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트렌드③] GPU 9704장 도입에 2.08조원…AI 고속도로, 구축 단계 진입
네이버클라우드·삼성SDS·엘리스그룹 선정…공공 배분·전력망·독자모델 성과가 정책 실효성 가를 변수
[KtN 신명준기자]정부가 2조800억원 규모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을 맡을 기업으로 네이버클라우드와 삼성SDS, 엘리스그룹을 선정했다. 세 기업이 도입할 물량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 베라루빈(Vera Rubin) 2016장과 B300 7688장 등 모두 9704장이다. 구매와 데이터센터 설치, 운영환경 구축이 이어지면서 이재명정부의 ‘AI 고속도로’ 구상도 정책 발표를 지나 대규모 장비 도입 단계로 넘어갔다.
B300 기반 서비스는 장비 입고와 구축이 끝나는 사업자부터 2026년 안에 순차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베라루빈은 제품 공급 일정을 반영해 2027년 상반기부터 서비스하는 일정이 잡혔다. 현재 확인된 성과는 9704장의 설치 완료가 아니라 사업자 선정과 도입 물량 확정이다. 실제 공급 시기와 데이터센터 구축, 이용자 배분까지 마쳐야 정책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정부 활용 6376장·사업자 활용 3328장
네이버클라우드는 베라루빈 1008장과 B300 3112장 등 4120장을 구축한다. 삼성SDS는 베라루빈 1008장과 B300 2016장 등 3024장, 엘리스그룹은 B300 2560장을 맡는다. 사업자 공모에는 클라우드 기업 5곳이 참여했으며 사업 수행 역량과 데이터센터 준비 상태, 운영 능력 등을 거쳐 3곳이 선정됐다.
전체 9704장 가운데 베라루빈 2016장과 B300 4360장을 합친 6376장은 정부 활용분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개발과 국가 AI 프로젝트, 대학·기업·연구기관의 모델 및 서비스 개발에 투입된다. 나머지 B300 3328장은 선정된 클라우드 기업이 자체 AI 모델 개발과 클라우드 기반 GPU 서비스에 활용하는 구조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공개한 사업비는 2조831억2500만원이다. 사업 기간은 202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이며, 선정된 클라우드 기업이 장비를 구매·구축한 뒤 통합지원 플랫폼을 통해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국가 프로젝트에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9704장이라는 총량만으로 이용 여건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초거대 모델을 처음부터 학습하려는 기업과 이미 개발한 모델을 서비스하는 기업은 필요한 장비 수와 이용 기간이 다르다. 여러 장을 고속으로 연결한 클러스터가 필요한 기업도 있고, 한두 장을 짧게 빌려 추론과 기능 검증을 진행하려는 스타트업도 있다.
정부 활용분과 사업자 자체 활용분이 나뉜 만큼 재정 투입액과 민간 부담액, 이용요금, 우선배정 기준도 분리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국가 프로젝트가 장기간 자원을 선점하면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공급 부족은 계속될 수 있다. 장비 수와 함께 기업별 대기기간, 실제 사용시간, 가동률, 중도 반환 물량을 집계해야 공공투자의 접근성을 확인할 수 있다.
GPU 3000장 우선배정…25개 부처 52개 국가 프로젝트
정부는 2026년 4월 25개 부처가 추진하는 52개 국가 AI 프로젝트에 첨단 GPU 3000장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28개 부처가 제출한 121개 신청 가운데 국가 전략성과 기술·사회적 파급 범위, 정부 지원 필요성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했다.
GPU 지원 대상에는 자율주행 모델과 산업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AI 스타트업의 기술 상용화, 한국형 기상·기후 모델, 의료 서비스, AI 융합 콘텐츠, 북극항로 예측기술 등이 포함됐다. 자동차와 제조, 기상, 의료, 문화, 해양처럼 데이터 규모와 연산량이 큰 분야에 국가 자원을 먼저 배치한 구도다.
기업 단위의 소규모 지원도 병행된다. 2026년 고성능컴퓨팅 지원사업은 중소·벤처기업 약 505곳에 A100 또는 H100·H200 기반 GPU 서버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는 기업과 대학, 병원 등 약 100곳에 지원하도록 구성됐다.
국가 프로젝트와 중소기업 지원은 서로 다른 배분 원칙이 필요하다. 국가 프로젝트에는 대규모 자원을 장기간 공급하되 중간 성과와 사용률을 확인해야 한다. 기업 지원에서는 장비를 받은 기업 수보다 GPU 이용을 통해 모델 출시와 매출, 투자, 해외 진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집계해야 한다.
클라우드 사업자가 제공하는 사용환경도 기업의 비용을 바꾼다. 동일한 GPU라도 네트워크 속도와 저장장치, 소프트웨어 환경, 기술지원 수준에 따라 실제 학습시간이 달라진다. 이용료만 비교하지 않고 학습 완료까지 투입된 총비용과 장애시간을 공개해야 사업자 간 경쟁이 가능하다.
데이터센터 특별법 2027년 시행…전력 공급은 별도 변수
GPU 9704장은 전력과 냉각설비, 통신망을 갖춘 데이터센터에 설치돼야 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진흥 및 기반조성에 관한 특별법은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인허가 일괄 처리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허가된 것으로 보는 처리기한 제도, 비수도권 일부 시설의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주차장·승강기 등 설치 기준 완화가 법률에 포함됐다. 시행 시점은 2027년 2월이다.
비수도권에서 일정 규모 이하의 AI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시설로 전환할 때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할 수 있다. 수도권 집중을 줄이고 지역 투자를 앞당기기 위한 조항이다. 현행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상 10메가와트(MW)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사업자는 계통영향평가 대상이다.
평가 면제가 전력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송전망 여유와 발전설비, 변전소 연결, 냉각용 전력과 용수 확보는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입지가 정해져도 장비가 요구하는 전력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서비스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지역경제 효과도 시설 투자액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는 건설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발생하지만 운영 단계의 상시 고용 규모는 제조공장과 다르다.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전력·용수·산업용지와 세수, 상시 일자리, 지역 기업 이용권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특별법은 2027년 2월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 마련 절차가 남아 있다. 평가 면제 대상의 시설 규모와 인허가 처리기간, 지역 상생 기준이 하위 규정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GPU 도입 일정과 법 시행 사이에 시차가 있어 2026년 구축 물량은 기존 인허가와 전력 공급 체계의 영향을 먼저 받는다.
독자 AI 모델 4개 팀…8월 단계평가 예정
GPU 공급은 모델 개발 결과와 연결돼야 한다. 이재명정부는 AI 고속도로 구축과 함께 국내 기업이 직접 설계·학습하고 운영을 통제할 수 있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국정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 8월 시작된 프로젝트에는 처음 5개 정예팀이 참여했다.
2026년 1월 1차 평가에서는 벤치마크와 외부 전문가, 실제 사용자 평가가 함께 진행됐다. LG AI연구원이 90.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전체 평균은 79.7점이었다.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다음 단계에 진출했다.
독자성 판단에는 모델 구조만이 아니라 가중치를 초기화한 뒤 직접 학습했는지, 외부 라이선스의 통제 없이 모델을 고도화·운영할 수 있는지, 오픈소스 사용 내용을 적절히 공개했는지가 반영됐다. 네이버클라우드 모델은 기술적·정책적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정을 받아 다음 단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2026년 2월 모티프테크놀로지 컨소시엄이 추가 정예팀으로 선정됐다. 현재 경쟁 구도는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 등 4개 팀이다. 기존 3개 팀은 6월까지, 추가 팀은 7월까지 동일한 개발 기간을 보장받고 8월 단계평가를 받는 일정이 제시됐다.
정부 지원이 모델 성능으로 이어졌는지는 해외 벤치마크 순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한국어 추론과 법률·의료·제조 분야의 정확도, 추론에 들어가는 GPU 수와 전력, 이용요금, 기업 도입 실적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성능이 높아도 운영비가 지나치게 크면 국내 기업의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 어렵다.
독자성도 외국 기술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좁힐 수 없다. 오픈소스와 외국산 반도체를 활용하더라도 모델 학습과 운영, 수정 권한을 국내 개발사가 보유하고 외부 사업자의 정책 변경이나 서비스 중단에 대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장비 수보다 이용률·가격·사업 성과
이재명정부의 AI 고속도로는 GPU 구매,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와 데이터, 독자 모델을 하나의 산업 기반으로 묶은 정책이다. 2조800억원과 9704장이라는 규모는 분명하지만 장비 확보량이 곧바로 AI 경쟁력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2026년 안에 확인할 항목은 B300의 실제 입고 물량과 서비스 개시 시점, 정부 활용분의 배분 대상, 기업별 이용요금, 중소기업의 평균 대기기간이다. 2027년에는 베라루빈 공급과 데이터센터 특별법 시행, 독자 모델의 기업 도입 실적이 이어진다.
8월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단계평가가 예정돼 있다. B300 서비스는 2026년 안에 순차적으로 시작되고 베라루빈은 2027년 상반기 공급 일정이 잡혀 있다.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2027년 2월 시행된다. 장비 구매와 모델 평가, 법 시행 일정이 차례로 이어지는 만큼 2조800억원 사업의 성과는 확보 발표가 아니라 실제 GPU 사용시간과 이용가격, 모델 출시, 산업 매출에서 확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