI와 바이오, 글로벌 사우스라는 이름도 실제 사업 수치로 구분해야 한다. AI 처방이 실험 횟수와 개발 기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바이오 공정이 원료 편차와 생산원가를 어느 정도 낮췄는지, 현지 생산이 물류비 절감과 기술료 수입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2026년 상반기 70억달러 수출은 K-뷰티 완제품의 판매 능력을 다시 확인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화장품 할랄 의무화가 시작돼 원료와 제조공정의 추적성을 요구한다. 세계 원료기업은 AI 처방 서비스와 바이오 생산 소재를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으며 무형자산 투자는 연간 10조달러를 넘어섰다. 한국 화장품 산업의 경쟁 상대가 브랜드와 공장의 수를 넘어 데이터와 특허, 원료 규격, 현지 공급망까지 넓어진 시점이다.
K-뷰티의 다음 20년은 화장품 병에 적힌 브랜드 국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해외 제품의 처방에 한국 원료가 얼마나 오래 남는지, 외국 공장이 한국 기술을 사용하고 얼마의 대가를 지급하는지, 현지 자원과 생산자에게 부가가치가 돌아가는지, 국제 특허와 공급계약이 반복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산업의 위치를 가른다. 원료를 가진 나라는 물질만 보유한 나라가 아니라 원료의 표준과 제조법, 데이터, 권리, 공급망을 통제하며 세계 기업이 계속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