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티렉스 5010만달러…공룡 화석, 5000만달러 경매시장 진입

스탠·에이펙스 이어 6년 새 최고가 57% 상승…완전도·단일 개체·발굴 기록·전시 상태에 자금 집중

2026-07-16     임민정 기자
미국 뉴욕 경매에 출품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거스’. 길이 약 11.5m, 높이 약 3.8m의 조립 골격이다. 사진=매슈 셔먼·소더비

[KtN 임민정기자]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 ‘거스(Gus)’가 14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010만달러에 낙찰됐다. 2024년 스테고사우루스 ‘에이펙스(Apex)’가 세운 4460만달러 기록을 550만달러 넘어선 공룡 화석 경매 최고가다. 2000만∼3000만달러였던 추정가와 비교하면 상단보다 67% 높은 가격이다.

약 6700만년 전 살았던 거스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하딩카운티의 헬크리크 지층에서 발굴됐다. 길이 약 11.5m, 높이 약 3.8m에 이르는 성체 골격으로, 한 개체에서 나온 화석 뼈 183개가 남아 있다. 뼈 개수를 기준으로 한 완전도는 61%이며, 남아 있는 뼈의 질량은 전체의 75∼80%에 해당한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사유지에서 발굴과 복원 작업이 진행됐다.

스탠 3180만달러에서 거스 5010만달러까지

대형 공룡 골격의 최고 낙찰가는 2020년 이후 세 차례 바뀌었다. 티렉스 ‘스탠(Stan)’이 2020년 3180만달러에 팔렸고, 에이펙스가 2024년 4460만달러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거스는 2년 만에 다시 최고가를 높였다. 스탠에서 거스까지 6년 동안 오른 금액은 1830만달러, 상승률은 약 57%다.

세 차례의 기록만으로 공룡 화석 전체 가격이 같은 폭으로 올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티렉스와 스테고사우루스는 종이 다르고, 골격의 크기와 완전도, 두개골 상태, 복원 범위도 제각각이다. 거래가 자주 이뤄지는 회화나 보석처럼 비슷한 물건의 가격을 연속해서 비교하기도 어렵다. 최근 낙찰가는 공룡 화석의 평균 시세라기보다 대형 전시가 가능한 최상급 골격에 형성된 최고 가격에 가깝다.

추정가와 낙찰가의 간격도 커졌다. 거스의 낙찰가는 추정가 중간값인 2500만달러의 두 배를 넘었다. 에이펙스도 400만∼600만달러의 추정가를 크게 웃도는 4460만달러에 팔렸다. 비슷한 크기와 보존 상태를 갖춘 골격이 언제 다시 나올지 알 수 없는 만큼, 경매 전 평가보다 응찰자의 구매 의사가 최종 가격에 더 크게 작용한다.

공룡 화석 경매는 참여자가 많지 않아도 가격이 크게 뛸 수 있다. 대체하기 어려운 물건을 두고 소수의 구매자가 경쟁하면 앞선 거래 기록은 빠르게 무너진다. 거래량이 적은 시장에서는 한 차례 최고가가 곧바로 일반적인 시세가 되지 않는다. 거스의 5010만달러도 폭넓은 수요가 만든 평균값보다는 한정된 구매층이 지불한 최고 가격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뼈의 수보다 남아 있는 부위가 가격 좌우

거스의 가치는 61%라는 완전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두개골은 구성 뼈의 약 82%가 남아 있으며 치열 여섯 부분도 모두 보존됐다. 골반과 양쪽 발, 상완골, 목부터 꼬리까지 이어지는 척추도 상당 부분 갖췄다. 티렉스 골격에서는 드물게 발견되는 쇄골과 복부 늑골 32개 가운데 30개도 포함됐다. 같은 수의 뼈가 남아 있더라도 두개골과 골반, 발처럼 개체의 형태와 움직임을 살필 수 있는 부위가 많으면 평가가 달라진다.

183개 화석 뼈가 한 개체에서 나왔다는 점도 가격을 높인 조건이다. 여러 개체의 뼈를 섞어 완성한 골격은 외형을 갖출 수 있지만, 한 동물의 성장과 부상 흔적을 온전히 살피기 어렵다. 거스의 두개골과 몸통에는 물린 자국이 남아 있고 일부 갈비뼈와 복부 늑골에서는 골절 뒤 아문 흔적도 확인됐다. 한 개체의 생애가 골격 곳곳에 남아 있다는 점은 수집 가치와 연구 가치를 함께 높인다.

발굴지와 소유권, 복원 내역도 고가 거래에서 빠질 수 없다. 거스는 사유지에서 발굴됐으며 상태와 진위, 합법적인 소유권을 확인하는 문서가 함께 제공됐다. 원본 화석과 보충한 부분을 구분하고, 발굴부터 복원까지의 기록을 남겨야 구매자는 거래 이후의 소유권 분쟁과 진위 논란을 줄일 수 있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화석 자체뿐 아니라 화석을 둘러싼 문서의 신뢰도도 중요해진다.

발굴 표본에서 대형 전시품으로

거스는 맞춤형 철제 지지대 위에 조립된 상태로 경매에 나왔다. 꼬리를 길게 뻗고 오른발을 살짝 든 자세로 설치됐으며, 운송을 마치면 대형 전시장에 세울 수 있도록 준비됐다. 구매자는 흩어진 화석을 넘겨받아 세척과 복원, 조립을 다시 진행할 필요가 없다. 길이 11m가 넘는 골격을 바로 전시할 수 있다는 점도 낙찰가에 반영됐다.

대형 공룡 골격은 일반적인 개인 주거 공간에 들이기 어렵다. 높은 천장과 긴 전시 면적, 별도의 운송·보존 설비가 필요하다. 구매층은 초고액 자산가와 대형 민간 전시시설, 기업, 박물관 등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구매자가 제한되는 대신 티렉스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종은 설치 직후 전시장의 중심을 차지한다. 희소한 자연사 표본과 대형 조형물의 성격을 함께 갖춘 셈이다.

자연사 경매의 품목도 넓어졌다. 거스가 나온 경매에는 공룡의 다리와 턱, 발톱, 이빨뿐 아니라 암모나이트, 광물, 운석, 선사시대 생물 표본이 함께 배치됐다. 전문 연구자와 화석 수집가가 주로 찾던 물건이 미술품과 디자인, 과학사 수집품을 사들이는 고객에게도 노출되고 있다. 공룡 골격의 거래 무대가 전문 화석 시장에서 국제 경매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가격 비교 대상도 박물관 표본보다 미술품과 대형 수집품에 가까워졌다.

최고가 상승 뒤 커지는 공공 접근 논쟁

공룡 화석이 수천만달러대에 거래되면서 박물관과 대학이 경매에서 직접 경쟁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과학계가 주요 표본의 박물관 보존과 연구자 접근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이펙스는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에 장기 대여됐고, 스탠은 아부다비 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1997년 경매에 나온 티렉스 ‘수(Sue)’는 시카고 필드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으로 남아 있다. 민간 또는 후원 자금으로 화석을 확보한 뒤 박물관 전시로 연결한 방식이다.

박물관 전시는 관람 기회를 넓히지만 연구 접근까지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분석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같은 표본을 다시 조사하려면 장기적인 보관과 발굴 기록, 소유자의 협조가 필요하다. 화석 가격이 높아질수록 소유권과 연구 접근권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둘러싼 논의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거스의 낙찰로 대형 공룡 골격은 5000만달러대 경매 품목에 들어섰다. 다만 비슷한 규모와 완전도, 단일 개체 구성, 발굴·복원 기록을 모두 갖춘 화석은 자주 나오지 않는다. 5000만달러가 새로운 가격대로 자리 잡을지, 한 표본에 집중된 기록으로 남을지는 같은 조건을 갖춘 대형 골격이 다시 경매에 나올 때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