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이제는 수출품이 아니라 문화 그 자체”… 문체부, K-푸드 해외 확산 본격화

 K-푸드 수출 70억 달러 역대 최고…문체부, 해외 확산 자문회의 첫 개최 황교익·류수영 등 참석…2030년 K컬처 400조 목표 속 문화적 접근 모색

2026-07-15     임우경 기자
 황교익·류수영 등 참석…2030년 K컬처 400조 목표 속 문화적 접근 모색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다섯 명의 참석자와 마주 앉았다.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 배우 류수영, 백헌석 이엘티비 대표, 정유진 CJ제일제당 외식사업부장이었다. 문체부는 이날 '케이-푸드 해외 확산 자문회의'를 처음 열고 한식 문화의 해외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황교익·류수영 등 참석…2030년 K컬처 400조 목표 속 문화적 접근 모색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미식 평론가에서 정책 책임자로, 참석자 면면부터 눈길

이번 회의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인물은 황교익 원장이다. 그는 오랫동안 '맛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으나 지난 4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미식 비평가 출신 인사가 국책 연구기관 수장 자격으로 정부 자문회의 테이블에 앉았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한식을 미식 담론의 영역에서 정책 담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나머지 참석자 구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공공기관 측 실무를 대표하고, 배우 류수영은 방송을 통해 '한식전도사'로 불려온 콘텐츠 채널 역할을, 백헌석 이엘티비 대표와 정유진 CJ제일제당 외식사업부장은 각각 유통과 대기업 외식사업 부문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문화·공공·미디어·유통·대기업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지만, 중소 식품기업이나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번 명단에서 빠져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2026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한류 경험자들이 가장 많이 접한 콘텐츠는 음식으로, 응답률이 78%에 달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음식이 한류 콘텐츠 78%"…수치로 뒷받침된 확산세

문체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6년 해외한류실태조사'(2025년 기준)에 따르면, 해외 30개 지역 한류 경험자 2만7,400명 가운데 한국 음식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78.0%로 나타났다. 영화(77.9%), 드라마(72.9%)보다 높은 수치다. 한류 콘텐츠 가운데서도 음식이 가장 넓은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수출 실적도 뒷받침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K-푸드+ 수출액은 70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K-푸드+는 신선·가공식품에 농기자재·동물용의약품·스마트팜 등 농산업 분야를 더한 개념으로, 이 가운데 식품만 집계한 농식품(K-푸드) 수출액은 53억8,000만 달러(전년 대비 5.0% 증가)였다.

 

문체부가 새 기준으로 산정한 K컬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잠정 274조원 수준이며, 수출액은 718억 달러로 반도체·자동차에 이은 3대 수출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컬처 400조 목표의 한 축, 그러나 경계는 여전히 모호

이번 회의의 배경에는 정부의 'K컬처 400조 시대' 구상이 자리한다. 최휘영 장관은 지난 5월 28일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 K컬처 시장 규모 목표를 기존 300조원에서 400조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히면서, 콘텐츠·예술 중심이던 문화산업 개념을 재정의해 외래 관광과 K푸드·뷰티·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산업 전반을 K컬처에 포함시켰다. 문체부가 새 기준으로 산정한 K컬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잠정 274조원 수준이며, 수출액은 718억 달러로 반도체·자동차에 이은 3대 수출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K-푸드 자문회의는 바로 이 확장된 K컬처 개념 안에서 문화적 접근을 구체화하려는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다만 K컬처 개념 확장 자체를 둘러싼 논쟁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콘텐츠와 예술만을 K컬처로 볼 것인지, 아니면 푸드·뷰티·패션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개념이 확정된 이후에도 계속 제기돼 왔다. 400조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산술적으로 매년 9%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식 관련 공공기관장과 한식 수출 기업 임원, 한식 콘텐츠 제작자 및 출연자 등 관계 전문가를 만나 한식 및 한식 문화의 해외 확산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지원에서 투자로" 정책 전환, 한식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

문체부는 최근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정책 기조를 지원에서 투자로 전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내 대출계정 운영 기준을 정비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며, 제작 보조금 중심에서 정책금융 중심으로 축을 옮기는 중이다. 영화·애니메이션·연극·뮤지컬 등 스토리 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다년도 지원 체계 전환 논의가 구체화된 반면, 이번 K-푸드 자문회의는 아이디어 수준의 첫 논의에 머물러 있어 정책 성숙도에서는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K컬처 확장 전략 전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콘텐츠 산업의 매출 성장 속도가 목표치에 비해 더디고, 전체 투자 순위에서는 20위권 밖으로 밀린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검증된 지식재산에만 자본이 쏠려 초기 창작이나 신진 분야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K-푸드 분야 역시 대기업 외식사업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경우 비슷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식, 세계인의 일상으로”… 문체부, K-푸드 해외 확산 정책 본격 시동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최 장관 "한식은 문화를 담아내는 매개체"

최휘영 장관은 이날 "한식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의 문화를 담아내고 그 매력을 확산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며 "이번 회의에서 나온 고견을 참고해 세계인이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한식을 지속적으로 해외에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세계적 한식 전문가 양성, 한식 문화 홍보 채널 확대, 해외 요리 교육기관 및 유명 요리사와의 협업 등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아이디어들이 구체적 예산과 실행 계획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미 K-푸드 수출 전략과 재외공관 거점 지정 등 실행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체부의 '문화적 접근'이 기존 수출 정책과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지도 후속 취재가 필요한 지점이다. 자문회의가 정례화될지, 이번 한 차례로 그칠지, 그리고 K컬처 400조 목표 달성 과정에서 K-푸드가 실제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게 될지가 다음 관찰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