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 드 까르띠에③] 주얼리 트렌드, 가죽제품 부진 속 4~6% 성장
2025년 개인용 럭셔리 시장 2% 감소…2026년 주요 그룹 실적에서도 패션·가죽보다 앞선 주얼리
[KtN 박인경기자]320억유로. 2025년 세계 개인용 럭셔리 상품 가운데 주얼리가 거둔 매출 추정치다. 전년보다 4~6%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용 럭셔리 상품 시장은 3580억유로로 2% 줄었고, 가죽제품과 신발은 각각 5~7% 감소했다. 의류와 시계는 전년 수준에 머물렀다. 경기 둔화와 가격 부담이 명품 소비를 누른 한 해에도 주얼리는 주요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6년 들어서도 차이는 이어졌다. 리치몬트(Richemont)의 주얼리 메종 매출은 4월부터 6월까지 고정환율 기준 24% 증가했다. LVMH의 시계·주얼리 부문은 1분기 유기적 기준 7% 성장했고, 케어링(Kering) 주얼리는 비교 가능한 기준으로 22% 늘었다. 같은 기간 LVMH 패션·가죽제품은 2%, 케어링 패션·가죽제품은 3% 감소했다. 집계 기간과 사업 범위, 환율 적용 방식이 달라 증가율을 일렬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주얼리가 패션보다 견조했다는 흐름은 세 그룹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주얼리 성장에는 판매량뿐 아니라 가격 인상과 고가 제품 비중, 기존 컬렉션 확장이 함께 작용했다. 금값 상승은 제품 가격을 올릴 근거가 됐지만 제조원가도 끌어올렸다. 리치몬트 주얼리 메종은 매출이 늘어난 2026 회계연도에 영업이익률이 31.9%에서 30.5%로 낮아졌다. 주얼리 매출의 강세와 브랜드의 수익성 개선을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가죽제품 74억유로 감소, 주얼리 320억유로 성장
2025년 가죽제품 시장은 약 740억유로로 추정됐다. 매출 감소율은 5~7%였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동일한 대표 가방의 가격이 50~70% 오른 반면,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주요 신제품 가방 출시는 2016~2019년보다 70~80% 줄었다. 가격은 빠르게 올랐지만 소비자가 새 제품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축소된 셈이다.
신발 시장도 240억유로로 5~7% 감소했다. 스포츠웨어와의 경쟁이 심해졌고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는 고가 신발 구매를 줄였다. 의류는 750억유로 안팎에서 1% 감소와 1% 증가 사이에 머물렀다. 시계 시장 역시 약 520억유로로 큰 변화가 없었다. 주얼리와 안경 정도가 개인용 럭셔리 시장의 감소 흐름에서 벗어났다.
가방과 의류는 계절, 유행,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에 따라 제품 구성이 빠르게 달라진다. 대표 가방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면 새 형태를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 주얼리는 하나의 형태를 반지와 귀걸이, 팔찌, 목걸이에 옮기고 금속과 보석, 크기를 바꾸면서 판매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제품 규모를 줄인 반지는 컬렉션 안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맡고, 금속량이 많은 팔찌와 목걸이, 다이아몬드·색석 제품은 가격 상단을 채운다.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개발하지 않아도 하나의 컬렉션 안에서 구매 금액과 착용 부위를 세분화할 수 있는 구조다.
2026년 실적에서 벌어진 패션과 주얼리의 격차
리치몬트의 2026년 4~6월 주얼리 메종 매출은 47억3200만유로였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실제 환율 기준 21%, 고정환율 기준 24% 증가했다. 까르띠에(Cartier),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부첼라티(Buccellati), 베르니에(Vhernier)를 합친 실적으로, 7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가 이어졌다.
리치몬트의 패션·액세서리 등을 포함한 기타 부문도 9% 성장했지만 매출 규모는 7억2400만유로로 주얼리 메종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문 시계 메종은 8% 늘어난 8억7300만유로였다. 주얼리 메종은 리치몬트 전체 분기 매출 63억2900만유로 가운데 74.8%를 차지했다.
LVMH는 2026년 1분기 전체 매출이 유기적 기준으로 1% 증가했다. 시계·주얼리 부문은 7% 성장한 반면 패션·가죽제품은 2% 감소했다. 티파니앤코(Tiffany & Co.)의 하드웨어(HardWear), 불가리(Bvlgari)의 세르펜티(Serpenti)와 투보가스(Tubogas), 쇼메(Chaumet)의 비 드 쇼메(Bee de Chaumet)가 주얼리 실적에서 거론됐다.
케어링 주얼리의 1분기 매출은 2억6900만유로로 비교 가능한 기준 22% 늘었다. 직영 판매는 28%, 도매는 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어링 패션·가죽제품은 3% 감소했고 구찌(Gucci)는 8% 줄었다. 부쉐론(Boucheron), 포멜라토(Pomellato), 도도(DoDo), 키린(Qeelin)이 주얼리 성장을 나눠 맡았다.
주얼리 사업의 증가율이 높았다고 해서 시장 규모가 패션·가죽제품보다 커진 것은 아니다. LVMH의 1분기 패션·가죽제품 매출은 92억4700만유로로 시계·주얼리 24억4300만유로보다 훨씬 컸다. 주얼리는 전체 명품 시장의 주력 품목이라기보다 성장률과 수익성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영역에 가깝다.
새 이름보다 기존 컬렉션을 늘린 브랜드들
2026년 주요 그룹이 실적 발표에서 언급한 제품은 새로 만든 컬렉션보다 기존 이름의 확장 제품이 많았다. 티파니 하드웨어와 불가리 세르펜티·투보가스, 쇼메 비 드 쇼메는 이미 알려진 형태를 유지하면서 크기와 소재, 세팅을 늘린 제품군이다.
리치몬트도 같은 운영을 이어갔다. 까르띠에는 러브 언리미티드(Love Unlimited)와 클래시 드 까르띠에(Clash de Cartier) 컬러 제품을 추가했고, 반클리프 아펠은 알함브라(Alhambra)의 변형 제품을 내놓았다. 부첼라티는 에뚜알레(Étoilée)에 색을 더했다. 실적 자료에 거론된 제품을 놓고 보면 새로운 이름을 연속해서 출시하기보다 이미 식별력을 확보한 컬렉션의 사용 범위를 넓히는 비중이 컸다.
클래시 드 까르띠에도 스터드와 비드가 반복되는 기본 배열을 유지하면서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 아게이트·핑크 칼세도니·오닉스, 확대된 부피와 여러 착용 방식을 추가했다. 같은 형태를 금속과 원석, 크기에 따라 나눠 판매하는 현재 주얼리 시장의 상품 구조와 맞닿는다.
기존 컬렉션을 늘리는 방식은 낯선 디자인을 처음부터 설명하는 비용을 줄인다. 소비자가 하드웨어의 링크, 세르펜티의 뱀, 알함브라의 네 잎 형태, 클래시의 스터드 배열을 알고 있다면 신제품 홍보는 달라진 소재와 크기에 집중할 수 있다.
같은 형태를 장기간 사용하는 방식에는 한계도 따른다. 색상과 보석, 크기만 바꾼 제품이 누적되면 신제품의 차이가 좁아지고 기존 제품을 다시 구매할 근거도 약해질 수 있다. 대표 컬렉션의 반복은 판매 수명을 늘리는 동시에 새로운 주력 디자인을 만들기 어려운 럭셔리 산업의 사정을 드러낸다.
선물에서 자기 구매로 넓어진 주얼리
2025년 주얼리는 전통적인 선물 수요를 넘어 감정적 의미와 자산 인식을 함께 담는 상품으로 범위를 넓혔다. 소비자가 색상과 크기, 부품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모듈형 제품도 젊은 고객층에서 관심을 얻었다.
주얼리는 가방과 달리 손가락, 손목, 목, 귀 등 여러 착용 부위로 제품을 나눌 수 있다. 같은 디자인을 작은 반지에서 대형 목걸이까지 확대할 수 있고, 금속만 사용한 제품과 다이아몬드·원석 제품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기도 쉽다. 브랜드는 첫 구매와 추가 구매, 선물과 자기 구매를 같은 컬렉션 안에서 흡수할 수 있다.
금과 보석을 사용한 브랜드 주얼리를 금 투자 상품과 같게 볼 수는 없다. 판매가에는 원재료뿐 아니라 디자인과 가공, 유통망, 광고, 사후관리, 브랜드 가치가 포함된다. 금값이 오른다고 모든 브랜드 주얼리의 중고 가격이 같은 비율로 오르지도 않는다. 다만 원재료의 물질적 가치와 장기 사용 가능성은 의류나 신발과 다른 구매 근거로 작용한다.
주얼리는 크기가 작고 계절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의류 사이즈나 가방 유행이 달라진 뒤에도 착용할 수 있고, 세대 간 이전이나 수선도 가능하다. 브랜드가 대표 디자인을 수십 년 동안 유지할수록 소비자는 현재 가격뿐 아니라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판단하게 된다.
매출 성장에 포함된 가격 인상
주얼리 부문의 높은 성장률을 판매 수량 증가로 그대로 읽기는 어렵다. 리치몬트 주얼리 메종은 금값과 환율 부담에 대응해 판매가격을 제한적으로 올렸다. 고가 제품 비중이 높아져도 제품 수량이 같거나 줄어든 상태에서 매출은 증가할 수 있다.
2026 회계연도 리치몬트 주얼리 메종 매출은 실제 환율 기준 8% 증가한 165억3900만유로였다. 영업이익은 3% 늘어난 50억3700만유로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31.9%에서 30.5%로 1.4%포인트 내려갔다. 금값과 불리한 환율, 미국 관세가 가격 인상과 제품 구성 개선 효과를 일부 상쇄했다.
금속량이 많은 팔찌와 목걸이는 금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브랜드가 비용을 판매가에 빠르게 반영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커지고, 반영 시점을 늦추면 이익률이 낮아진다. 작은 반지와 귀걸이까지 가격이 함께 오르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컬렉션에 들어오던 소비자층도 줄어들 수 있다.
가죽제품의 부진도 가격 인상이 구매 범위를 지나치게 좁힐 때 나타나는 결과를 보여줬다. 대표 가방 가격이 6년 동안 50~70% 오른 상황에서 소비자는 제품 변화와 가격의 균형을 다시 따지기 시작했다. 주얼리도 금값과 브랜드 가격 인상을 계속 반영할 경우 원재료와 디자인에 지불하는 금액이 적절한지를 더 엄격하게 평가받게 된다.
중고 시장이 정가를 비교하는 기준으로
2025년 중고 럭셔리 시장은 약 500억유로로 4~6% 성장했다. 시계와 주얼리를 합친 하드 럭셔리는 중고 시장 매출의 약 83%를 차지했다. 신제품 중심의 개인용 럭셔리 시장이 감소한 해에도 중고 시장은 성장했다.
2026년에는 럭셔리 소비자의 절반가량이 새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중고 시장을 함께 확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제품 가격과 중고 거래가격, 단종 제품의 수요를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은 브랜드의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얼리 구매자는 금속과 보석의 원가뿐 아니라 중고 시장에서 컬렉션 이름이 유지되는지, 수선과 부품 교체가 가능한지, 이전 모델과 현재 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까지 살펴볼 수 있다. 오래 판매한 대표 컬렉션은 중고 거래 자료가 축적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가와 재판매 가격의 간격도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클래시 드 까르띠에는 2019년 출시돼 러브와 트리니티보다 중고 거래의 역사가 짧다. 색상과 크기, 원석 제품을 빠르게 늘리는 과정에서 어떤 제품이 장기간 수요를 유지할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컬렉션 이름이 알려지는 속도와 중고 가격의 안정성은 같은 조건이 아니다.
2026년 3650억~3730억유로 전망
2026년 세계 개인용 럭셔리 상품 시장은 3650억~3730억유로로 2~4%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전체 럭셔리 지출은 1조4400억~1조4700억유로로 고정환율 기준 0~2% 증가가 예상된다. 주얼리는 의류와 안경, 향수와 함께 상대적으로 견조한 품목으로 분류됐다. 가죽제품과 신발은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압박을 받고 있다.
2026년 1분기 개인용 럭셔리 상품 시장은 실제 환율 기준 3~5%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 일부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유럽 관광 소비와 중동 정세, 환율 변화가 지역별 실적을 나누고 있다. 주얼리 그룹의 높은 성장률도 전체 럭셔리 시장의 전면적인 회복으로 확대해 해석하기는 이르다.
주얼리는 가죽제품보다 강한 가격 결정력과 장기간 판매할 수 있는 대표 디자인을 갖췄다. 금값 상승과 고가 제품 확대는 매출을 높이는 동시에 원가와 소비자 부담도 키운다. 2025년 4~6% 성장과 2026년 주요 기업 실적은 주얼리 수요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지만 판매량, 가격 인상, 제품 구성의 영향을 분리한 자료는 제한적이다.
하반기 시장은 금 가격과 환율, 미국 관세, 중국과 미국의 고액 소비, 추가 가격 인상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 클래시 드 까르띠에를 비롯한 대표 컬렉션의 색상·크기 확장도 신제품 노출에 그치지 않고 추가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주얼리의 상대적 강세가 가격 상승에 기대는 흐름인지, 실제 소비 기반 확대로 이어지는지는 각 그룹의 영업이익률과 재고, 지역별 판매가 함께 나오는 후속 실적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