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경제①] 2025 세계 미술경매 111억달러…클림트 한 점이 세계 매출 2.1%

‘The Art Market in 2025’·Top 500 분석…86만7150점 낙찰, 거래 90%는 1만달러 미만

2026-07-14     임민정 기자
Gustav Klimt ‘Portrait of Elisabeth Lederer’. Sotheby’s

[KtN 임민정기자]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엘리자베트 레더러의 초상’이 2025년 11월 뉴욕에서 2억3636만달러에 낙찰됐다. 작품 한 점의 거래액이 같은 해 세계 파인아트 공개경매 매출 111억1000만달러의 2.1%에 해당한다.

세계 각지에서 팔린 작품은 86만7150점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2375점이 새 소유자를 찾았지만 낙찰 결과의 90% 이상은 1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중저가 작품이 거래량을 넓혔고, 가을 뉴욕에 나온 대형 개인 컬렉션과 극소수 초고가 작품이 연간 매출을 끌어올렸다.

아트프라이스(Artprice)와 아트론(Artron)이 발간한 연차보고서 ‘The Art Market in 2025’는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세계 공개경매에서 발생한 파인아트 거래를 집계했다. 작가별 Top 500도 같은 기간의 경매매출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회화와 조각, 드로잉, 사진, 판화, 영상, 설치, 태피스트리, 대체불가능토큰(NFT)이 집계에 포함됐다. 골동품과 작가를 확인할 수 없는 문화재, 가구는 제외됐으며 가격에는 구매자 수수료가 반영됐다. 갤러리와 아트페어 판매, 비공개 거래는 세계 매출과 작가 순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3년 연속 감소 끝낸 12% 증가

2025년 세계 파인아트 공개경매 매출은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2022년부터 이어진 3년 연속 감소가 멈췄다. 출품작은 128만점으로 4.7% 늘었고, 낙찰작은 6.5% 증가한 86만7150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품 증가율보다 낙찰 증가율이 높았지만 유찰률은 32%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100만달러 이상에 거래된 작품은 1347점으로 19% 늘었다. 거래량과 고가 작품 수가 함께 증가한 연간 성적표다.

전체 수치가 일제히 상승했어도 가격대별 흐름은 달랐다. 100만달러 이상 작품 1347점은 전체 낙찰작의 약 0.16%에 불과하다. 10만달러 이상 100만달러 미만 구간도 전체 거래의 1% 안팎에 머물렀다.

111억달러가 넘는 매출 가운데 상당액은 소수 대표작에서 나왔고, 86만건이 넘는 거래의 대부분은 낮은 가격대에서 발생했다. 매출과 거래량이 서로 다른 가격층에서 형성된 셈이다.

낙찰 절반은 596달러 미만

낙찰작의 약 60%는 10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됐다. 1000달러 이상 1만달러 미만 작품이 약 30%를 차지했다. 두 가격대를 합치면 1만달러 미만 거래가 전체의 90%를 넘어선다.

가격 분포를 더 좁혀보면 낙찰작의 절반은 596달러 미만이었다. 전체의 90%가 8520달러 아래에서 팔렸고, 상위 1%에 진입하는 기준은 13만9350달러였다. 수천만달러에 팔린 회화가 세계 미술시장의 대표 이미지로 소비되지만, 실제 경매장은 수백달러와 수천달러대 거래가 수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판화와 복수 제작 작품이 중저가 시장을 넓혔다. 2025년 판화·에디션 낙찰작은 19만8100점으로 세계 거래량의 23%를 차지했다. 경매에서 팔린 작품 네 점 가운데 한 점에 가까운 규모다.

판화·에디션 매출은 5억2600만달러로 세계 전체의 5%였다. 평균 거래가는 2600달러로, 판화와 에디션을 제외한 시장 평균 1만5800달러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거래량 비중 23%와 매출 비중 5%의 차이가 세계 경매시장의 저가 기반을 드러낸다.

온라인 경매도 판화 시장 확대와 맞물렸다. 동일 이미지가 여러 점 존재하는 판화는 회화보다 공급이 많고 가격 비교가 상대적으로 쉽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앤디 워홀(Andy Warhol),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호안 미로(Joan Miró),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처럼 국제 판화 유통망을 갖춘 작가들의 작품이 여러 가격대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됐다.

다만 낙찰 건수가 늘었다는 사실을 회화 가격 상승으로 바꿔 읽을 수는 없다. Top 500에는 회화와 드로잉, 판화, 사진 등 서로 다른 매체가 합산돼 있다. 작가별 낙찰 수를 해석하려면 작품 매체와 제작 시기, 가격 구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상반기 42%·하반기 58%, 가을에 몰린 매출

연간 매출은 12% 증가했지만 상반기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 줄었다. 1월부터 6월까지 매출은 46억7600만달러로 연간 거래액의 42%에 머물렀다. 상반기에는 5000만달러를 넘긴 작품도 나오지 않았다.

고가 작품 소유자들은 출품에 신중했고,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과 응찰자가 지불하려는 금액의 간격도 벌어졌다. 경매사들은 일정 금액을 사전에 보장하는 경매 보증을 활용해 주요 작품과 개인 컬렉션을 확보했다. 작품이 팔리지 않거나 목표 가격에 미치지 못할 위험을 경매사 또는 제3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하반기 매출은 64억3700만달러로 상반기보다 17억6100만달러 많았다. 연간 매출의 58%가 7월 이후 발생했고, 전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24% 증가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완만한 상승보다 9월 이후 런던과 파리, 뉴욕에 주요 작품이 몰리며 연간 실적이 빠르게 늘어난 흐름이었다.

11월 뉴욕에서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필립스가 며칠 동안 2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22년 봄 이후 가장 큰 합산 실적이다. 레너드 A. 로더, 신디·제이 프리츠커, 로버트·퍼트리샤 와이스 등의 컬렉션과 초현실주의 작품군을 포함한 주요 컬렉션 다섯 건에서만 10억달러 이상이 발생했다.

레너드 A. 로더 컬렉션에서는 약 50점이 5억3100만달러에 팔렸다. 클림트 작품 세 점의 합계는 3억8470만달러였다. ‘엘리자베트 레더러의 초상’은 2억3636만달러로 공개경매 미술품 역대 두 번째 고가 기록에 올랐다. 컬렉션 한 건이 세계 매출과 작가별 연간 순위를 동시에 움직였다.

대형 컬렉션의 영향은 작품 수보다 강했다. 작품 자체의 희소성에 소장 이력과 전시·출판 기록이 더해졌고, 여러 대표작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경매가 국제 수요를 끌어모았다. 2025년 매출 증가는 시장 전반의 균일한 가격 상승보다 특정 시기와 컬렉션에 집중된 거래에서 나왔다.

클림트 1위·피카소 2위, 매출을 만든 서로 다른 방식

클림트는 3억9744만2240달러로 2025년 작가별 파인아트 경매매출 1위에 올랐다. 101점이 낙찰되고 29점이 유찰됐다. 최고가 작품 한 점이 연간 매출의 59.5%를 차지했다.

피카소는 3억3308만2820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낙찰작은 3729점, 유찰작은 1253점이었다. 최고가는 4548만5000달러로 연간 매출의 13.7%에 해당한다.

클림트의 순위는 대형 컬렉션에서 나온 초고가 작품이 끌어올렸다. 피카소는 회화와 드로잉, 판화 등 여러 매체와 가격대에서 수천 건의 거래를 쌓아 2위에 올랐다. 같은 매출 순위 안에서도 한두 점이 만든 실적과 반복 거래가 만든 실적은 시장 기반이 다르다.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은 1억7229만1030달러로 3위,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는 1억7165만4310달러로 4위에 올랐다.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워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샤갈, 마크 로스코(Mark Rothko)가 10위 안에 들었다.

상위 10명의 합산 매출은 약 19억2900만달러로 세계 전체의 17.4%를 차지했다. 로스코는 12점으로 10위에 올랐고, 피카소는 3729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연간 경매매출은 작가의 미술사적 가치나 전체 자산가치를 평가한 순위가 아니라 해당 연도에 시장에 나온 작품과 낙찰가를 합산한 거래 지표다.

미국·프랑스 증가, 중국 감소와 인도 급성장

세계 최대 경매시장인 미국의 매출은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2025년 최고가 작품이 뉴욕에 집중됐고, 가을 대형 컬렉션 경매가 상반기의 부진을 만회했다.

프랑스는 26% 늘어난 9억4500만달러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 100만달러를 넘긴 작품은 약 100점으로 전년보다 43% 증가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아르퀴리알의 프랑스 파인아트 경매매출은 합계 5억4750만달러로 30.6% 늘었다.

영국은 3% 증가에 그쳤다. 연간 기준으로 감소를 피했지만 런던 주요 경매의 상반기 위축을 모두 회복한 수준은 아니었다.

중국은 5% 감소했다. 세계 2위 시장의 지위는 유지했지만 중국 구매자의 활동 감소와 신중해진 응찰이 매출에 반영됐다. 인도는 71% 증가해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초고가 작품과 대형 컬렉션이, 인도에서는 자국 근대미술 수요와 현지 경매시장 확대가 매출 증가의 배경이 됐다.

2025년 세계 미술경매는 111억1000만달러의 매출과 86만7150점의 낙찰이라는 두 수치를 남겼다. 거래량은 1만달러 미만 작품과 판화·에디션에서 넓어졌고, 거래액은 하반기 뉴욕과 소수 거장의 대표작에 집중됐다.

2026년 연간 Top 500은 12월 31일까지의 공개경매가 모두 집계된 뒤 확정된다. 비교 기준은 이미 정해져 있다. 1만달러 미만 낙찰 비중 90% 이상, 하반기 매출 비중 58%, 100만달러 이상 작품 1347점, 상위 10명 매출 비중 17.4%다. 연말 집계에서는 중저가 거래 확대와 초고가 작품 집중이 같은 방향을 유지했는지가 수치로 갈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