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미하라 야스히로 2026 FW②] 수트에서 패딩까지 번진 비틀린 비례
중심선 밀어낸 셔츠와 과장된 어깨, 노출 라벨로 바꾼 테일러링의 질서
[KtN 박인경기자]메종 미하라 야스히로(Maison MIHARA YASUHIRO)의 2026년 가을·겨울 수트는 어깨선과 여밈, 소매 길이를 서로 다른 위치에 놓았다. 재킷은 몸보다 크게 벌어지고, 셔츠는 한쪽으로 밀린 채 재킷 아래로 흘러내린다. 옷 안쪽에 붙이던 라벨도 가슴과 허리 부근에 드러냈다. 반듯한 외관과 정확한 치수를 중시해온 정장에 의도적인 오차를 넣은 테일러링(tailoring)이다.
갈색 재킷은 어깨부터 달라진다. 실제 어깨보다 넓은 위치에서 소매가 시작되고, 두꺼운 몸판은 상체의 굴곡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재킷 안에 받친 분홍색 셔츠는 커프스가 손목을 지나 길게 내려온다. 재킷과 셔츠가 같은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옷처럼 맞물리지 않는다.
소매가 길어진 만큼 손의 위치도 달라진다. 손등까지 내려온 커프스는 팔의 길이를 모호하게 만들고, 재킷의 넓은 품은 몸통과 허리의 경계를 지운다. 수트로 체형을 반듯하게 정리하는 대신 옷과 몸 사이에 남은 여유를 그대로 부풀렸다.
분홍색 셔츠의 앞여밈은 몸의 중앙에서 한쪽으로 이동했다. 칼라도 좌우가 같은 높이로 맞지 않고, 한쪽 어깨에서는 셔츠가 아래로 처진다. 셔츠를 단정하게 잠그지 않은 스타일링과 패턴의 비대칭이 겹치면서 목선부터 허리까지 이어지는 중심축이 흐트러진다.
검정 스트라이프 팬츠는 셔츠와 다른 방향을 택했다. 세로 줄무늬가 곧게 내려가며 하체의 수직선을 강조하는 동안 상의는 옆으로 기울고 벌어진다. 팬츠가 세운 기준선과 셔츠가 비껴간 방향이 한 착장 안에서 맞부딪친다. 비대칭을 복잡한 절개나 장식으로 드러내기보다 상의와 하의의 방향 차이로 부각한 구성이다.
셔츠 아래쪽에는 제품 정보를 담은 라벨 형태의 부자재가 달렸다. 갈색 재킷과 검정 수트에도 비슷한 표식이 반복된다. 라벨은 옷의 브랜드와 생산 정보를 전달하지만 통상 착용자의 눈에 띄지 않는 안쪽에 배치된다.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숨겨야 할 부속을 장식처럼 꺼내 놓으면서 완성된 정장의 외관에 다른 층을 덧붙였다.
노출 라벨과 길어진 소매, 어긋난 여밈은 모두 ‘잘못 입은 옷’의 인상을 끌어온다. 단추를 엇갈려 잠근 셔츠, 체형보다 큰 중고 재킷, 안팎이 뒤바뀐 옷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이다. 다만 착장은 흐트러진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 팬츠의 줄무늬와 재킷의 라펠, 셔츠의 칼라처럼 정장을 알아보게 하는 부분을 남겨 놓았다. 정상적인 형태가 보존돼 있어 틀어진 부분도 더 분명해진다.
같은 방식은 수트 밖으로도 이어진다. 보타이와 흰 셔츠 위에 걸친 갈색 봄버 재킷은 정장과 스포츠웨어를 한 벌에 겹친다. 재킷 전면과 소매에는 문자와 숫자 장식이 들어가고, 넓게 부푼 소매는 셔츠의 흰 커프스와 대비된다. 목에는 보타이를 맸지만 겉옷은 격식을 갖춘 재킷이 아니라 미국 대학 스포츠팀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봄버 형태다.
정장과 봄버 재킷은 서로 다른 복식 규칙을 따른다. 보타이와 흰 셔츠는 목과 손목을 반듯하게 정리하고, 봄버 재킷은 짧은 길이와 둥근 소매로 상체를 크게 만든다. 한 착장에 합쳐진 두 형식은 자연스럽게 섞이기보다 차이를 그대로 남긴다.
광택이 도는 코냑색 가죽 패딩에서는 비례의 변화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패딩의 어깨와 소매는 크게 부풀어 있고, 몸판도 허리선을 따라 좁아지지 않는다. 검정 상의와 넓은 카키색 팬츠를 함께 입으면서 상체와 하체의 부피를 모두 키웠다. 수트에서 어깨와 소매를 늘렸던 방식이 겨울 아우터의 충전재와 광택 있는 표면을 만나 더 무거운 형태로 바뀌었다.
패딩은 재킷보다 구조가 단순하다. 칼라와 라펠, 단추 배열처럼 정장의 균형을 판단할 기준도 적다. 코냑색 패딩에서는 비대칭보다 부피가 앞에 나온다. 어깨선을 흐리고 몸의 너비를 넓히는 방식은 같지만, 수트에서 나타난 섬세한 위치 이동보다 큰 덩어리와 소재의 광택이 먼저 읽힌다.
올리브색 봄버 재킷은 패딩과 다른 방향으로 세부를 늘렸다. 몸판과 소매에 여러 개의 지퍼가 배치됐고, 어깨와 가슴에는 라벨 형태의 장식이 붙었다. 크로스보디 스트랩이 재킷 전면을 대각선으로 지나면서 지퍼의 수평·수직선과 겹친다. 기본 형태는 짧은 봄버 재킷에 가깝지만, 부자재의 수와 방향을 늘려 앞면을 여러 구역으로 나눴다.
소매의 지퍼와 겹쳐진 포켓, 노출 라벨은 기능을 강조하는 군용 아우터의 문법을 빌린다. 실제 수납 기능과 장식의 범위는 제품별로 다르지만, 룩북에서는 지퍼와 라벨이 표면의 빈 공간을 채우는 요소로 쓰였다. 수트에서 한두 곳에 배치했던 외부 표식을 봄버 재킷에서는 여러 부분으로 확장했다.
수트와 패딩, 봄버 재킷은 같은 크기로 몸을 감싸지 않는다. 갈색 수트는 중심선과 소매 길이를 어긋나게 하고, 코냑색 패딩은 상체의 부피를 크게 늘린다. 올리브색 봄버 재킷은 지퍼와 라벨, 스트랩의 방향을 겹친다. 한 가지 패턴을 반복하기보다 옷의 종류에 따라 비틀기의 위치를 달리했다.
변형의 강도에는 차이가 남는다. 분홍색 셔츠와 갈색 수트는 여밈과 길이의 불균형이 뚜렷하지만, 패딩과 봄버 재킷은 오버사이즈 아우터와 장식적인 지퍼라는 익숙한 범위에 가깝다. 수트에서 만든 어긋남이 아우터로 옮겨가면서 형태의 낯섦은 줄고 착용 가능한 겨울옷의 성격은 커졌다.
‘ETERNAL NOW’의 테일러링은 정장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분해하지 않는다. 라펠과 칼라, 줄무늬 팬츠를 남겨 놓고 어깨와 여밈, 소매를 제자리에서 밀어낸다. 패딩과 봄버 재킷에서는 같은 접근이 부피와 부자재의 증가로 바뀐다. 컬렉션을 묶는 것은 특정한 재킷 한 벌보다 몸과 옷의 기준을 맞추지 않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