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화이트 TIME②] 투명 케이스와 교차 화살표, 손목 위에 옮긴 오프화이트의 설계 언어
PROTO·BEAT의 합성 소재부터 HEAVY DUTY의 금속 구조, STREET BLING·AFTER HOURS의 주얼리 장식까지…시간 표시보다 형태와 착용 방식에 집중
[KtN 박채빈기자]투명한 사각 케이스 안에서 교차 화살표가 시침과 분침을 둘러싼다. 다각형 금속 케이스는 브레이슬릿과 하나의 덩어리처럼 이어지고, 파베(pavé) 장식을 두른 작은 시계는 팔찌 사이에 놓이는 주얼리에 가까워진다. 오프화이트(Off-White™)의 첫 시계 컬렉션 ‘TIME’은 브랜드가 의류와 스니커즈, 가구와 오브제에 사용해 온 산업적 형태와 그래픽을 손목 크기로 줄였다. 원형 다이얼과 가죽 스트랩을 중심에 둔 전통적인 시계 형식보다 투명 소재와 각진 윤곽, 화살표, 금속 장식을 먼저 내세운 컬렉션이다.
2026년 봄·여름 시즌 출시된 ‘TIME’에는 ‘PROTO’, ‘BEAT’, ‘HEAVY DUTY’, ‘STREET BLING’, ‘AFTER HOURS’가 주요 제품군으로 배치됐다. PROTO와 BEAT는 합성 소재와 투명 구조, 교차 화살표를 활용하고, HEAVY DUTY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각진 형태를 강조한다. STREET BLING과 AFTER HOURS는 금속 브레이슬릿과 장식을 더해 시계와 패션 주얼리 사이로 범위를 넓혔다. 하나의 케이스를 크기와 색상만 바꾼 구성이 아니라 소재와 착용 목적을 달리한 여러 계열을 한 컬렉션에 묶었다.
PROTO 계열은 케이스를 감추고 정리하는 대신 겹친 구조와 연결 부위를 외관의 일부로 사용한다. ‘PROTO 01’에는 합성 소재 케이스와 합성 소재 스트랩이 적용됐다. 두꺼운 투명 프레임 안에는 화살표와 눈금, 시침과 분침이 여러 층으로 중첩돼 있다. 완성된 외피보다 제작 과정과 골조를 연상시키는 구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PROTO’라는 이름도 시제품을 뜻하는 프로토타입(prototype)과 연결된다. 투명 외장은 내부를 완전히 드러내는 기계식 스켈레톤 시계와는 성격이 다르다. 무브먼트의 작동을 관찰하게 하기보다 외곽 프레임과 다이얼, 화살표가 겹치는 시각적 깊이를 만든다. 제작 구조를 디자인으로 바꿔온 오프화이트의 산업적 문법을 시계 케이스에 적용한 방식이다.
합성 소재는 금속보다 색과 투명도, 두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PROTO 01은 흰색과 검은색, 파란색 등으로 전개되며 같은 윤곽에서도 프레임과 내부 그래픽의 대비가 달라진다. 신발의 실루엣을 유지한 채 갑피 소재와 색을 바꾸는 스니커즈의 제품 운영과 닮은 구성이다. 합성 소재 표면의 흠집과 변색, 스트랩 연결부의 내구성은 장기간 착용 과정에서 제품 평가에 포함될 부분이다.
PROTO 계열 안에서도 소재 조합은 갈린다. ‘PROTO LAYER’는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실리콘 스트랩을 연결한 제품과 금속 브레이슬릿을 결합한 제품으로 나뉜다. 투명 합성 소재 하나에 머물지 않고 겹친 다이얼 구조를 금속 케이스까지 확장한 구성이다. 같은 이름 아래 스트랩 소재와 외관의 무게를 달리하면서 캐주얼웨어와 금속 액세서리 수요를 함께 겨냥했다.
BEAT는 교차 화살표(Crossed Arrows)를 시계 구조 안으로 끌어들였다. 케이스와 스트랩에는 합성 소재를 사용했고, 다이얼 중앙의 화살표는 작은 로고로 들어가지 않는다. 네 방향으로 뻗은 직선이 시침과 분침, 눈금을 둘러싸며 다이얼 전체의 골격을 만든다. 흰색과 파란색, 검은색, 회색 제품은 케이스 구조를 유지하면서 화살표와 배경의 색 대비를 달리한다.
의류에서는 교차 화살표를 등판이나 소매에 크게 배치할 수 있지만 시계 다이얼은 면적이 작다. BEAT는 화살표를 축소하는 대신 다이얼의 중심 구조로 확대했다. 브랜드 표식과 시간 표시가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 시각적 인식 순서도 달라진다. 시각적 존재감은 커졌지만 시침과 화살표가 겹치는 제품에서는 시간을 한눈에 읽는 기능보다 그래픽이 먼저 인식될 수 있다.
PROTO와 BEAT는 전통적인 시계 분류보다 스니커즈의 실루엣과 색상 운영에 가깝다. 합성 소재 케이스를 기반으로 프레임의 두께와 내부 배치, 화살표의 방향, 색상 조합을 바꿔 제품을 세분화했다. 오프화이트는 ‘TIME’을 스니커즈처럼 착장과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문화적 액세서리로 설정하고, 새 색상과 협업, 한정판을 이어가는 반복 출시 방식을 택했다.
HEAVY DUTY는 투명 합성 소재에서 금속의 무게와 광택으로 이동한다. 케이스와 스트랩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됐으며 실버와 골드·실버 조합, 블랙·건메탈 조합 등이 확인된다. 넓은 베젤과 다각형 케이스, 금속 링크가 연결되면서 손목 위에서 차지하는 면적도 커졌다.
각진 케이스와 일체형 브레이슬릿은 스포츠워치에서 익숙한 구조다. HEAVY DUTY는 둥근 베젤이나 절제된 인덱스보다 모서리와 직선, 넓은 금속 표면을 강조해 오프화이트의 방향표와 화살표 그래픽을 결합했다. 투명 제품이 소재와 중첩된 다이얼로 존재감을 만든다면 HEAVY DUTY는 케이스의 부피와 브레이슬릿의 연결, 금속 표면의 반사로 시선을 모은다.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은 합성 소재 시계보다 기존 시계 브랜드와 직접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 케이스 모서리의 정리와 표면 가공, 브레이슬릿 관절의 움직임, 버클의 체결감이 착용 경험을 좌우한다. 각진 형태가 강할수록 손목과 맞닿는 케이스백과 링크의 마감도 중요해진다. 로고와 실루엣이 첫인상을 담당한다면 장기 착용 여부는 금속 부품의 완성도에서 갈린다.
STREET BLING과 AFTER HOURS는 시계를 주얼리의 영역으로 옮긴다. 두 제품군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스트랩을 사용한다. STREET BLING은 화살표와 대각선을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장식으로 반복하고, AFTER HOURS는 파베 표면과 가는 금속 브레이슬릿을 결합했다. 실버와 골드, 블랙을 중심으로 한 색 구성도 계절 의류보다 귀금속·패션 주얼리와의 조합에 가깝다.
파베를 두른 원형 시계와 직선형 금속 시계를 함께 착용한 사진에서는 같은 컬렉션 안의 차이가 선명하게 갈린다. 둥근 파베 시계는 가는 링크와 연결돼 팔찌 사이에 놓이고, 각진 시계는 넓은 케이스와 직선형 브레이슬릿으로 손목 위 면적을 크게 차지한다. 한쪽은 빛의 반사와 장식을, 다른 한쪽은 윤곽과 금속 구조를 강조한다.
AFTER HOURS는 다이얼의 숫자와 눈금보다 파베 장식의 반짝임이 먼저 들어온다. 작은 케이스와 가는 브레이슬릿은 다른 팔찌와 겹쳐 착용하기 쉽다. STREET BLING은 오프화이트의 화살표와 대각선을 금속 패턴으로 바꾸면서 브랜드 로고와 주얼리 장식의 경계를 좁혔다. 남성용은 크고 무겁고 여성용은 작고 섬세하다는 단순한 구분보다 케이스의 면적과 표면 장식, 브레이슬릿 굵기에 따라 착용 방식을 분화했다.
금색 체인형 브레이슬릿과 작은 사각 케이스를 결합한 시계는 꽃다발과 파스텔 톤 의상 사이에 배치됐다. 굵은 체인 링크가 시계 스트랩보다 팔찌의 성격을 강하게 만들고, 사각 베젤의 장식은 작은 케이스의 존재감을 보완한다. 시계를 단독 제품으로 강조하기보다 의상과 꽃, 피부색, 금속 액세서리가 한 착장 안에서 만나는 방식을 앞세운 연출이다.
캠페인 전반에는 붉은 안스리움과 흰 작약, 데님과 니트, 테일러링이 시계 가까이에 놓였다. 꽃의 곡선과 불규칙한 가장자리는 케이스와 화살표의 직선에 대비되고, 의상 소재는 투명 합성 시계와 금속 시계가 놓이는 스타일의 차이를 나눈다. 제품을 정면으로 확대해 크라운과 케이스백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시계 광고보다 손목과 소매, 꽃, 옷감의 관계에 비중을 둔 구성이다.
오프화이트는 ‘TIME’에서 케이스와 스트랩 소재, 색상, 투명 구조, 교차 화살표, 파베 장식 등 외형을 앞세웠다. 무브먼트와 글라스, 방수 성능을 전면에 내놓는 전문 시계 브랜드와 달리 형태와 착용 방식, 수집성을 중심으로 첫 인상을 만들었다. 시계 제조의 계보보다 오프화이트의 문화적 자산을 새로운 상품에 적용하는 데 비중을 둔 선택이다.
투명 사각 케이스와 교차 화살표, 다각형 금속 구조는 브랜드명을 다이얼에 인쇄한 일반적인 패션 시계보다 오프화이트와의 연결성을 빠르게 전달한다. 강한 그래픽은 작은 다이얼에서 시간 가독성과 충돌할 수 있고, 파베와 금속 광택을 내세운 제품은 이미 넓게 형성된 패션 주얼리 시계 시장 안에서 마감과 가격을 비교받게 된다.
시계 상품군이 계절성 액세서리를 넘어 장기간 유지되려면 외형과 함께 무브먼트, 방수, 글라스, 보증과 수리 조건도 구매 판단 기준에 올라야 한다. PROTO의 투명 구조, BEAT의 교차 화살표, HEAVY DUTY의 금속 케이스, STREET BLING과 AFTER HOURS의 장식성이 후속 제품에서도 서로 다른 설계로 발전해야 모델별 구분도 유지된다.
오프화이트는 새 색상과 한정판, 수집용 제품을 순차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같은 화살표를 색상만 바꿔 반복하는 방식보다 케이스 구조와 소재, 브레이슬릿 연결, 착용 방식까지 달라질 때 ‘TIME’은 첫 출시의 시각적 충격을 넘어 독립된 시계 컬렉션으로 축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