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2028 뷰티 트렌드④] K-뷰티 114억 달러, 세계 2위 뒤의 수출 구조

미국 1위 시장 전환·중소기업 비중 72.5%…스킨케어 편중과 온라인 유통 비용이 가르는 다음 성장

2026-07-18     임우경 기자
스쿼드 운영이 화장품 기업의 민첩성과 협력 문화를 이끌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1757만 달러로 전년보다 11.8% 증가했다. 프랑스 243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고, 108억 달러를 수출한 미국을 처음 앞섰다.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는 101억 달러로 2012년 첫 흑자를 기록한 지 13년 만에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전체 무역수지 흑자 780억 달러 가운데 화장품이 차지한 비중은 12.9%에 달했다.

수출 순위 상승만으로 산업의 체력이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 114억 달러 가운데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이 87.9%를 차지했고, 중소기업 제품 비중은 72.5%까지 올라갔다. 수출액 대부분은 브랜드 기획사와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원료·용기 기업, 해외 유통사와 온라인 플랫폼이 나눠 만든 결과다.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과 국내 브랜드에 남는 이익 사이에는 광고비, 판매수수료, 물류비, 반품, 재고, 인증 비용이 놓여 있다.

2028년까지 K-뷰티의 산업 지표도 수출 총액과 국가 수에서 재구매율, 현지 유통계약, 브랜드 영업이익, 생산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로 넓어질 전망이다.

미국 22억 달러, 중국을 넘어 최대 시장으로

2025년 국가별 수출액은 미국 22억 달러, 중국 20억 달러, 일본 11억 달러 순이었다. 미국은 전체 수출의 19.1%를 차지하며 처음 최대 수출국에 올랐다. 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19.0% 감소했고 일본은 4.9% 증가했다. 미국·중국·일본 세 나라에 전체 수출액의 46%가량이 집중됐다. 수출 대상국은 2024년 172개국에서 2025년 202개국으로 늘었지만 상위 세 시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중국 중심으로 성장했던 K-뷰티 수출 구조는 미국과 유럽, 중동으로 분산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수출액은 2억9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70.6% 증가해 8위에 올랐고, 폴란드는 115.0% 늘어난 2억8000만 달러로 9위를 기록했다. 영국과 러시아, 프랑스의 순위도 상승했다.

폴란드와 네덜란드처럼 물류 거점 역할을 하는 국가의 수출액은 현지 소비자에게 판매된 금액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유럽 국가로 이동할 재고가 먼저 통관되는 구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국가별 수출액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국가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재구매가 같은 폭으로 올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 수출 증가는 시장 접근 방식도 바꾸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과 라이브커머스, 현지 유통망이 주요 경로로 작동해 왔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판매와 전문 뷰티 유통사, 대형 소매점 입점이 동시에 진행된다. 입점 물량이 커질수록 매출 규모는 빠르게 늘 수 있지만 판촉 부담과 반품 조건, 유통사가 요구하는 재고 수준도 함께 커진다.

수출국 다변화는 중국 의존도를 낮췄지만 미국 의존도가 새로 높아지는 흐름도 남겼다. 관세와 환율, 통관 규정, 유통업체의 입점 정책이 바뀌면 국내 브랜드와 제조사의 주문량도 직접 영향을 받는다. 여러 국가에 제품을 보내는 것과 여러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일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수출액 87.9%가 기초·색조화장품

기초화장용 제품 수출액은 85억3000만 달러로 전체 화장품 수출의 74.7%를 차지했다. 색조화장용 제품은 15억1000만 달러로 13.2%였다. 두발용 제품 5억9000만 달러, 인체세정용 제품 4억8000만 달러, 눈화장용 제품 2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스킨케어와 색조화장품의 합산 비중 87.9%는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동시에 품목 편중을 드러낸다. 크림과 세럼, 마스크, 선케어, 립 제품에서 확보한 인지도가 수출 확대의 기반이 됐지만 헤어·두피 관리, 향수, 바디케어, 남성용 제품과 웰니스 결합 상품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다.

기초화장품 안에서도 수출 흐름은 시장마다 달랐다. 2025년 기초화장용 제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11.5% 늘었다. 미국 수출은 15억6000만 달러로 12.2% 증가했지만 중국은 15억2000만 달러로 20.6% 감소했다. 일본 수출은 6억2000만 달러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색조화장품은 일본 3억5000만 달러, 미국 3억1000만 달러, 중국 2억3000만 달러 순이었다. 중국 색조화장품 수출은 26.8% 줄었다.

같은 스킨케어 제품이라도 미국에서는 성분과 사용 전후 자료, 소비자 후기, 가격 대비 용량이 구매에 영향을 준다. 일본에서는 색과 제형, 패키지 크기, 현지 유행에 맞춘 세밀한 조정이 요구된다.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와 고온·건조한 중동에서는 흡수 속도와 잔여감, 용기 안정성, 자외선 환경이 제품 선택에 반영된다.

한 제품을 번역된 라벨만 바꿔 여러 국가에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수출 국가 수를 늘릴 수 있지만 반복 구매를 확보하기 어렵다. 기후와 피부 고민, 사용 순서, 가격대, 유통 채널을 반영한 제형과 용량 조정이 수반돼야 한다.

미국 뷰티 시장에서 스킨케어의 출발점은 ‘얼마나 많은 단계를 제공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제품 하나로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가’다.  /사진=APEC 2025. 경상북도 K-뷰티 공동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중소기업 화장품 83억 달러, 전체 수출의 72.5%

2025년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83억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1.5% 증가했다.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2024년 67.0%에서 2025년 72.5%로 5.5%포인트 높아졌다.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국은 204개국으로 집계됐고 유럽연합 수출은 77.6%, 중동 수출은 54.6% 증가했다.

대기업이 해외 법인과 매장, 장기 유통망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수출 증가분은 독립 브랜드와 중소·벤처기업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제품이 알려지고 해외 온라인몰에서 주문이 늘면 국내 제조사에 생산을 맡겨 공급량을 확대하는 구조다.

브랜드가 자체 공장을 보유하지 않아도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ODM·OEM 기반은 K-뷰티의 진입 속도를 높였다. 브랜드사는 고객층과 가격, 성분, 사용감을 기획하고 제조사는 처방 개발과 생산, 품질관리를 맡는다. 용기업체와 원료사, 시험기관, 포장업체가 결합하면서 한 브랜드의 해외 주문이 여러 국내 기업의 매출로 연결된다. 국내 화장품 산업 분석에서도 OEM·ODM 기업의 기술력과 빠른 제품화 역량이 K-뷰티 성장 기반으로 평가돼 왔다.

분업 구조는 초기 투자비를 낮추지만 비슷한 처방과 포장이 빠르게 늘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같은 제조사가 여러 브랜드의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면 성분과 제형만으로 차이를 만들기 어려워진다. 온라인에서 특정 성분이 주목받으면 비슷한 제품이 짧은 기간에 집중 출시되고, 가격 경쟁과 광고비 지출이 뒤따른다.

주문량이 갑자기 늘어난 브랜드는 생산 일정과 용기 조달, 품질검사, 해외 배송을 동시에 맞춰야 한다. 반대로 판매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면 유통기한이 있는 완제품과 포장재가 재고로 남는다. 제조사는 생산량을 확보해도 원료와 인건비 상승분을 단가에 반영하지 못할 수 있고, 브랜드사는 매출이 증가해도 광고와 할인 비용 때문에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83억 달러라는 중소기업 수출액은 한국 브랜드만의 성과로 한정하기 어렵다. 해외 기업이 국내 ODM·OEM 업체에 맡긴 제품, 국내 책임판매업자가 수출한 제품, 온라인 직수출 물량이 함께 포함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노출된 브랜드와 실제 처방을 개발하고 생산한 기업을 나눠 살펴야 산업 수익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온라인 수출은 발견의 통로, 수출액은 이익과 달라

2026년 1분기 중소기업 온라인 수출액은 3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2% 증가했다. 화장품은 2억 달러로 전체 중소기업 온라인 수출의 65.8%를 차지했고, 전년 동기보다 74.2% 늘었다. 미국 화장품 온라인 수출은 9000만 달러, 중국 1900만 달러, 영국 1800만 달러, 일본 1600만 달러, 네덜란드 1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온라인 채널은 해외 법인과 대규모 매장을 두기 어려운 중소 브랜드가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통로다. 짧은 영상과 후기에서 제품이 알려지면 현지 유통사와 소매점이 판매 자료를 확인하고 입점을 제안하는 흐름도 가능하다. 온라인 판매량이 향후 오프라인 계약의 근거로 사용되는 구조다.

통계에 잡힌 온라인 수출액은 수출 신고서에서 거래 구분이 전자상거래로 표시된 금액이다. 해외 플랫폼 판매 전체를 포괄하지 않으며, 현지 창고로 보낸 재고가 소비자에게 모두 판매됐다는 뜻도 아니다. 판매수수료와 검색광고, 인플루언서 비용, 할인, 국제 배송, 현지 풀필먼트, 반품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과도 다르다.

온라인 화제성이 높아지면 광고비도 따라 오른다. 브랜드가 검색 순위와 후기 수를 유지하기 위해 할인과 유료 노출을 반복할 경우 매출은 늘어도 제품 한 개당 남는 금액은 줄어든다. 플랫폼이 판매 데이터를 보유하고 브랜드는 최종 소비자의 재구매 경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도 생길 수 있다.

현지 공식몰과 고객 데이터, 오프라인 유통망을 함께 확보하지 못하면 플랫폼 정책이 바뀔 때 매출이 크게 흔들린다. 온라인 수출의 다음 단계는 입점 국가 수보다 정가 판매 비중, 광고비를 제외한 기여이익, 반복 구매율, 현지 유통사와의 계약 기간으로 평가해야 한다.

APEC 2025 K-뷰티 현장.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생산 17조9000억원, 수출 증가와 다른 속도

2025년 국내 화장품 생산액은 17조9382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초화장용 제품 생산액은 10조3177억원, 색조화장용 제품은 2조8378억원이었다. 팩·마스크 생산액은 28.3%, 손·발 피부연화 제품은 18.2%, 바디 제품은 16.0% 증가했다. 색조 제품 가운데 립스틱·립라이너는 13.5%, 메이크업 픽서티브는 13.3%, 립글로스·립밤은 10.6% 늘었다.

생산액 증가율 2.3%와 수출 증가율 11.8%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생산액은 원화 기준 국내 생산실적이고 수출액은 달러 기준 통관실적이어서 환율과 재고, 제품 단가, 집계 범위가 다르다. 다만 수출 금액이 생산액보다 빠르게 증가했다는 흐름은 해외 판매 비중과 고부가가치 제품, 기존 재고 출하, 환율 효과를 따로 점검할 필요성을 높인다.

기능성화장품 생산액은 7조1816억원으로 전년보다 2.3% 감소했지만 전체 생산액의 40.0%를 차지했다. 미백 제품 생산은 9.7%, 자외선 차단 제품은 9.4%, 복합 기능성 제품은 8.2% 증가했다. 기능성화장품 전체가 줄어든 가운데 일부 품목이 성장했다는 사실은 피부 고민이 세분되고 제품 구성이 바뀌고 있음을 나타낸다.

2028년 센소리얼 뷰티와 롱제비티, 뉴로코스메틱이 확대되면 제조사의 역할도 생산량 확보에서 시험 자료와 제형 데이터 제공으로 넓어진다. 흡수 시간과 점도, 잔여감, 피부 온도, 향의 지속시간처럼 감각을 수치화한 자료가 해외 유통사와 AI 추천 시스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원료사의 기전 자료만으로 완제품 효능을 설명하기 어려워지면서 제조사는 완제품 안정성, 인체적용시험, 국가별 표시·광고 기준까지 제품 개발 단계에 반영해야 한다. 브랜드사는 마케팅 문구를 만들고 제조사는 생산만 맡는 경계가 옅어지는 방향이다.

114억 달러 이후, 수출국 수보다 재주문이 남는다

2026년 1분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21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3% 증가해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미 수출은 37.6%, 유럽은 43.7% 늘었지만 중동은 16.1% 감소했다. 같은 분기에도 지역별 수출 방향이 엇갈렸다.

연간 수출액이 늘어도 특정 지역의 정치·경제 상황과 물류 차질, 현지 재고 조정에 따라 주문은 빠르게 줄 수 있다. 수출 국가가 200개를 넘었다는 기록보다 한 번 진출한 시장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주문이 이어지는지가 산업 안정성을 결정한다.

브랜드에는 해외 소비자 재구매율과 정가 판매 비중, 현지 고객 데이터가 필요하다. 제조사에는 한시적인 유행 제품보다 여러 해 생산할 수 있는 주력 품목과 적정 단가가 중요하다. 원료·용기 기업에는 해외 규제에 맞춘 자료와 공급 안정성이 요구된다. 정부 통계도 수출액과 기업 수를 넘어 현지 등록 완료율, 장기 유통계약, 수출기업의 생존율과 수익성까지 연결할 필요가 있다.

K-뷰티는 114억 달러와 세계 2위라는 기록을 확보했다. 2026년 1분기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2028년 산업의 위치는 미국과 유럽에서 확보한 신규 주문이 반복 주문으로 전환되는 속도, 스킨케어와 색조에 집중된 품목 구성이 헤어·바디·웰니스로 넓어지는 폭, 브랜드와 제조사가 해외 판매에서 확보하는 이익으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