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화이트 TIME③] 스위스 시계 1460만 개로 감소, 드롭형 패션 시계의 진입
물량 감소보다 완만한 수출액 하락, 오프라인 구매는 60% 넘어…오프화이트는 스니커즈식 반복 출시와 수집형 디자인으로 차별화
[KtN 박채빈기자]2025년 스위스에서 해외로 나간 손목시계는 1460만 개였다. 전년보다 4.8%, 약 74만 개 줄었다. 같은 기간 손목시계 수출액은 1.7% 감소한 244억 스위스프랑으로 집계됐다. 판매 수량이 수출액보다 빠르게 줄면서 시계산업은 적은 물량으로 높은 매출을 유지하는 구조를 이어갔다. 오프화이트(Off-White™)가 첫 시계 컬렉션 ‘TIME’을 내놓은 시점도 소비 둔화와 가격대별 격차가 함께 커진 시장과 맞물린다.
2026년 들어서도 수출 회복은 제한적이다. 5월 스위스 시계 수출액은 21억 스위스프랑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0.4% 늘었지만, 1∼5월 누적 수출액은 3.1% 감소했다. 5월 손목시계 수출 물량도 1.2% 줄었다. 월별 반등과 누적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브랜드별 가격과 시장, 소재에 따라 판매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가격대별 차이도 뚜렷하다. 2025년 수출가격 500∼3000스위스프랑 시계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3000스위스프랑을 넘는 제품은 수출액이 1.9% 줄었고, 500스위스프랑 미만은 4.5% 감소했다. 고가 시계만 성장하고 중저가 시계가 일제히 밀린 단순한 구도보다,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 구성에 따라 선택이 갈리는 시장에 가깝다.
오프화이트는 기계식 무브먼트의 역사나 장인 제작을 앞세우는 스위스 고급 시계와 다른 위치에서 출발했다. 남성용 시계는 39∼42㎜ 케이스와 일본산 쿼츠 무브먼트, 2년 보증을 기본 축으로 삼는다. 투명 구조와 겹친 다이얼, 입체적인 교차 화살표를 전면에 배치해 시간 측정 기술보다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형태에 무게를 뒀다.
오프화이트 로고가 들어간 니트웨어와 손목시계를 함께 배치한 사진에서는 의류와 시계가 같은 브랜드 체계 안에서 작동한다. 각진 케이스와 금속 브레이슬릿은 옷에서 떨어진 독립적인 정밀기계보다 니트와 스니커즈, 가방에 이어 선택하는 액세서리에 가깝다. 기존 고객이 새로운 상품군으로 이동하도록 만드는 패션 브랜드 시계의 전형적인 진입 방식이다.
‘TIME’은 시계를 스니커즈에 가까운 문화적 액세서리로 규정한다. 하나의 제품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식보다 새 색상과 협업, 변형 제품을 반복해서 공급하는 드롭(drop) 구조를 택했다. 케이스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면서 다이얼과 스트랩, 금속 마감, 투명 소재의 색을 바꿀 수 있어 계절별 의류와 함께 신제품을 구성하기에도 유리하다.
스마트워치의 확산도 전통 시계의 구매 의향을 없애지는 않았다. 젊은 소비자의 향후 전통 시계 구매 의향은 53%, 스마트워치 구매 의향은 54%로 비슷했다. 기능과 연결성을 위해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면서도 옷차림과 취향, 자기 보상의 목적으로 별도의 시계를 구매하는 소비가 병존하고 있다.
밀레니얼 소비자가 시계를 사는 이유에서는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 23%로 가장 높았다. 시간을 보기 위한 구매와 외모를 꾸미기 위한 구매는 각각 20%였다. 시계가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개인의 스타일과 소비 경험을 구성하는 상품으로 이동한 흐름이다. 투명 케이스와 교차 화살표를 앞세운 오프화이트의 접근도 기능보다 형태와 착용자의 취향을 먼저 내세운다.
흰색 티셔츠와 검은색 데님 사이에 투명 케이스 시계를 놓고 연한 분홍색 꽃을 더한 사진은 시계의 성별 구분과 격식을 약화한다. 셔츠와 정장에 맞추는 전통적인 금속 시계보다 캐주얼웨어의 색과 소재를 조합하는 방식에 가깝다. 투명 스트랩은 피부색을 그대로 드러내고, 케이스 내부의 그래픽은 손목 위에서 작은 로고 오브제처럼 작동한다.
디자인 중심의 시계도 온라인 사진만으로 판매를 완결하기는 어렵다. 시계 구매자의 60% 이상은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했다. 여러 브랜드를 비교할 수 있는 매장을 선호한 응답자는 38%로 단일 브랜드 매장 선호 비율 23%보다 높았다. 매장을 찾는 이유로는 직접 착용해 보는 경험이 51%, 직원의 설명과 대면 상담이 44%를 차지했다.
손목시계는 같은 케이스 지름이라도 손목 둘레와 케이스 두께, 러그 형태, 브레이슬릿 무게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PROTO의 투명 외장과 HEAVY DUTY의 넓은 금속 케이스도 사진에서 보이는 크기보다 실제 착용감이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39∼42㎜ 케이스를 중심으로 한 오프화이트 남성용 시계는 손목 위에서 차지하는 면적과 다이얼 가독성, 스트랩 연결 상태를 직접 비교할 필요가 있다.
TMS 그룹(TMS Group)이 확보한 90여 개국 유통망은 오프라인 접점을 넓힐 기반이 된다. 오프화이트의 기존 패션 채널에 시계와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국가별 판매망을 연결하면 의류 고객과 시계 구매자에게 동시에 접근할 수 있다. 여러 브랜드를 비교하는 매장에 들어갈 경우 로고 인지도뿐 아니라 가격과 케이스 마감, 착용감까지 같은 진열대의 제품과 직접 비교받게 된다.
회갈색 테일러링과 붉은 안스리움 사이에 놓인 다각형 금속 시계는 패션 액세서리와 스포츠워치의 외형을 함께 사용한다. 넓은 베젤과 일체형에 가까운 브레이슬릿은 익숙한 금속 시계 구조를 따르면서, 화살표와 직선 그래픽으로 오프화이트의 식별성을 더한다. 매장에서 손목에 올렸을 때는 금속 표면의 정리와 링크 움직임, 버클 체결감이 외형 못지않은 비교 항목이 된다.
중고 시계 시장의 확대는 한정판과 드롭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Z세대의 40%는 향후 12개월 안에 중고 시계를 구매할 의향을 나타냈다. 베이비붐 세대의 20%보다 두 배 높다. 중고 시계를 찾는 이유는 가격 접근성이 53%, 희소하거나 단종된 모델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 36%였다.
오프화이트가 예고한 한정판과 새 색상, 협업 제품은 희소성과 단종 모델을 찾는 소비와 접점을 갖는다. 스니커즈 시장에서 형성된 드롭 일정과 재판매 문화도 시계 상품을 설명하기에 익숙한 언어다. 다만 한정판이라는 명칭만으로 중고 가치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초도 물량과 판매 속도, 재입고, 할인 여부, 후속 제품의 차별성이 함께 축적돼야 수집 대상이 형성된다.
색상 변형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나면 희소성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기존 제품이 판매되는 동안 비슷한 외형의 후속 제품이 연이어 나오면 구매자는 다음 출시나 가격 인하를 기다리게 된다. 드롭 간격을 짧게 가져가면서도 케이스 구조와 소재, 다이얼 구성을 분명히 나누는 운영이 필요한 이유다.
‘TIME’의 경쟁 범위는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스마트워치는 기능과 연결성에서 경쟁하고, 패션 주얼리는 장식과 가격으로 손목을 차지한다. 라이선스 패션 시계는 브랜드 인지도와 접근성을 앞세우며, 스트리트웨어 협업 제품은 한정 수량과 수집 문화를 활용한다. 오프화이트는 쿼츠 기반의 라이선스 시계를 만들면서 외형과 판매 방식에서는 스트리트웨어 수집품에 가까운 위치를 택했다.
투명 합성 소재와 파베 장식, 금속 브레이슬릿은 각기 다른 비교 기준을 만든다. 투명 케이스는 흠집과 변색, 스트랩 연결부의 내구성이 중요하고, 금속 제품은 표면 가공과 링크의 움직임이 착용 경험을 좌우한다. 화살표가 시침과 겹치는 다이얼에서는 시간 가독성도 구매자의 판단에 들어간다. 디자인의 식별력이 실제 착용 단계의 완성도로 이어져야 반복 구매도 가능해진다.
2년 보증은 첫 구매의 불안을 낮출 수 있지만 90여 개국 판매망에서는 배터리 교체와 부품 조달, 브레이슬릿 조정, 보증 수리의 국가별 운영이 뒤따라야 한다. 시계는 계절이 끝난 뒤에도 사용되는 상품이어서 판매 이후의 경험이 브랜드 평가에 오래 남는다. 패션 브랜드의 빠른 출시 주기와 시계의 긴 사용 기간을 연결하는 운영 능력이 TMS와 오프화이트의 역할을 가르게 된다.
스위스 시계 수출은 2026년 1∼5월에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오프라인 착용 경험과 중고 희소성, 전통 시계 구매 의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오프화이트는 기계식 시계의 제조 역사보다 브랜드 그래픽과 쿼츠 무브먼트, 반복 출시를 결합해 진입 비용과 개발 기간을 낮췄다.
후속 색상과 협업 제품의 출시 간격, 정가 판매 기간, 매장 입점 확대, 재입고 흐름, 중고 거래 형성, 보증 수리 운영이 ‘TIME’의 지속성을 가를 지표가 된다. 시계 수출 물량이 줄어든 시장에서 오프화이트가 확보해야 할 자리는 전통 시계 제조사의 축소판이 아니라, 의류와 스니커즈 고객이 손목으로 옮겨갈 수 있는 독립적인 액세서리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