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enciaga But Bigger③] 발렌시아가 여성복, 재킷과 바지로 넓힌 피치올리의 첫 쿠튀르

시티·로데오 가방 성장세 뒤 여성 제품군 확대…뎀나 시대의 큰 비례를 유지하며 낮옷과 이브닝웨어 연결

2026-07-14     박인경 기자
Balenciaga But Bigger: Pierpaolo Piccioli's Fall 2026 Couture Debut. 사진=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검정 재킷의 소매는 몸통보다 넓게 벌어졌고, 바지는 발등을 덮은 채 바닥까지 내려왔다. 재킷 안에는 자수나 보석으로 장식한 상의 대신 흰 탱크톱을 입혔다. 일상에서 익숙한 재킷과 탱크톱, 바지를 사용했지만 완성된 비율은 일상복에서 멀었다.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의 첫 발렌시아가 오트 쿠튀르는 거대한 드레스뿐 아니라 여성이 실제 옷장에서 고르는 상의와 재킷, 바지의 길이와 폭까지 다시 다뤘다.

발렌시아가는 2026년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성장했다. 케어링 패션·가죽제품 부문 매출이 비교 가능한 기준으로 3% 줄어든 기간에 나온 결과다. 시티(City)와 로데오(Rodeo)를 중심으로 가죽제품 수요가 이어지면서 발렌시아가의 성장세를 받쳤다. 가방에서 확보한 회복 흐름을 의류와 신발로 넓혀야 하는 시기에 피치올리의 첫 쿠튀르가 공개됐다.

지난 4월 공개된 케어링의 브랜드 전략에는 발렌시아가 여성 제품 확대와 가죽제품 강화가 나란히 담겼다. 남성 사업의 기반은 유지하고 아시아에 치우친 판매 지역도 넓힌다는 내용이다. 쿠튀르 기술과 대중문화 영향력을 함께 가진 브랜드라는 기존 위치도 유지했다. 피치올리에게 맡겨진 일은 뎀나(Demna)가 구축한 남성 중심의 강한 이미지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발렌시아가를 알아보게 하는 비례를 여성 의류와 가죽제품까지 넓히는 쪽에 가깝다.

55번째 쿠튀르에서 검정과 넓은 어깨, 긴 바지, 몸보다 큰 재킷은 그대로 남았다. 여성복을 키운다는 이유로 허리를 조인 정장과 몸에 붙는 드레스로 돌아가지 않았다. 탱크톱과 깊게 파인 상의, 드레이프 스커트와 깃털 하의를 기존의 오버사이즈 재킷과 바지에 섞었다. 뎀나 시대에 익숙해진 크기를 유지하면서 옷의 조합과 소재를 바꾼 방식이다.

Balenciaga But Bigger: Pierpaolo Piccioli's Fall 2026 Couture Debut. 사진=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흰 상의는 가슴 아래까지 깊게 열렸고, 검정 바지는 골반에서 바닥까지 넓게 떨어졌다. 양팔에 모은 검정 원단은 소매와 장갑, 장식의 경계를 흐렸다. 상체의 노출과 하체의 넉넉한 부피가 한 벌 안에 들어가면서 몸매를 드러내는 통상적인 이브닝웨어와 다른 균형을 만들었다.

피치올리는 여성의 몸을 드레스 안에 고정하기보다 옷 안에서 움직이게 했다. 깊은 목선과 민소매 상의는 피부를 드러냈지만 허리와 골반을 조이지 않았다. 재킷과 바지는 남성복에서 익숙한 크기를 유지했고, 드레이프와 깃털, 강한 색채가 여성복의 범위를 넓혔다. 여성 제품 확대가 여성성을 한 가지 형태로 규정하는 작업과 거리를 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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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탱크톱 아래에는 회색 원단을 여러 번 접은 하의를 배치했다. 골반 양쪽으로 부피가 벌어지고, 무릎 아래에서는 원단이 바닥을 향해 길게 내려왔다. 탱크톱은 시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본형에 가깝지만 하의의 재단은 쿠튀르에 속했다. 특별한 옷과 일상복을 별도로 나누지 않고 한 벌 안에 붙였다.

티셔츠와 탱크톱은 피치올리의 쿠튀르가 매장 상품과 만날 수 있는 출발점이다. 런웨이의 하의를 그대로 생산하지 않더라도 허리선과 접힘, 바지 폭을 줄이면 기성복으로 옮길 수 있다. 거대한 드레스 한 벌보다 재킷과 바지, 기본 상의에서 후속 제품으로 나눌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발렌시아가가 이번 쿠튀르를 하우스의 실험과 기술 탐구가 이뤄지는 영역으로 규정한 배경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3차원 신체 스캔과 가죽 내부 구조, 네오 가자(Neo-Gazar), 바이오 엔지니어링 실크 대체 소재 에이엠실크(AMSilk)는 주문복 한 벌의 기술로 끝나지 않는다. 내부 구조와 소재 개발에서 축적한 결과는 이후 재킷과 코트, 드레스의 무게와 착용감을 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쿠튀르는 생산량이 적고 가격도 일반 기성복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쿠튀르 판매가 곧바로 발렌시아가 전체 실적을 바꾸는 구조는 아니다. 재킷의 어깨와 등선, 바지의 폭, 계절을 대표할 색을 가장 크게 만든 뒤 기성복과 가방, 신발에 나눠 적용한다는 데 산업적 역할이 있다. 55번째 쿠튀르는 여성복의 형태를 검토하는 설계 작업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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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반소매 상의 아래에는 아이보리색 하의를 길게 연결했다. 상의에는 눈에 띄는 자수나 장식을 넣지 않았고, 허리선도 강하게 조이지 않았다. 손에 든 금속성 장식과 액세서리가 단순한 옷 사이에서 밀도를 더했다. 의상만으로 전체 인상을 닫지 않고 가방과 장신구가 들어갈 자리를 남긴 구성이다.

시티와 로데오가 성장세를 받치는 상황에서 여성 의류 확대는 가방 구매자를 다른 제품으로 연결하는 작업과 맞물린다. 가방만 강한 브랜드는 인기 제품의 수명과 유행 변화에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 재킷과 코트, 바지, 신발까지 선택지가 갖춰지면 가죽제품으로 들어온 고객이 한 벌의 차림을 발렌시아가 안에서 완성할 수 있다.

컬렉션에는 작은 가방과 손에 드는 장식물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가방 한 점이 의상을 압도하도록 두지 않고 코트의 길이, 하의의 표면, 신발의 색과 함께 배치했다. 가죽제품을 중심으로 옷을 장식하기보다 의류와 액세서리가 같은 비중으로 읽히도록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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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갈색 코트의 목에는 선명한 녹색을 둘렀고, 밑단에는 갈색 깃털을 붙였다. 손에는 작은 가방을 들었다. 차분한 코트와 밝은 칼라, 움직이는 밑단과 가죽제품이 서로 다른 높이에 놓였다. 가방을 돋보이게 하려고 의류를 단순한 배경으로 처리하지 않았고, 외투의 색과 소재도 함께 남겼다.

피치올리 체제의 성과는 새 가방 한 점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 발렌시아가가 공식 전략에 여성 제품 확대를 명시한 만큼 재킷과 드레스의 수뿐 아니라 낮에 입을 옷과 저녁 옷, 격식을 갖춘 옷과 편한 옷 사이를 채워야 한다. 쿠튀르에 탱크톱과 티셔츠, 바지와 재킷이 폭넓게 들어간 이유도 여성의 옷장을 여러 품목으로 나누려는 흐름과 맞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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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재킷형 드레스는 정장과 이브닝드레스의 요소를 한 벌에 넣었다. 어깨와 소매는 재킷처럼 정리했고, 앞면은 깊게 열었다. 허리 아래로는 긴 치맛자락이 이어졌으며 한쪽 다리가 드러나도록 절개했다. 낮옷의 재단을 유지하면서 길이와 노출은 저녁 옷에 가깝게 바꿨다.

여성복 구성을 넓히려면 레드카펫 드레스와 기본 티셔츠 사이를 채울 옷이 필요하다. 재킷형 드레스와 넓은 바지, 긴 코트는 특별한 행사와 일상적인 외출 사이에서 용도를 조정할 수 있다. 피치올리의 첫 쿠튀르는 조형적인 피날레 의상만 남기지 않고 매장 여성복으로 세분할 수 있는 형태를 함께 내놓았다.

뎀나가 남긴 큰 비례는 남성복과 여성복을 잇는 공통 기준이 됐다. 넓은 재킷과 바지는 기존 남성 고객에게 익숙하고, 색과 목선, 드레이프와 소재를 달리하면 여성복으로 확장할 수 있다. 남성 사업의 기반을 유지하면서 여성 제품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제품에 적용할 때 가장 부담이 적은 연결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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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비대칭 재킷과 코발트 블루 깃털 하의에는 쿠튀르와 기성복 사이의 거리가 함께 들어 있다. 깃털 하의를 그대로 대량 생산하기는 어렵지만 재킷은 길이와 어깨 폭을 줄여 매장 상품으로 옮길 수 있다. 코발트 블루는 가방과 신발, 작은 가죽제품에 적용할 수 있고, 깃털이 만든 움직임은 술 장식이나 원단 표면으로 바꿀 수 있다.

상업 제품으로 옮길 때는 부피를 줄이는 정도가 중요하다. 어깨와 바지 폭을 지나치게 줄이면 첫 쿠튀르의 특징이 사라진다. 런웨이의 크기를 그대로 유지하면 입을 수 있는 장소와 고객이 제한된다. 발렌시아가가 남겨야 할 부분은 옷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몸과 원단 사이의 간격, 짧고 단순한 상의와 큰 하의를 연결한 비율, 단단한 재킷과 움직이는 소재를 함께 둔 방식이다.

해외 판매 지역을 넓히는 과정도 여성 의류 구성과 연결된다. 케어링은 아시아에서 강한 발렌시아가의 기반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1분기에는 북미가 발렌시아가를 포함한 여러 패션 하우스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지역별 고객이 원하는 옷의 용도와 매장 구성이 다른 만큼 가방 외에도 재킷과 코트, 낮옷과 저녁 옷을 고르게 갖출 필요가 커졌다.

피치올리의 첫 쿠튀르가 매출 확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 의류가 가방 구매자까지 끌어올 수 있는지는 실제 기성복의 가격과 착용감, 매장에 들어가는 품목 수에 달려 있다. 쿠튀르에서 제시한 재킷과 바지가 지나치게 평범하게 축소되면 디자이너 교체의 효과가 약해지고, 거대한 크기만 남기면 구매층이 좁아질 수 있다.

발렌시아가의 55번째 쿠튀르는 가방 성장세 다음에 놓일 제품을 먼저 그렸다. 탱크톱과 티셔츠, 재킷과 바지가 컬렉션의 중간을 채웠고, 드레이프와 깃털, 강한 색이 기존의 큰 비례 안으로 들어갔다. 남성복에서 쌓은 크기를 유지하면서 여성 고객이 고를 품목을 늘리는 방향이다.

피치올리의 첫 쿠튀르에서 나온 넓은 어깨와 긴 바지, 코발트 블루와 라임은 기성복과 가죽제품으로 옮겨질 수 있는 요소다. 발렌시아가가 실제 매장에 어떤 재킷과 코트, 가방을 내놓는지, 여성 의류의 상품 구성을 얼마나 늘리는지는 이후 컬렉션과 분기 실적에서 드러난다. 시티와 로데오가 만든 가방 성장세를 재킷·코트·바지 판매로 이어가는 일이 피치올리 체제의 첫 사업 성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