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콘도, 하우저앤워스 복귀…2027년 파리·팰로앨토 전시

결별 1년 안 돼 다시 손잡은 작가와 글로벌 갤러리…슈프뤼트 마거스 관계 유지하며 구작·신작 동시 공개

2026-07-14     임민정 기자
© 2026 George Condo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KtN 임민정기자]미국 화가 조지 콘도(George Condo)가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의 세계 대표 작가로 돌아왔다. 6년간 이어진 협업을 끝내고 슈프뤼트 마거스(Sprüth Magers)와 스카스테트(Skarstedt)로 옮긴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하우저앤워스는 2027년 프랑스 파리와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콘도의 과거 작품과 신작을 함께 선보인다.

이번 복귀는 한 갤러리를 떠나 다른 갤러리로 옮기는 통상적인 전속 계약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 콘도는 하우저앤워스와 협업을 재개하면서도 슈프뤼트 마거스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모니카 슈프뤼트(Monika Sprüth)는 1984년 콘도의 작품을 처음 전시한 뒤 40년 넘게 작업을 다뤄왔다.

콘도가 하우저앤워스에 처음 합류한 시기는 2020년이다. 뉴욕과 런던,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공간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25년에는 하우저앤워스와 슈프뤼트 마거스의 뉴욕 전시장을 연결한 전시도 진행했다. 두 갤러리는 같은 작품군을 각자의 공간에서 나눠 소개하며 공동 대표 체제를 운영했다.

하우저앤워스를 떠난 뒤에는 슈프뤼트 마거스와 스카스테트가 콘도를 공동 대표했다. 하우저앤워스가 다시 세계 대표를 맡으면서 콘도의 전시와 유통 구조도 재조정됐다. 한 작가를 한 갤러리가 전담하기보다 오랜 협업 관계와 국제 전시망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복귀와 동시에 2027년 전시 두 건이 확정된 점도 눈에 띈다. 작가 명단에 이름을 다시 올리는 데 머물지 않고 파리와 팰로앨토의 전시 계획을 함께 내놓았다. 역사적 작품과 신작을 병치해 40여 년에 걸친 작업의 변화도 살필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파리 회고전 성과, 갤러리 개인전으로 연결

파리는 콘도의 작품 세계와 인연이 깊은 도시다. 콘도는 198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파리를 주요 생활 근거지로 삼았다. 유럽 고전 회화의 초상 형식과 입체주의, 미국 대중문화와 만화적 표현을 결합한 회화 언어도 파리 체류기에 구체화됐다.

2025년 파리시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은 40여 년의 작업을 회화와 드로잉, 조각으로 나눠 소개했다. 콘도의 경력을 다룬 전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마련됐으며, 주요 미술관과 개인 컬렉션에 소장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회고전은 미술사적 인용과 인간 형상의 변형, 구상과 추상의 결합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서로 다른 시기의 회화와 드로잉을 연결해 콘도가 같은 얼굴과 인물 유형을 어떤 방식으로 바꿔 왔는지를 다뤘다.

2027년 하우저앤워스 파리 전시는 회고전 이후 제작된 신작과 이전 시기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미술관에서 정리된 작품사가 갤러리 개인전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작업의 변화도 한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 2026 George Condo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붉은 바탕의 이중 초상에는 두 인물의 머리와 상반신이 나란히 놓여 있다. 왼쪽 얼굴은 사각형과 삼각형에 가까운 색면으로 갈라지고, 오른쪽 얼굴에는 정면과 측면의 윤곽이 겹친다. 눈과 코, 입은 실제 얼굴의 비례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다.

파랑과 노랑, 초록, 분홍은 얼굴의 일부를 구분하지만 검은 선과 회색 물감이 다시 경계를 흔든다. 하나의 표정을 완성하기보다 웃음과 긴장, 냉정함과 불안이 동시에 남는 인물을 만든다. 콘도가 ‘심리적 큐비즘(Psychological Cubism)’으로 설명해 온 회화 방식과 맞닿아 있다.

콘도의 초상은 실존 인물의 외모를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고전 초상의 자세와 입체주의의 분할, 만화에서 가져온 과장된 눈과 치아를 한 인물 안에 겹친다. 얼굴은 인물의 신분이나 성격을 설명하는 표식이 아니라 여러 감정이 충돌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 2026 George Condo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가로로 긴 군상에는 사람과 동물을 닮은 형상들이 빽빽하게 이어진다. 왼쪽에는 부풀린 머리와 돌출된 치아가 겹치고, 오른쪽에는 가는 선으로 그린 인체가 늘어서 있다. 아래쪽을 가로지르는 검은색과 붉은색 물감은 몸의 일부를 덮거나 잘라내며 인물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가까이 모인 인물들의 시선은 서로 엇갈린다. 얼굴마다 눈과 입의 위치가 다르고, 한 인물의 윤곽은 다른 인물의 몸과 이어진다. 도시의 군중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서로 다른 감정과 태도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상태를 인물의 중첩으로 바꿔 놓았다.

© 2026 George Condo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흰색과 옅은 회색이 넓게 남은 군상에서는 선의 움직임이 앞선다. 얼굴과 팔다리는 검은색과 파랑, 빨강의 가는 선으로 이어지고, 일부 인물은 채색으로 무게를 얻는 반면 다른 형상은 바탕에 가까운 상태로 남는다.

완성된 인물과 생성 중인 형상이 같은 작품에 놓이면서 드로잉과 회화의 구분도 약해진다. 물감을 쌓은 부분과 빠르게 그은 선이 겹치고, 인물은 선명하게 나타났다가 다시 다른 신체에 묻힌다. 콘도의 작업에서 드로잉이 밑그림이 아니라 회화를 구성하는 독립된 언어로 기능하는 대목이다.

© 2026 George Condo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세로로 긴 작품에는 작은 종이에 그린 얼굴과 인체가 중앙 형상을 둘러싸고 있다. 정면상과 측면상, 기하학적으로 나뉜 얼굴, 사람과 동물의 특징이 섞인 인물이 서로 다른 크기로 이어진다. 아래쪽에는 굵은 검은 곡선과 장식적인 무늬가 넓게 자리한다.

작품 곳곳에 흩어진 인물은 콘도가 여러 시기에 반복해 온 형상의 목록처럼 배치됐다. 귀족 초상과 광대, 만화적 동물과 누드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서로 다른 시대의 회화 형식도 뒤섞인다. 얼굴 하나를 분할하던 방식이 수십 개의 인물을 축적하는 구성으로 넓어졌다.

첨부된 작품들은 색채와 인물 수, 선의 밀도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얼굴을 고정된 형태로 완성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인물은 잘리고 겹치며 다른 신체와 연결된다. 2027년 전시에서 과거 작품과 신작을 함께 배치하면 같은 인물 유형이 시기마다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비교할 수 있다.

팰로앨토, 하우저앤워스의 북부 캘리포니아 거점

팰로앨토 전시는 하우저앤워스가 북부 캘리포니아에 마련한 새 공간에서 열린다. 스탠퍼드대학교 인근 옛 우체국 건물을 활용한 전시장으로,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과 웨스트할리우드에 이어 캘리포니아에 들어서는 세 번째 거점이다.

콘도는 파리를 예술과 문학, 창작의 자극을 받아온 도시로 설명했다. 팰로앨토에 대해서는 기술 산업이 태동한 지역에 새로운 작품 대해서는 기술 산업이 태동한 지역에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데 관심을 나타냈다. 파리와 팰로앨토는 작가의 이력과 갤러리의 공간 확장을 각각 반영하는 도시로 선택됐다.

파리에서는 2025년 회고전 이후의 작업이 이전 시기 작품과 함께 소개된다. 팰로앨토에서는 하우저앤워스의 신규 공간과 콘도의 신작 발표가 맞물린다. 같은 작가의 작품을 두 도시에서 반복해 전시하기보다 각 지역의 문화적 배경과 관객층을 고려한 구성이 예상된다.

하우저앤워스 회장 마크 파요(Marc Payot)는 콘도를 과거와 현재를 새로운 회화 언어로 결합해 온 개척자로 평가했다. 콘도의 복귀는 미술관 회고전으로 높아진 제도권의 관심을 갤러리 전시로 이어가는 동시에 하우저앤워스의 북부 캘리포니아 진출과도 연결됐다.

전시 제목과 개최 기간, 출품작 구성은 후속 공개로 이어질 예정이다. 2027년 파리와 팰로앨토 전시가 서로 다른 작품군으로 구성될지, 같은 구작과 신작을 나눠 소개할지는 세부 일정과 함께 구체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