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미하라 야스히로 2026 FW③] 슬립 드레스와 보타이, 남녀 복식의 조합을 바꾼 룩북

붉은 펌프스·오렌지 스니커즈·바시티 재킷 교차 배치…스튜디오와 거리에서 달라진 실루엣

2026-07-18     박인경 기자
Maison MIHARA YASUHIRO’s FW26 Lookbook Is an Introspective Dreamscape of Sartorial Codes. 사진=Nikolas Kokovlis/Nurphoto Via Getty Image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메종 미하라 야스히로(Maison MIHARA YASUHIRO)의 2026년 가을·겨울 룩북에는 슬립 드레스(slip dress)와 보타이, 검정 수트와 바시티 재킷, 붉은 펌프스와 오렌지색 스니커즈가 함께 등장한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구분을 지우기보다 서로 다른 복식의 기호를 한 착장과 한 연작 안에 겹쳐 놓았다. 옷이 지닌 기존 성격은 남겨두고 조합과 착용 방식을 바꾼 구성이다.

밝은 라벤더색 드레스는 얇은 어깨끈과 가슴 부분의 주름, 아래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소재를 갖췄다. 곁에 놓인 검정 니트는 깊게 열린 목선과 두꺼운 표면, 짧은 하의로 전혀 다른 비례를 만든다. 한쪽은 몸의 선을 따라 길게 내려오고, 다른 한쪽은 상체에 부피를 더한 뒤 다리를 드러낸다.

드레스와 니트는 색과 소재에서도 갈린다. 밝은 색의 얇은 원단과 검정색의 두꺼운 니트가 맞닿으면서 두 착장이 하나의 분위기로 정리되지 않는다. 부드러운 드레스와 무거운 상의가 각자의 성격을 유지한 채 나란히 놓인다.

성별에 따라 굳어진 복식 기호는 신발에서도 이어진다. 붉은 포인티드 토 펌프스는 가는 굽과 뾰족한 앞코를 갖췄고, 오렌지색 스니커즈는 두꺼운 밑창과 넓은 끈, 둥근 앞코를 사용했다. 색상은 모두 강하지만 형태와 착용감은 정반대에 가깝다.

두 신발은 별도의 제품 사진처럼 정면으로 놓이지 않았다. 서로 다른 바닥 위에 선 다리와 함께 위에서 내려다본 구도로 배치됐다. 펌프스 아래에는 무늬가 있는 실내 바닥이, 스니커즈 아래에는 나무 바닥과 푸른색 매트가 놓인다. 신발의 종류뿐 아니라 착용된 장소와 자세까지 갈라놓으면서 격식과 일상복의 차이를 드러냈다.

Maison MIHARA YASUHIRO’s FW26 Lookbook Is an Introspective Dreamscape of Sartorial Codes. 사진=Nikolas Kokovlis/Nurphoto Via Getty Image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보타이와 흰 셔츠 위에 입은 갈색 바시티 재킷은 정장과 스포츠웨어를 한 벌에 겹친다. 흰 셔츠의 칼라와 검정 보타이는 목선을 단정하게 정리하지만, 겉옷은 둥글게 부푼 소매와 짧은 길이, 문자와 숫자 장식을 갖췄다. 이브닝웨어의 구성과 미국 대학 스포츠복을 연상시키는 형태가 동시에 남는다.

재킷의 자수와 패치는 장식이 적은 흰 셔츠, 검정 보타이와 대비된다. 셔츠와 보타이가 세운 수직축 위로 봄버 재킷의 둥근 부피와 굵은 장식이 덮인다. 서로 다른 옷차림을 매끄럽게 섞기보다 차이가 보이도록 겹친 방식이다.

Maison MIHARA YASUHIRO’s FW26 Lookbook Is an Introspective Dreamscape of Sartorial Codes. 사진=Nikolas Kokovlis/Nurphoto Via Getty Image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수트와 드레스, 펌프스와 스니커즈를 한 룩북에 넣었다고 해서 모든 성별 구획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각 품목에는 남성 정장과 여성 이브닝웨어, 스포츠 유니폼과 일상화라는 기존 이미지가 남아 있다. 이번 컬렉션은 익숙한 구분을 없애기보다 착용자와 조합을 바꾸면서 한 품목에 고정됐던 인상을 흔든다.

검정 니트와 짧은 하의를 입은 착장도 비슷한 흐름에 놓인다. 깊게 열린 목선과 드러난 다리는 여성복에서 자주 사용되는 비례와 맞닿지만, 두꺼운 니트의 표면과 넓은 상체는 전통적인 드레스 실루엣과 다르다. 밝은 슬립 드레스와 나란히 배치되면서 여성성을 한 가지 형태로 정리하지 않는다.

보타이를 맨 착장 역시 정장 규칙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흰 셔츠와 보타이를 남성 이브닝웨어의 완성된 조합으로 두지 않고 자수와 숫자가 들어간 재킷 아래에 넣었다. 성별 코드보다 복식의 격식과 용도를 먼저 충돌시킨 셈이다.

룩북의 촬영 방식도 옷의 성격을 나누는 데 관여한다. 수트와 드레스가 등장하는 스튜디오 컷은 어두운 배경과 낮은 조명, 정면에 가까운 자세를 사용한다. 인물과 옷의 관계가 밀도 있게 드러나고, 서로 기대거나 팔을 두른 자세에서는 착장 사이의 색과 소재 차이가 강조된다.

거리에서 촬영한 컷은 인물의 움직임과 옷의 크기를 앞세운다. 회색 오버사이즈 재킷은 걸을 때 몸 뒤로 벌어지고, 넓은 검정 팬츠는 발등 가까이 내려온다. 손에 든 작은 검정 가방은 큰 재킷과 대비되며 상체의 부피를 더 크게 보이게 한다.

Maison MIHARA YASUHIRO’s FW26 Lookbook Is an Introspective Dreamscape of Sartorial Codes. 사진=Nikolas Kokovlis/Nurphoto Via Getty Image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코냑색 패딩과 카키색 팬츠를 입은 착장은 이동 중인 자세로 배치됐다. 상체를 둥글게 감싼 패딩과 아래로 넓게 퍼지는 팬츠가 걸음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흰색 신발은 어두운 아우터와 팬츠 사이에서 발의 위치를 분명하게 남긴다.

스튜디오에서는 인물의 표정과 자세, 옷 사이의 관계가 강조된다. 거리에서는 재킷과 패딩이 실제 움직임 속에서 만드는 부피와 길이가 먼저 드러난다. 정적인 초상과 일상 공간의 촬영을 교차하면서 같은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나눠 담았다.

Maison MIHARA YASUHIRO’s FW26 Lookbook Is an Introspective Dreamscape of Sartorial Codes. 사진=Nikolas Kokovlis/Nurphoto Via Getty Image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정 가방을 열어 내부를 살피는 착장에서는 액세서리가 정물로 분리되지 않는다. 넓은 회색 재킷과 검정 팬츠 사이에서 작은 가방을 손으로 들어 올렸고, 열린 덮개와 긴 스트랩이 상의 앞부분을 가로지른다. 가방은 수트에 덧붙인 장식보다 인물의 동작을 만드는 물건으로 놓였다.

Maison MIHARA YASUHIRO’s FW26 Lookbook Is an Introspective Dreamscape of Sartorial Codes. 사진=Nikolas Kokovlis/Nurphoto Via Getty Image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TERNAL NOW’의 룩북은 남성복과 여성복을 하나의 중성적인 형태로 통일하지 않는다. 슬립 드레스의 얇은 소재와 펌프스의 가는 굽, 보타이와 바시티 재킷, 오버사이즈 수트와 스니커즈가 서로 다른 복식의 흔적을 유지한다. 바뀐 부분은 옷의 종류가 아니라 옷이 만나는 순서와 착용자의 배치다.

정장과 스포츠웨어, 이브닝웨어와 일상복의 간격도 그대로 남는다. 갈색 바시티 재킷 아래의 보타이, 슬립 드레스 옆의 두꺼운 검정 니트, 붉은 펌프스와 오렌지색 스니커즈의 병치는 서로 다른 규칙을 한쪽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의 2026년 가을·겨울 스타일링은 성별의 경계를 없애기보다 기존 구획을 교차시키고, 한 벌에 붙어 있던 익숙한 역할을 다른 옷과 나눠 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