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크 물리치료실⑤] 골반이 틀어지면 걸음과 자세가 달라진다
수지 러스크병원 김수연 물리치료사가 짚은 골반 부정렬과 생활습관…짝다리·다리 꼬기·장시간 운전이 몸의 중심을 흔드는 방식
[KtN 임우경기자]골반은 몸의 중심에 놓인다. 앉을 때는 상체를 받치고, 설 때는 체중을 양쪽 다리로 나누며, 걸을 때는 허리와 다리 사이에서 움직임을 이어준다.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돌아가면 허리만 불편해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걸음걸이, 다리 길이 느낌, 어깨 높이, 앉는 자세까지 함께 달라질 수 있다.
수지 러스크병원 김수연 물리치료사는 최근 골반 부정렬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 치료사들과 관련 자료를 함께 보고, 실제 환자의 자세와 엑스레이를 비교하면서 골반의 변화가 몸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고 했다. 골반은 허리 아래에 있는 한 부위처럼 보이지만, 재활 현장에서는 몸 전체의 균형을 읽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골반 하나 때문에 다리 길이도 달라지고, 앉아 있는 자세도 달라지고, 많은 게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걸 배우면서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골반 부정렬은 특별한 사고나 큰 부상 뒤에만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자세가 몸의 중심을 조금씩 바꾼다.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서는 짝다리,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는 습관, 운전할 때 한쪽 다리를 길게 뻗은 자세는 골반에 한 방향의 부담을 만든다. 처음에는 편한 자세처럼 느껴지지만, 같은 방향의 부담이 쌓이면 몸은 그 자세에 적응한다.
짝다리는 골반을 쉽게 기울게 만든다.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실으면 반대쪽 골반은 올라가거나 내려가고, 허리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긴장한다. 짧은 시간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버스 정류장, 엘리베이터 앞, 주방, 사무실 복도에서 같은 다리로 계속 버티는 습관은 골반과 허리에 반복적인 부담을 남긴다.
다리 꼬기는 앉은 자세에서 골반을 비트는 대표적인 습관이다. 다리를 꼬면 골반은 한쪽으로 회전하고, 허리는 그 회전을 따라 보상한다. 몸통은 정면을 보려고 하지만, 아래쪽 골반과 다리는 이미 비틀린 상태가 된다. 오래 앉아 일하는 사람에게 다리 꼬기는 허리 통증, 골반 불편, 엉덩이 주변 긴장과 연결될 수 있다.
장시간 운전도 골반에 부담을 준다. 운전석에서는 한쪽 다리가 페달을 조작하고, 반대쪽 다리는 상대적으로 다른 위치에 놓인다. 의자 각도와 허리 지지 상태가 맞지 않으면 골반이 뒤로 눕고 허리가 둥글게 말리기도 쉽다. 오랜 운전 뒤 허리와 엉덩이, 다리 뒤쪽이 뻐근한 느낌은 단순 피로가 아니라 골반과 허리가 같은 자세를 오래 버틴 결과일 수 있다.
골반이 흔들리면 걸음도 달라진다. 한쪽 다리에 체중이 더 실리면 보행 중 발을 딛는 방식이 바뀌고, 무릎과 발목의 부담도 달라진다. 다리 길이가 실제로 달라진 경우도 있지만, 골반의 기울기 때문에 한쪽 다리가 길거나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재활치료실에서 골반 위치와 다리 움직임을 함께 보는 까닭은 통증이 허리에만 머물지 않고 보행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앉은 자세 역시 골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골반이 뒤로 눕는 자세에서는 허리가 둥글게 말리고, 상체는 등받이에 기대거나 앞으로 무너지기 쉽다. 반대로 허리를 세운다는 생각에 허리를 과하게 꺾으면 골반은 안정되지 못한 채 허리만 긴장한다. 바르게 앉는 자세는 허리를 힘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골반이 먼저 제자리에 놓이는 데서 출발한다.
김수연 치료사는 환자에게 엉덩이의 딱딱한 뼈로 깊게 앉는 감각을 설명한다고 했다. 일어나서 다시 앉을 때 엉덩이를 의자 뒤쪽에 두고, 골반이 자연스럽게 세워지면 허리를 억지로 꺾지 않아도 자세가 잡힌다는 설명이다. 바른 자세는 겉으로 곧게 보이는 모양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중심을 만드는 일에 가깝다.
골반 부정렬을 바로잡는다고 해서 반대 방향으로 똑같이 움직이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왼쪽으로 짝다리를 짚었으니 오른쪽으로 짚으면 균형이 맞는다는 생각은 몸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한쪽으로 구부러진 철사를 반대쪽으로 다시 구부린다고 곧은 선이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필요한 것은 반대 방향의 반복이 아니라 중심으로 돌아오는 감각이다.
체중을 양쪽 발에 고르게 나누는 습관은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서 있을 때 발바닥 전체가 바닥을 느끼는지, 한쪽 무릎만 편하게 잠그고 있지는 않은지, 골반이 한쪽으로 빠져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오래 서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도 모르게 편한 다리에 기대는 시간이 길어진다. 골반 관리는 운동보다 먼저 서 있는 습관에서 시작될 수 있다.
앉을 때는 다리 꼬기를 줄이고, 골반이 뒤로 빠지지 않도록 의자 깊숙이 앉는 편이 좋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거나 의자가 너무 높으면 골반이 불안정해지고, 몸은 다시 편한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한 번의 바른 자세보다 같은 자세가 너무 길어지지 않게 중간에 일어나 움직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골반을 안정시키는 데는 코어도 함께 작동한다. 코어를 복근 하나로만 이해하면 몸의 중심을 좁게 보게 된다. 몸통을 감싸고 척추와 골반을 지지하는 근육들이 함께 일해야 골반은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복부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허리와 골반은 쉽게 뒤로 무너지고, 몸은 앉거나 걸을 때 한쪽으로 보상하려 한다.
물리치료에서 골반을 보는 일은 허리 통증 환자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무릎 통증, 발목 불편, 어깨 높이 차이, 보행의 어색함도 골반과 연결될 수 있다. 통증이 나타난 부위가 무릎이라도 체중이 실리는 방향과 골반의 위치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몸은 한 부위씩 따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골반 부정렬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생활 속 자세가 골반에 영향을 주듯, 생활 속 조정도 골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짝다리를 줄이고, 다리 꼬기를 습관처럼 반복하지 않고, 운전과 사무 작업 사이에 몸을 한 번씩 세우는 것만으로도 부담의 방향은 달라진다. 통증이 반복되거나 한쪽 다리와 허리의 불편이 지속될 때는 혼자 판단하기보다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보는 편이 안전하다.
골반은 몸의 중심이지만, 골반만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허리와 다리, 발목과 발바닥, 복부와 등 근육이 함께 반응한다. 그래서 골반을 바로 세우는 일은 한 부위를 맞추는 일이 아니라 몸 전체의 사용 방식을 다시 살피는 과정이다.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짝다리, 다리 꼬기, 장시간 운전은 작은 습관처럼 보인다. 그러나 몸은 반복을 기억한다. 골반이 기울면 걸음이 달라지고, 앉는 자세가 흔들리며, 허리와 다리의 부담도 바뀐다. 물리치료실에서 골반을 살피는 이유는 통증의 시작점이 몸의 중심에서부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