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 드 까르띠에①] 까르띠에 기업분석, 리치몬트 매출 74%가 주얼리
까르띠에 포함 4개 메종 연매출 165억3900만유로…매출 늘었지만 금값·환율 부담에 영업이익률 하락
[KtN 박인경기자]2026년 4월부터 6월까지 리치몬트(Richemont)가 거둔 매출은 63억2900만유로였다. 부첼라티(Buccellati), 까르띠에(Cartier),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베르니에(Vhernier)를 합친 주얼리 메종 매출은 47억3200만유로로 전체의 74.8%를 차지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실제 환율 기준 21%, 환율 영향을 걷어낸 고정환율 기준 24% 늘었다. 리치몬트가 7월 15일 발표한 2027 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전문 시계 메종은 8억7300만유로, 패션·액세서리 등을 포함한 기타 부문은 7억2400만유로에 머물렀다.
까르띠에만의 실적을 따로 떼어내는 공시 구조는 아니다. 리치몬트는 네 개 주얼리 메종을 하나의 사업 부문으로 묶는다. 개별 브랜드 순위를 추정하기보다 까르띠에가 속한 사업군의 매출 규모와 수익성, 유통망, 제품 운영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2026년 3월 말로 끝난 회계연도에도 주얼리 비중은 비슷했다. 리치몬트 전체 매출 224억2000만유로 가운데 주얼리 메종이 165억3900만유로를 기록해 73.8%를 차지했다. 전문 시계 메종 매출은 31억4900만유로, 기타 부문은 27억3200만유로였다. 주얼리 매출은 전문 시계 메종의 5배를 웃돌았다.
리치몬트의 사업 구조는 이미 주얼리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시계 제조사를 다수 보유한 럭셔리 그룹이라는 외형과 달리 매출과 영업이익 대부분은 까르띠에를 비롯한 네 개 주얼리 메종에서 나온다. 전문 시계 메종의 2026 회계연도 영업이익률은 3.4%였고, 패션·액세서리 중심의 기타 부문은 9600만유로의 영업손실을 냈다. 주얼리 메종 영업이익률은 30%를 넘었다.
매출 8% 증가, 영업이익은 3% 증가
주얼리 메종의 2026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153억2800만유로에서 165억3900만유로로 8% 늘었다. 고정환율 기준 증가율은 14%였다. 영업이익은 48억9600만유로에서 50억3700만유로로 3%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 증가율 사이에 5%포인트 차이가 났다. 영업이익률은 31.9%에서 30.5%로 1.4%포인트 낮아졌다.
금 가격 상승과 불리한 환율이 생산비를 끌어올렸다. 미국의 추가 관세도 비용에 더해졌다. 리치몬트는 판매가격을 제한적으로 올리고 운영비를 관리했지만 원가 상승분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했다. 그룹 전체 매출총이익률도 66.9%에서 64.4%로 2.5%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은 5% 늘었지만 매출원가는 70억8000만유로에서 79억8200만유로로 12.7% 증가했다.
고가 주얼리는 일반 소비재보다 가격을 올리기 쉽지만 인상 폭이 커질수록 기존 제품과 신제품 사이의 가격 간격도 벌어진다. 브랜드에 처음 진입하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격대가 좁아질 수 있고, 금 함량이 많은 대형 제품은 원재료 변동에도 더 크게 노출된다. 2026 회계연도 실적은 판매 증가와 마진 하락이 동시에 발생한 구조였다.
2027 회계연도 1분기에는 주얼리 메종의 증가율이 고정환율 기준 24%까지 높아졌다. 7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이다. 네 개 메종과 모든 지역, 모든 판매 경로에서 매출이 늘었다. 소매 매출은 24%, 온라인은 18%, 도매와 로열티 수입은 9% 증가했다. 1분기 발표는 매출 동향을 담은 자료인 만큼 수익성 변화는 11월 상반기 실적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273개 매장과 여러 세대의 제품군
1847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한 까르띠에는 루이 페를라(Louis Ferla)가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세계 매장망은 273개다. 하이주얼리와 주얼리뿐 아니라 시계, 향수, 가죽제품과 액세서리까지 운영한다. 리치몬트의 전문 시계 브랜드와 달리 주얼리와 시계를 하나의 메종 안에서 함께 판매하는 구조다.
산토스 드 까르띠에, 탱크, 트리니티, 저스트 앵 끌루, 팬더 드 까르띠에처럼 출시 시기와 형태가 다른 제품군도 동시에 유지한다. 신제품을 내놓을 때 기존 이름을 없애고 전면 교체하기보다 금속과 비례, 색상, 잠금 방식, 착용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 반복된다.
2026 회계연도 제품 목록에는 '러브 언리미티드(Love Unlimited)', '클래시 드 까르띠에(Clash de Cartier)' 컬러 제품, 팬더와 산토스 시계 신작이 함께 올랐다. 클래시는 단독 브랜드처럼 별도 사업을 구성하기보다 러브와 팬더, 산토스 등 기존 제품군 사이에서 정기적으로 변형 모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은 현재 클래시 제품 구성이 로즈 골드에 머물지 않고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까지 넓어졌다는 점을 드러낸다. 공식 판매 제품에는 컬러 스톤과 오닉스, 대형 볼륨, 여러 방식으로 착용하는 귀걸이와 목걸이도 포함됐다. 기본 단위인 스터드와 비드, 클루 드 파리(Clous de Paris)는 유지하면서 소재와 크기를 바꾸는 제품 운영이다.
신규 컬렉션을 계속 만드는 방식보다 이미 이름을 알린 제품군 안에 선택지를 추가하면 디자인 인지도를 유지하면서 가격대와 고객 범위를 나눌 수 있다. 클래시에는 소형 반지와 후프 귀걸이부터 두 줄 브레이슬릿, 대형 목걸이까지 들어간다. 오닉스와 아게이트, 핑크 칼세도니는 금속만으로 구성된 모델과 다른 가격·착용 수요를 맡는다.
제품군 확대는 매출과 함께 재고 부담도 키울 수 있다. 리치몬트의 2026년 3월 말 재고자산은 97억1500만유로로 1년 전보다 8% 증가했다. 판매 증가와 원재료 가격 상승이 함께 반영된 수치다. 재고 회전 기간은 매출원가 기준 18.6개월에서 17.1개월로 짧아졌다. 제품 종류가 늘었지만 판매 속도도 빨라진 셈이다.
직영 매장 1393곳, 매출 77%를 고객에게 직접 판매
2026 회계연도 리치몬트 매출의 71%는 직영 매장에서 나왔다. 온라인 판매 6%를 더하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한 비중은 77%다. 도매와 로열티 수입은 23%였다. 리치몬트가 운영하는 직영 부티크는 1393곳으로 집계됐다.
직접 판매는 백화점과 외부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도매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임차료와 인건비, 인테리어, 보안, 재고를 브랜드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판매가격과 진열, 고객 정보, 수선과 사후관리까지 직접 통제할 수 있다. 제품 가격을 자주 조정하고 동일 컬렉션 안에서 소재와 크기를 세분화하는 주얼리 사업에서는 매장 통제가 판매 전략과 맞닿아 있다.
리치몬트는 2026 회계연도에 전 세계 매장망을 선별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중국에서는 점포 구성을 조정했다. 까르띠에는 도쿄 긴자4에 매장을 열고 미국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 부티크를 개보수했다. 점포 확대와 폐쇄가 지역별로 동시에 진행됐다. 부동산과 매장, 생산시설에 투입한 순투자액은 9억5700만유로였다.
마케팅 비용은 전년보다 5% 줄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8%에서 8.9%로 낮아졌다. 판매·유통 비용은 매장 투자와 임금 상승으로 2% 증가했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26.3%에서 25.6%로 떨어졌다. 매출 증가 속도가 비용 증가율을 웃돌면서 광고비 비중은 줄고 유통망 투자는 이어진 구조다.
한국 매출 14억유로 육박
한국은 리치몬트의 2026 회계연도 지역 실적에서 별도로 언급됐다. 리치몬트 전체의 한국 매출은 14억유로에 가까웠다. 아시아·태평양 매출은 72억400만유로로 고정환율 기준 8% 늘었고, 중국·홍콩·마카오 합산 매출은 3% 증가했다. 한국의 성장 폭은 호주,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권에서 두드러졌다.
2026년 4~6월에도 아시아·태평양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 21% 증가했다. 한국과 대만의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중국·홍콩·마카오 합산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으로 돌아섰다. 일본은 전년 동기보다 36%, 미주 지역은 27%, 유럽은 11% 늘었다. 주얼리 메종의 성장세가 주요 지역의 실적을 받쳤다.
한국 매출 14억유로는 까르띠에를 비롯해 리치몬트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주얼리, 시계, 패션·액세서리 브랜드를 합친 금액이다. 국내 고가 소비가 특정 브랜드나 한 제품에 집중됐다고 해석하기보다 리치몬트가 한국을 중국 밖 아시아 성장 시장으로 확보했다는 흐름에 가깝다.
2026년 11월 13일 발표될 상반기 실적에서는 4~6월의 24% 성장이 이어졌는지와 주얼리 메종 영업이익률이 어느 수준으로 움직였는지가 드러난다. 금 가격과 환율, 미국 관세가 생산비를 계속 압박하는 가운데 매장 투자와 판매가격 조정도 병행된다. 까르띠에의 클래시 컬러 제품은 여러 신제품 가운데 하나로 배치됐다. 리치몬트의 다음 실적은 제품 수를 늘린 전략이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뒷받침했는지를 가를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