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경제②] 2025 Top 500 작가 116명, 최고가 한 점이 연매출 절반
작가별 최고가 500점, 낙찰작 0.65%로 매출 32.6%…클림트 59.5%·칼로 87.1%, 리히텐슈타인 3.2%
[KtN 임민정기자]2025년 세계 파인아트 공개경매 매출 상위 500명이 판매한 작품은 7만7358점이다. 작가마다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 한 점씩을 추려 합산한 500점의 거래액은 25억4453만달러에 달했다. 전체 낙찰작의 0.65%가 Top 500 합산 매출 78억917만달러의 32.6%를 차지했다.
최고가 작품 한 점이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작가는 116명으로 전체의 23.2%였다. 작가 네 명 가운데 한 명에 가까운 비율이다. 최고가 한 점의 비중이 80%를 넘은 작가도 44명에 달했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는 최고가 작품 한 점이 연간 매출의 59.5%를 차지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72.8%, 프리다 칼로(Frida Kahlo)는 87.1%, 중국 원대 화가 라오제(Rao Jie)는 99.0%였다. 반면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13.7%, 앤디 워홀(Andy Warhol)은 5.5%,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은 3.2%에 그쳤다.
한두 점의 초고가 작품이 만든 매출과 여러 국가·가격대에서 반복된 거래가 쌓아 올린 매출이 같은 순위표에 들어갔다. 2025년 Top 500은 작가의 이름을 나열한 명단인 동시에 작품 공급량과 대형 컬렉션 출품 여부가 순위를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를 담은 거래 기록이다.
Top 500 매출 70.3%, 상위 100명에 다시 68.8% 집중
Top 500의 합산 매출 78억917만9730달러는 2025년 세계 파인아트 경매매출 111억1000만달러의 70.3%에 해당한다. 상위 100명의 매출은 53억7232만달러로 Top 500 매출의 68.8%, 세계 전체의 48.4%를 차지했다.
1위 클림트의 연간 매출은 3억9744만달러였다. 100위 황저우(Huang Zhou)는 1699만달러, 500위 오딜롱 르동(Odilon Redon)은 265만달러를 기록했다. 클림트의 매출은 100위보다 23배, 500위보다 약 150배 많았다.
격차는 작가별 작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벌어진 결과가 아니다. 희소한 대표작이 대형 개인 컬렉션을 통해 시장에 나왔는지, 판화와 드로잉을 포함한 다수 작품이 세계 여러 경매장에서 거래됐는지에 따라 매출을 구성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클림트는 101점이 낙찰돼 3억9744만달러로 1위에 올랐다. 피카소는 3729점을 팔아 3억3308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리히텐슈타인은 866점으로 1억7229만달러를 거둬 3위에 자리했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는 낙찰작이 12점에 불과했지만 1억1743만달러로 10위에 올랐다.
순위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거래 기반이 넓다고 판단할 수 없고, 낙찰 수가 많다고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매출액과 공급량, 최고가 비중을 함께 놓아야 작가별 시장의 차이가 드러난다.
클림트 1위 만든 2억3636만달러 한 점
클림트의 최고가는 2억3636만달러였다. ‘엘리자베트 레더러의 초상’ 한 점이 연간 매출 3억9744만달러의 59.5%를 차지했다. 최고가 작품을 제외하면 매출은 1억6108만달러로 줄어든다.
피카소의 최고가는 4548만5000달러였다. 연간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13.7%다. 최고가 한 점을 빼도 2억8760만달러가 남는다. 대표작 한 점의 출품 여부가 매출을 크게 바꾼 클림트와 달리 피카소는 나머지 3728점에서 연간 매출의 86.3%가 발생했다.
리히텐슈타인은 최고가가 549만5000달러였는데도 1억7229만달러로 세계 3위에 올랐다. 최고가 비중은 3.2%에 불과하다. 2025년 세계 최고가 작품군에 포함될 만한 초고가 거래 없이 866점의 누적 매출로 최상위권에 진입했다.
로스코는 리히텐슈타인과 반대되는 구조다. 12점의 매출이 1억1743만달러에 달했고, 최고가 6216만달러가 연간 매출의 52.9%를 차지했다. 리히텐슈타인은 로스코보다 854점이 더 팔렸지만 최고가는 11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가별 매출액만 보면 리히텐슈타인 3위와 로스코 10위의 차이로 정리된다. 거래 내용을 나누면 수백 점의 유통이 만든 매출과 적은 공급·높은 단가가 만든 매출이라는 전혀 다른 구조가 나타난다.
칼로 25위, 최고가 한 점 빼면 133위
Top 500 작가의 최고가 작품을 한 점씩 제외하고 나머지 매출을 다시 배열하면 초고가 작품이 순위에 미친 영향이 선명해진다. 기존 명단에 포함된 500명만을 대상으로 한 단순 재배열이며 공식 순위를 대체하는 통계는 아니다.
피카소는 2위에서 1위로 올라가고 리히텐슈타인은 3위에서 2위로 이동한다. 클림트는 최고가 작품을 제외한 매출 1억6108만달러로 3위에 놓인다. 워홀은 6위에서 4위로 올라간다.
로스코는 10위에서 16위로 내려간다. 반 고흐는 15위에서 48위,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은 19위에서 49위로 이동한다. 반 고흐의 최고가 6271만달러는 연간 매출의 72.8%, 몬드리안의 최고가 4756만달러는 67.0%를 차지했다.
칼로는 5점으로 6273만달러를 기록해 25위에 올랐다. 최고가 작품의 거래액은 5466만달러였다. 한 점을 제외한 나머지 4점의 매출은 807만달러로 줄어들며 기존 500명 안에서 133위에 해당한다.
카날레토(Canaletto·Giovanni Antonio Canal)는 26점으로 4553만달러를 기록해 38위에 올랐다. 최고가 한 점은 4382만달러로 연간 매출의 96.2%를 차지했다. 해당 작품을 제외한 매출은 171만달러로 줄어 기존 명단 안에서 428위 수준까지 내려간다.
라오제는 낙찰작 3점으로 3257만달러를 기록해 51위에 올랐다. 최고가 작품은 3224만달러로 연간 매출의 99.0%였다. 한 점을 제외한 매출은 약 33만달러에 그친다.
최고가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수요가 약하거나 가격이 불안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클림트와 반 고흐, 몬드리안의 주요 작품은 경매 출품 자체가 드물다. 미술사적 중요성과 희소성, 소장 이력이 겹친 작품 한 점의 거래액이 중간 가격대 작품 수십 점을 합친 금액보다 클 수 있다.
연간 매출 순위는 수요뿐 아니라 공급 시점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주요 작품을 보유한 소장자가 출품을 미루면 거래는 발생하지 않고, 대형 컬렉션이 시장에 나오면 작가의 순위는 한 해 사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
116명 중 48명은 낙찰작 10점 이하
최고가 한 점이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116명 가운데 48명은 낙찰작이 10점 이하였다. 적은 출품량과 고가 작품 한 점이 연간 실적을 좌우한 작가군이다.
나머지 68명은 11점 이상이 팔렸는데도 최고가 한 점의 비중이 50%를 넘었다. 한 점 집중이 단순히 출품작이 적은 작가에게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었다.
클림트는 101점이 팔렸지만 최고가 비중이 59.5%였다. 카날레토는 26점 가운데 한 점이 96.2%, 반 고흐는 23점 가운데 한 점이 72.8%를 차지했다. 몬드리안은 17점이 낙찰됐고 최고가 비중은 67.0%였다.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는 425점이 팔렸지만 최고가 작품이 연간 매출의 70.8%를 차지했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Henri de Toulouse-Lautrec)도 348점의 낙찰 가운데 최고가 한 점의 비중이 67.1%에 달했다. 거래 수가 수백 점에 이르더라도 대표작과 판화·드로잉의 가격 차이가 크면 연간 매출은 한 점에 집중될 수 있다.
Top 500은 회화만을 집계한 순위가 아니다. 조각과 드로잉, 사진, 판화, 영상, 설치, 태피스트리, 대체불가능토큰(NFT)이 함께 포함된다. 작가별 거래량이 많더라도 판화와 복수 제작 작품의 비중이 높으면 매출 증가 폭은 제한될 수 있다.
피카소 3729점·달리 3353점, 비슷한 거래량과 16배 매출 차이
피카소는 3729점이 낙찰돼 3억3308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는 3353점이 팔려 피카소와 낙찰 수 차이가 376점에 불과했다.
달리의 연간 매출은 2081만달러로 세계 75위였다. 피카소의 매출은 달리보다 약 16배 많았다. 비슷한 수의 작품이 거래됐어도 회화와 드로잉, 판화의 구성, 작품별 가격대와 희소성에 따라 연간 매출은 크게 벌어졌다.
워홀은 1993점으로 1억6519만달러,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은 1824점으로 1억1968만달러를 기록했다. 호안 미로(Joan Miró)는 1949점이 팔렸지만 매출은 4079만달러였다. 낙찰 수는 워홀과 비슷했으나 매출은 4분의 1 수준이었다.
대량 거래 작가의 순위도 최고가 작품보다 작품군별 가격 분포에 따라 달라졌다. 판화가 많이 거래된 작가와 고가 회화가 반복적으로 나온 작가를 낙찰 수만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리히텐슈타인은 866점으로 3위에 올랐고,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는 비슷한 849점으로 70위에 머물렀다. 리히텐슈타인의 매출은 1억7229만달러, 뷔페는 2190만달러였다. 거래량의 차이는 17점에 불과했지만 매출은 약 7.9배 벌어졌다.
칼로 낙찰률 100%와 피카소 74.8%의 간격
칼로는 출품작 5점이 모두 팔려 낙찰률 100%를 기록했다. 라오제도 3점이 모두 낙찰됐다. 타이브 메타(Tyeb Mehta)는 17점이 전부 팔려 3529만달러로 48위에 올랐다.
피카소는 3729점이 낙찰되고 1253점이 유찰됐다. 출품작 4982점 가운데 74.8%가 팔렸다. 워홀은 1993점 낙찰·551점 유찰로 낙찰률 78.3%, 리히텐슈타인은 866점 낙찰·193점 유찰로 81.8%를 기록했다.
출품작 5점의 낙찰률 100%와 약 5000점이 나온 시장의 74.8%를 같은 기준으로 놓기 어렵다. 적은 출품량에서는 작품의 질과 가격을 엄격하게 선별할 수 있다. 대량 거래 작가에게는 회화부터 판화까지 작품 상태와 제작 시기, 크기, 추정가가 다른 물량이 폭넓게 포함된다.
몬드리안은 17점이 낙찰되고 16점이 유찰돼 낙찰률이 51.5%에 머물렀다. 연간 매출 순위는 19위였지만 출품작의 절반 가까이가 팔리지 않았고, 최고가 한 점이 매출의 67.0%를 차지했다. 높은 매출과 넓은 작품 소화력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흐름이다.
리히텐슈타인은 낙찰률 81.8%와 최고가 비중 3.2%를 함께 기록했다. 다수 작품이 시장에서 팔렸고 연간 매출도 특정 작품에 집중되지 않았다. 2025년 Top 500 가운데 반복 거래 기반이 상대적으로 넓은 작가로 분류할 수 있는 수치다.
2025년 Top 500은 작가의 미술사적 성취나 보유 작품 전체의 가치를 평가한 순위가 아니다. 1년 동안 공개경매에 나온 작품의 낙찰가를 합산한 매출 순위다. 갤러리와 아트페어, 비공개 거래는 포함되지 않으며 구매자 수수료가 반영됐다.
작가별 최고가 500점은 Top 500 전체 낙찰작의 0.65%였지만 매출의 32.6%를 만들었다. 116명은 한 점이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반대편에서는 피카소와 워홀, 리히텐슈타인처럼 여러 가격대의 반복 거래가 순위를 지탱했다.
매출 순위는 작품 한 점이 만든 기록과 시장에서 계속 거래되는 작품군의 규모를 동시에 담는다. 최고가 비중은 연간 순위가 특정 작품에 의존한 정도를, 낙찰 수는 유통 범위를, 유찰률은 출품작이 실제 거래로 이어진 비율을 나타낸다. 세 수치를 작품 매체와 가격대까지 함께 놓을 때 Top 500의 순위와 작가 시장의 간격이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