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2028 뷰티 트렌드⑤] K-뷰티 2028, 빠른 출시에서 ‘증명 가능한 사용감’으로
제형·용기·사용법·임상자료를 하나의 제품으로 설계…기후 적응형 포뮬러와 AI가 읽는 정보가 수출 경쟁 좌우
[KtN 임우경기자]2028년 1월 1일부터 화장품책임판매업자는 유통·판매 전에 제품별 안전성 평가 자료를 작성하고, 자격을 갖춘 안전성 평가자의 검토를 받아 보관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생산 규모와 제품 특성에 따라 2031년까지 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국내 화장품 산업이 빠른 기획과 생산을 앞세워 신제품을 쏟아내던 구조에서, 출시 전부터 안전성과 사용감, 광고 문구를 함께 설계하는 구조로 이동하는 일정이 법제화됐다.
미국에서는 화장품규제현대화법(Modernization of Cosmetics Regulation Act·MoCRA)에 따라 제품명에 표시된 제조·포장·유통 책임자가 안전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하고 관련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 유럽연합(EU)에 판매하는 화장품은 출시 전에 전문가의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 하며, 제품정보파일(Product Information File·PIF)과 화장품제품안전성보고서(Cosmetic Product Safety Report·CPSR)를 갖추는 체계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
빠른 제품화는 K-뷰티의 경쟁 기반으로 남아 있다. 2028년에는 속도를 만드는 방식이 달라진다. 성분 유행을 확인한 뒤 비슷한 제품을 신속하게 출시하는 기업보다 기후와 피부 상태, 사용 시간, 제형의 촉감, 용기의 토출량, 효능 자료를 한꺼번에 설계한 기업이 해외 유통망에서 장기간 판매할 가능성이 커진다.
2028년 제품 개발, 성분보다 사용 환경에서 출발
서울의 겨울과 자카르타의 우기, 두바이의 여름에 같은 크림을 같은 용량으로 바르면 피부에 남는 느낌이 달라진다. 낮은 온도와 습도는 피부 장벽 기능을 떨어뜨리고 물리적 자극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고온 환경에서는 땀과 피지 분비, 경피수분손실량(TEWL), 피부의 번들거림이 함께 증가할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상승한 온도와 대기오염, 자외선 노출은 피부 미생물군과 여드름·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한 피부 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판매용 화장품을 한 가지 처방으로 개발한 뒤 라벨 언어만 바꾸는 방식은 제품 수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 고온다습 지역에서는 흡수가 느리고 유분감이 오래 남는 제품이 사용 중단과 낮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저온·건조 지역에서는 가벼운 사용감을 앞세운 제품이 충분한 보습 지속력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기후 적응형 제품은 국가별로 완전히 다른 처방을 만드는 방식만을 뜻하지 않는다. 기본 처방을 공유하면서 유분과 보습막의 비율, 흡수 속도, 도포량, 용기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 한 제품 안에서도 아침에는 얇게, 저녁에는 충분히 바르도록 사용법을 나누거나 계절별 권장량을 제시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는 지역별 사용감 설계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표시된 차단 지수가 높아도 끈적임과 백탁, 눈 시림, 메이크업 밀림 때문에 권장량보다 적게 사용하면 실제 보호 수준은 달라진다. 소비자 후기 분석에서도 사용감과 냄새, 피부 반응은 자외선 차단제 평가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다. 효능 수치와 사용 지속성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품목이다.
제품 기획서에도 ‘민감 피부용 수분크림’이라는 넓은 정의보다 사용할 지역과 계절, 예상 온·습도, 바르는 시간대, 함께 사용하는 제품을 넣을 필요가 있다. 피부 유형이 같더라도 통근 시간과 냉난방 환경, 마스크 착용, 메이크업 여부에 따라 필요한 제형이 달라진다.
‘쫀쫀함’과 ‘산뜻함’을 수치로 바꾸는 개발실
K-뷰티는 젤 크림과 에센스, 밤, 슬리핑 마스크, 워터 틴트처럼 제형의 차이를 빠르게 만들어 왔다.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쫀쫀하다’, ‘밀착된다’, ‘속은 촉촉하고 겉은 보송하다’는 표현은 해외 시장에서 동일한 의미로 전달되지 않는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화장품의 촉감을 설명하는 말이 언어권과 제품을 만지는 동작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단어를 번역하더라도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펴 바르고 문지르는 과정이 다르면 소비자가 떠올리는 촉감도 달라질 수 있다.
감각 평가(Sensory Evaluation)와 유변학(Rheology)을 결합하면 제형 설명을 측정 가능한 자료로 전환할 수 있다. 점도와 경도, 퍼짐성, 끈적임, 탄성, 피부에 남는 양을 기기로 측정하고 훈련된 평가자와 일반 소비자의 사용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화장품 유화 제형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기기로 측정한 물성과 소비자가 표현한 촉감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찾는 접근이 활용됐다.
개발 과정에서는 용기에서 제품을 꺼내는 순간부터 평가가 시작된다. 펌프를 누르는 데 필요한 힘, 한 번에 나오는 양, 손가락 사이에서 제형이 풀리는 속도, 얼굴 전체에 펴 바르는 횟수, 흡수가 끝났다고 느끼는 시간, 바른 뒤 손과 피부에 남는 잔여감이 제품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
‘흡수가 빠르다’는 광고 문구도 비교 조건이 없으면 의미가 넓다. 어느 온도와 습도에서, 몇 그램을, 어느 면적에 바르고, 어떤 시점을 흡수 완료로 판단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사용감 데이터를 제품별로 축적하면 처방 변경과 생산 로트 차이, 원료 공급처 변경이 촉감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할 수 있다.
감각을 수치로 만든다고 소비자의 느낌을 기계 측정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점도를 가진 제품도 향과 색, 용기, 바르는 소리, 사용자의 피부 상태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기기 자료는 제형을 일관되게 생산하기 위한 기준이 되고, 소비자 평가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확인하는 자료가 된다.
향·온도·동작까지 포함하는 ‘감각 처방’
2028년 센소리얼(Sensorial) 뷰티는 향료를 추가하거나 제형을 부드럽게 만드는 수준에서 벗어난다. 소비자가 제품을 여는 순간부터 사용을 마치는 시점까지 촉감과 온도, 소리, 향의 변화, 손의 움직임을 순서대로 설계하는 방식에 가깝다.
세안 직후 사용하는 제품에는 피부 열감을 낮추는 촉감과 얇게 퍼지는 제형을 적용할 수 있다. 저녁용 밤이나 오일에는 체온과 손의 압력으로 천천히 풀리는 물성을 넣을 수 있다. 두피 제품은 노즐이 닿는 감촉과 분사 범위, 마사지 시간까지 제품 사용법에 포함된다.
냉감과 온열감도 소비자가 느끼는 순간적인 자극과 실제 피부 변화로 구분해야 한다. 휘발성 성분이나 감각 수용체에 작용하는 원료가 차갑거나 따뜻하게 느껴지도록 만들 수 있지만, 체감 온도와 피부 표면 온도, 염증이나 피부 장벽 변화는 같은 지표가 아니다.
향은 제품을 바르는 동안뿐 아니라 사용 후의 평가에도 영향을 준다. 제형의 촉감과 향이 서로 어울린다고 느낄 때 제품에 대한 쾌적성과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 향료의 종류와 농도, 잔향 시간, 모발이나 의류에 남는 정도를 제형 개발과 분리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서적 안정과 수면 준비를 내세우는 제품은 향의 강도와 무향 선택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차분함을 목적으로 넣은 향이 일부 소비자에게는 두통과 메스꺼움,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같은 향도 문화와 기억,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신경계나 호르몬을 연상시키는 설명에는 더 엄격한 구분이 필요하다. ‘바르는 동안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사용감 평가와 ‘코르티솔을 낮춘다’, ‘미주신경을 활성화한다’는 생리적 주장은 요구되는 자료가 다르다. 센소리얼 제품의 경쟁력은 의학 용어를 크게 붙이는 데 있지 않고,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와 실제로 측정한 결과를 구분해 제시하는 데 있다.
제형·용기·사용법을 따로 개발하던 구조의 조정
같은 처방을 담아도 단지형 용기와 펌프, 튜브에서 나오는 제품은 사용량과 오염 가능성, 피부에 닿는 느낌이 달라진다. 점도가 높은 밤을 작은 펌프에 넣으면 토출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묽은 에센스를 입구가 넓은 용기에 담으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이 나올 수 있다.
제품 개발 초기부터 제형과 용기를 함께 결정하지 않으면 출시 직전 수정 비용이 커진다. 처방이 완성된 뒤 선택한 용기에서 내용물이 새거나 펌프가 막히면 점도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점도 변화는 흡수감과 발림성, 효능 성분의 분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후 차이는 포장에도 반영된다. 높은 온도에서 내용물의 점도와 향이 달라지는지, 반복적인 항공 운송과 진동을 견디는지, 욕실의 높은 습도에서도 라벨과 용기가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가 손에 물이 묻은 상태로 여는 바디 제품과 건조한 화장대에서 사용하는 색조 제품의 용기 조건도 다르다.
리필 제품은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본품과 리필 용기의 세척, 공기 유입, 미생물 오염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제품이 남은 용기에 새로운 내용물을 계속 채우도록 안내하면서 보존력과 사용 기한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 메시지와 안전성이 충돌할 수 있다.
소량·고농축 제품도 사용량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적은 양으로 충분하다는 설명은 운송과 포장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소비자가 권장량을 알기 어렵거나 매번 다른 양을 사용하면 효능 시험 조건과 실제 사용이 달라진다. 펌프 한 번의 토출량과 얼굴 전체 권장량을 연결하는 정보가 필요하다.
안전성 평가, 출시 직전 서류에서 제품 기획의 출발점으로
개정 화장품법이 시행되면 책임판매업자는 제품별 안전성 자료를 작성하고 안전성 평가자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12월부터 화장품안전정보센터를 지정·운영하고 원료 안전성 정보와 기술지원, 평가자 양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도와 교육, 원료 자료 제공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제품 개발 일정도 안전성 자료 확보에 맞춰 바뀔 수밖에 없다. 유행 성분을 발견한 뒤 처방과 포장을 완성하고 수출국을 정하는 방식보다, 판매할 국가의 규제와 사용 대상, 노출 부위, 사용 빈도를 먼저 정해야 한다.
눈가와 입술, 두피, 넓은 신체 부위에 사용하는 제품은 노출 조건이 다르다. 매일 씻어내는 제품과 밤새 피부에 남기는 제품도 같은 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어린이와 임신부, 민감 피부 소비자를 광고 대상으로 삼을 때는 사용 대상에 맞는 자료가 필요하다.
천연과 클린 뷰티를 내세운 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자연에서 얻은 원료라는 사실만으로 자극과 알레르기, 미생물 오염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원료의 정제 수준과 불순물, 배합 농도, 다른 성분과의 반응, 용기 안에서의 안정성을 최종 제품에서 확인해야 한다.
미국은 MoCRA에 따라 책임자가 제품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적절한 자료를 갖추도록 요구한다. 특정 시험 한 가지를 일률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안전성 근거에 사용하는 자료는 과학적으로 견고한 방법에서 나와야 한다. 중대한 이상사례 보고와 관련 기록 보관, 시설 등록과 제품 목록 제출도 미국 시장 운영에 포함된다.
EU에서는 제품 출시 전 전문가 안전성 평가와 PIF 관리가 요구된다. 책임자는 제품 정보와 성분, 제조 방법, 효능을 뒷받침하는 자료, 이상반응 정보를 관리해야 한다. 한국·미국·유럽에서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와 국가별로 별도 준비할 자료를 개발 초기부터 구분해야 중복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광고 문구를 먼저 정하고 시험을 설계하는 방식
제품이 완성된 뒤 시험 결과에서 유리한 수치를 찾아 광고 문구를 만드는 방식은 롱제비티와 뉴로코스메틱 시장에서 위험이 커진다. 개발 초기부터 어떤 표현을 사용할지 정하고 해당 표현에 맞는 평가 항목과 기간, 대조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
‘사용 직후 시원하다’는 문구는 소비자 감각 평가로 확인할 수 있다. ‘피부 온도를 낮춘다’는 문구에는 피부 표면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과 시간, 비교 조건이 필요하다. ‘피부 장벽 회복을 돕는다’면 경피수분손실량과 수분량, 자극 뒤 회복 속도를 확인해야 한다.
‘오래 지속되는 보습’도 지속 시간을 구체화해야 한다. 제품을 한 번 사용한 뒤 어느 시점까지 측정했는지, 세안과 실내외 활동을 어떻게 관리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임상적으로 입증됐다’는 표현보다 참가자 수와 시험 기간, 측정 방법, 효과의 크기를 제시하는 편이 소비자의 비교에 유용하다.
국내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 가이드라인은 표시·광고 내용을 뒷받침할 시험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EU의 화장품 광고 기준도 법규 준수와 진실성, 근거 자료, 정직성, 공정성,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공통 조건으로 둔다. 제품명과 이미지, 기호처럼 효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요소도 판단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브랜드는 제품 효능 자료를 원료 연구와 완제품 시험, 소비자 사용 평가로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세포 실험에서 항산화 반응을 확인한 원료를 사용했다고 해서 완제품이 사람의 피부 노화를 늦춘다는 결론으로 바로 연결할 수 없다. 감각 평가에서 편안하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결과도 신경계나 수면 변화에 대한 근거와는 다르다.
AI가 읽는 제품정보, 감성 문구만으로는 추천 불가
온라인 유통과 AI 쇼핑이 확대되면 제품정보의 정확성과 형식도 제형 경쟁의 일부가 된다. 소비자는 ‘민감 피부에 좋은 제품’을 검색하지만 AI와 유통 시스템은 전성분과 사용 부위, 기능, 용량, 가격, 주의 사항, 재고처럼 구조화된 항목을 바탕으로 제품을 분류한다.
GS1 글로벌 데이터 모델(Global Data Model)은 상품을 등록하고 주문·보관·운송·판매하는 데 필요한 공통 제품 속성을 표준화한다. GS1 기반 2차원 바코드는 물리적 제품을 성분과 사용법, 추적 정보 같은 디지털 자료와 연결할 수 있다.
화장품 제품정보에는 법정 표시사항을 넘어 비교 가능한 사용감 자료를 추가할 수 있다. 권장 피부 유형과 기후, 계절, 사용 시간대, 1회 권장량, 흡수 시간, 마무리감, 향의 유무와 강도,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할 성분이나 제품 순서가 포함될 수 있다.
‘모든 피부용’, ‘저자극’, ‘클린’, ‘피부 친화적’처럼 범위가 넓은 표현만으로는 정교한 추천이 어렵다. 저자극 시험의 대상과 조건, 향료 포함 여부, 에센셜오일과 알레르기 유발 가능 성분, 권장 연령을 구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제품정보가 여러 유통사와 국가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서로 달라지는 문제도 줄여야 한다. 국내 공식몰에는 최신 성분표가 올라가 있지만 해외 플랫폼에는 이전 처방의 전성분이 남거나, 상품명과 용량이 판매처마다 다르게 등록되면 AI 추천과 재고 관리, 이상반응 추적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제품 처방이 바뀌었을 때도 같은 상품 식별정보를 계속 사용할지, 새로운 제품으로 구분할지 기준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후기에서 평가한 제형과 현재 판매 중인 처방이 다르면 축적된 평점과 감각 데이터의 의미도 달라진다.
휴먼 인 더 루프, AI 진단 뒤에 남는 사람의 판단
AI 피부 분석은 얼굴 사진과 설문, 구매 이력을 이용해 제품 후보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 피부과 진단이나 실험실 측정과 같은 수준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사진은 조명과 카메라, 메이크업, 촬영 각도에 영향을 받고 알레르기 경험과 약물 사용, 피부 시술 이력까지 확인하지 못한다.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는 AI가 추천한 결과를 상담자와 소비자가 다시 검토하는 구조다. AI는 성분과 가격, 사용 순서를 비교하고, 전문가는 피부 상태와 과거 부작용, 생활환경을 확인한다. 소비자는 제형과 향을 직접 사용한 뒤 최종 선택한다.
해외 매장에서도 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피부 고민과 선호 제형을 입력해 후보를 받은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감을 확인하고, 현지 상담자가 기후와 사용 습관에 맞게 제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전문가 개입은 제품을 더 많이 권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활성 성분이 겹치는 제품을 줄이고, 자극 가능성이 있는 조합을 피하며, 소비자가 실제로 유지할 수 있는 단계로 루틴을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AI가 구매 편의를 높일수록 사람의 상담은 정보 전달보다 선택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개발비 상승, 실패한 출시와 반품 비용을 줄이는 구조
안전성 평가와 인체적용시험, 국가별 등록, 소비자 감각 평가를 모두 수행하면 출시 전 비용은 늘어난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독립 브랜드에는 개발 기간 연장도 부담이 된다.
모든 제품에 고가의 장기 시험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제품이 주장하는 효능과 소비자가 노출되는 범위에 따라 자료 수준을 나눌 수 있다. 단순 보습 제품은 수분과 장벽, 사용감 자료에 집중하고, 세포 노화나 신경계 관련 표현을 사용하는 제품에는 해당 기전을 뒷받침할 별도의 자료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측정할 수 없는 효능을 광고에서 빼는 판단도 연구개발 전략에 포함된다.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코르티솔 관리’나 ‘세포 회춘’을 내세우면 시험비뿐 아니라 광고 수정과 제품 회수, 유통사와의 분쟁 비용이 커질 수 있다.
감각 데이터를 개발 초기에 확보하면 해외 시장에서 사용감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낮은 평점과 반품을 줄일 여지도 생긴다. 용기와 제형을 함께 시험하면 누액이나 펌프 고장, 내용물 변색 때문에 출시 뒤 포장을 교체하는 비용도 낮출 수 있다.
ODM·OEM 기업은 생산 대행을 넘어 감각 자료와 안전성 평가, 국가별 규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로 넓어질 수 있다. 원료사의 기전 연구, 제조사의 완제품 시험, 브랜드의 소비자 자료를 하나의 제품 파일로 연결하면 중소 브랜드의 해외 진출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시험기관과 대학, 제조사가 공통 평가 언어를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 ‘산뜻함’과 ‘밀착력’을 기업마다 다른 방식으로 측정하면 해외 유통사가 제품을 비교하기 어렵다. 촉감과 흡수, 잔여감, 향 지속시간을 반복 측정할 수 있는 표준 절차가 축적될수록 K-뷰티 제형 경쟁력을 데이터로 설명하기 쉬워진다.
2028년 제품은 지금 개발실에서 결정
화장품안전정보센터는 2026년 12월부터 운영될 예정이며, 안전성 평가 제도는 2028년부터 적용된다. 제도 시행 뒤에 자료를 준비하기에는 제품 처방과 원료 공급망, 인체시험, 해외 등록에 필요한 시간이 짧다. 2028년 판매할 제품의 개발 방식은 이미 2026년과 2027년의 투자·조직 결정에서 갈린다.
연구개발 조직은 성분과 처방만 담당하고 마케팅 조직은 제품 완성 뒤 광고 문구를 붙이던 분업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개발 초기부터 규제 담당자와 임상시험 담당자, 용기 업체, 데이터 관리자가 참여해야 제품 설명과 실제 자료 사이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수출 담당자는 판매국이 결정된 뒤 라벨을 번역하는 역할에서 현지 기후와 유통 환경, 규제 요건을 제품 기획에 전달하는 역할로 이동한다. 마케팅 담당자는 큰 효능을 만드는 대신 시험에서 확인된 변화가 소비자의 일상에서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K-뷰티가 확보한 속도는 버릴 경쟁력이 아니다. 제품을 빨리 만드는 속도에서 정확한 자료를 빠르게 축적하고 국가별로 조정하는 속도로 바뀌어야 한다. 제형의 촉감과 용기의 사용성, 기후 적응력, 안전성, 임상 근거, 디지털 제품정보가 하나의 개발 과정 안에서 연결돼야 한다.
2028년 시장에서는 독특한 성분을 먼저 발견한 기업만으로 순위가 정해지지 않는다. 소비자가 피부에서 느낀 차이를 기기와 시험으로 설명하고, AI와 유통사가 읽을 수 있는 정보로 바꾸며, 판매 뒤의 이상반응까지 추적하는 기업이 반복 주문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K-뷰티의 다음 경쟁은 빠른 신제품 수가 아니라 사용감을 어디까지 증명하고 같은 품질로 다시 생산할 수 있는지에서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