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일고 조경숙 조리실무사 정년퇴임…가수 이병찬 형제 어머니 위한 깜짝 이벤트
“어머니 수고 많으셨습니다. 멋진 이모작 출발하세요”
[KtN 조영식기자] 정년퇴직은 한 직장에서 평생을 바쳐온 시간이 아름답게 완성되는 순간이자, 새로운 삶을 향한 또 다른 출발선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땀과 헌신을 뒤로하고 인생 제2막을 시작하는 이날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동료들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순간이다.
13일 포천일고등학교에서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 어떤 행사보다 가슴 깊은 울림을 전하는 특별한 정년퇴임 축하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이날의 주인공은 20년 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근무하며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건강한 한 끼를 책임져 온 조경숙 여사.
새벽부터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 따뜻한 밥과 정성 어린 음식을 준비해 온 그의 마지막 퇴근길은 가족과 학교가 함께 만든 감동의 무대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출신 가수 이병찬 형제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다.
이병찬 형제는 어머니에게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은 채 어머니의 퇴근 시간에 맞춰 학교를 찾았다. 평범한 퇴근길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조경숙 여사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었다.
학교 정문에는 '가수 이병찬 모친 조경숙 여사 정년퇴임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형제는 정성껏 준비한 꽃다발을 어머니 품에 안겨드리며 지난 20년의 헌신과 사랑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들들과 눈앞에 펼쳐진 축하의 장면을 마주한 조경숙 여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환하게 웃으면서도 어느새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학생들을 위해 묵묵히 흘려온 세월이 가족의 사랑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이었다.
20년 동안 함께 땀 흘려온 급식실 동료들도 마지막 퇴근길을 함께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멋지게 쉬세요"라는 따뜻한 인사가 이어졌고, 오랜 세월 한 가족처럼 지내온 동료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학교 역시 조경숙 여사의 헌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출장 중인 교장을 대신해 유재환 교감이 꽃다발을 전달하며 학생들과 교직원을 위해 한결같이 봉사해 온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유재환 교감은 "조경숙 여사께서는 지난 20년 동안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학생들의 건강과 학교의 따뜻한 급식 문화를 위해 헌신해 오셨다"며 "그 정성과 봉사는 포천일고 가족 모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찬은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신 분은 어머니"라며 "늘 가족을 위해 희생하시느라 정작 본인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하셨는데, 오늘만큼은 그동안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동안 학생들을 위해 애써오신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제는 새로운 인생 2막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시작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한 교직원은 "조경숙 여사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맡은 일을 해오신 분"이라며 "늘 궂은일을 먼저 맡으며 후배들을 배려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바쁜 활동 중에도 서울에서 달려와 어머니의 정년퇴임을 축하하는 이병찬 형제를 보면서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조경숙 여사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평소처럼 조용히 퇴근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나타나 정말 놀랐다"며 "가족들의 축하만으로도 벅찼는데 학교에서도 꽃다발을 준비해 주시고 동료들과 교직원들이 함께 축하해 주셔서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의 따뜻한 한 끼를 위해 묵묵히 앞치마를 둘러왔던 20년의 세월. 화려한 무대도, 거창한 행사도 아니었지만 이날 정년퇴임은 '한 사람의 성실한 삶은 결국 가장 아름다운 박수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준 감동의 순간이었다.
조경숙 여사는 학교를 떠났지만, 그가 정성껏 차려낸 수많은 식판과 학생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은 포천일고 가족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