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경제⑤] 김창열·박서보·이배·하종현 1974만달러…이우환 한 명과 15만달러 차이
4명 281점 낙찰·최고가 비중 11.3%…김창열 234위, 하종현은 Top 500 진입선보다 5만2140달러 높아
[KtN 임민정기자]김창열(Kim Tschang-Yeul)과 박서보(Park Seo-Bo), 이배(Lee Bae), 하종현(Ha Chong-Hyun)의 2025년 파인아트 공개경매 매출은 모두 1973만5020달러였다. 이우환(Lee Ufan) 한 명이 기록한 1958만3060달러보다 15만1960달러 많은 규모다.
네 작가의 낙찰작은 281점으로 이우환의 204점보다 77점 많았다. 작품 수를 합쳐도 매출은 이우환 한 명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 작가의 국제 경매 기반이 김환기와 이우환 아래에서 어느 가격대에 형성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김창열은 세계 234위, 박서보는 264위, 이배는 310위, 하종현은 491위에 올랐다. 네 작가 모두 최고가 작품 한 점이 연간 매출의 20%를 넘지 않았다. 특정 고가작보다 여러 작품의 반복 거래가 실적을 만들었지만 세계 100위권에 진입한 작가는 없었다.
최고가 4점 합쳐도 전체 매출의 11.3%
네 작가의 최고가 작품을 한 점씩 합친 금액은 223만4360달러다. 전체 매출 1973만5020달러의 11.3%에 해당한다. 한 점의 거래가 연간 매출을 좌우한 김환기나 이중섭과 다른 구성이다.
김창열의 최고가는 69만310달러로 연간 매출의 10.6%, 박서보는 93만9470달러로 16.5%였다. 이배는 32만1070달러로 6.6%, 하종현은 28만3510달러로 10.5%를 기록했다.
최고가 작품 네 점을 제외해도 1750만660달러가 남는다. 네 작가의 매출 대부분이 단 한 번의 기록적인 경매보다 여러 작품의 누적 거래에서 발생했다.
출품작 431점 가운데 281점이 낙찰되고 150점이 유찰됐다. 합산 낙찰률은 65.2%다. 반복 거래 기반은 확인됐지만 출품작 세 점 가운데 한 점 이상은 거래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창열의 낙찰률은 79.7%로 네 작가 가운데 가장 높았고, 박서보는 52.0%로 가장 낮았다. 이배는 65.4%, 하종현은 58.7%였다. 비슷한 미술사적 흐름 안에서 거론되는 작가라도 경매에 나온 작품을 시장이 소화한 비율은 크게 갈렸다.
김창열 234위, 세계 100위선의 38.3%
김창열은 106점이 낙찰되고 27점이 유찰돼 650만5000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 작가 가운데 김환기와 이우환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지만 세계 순위는 234위였다.
세계 100위 황저우(Huang Zhou)의 매출은 1698만5490달러였다. 김창열의 연간 매출은 100위선의 38.3%로, 금액 차이는 1048만490달러였다. 한국 작가 3위와 세계 100위권 사이에 1000만달러가 넘는 간격이 놓였다.
234위 부근의 순위 차이는 매우 좁았다. 233위 왕후이(Wang Hui)는 650만9890달러로 김창열보다 4890달러 많았다. 235위 어빙 펜(Irving Penn)은 650만2440달러로 김창열보다 2560달러 적었다.
작품 한 점의 낙찰 여부만 바뀌어도 순위가 한두 계단 움직일 수 있는 구간이다. 234위라는 숫자보다 650만달러 안팎의 연간 매출대와 79.7%의 낙찰률이 김창열 시장의 위치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김창열의 최고가 작품을 제외한 105점의 매출은 581만4690달러다. 최고가 비중이 낮고 낙찰률이 높다는 조합은 한 점의 기록보다 다수 거래가 매출을 뒷받침했다는 뜻이다.
다만 Top 500 명단에는 작품별 제작 연도와 크기, 재료, 경매 장소가 들어 있지 않다. 106점 가운데 회화와 판화가 각각 얼마나 포함됐는지, 어느 시기의 작품이 낙찰률을 높였는지는 개별 경매 기록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박서보 125점 출품, 절반 가까이 유찰
박서보의 연간 매출은 567만7310달러였다. 125점이 출품돼 65점이 팔리고 60점이 유찰됐다. 낙찰과 유찰의 차이가 5점에 불과했다.
최고가는 93만9470달러로 김창열보다 높았지만 총매출은 약 82만7690달러 적었다. 박서보의 최고가 비중은 16.5%로 네 작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최고가 한 점을 제외한 매출은 473만7840달러다.
세계 264위 주변에서도 금액 차이는 크지 않았다. 263위 보이치에흐 팡고르(Wojciech Fangor)는 570만7630달러로 박서보보다 3만320달러 많았다. 265위 샤옌(Xia Yan)은 566만6480달러로 1만830달러 적었다.
순위를 가른 금액은 작았지만 김창열과의 낙찰률 차이는 27.7%포인트에 달했다. 김창열은 133점 가운데 106점이 팔렸고, 박서보는 125점 가운데 65점이 거래됐다.
유찰 결과를 작품 수요의 약화로 곧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작품 상태와 제작 시기, 크기, 추정가가 다르고 경매사의 출품 전략도 영향을 미친다. 2025년 확정 자료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박서보의 출품 규모가 김창열과 비슷했지만 실제 낙찰로 이어진 작품은 41점 적었다는 점이다.
이배 83점 낙찰, 최고가 비중 6.6%
이배는 83점이 낙찰되고 44점이 유찰돼 484만663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낙찰률은 65.4%였다. 최고가 작품은 32만1070달러로 연간 매출의 6.6%를 차지했다.
한국 작가 8명 가운데 최고가 집중도가 가장 낮았다. 최고가 한 점을 제외해도 452만5560달러가 남는다. 한 점의 고가 거래보다 여러 작품이 비슷한 가격대에서 팔리며 매출을 쌓은 구조에 가깝다.
세계 310위 왕위안치(Wang Yuanqi)의 매출은 485만3860달러로 이배보다 7230달러 많았다. 311위 루피노 타마요(Rufino Tamayo)는 483만2190달러로 이배보다 1만4440달러 적었다.
이배의 순위도 소수 작품의 거래 결과에 따라 300위 안팎을 오갈 수 있는 위치였다. 최고가 의존도는 낮았지만 작품당 가격대가 세계 상위권 작가보다 낮아 낙찰 수가 곧바로 높은 연간 순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세계 100위 매출과 비교하면 이배의 연간 거래액은 28.5% 수준이다. 이배 작품 83점의 거래가 이어졌어도 세계 100위선과는 1213만8860달러 차이가 났다.
하종현 491위, 500위와 5만2140달러 차이
하종현은 27점이 낙찰되고 19점이 유찰돼 270만6080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낙찰률은 58.7%, 최고가 작품 비중은 10.5%였다.
세계 500위 오딜롱 르동(Odilon Redon)의 매출은 265만3940달러였다. 하종현과 Top 500 진입선의 차이는 5만2140달러에 불과했다.
491위 주변의 간격은 더 좁았다. 490위 류하이쑤(Liu Haisu)는 270만7650달러로 하종현보다 1570달러 많았다. 492위 솔 르윗(Sol LeWitt)은 270만5750달러로 하종현보다 330달러 적었다.
순위표에서 한 계단의 차이가 작가 시장의 뚜렷한 격차를 뜻하지 않는 구간이다. 수천달러 이하의 차이는 중저가 작품 한 점의 낙찰 여부나 환율 변동만으로도 뒤바뀔 수 있다.
하종현의 최고가 작품을 제외한 26점의 매출은 242만2570달러다. 최고가 한 점이 빠지면 2025년 Top 500 진입선 아래로 내려간다. 최고가 비중은 10.5%로 낮지만 전체 매출 규모가 진입선에 가까워 한 점의 결과가 명단 포함 여부를 바꾼 셈이다.
Top 500 하단에서는 정확한 등수보다 연간 매출이 260만∼280만달러 구간에 형성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순위가 유지되려면 비슷한 수의 작품이 다음 연도에도 출품되고 실제 낙찰로 이어져야 하지만, 연간 경매매출은 소장자의 출품 결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중섭 한 점 95.1%, 박수근은 34.6%
이중섭(Lee Jung-Seop)과 박수근(Park Soo-Gun)은 중위권 네 작가와 다른 방식으로 Top 500에 들었다.
이중섭은 4점이 낙찰되고 4점이 유찰돼 309만3050달러로 세계 444위를 기록했다. 최고가 작품은 294만270달러였다. 한 점이 연간 매출의 95.1%를 차지했고, 나머지 세 점의 합계는 15만2780달러였다.
박수근은 9점이 낙찰되고 5점이 유찰돼 289만8150달러로 467위에 올랐다. 최고가는 100만2370달러로 연간 매출의 34.6%였다.
이중섭의 매출은 한 점에 거의 전부 집중됐고, 박수근도 소수 작품과 100만달러대 최고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김창열·박서보·이배·하종현은 최고가 작품 네 점의 합계가 전체 매출의 11.3%에 그쳤다.
한국 작가 3위 이하에서도 두 거래 방식이 나뉜다. 김창열과 박서보, 이배, 하종현은 여러 작품이 반복적으로 경매에 나오는 구조이고, 이중섭과 박수근은 적은 공급과 개별 고가작이 연간 순위를 크게 움직였다.
정확한 등수보다 매출대·낙찰률·최고가 비중
2025년 Top 500은 회화와 조각, 드로잉, 사진, 판화, 영상, 설치, 태피스트리, 대체불가능토큰(NFT)의 공개경매 매출을 합산한 순위다. 구매자 수수료가 포함됐으며 갤러리와 아트페어, 비공개 거래는 집계에서 빠졌다.
김창열과 박서보, 이배, 하종현의 거래 장소와 작품별 매체는 Top 500 표만으로 분리할 수 없다. 서울에서 발생한 매출과 뉴욕·홍콩·파리 등 해외 경매에서 나온 매출의 비중도 별도 원자료가 필요하다.
연간 순위는 작품 가격의 상승률과도 다르다. 출품작이 늘면 가격이 유지돼도 매출은 증가할 수 있고, 주요 작품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 수요가 유지돼도 매출과 순위는 낮아진다. 전년 대비 같은 작품의 재거래 가격과 추정가 대비 낙찰가가 없으면 작가 가격이 올랐다고 단정할 수 없다.
2025년 세계 100위선은 1698만5490달러였다. 한국 작가 3위 김창열은 해당 금액의 38.3%, 박서보는 33.4%, 이배는 28.5%, 하종현은 15.9%를 기록했다.
네 작가가 판매한 281점의 합산 매출은 이우환 한 명과 15만1960달러 차이에 그쳤다. 최고가 의존도는 낮았지만 작품별 가격대가 세계 100위권과의 매출 간격을 좁히지는 못했다.
2025년 확정 순위에서 한국 작가의 세계 100위권은 김환기와 이우환 두 명이었다. 3위 김창열부터는 234위 밖에 자리했고, 하종현은 Top 500 진입선보다 5만2140달러 높은 지점에서 명단을 마쳤다. K-ART의 공개경매 기반은 두 명의 상위권과 반복 거래를 확보한 중위권, 적은 출품작에 순위가 움직이는 하단 작가군으로 나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