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GBTQ+ 뮤지엄 2028①] 뉴욕 역사박물관 안 5000제곱피트, 미국 퀴어사 수집 본격화

탕 윙 최상층에 핵심 전시·기획전 배치…첫 순회전은 5개 도시로, 스톤월 벽돌부터 소장품 구축

2026-07-18     임민정 기자
[미국 LGBTQ+ 뮤지엄 2028①] 뉴욕 역사박물관 안 5000제곱피트, 미국 퀴어사 수집 본격화. 사진=Photos by BFA.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뉴욕 센트럴파크 웨스트에 들어선 아메리칸 LGBTQ+ 뮤지엄(American LGBTQ+ Museum)이 2028년 개관 준비에 들어갔다. 더 뉴욕 히스토리컬(The New York Historical)이 증축한 탕 윙 포 아메리칸 데모크라시(Tang Wing for American Democracy) 최상층이 박물관의 영구 공간이다. 개관 시기는 2028년 5월부터 9월 사이로 잡혔다.

탕 윙 전체 면적은 7만1000제곱피트다. 아메리칸 LGBTQ+ 뮤지엄은 이 가운데 약 5000제곱피트를 전시공간으로 사용한다. 관람객은 하나의 출입구를 거쳐 한 장의 입장권으로 더 뉴욕 히스토리컬과 LGBTQ+ 뮤지엄을 함께 관람하게 된다.

독립 건물 대신 기존 역사기관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은 미국 LGBTQ+ 역사를 별도의 주변사로 떼어 놓지 않고 미국사의 흐름 안에 배치하려는 선택과 맞닿아 있다. 1804년 설립된 뉴욕의 역사기관과 전시장, 관람 동선,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면서 신생 박물관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박물관의 이름과 운영 조직은 분리돼 있지만 관람객이 마주하는 공간은 더 뉴욕 히스토리컬의 최상층이다. 전시가 기존 미국사 서술과 충분히 연결되지 않으면 하나의 전문 전시관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공동 입장권과 건물 공유가 통합의 외형을 만든다면, 두 기관의 전시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개관 뒤 박물관의 성격을 가를 대목이다.

5000제곱피트에는 미국사를 퀴어의 관점에서 다루는 핵심 전시와 주제를 바꿔 운영하는 기획전이 들어선다. 핵심 전시는 북미 원주민 공동체의 젠더와 관계 전통에서 출발해 식민지 시대와 미국 독립혁명, 19세기 산업화와 도시화, 전쟁, 시민권 운동, HIV·에이즈 위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확산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전시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는 성소수자들이 서로를 찾아 관계망을 만든 방식이다. 봉투에 넣어 배포했던 인쇄물과 복장·색상을 이용한 신호,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까지 시대별 소통 수단을 한 흐름으로 묶는다. 권리운동의 주요 사건만 나열하기보다 공동체가 형성되고 유지된 과정을 생활 자료와 함께 다루겠다는 구성이다.

[미국 LGBTQ+ 뮤지엄 2028①] 뉴욕 역사박물관 안 5000제곱피트, 미국 퀴어사 수집 본격화. 사진=Photos by BFA.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수백 년의 역사와 미국 전역의 경험을 5000제곱피트에 담으려면 서술 범위를 압축할 수밖에 없다. 북미 원주민 공동체의 전통과 식민지 시대의 법률, 군 복무, 정신의학, 시민권 운동, HIV·에이즈 행동주의는 서로 다른 시대적 배경과 자료를 필요로 한다. 긴 연대기를 하나의 발전 과정으로 정리하면 인종과 계급, 지역, 이민, 장애, 종교에 따라 달랐던 경험이 줄어들 수 있다.

핵심 전시에서 다 담기 어려운 내용은 기획전과 순회전으로 나뉜다. 기획전에는 활동가와 정치인을 비롯해 패션, 음악, 스포츠, 흑인 공동체, 여성과 트랜스젠더의 역사가 포함될 예정이다. 미국 각지의 큐레이터가 박물관 직원과 함께 전시를 구성하는 방식도 추진된다.

패션 분야에서는 루디 게른라이히(Rudi Gernreich)를 다루는 전시가 거론됐다. 벤 가르시아(Ben Garcia) 집행이사는 로스앤젤레스의 패션기관과 협업하는 방안을 설명했고, 빌 커닝엄(Bill Cunningham)을 비롯한 패션계 인물도 전시 대상으로 언급했다. 개관 뒤 기획전이 디자이너의 의상과 경력에 머물지 않고 성별 규범과 신체 표현, 도시문화, 패션산업의 노동 구조까지 넓어질지가 주목된다.

영구 전시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지역 순회전도 시작됐다. 첫 순회전 ‘퀴어 저스티스: 람다 리걸과 LGBTQ+ 권리의 50년(Queer Justice: 50 Years of Lambda Legal and LGBTQ+ Rights)’은 성소수자 인권단체 람다 리걸(Lambda Legal)과 공동 제작했다. 2023년 11월 뉴욕에서 시작해 2024년 애틀랜타와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댈러스로 이동했다.

애틀랜타에서는 국립시민인권센터(National Center for Civil and Human Rights),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로스앤젤레스 LGBT 센터(Los Angeles LGBT Center)가 전시를 맡았다. 시카고의 센터 온 할스테드(Center on Halsted)와 댈러스의 리소스 센터(Resource Center)도 지역 전시장으로 참여했다. 뉴욕에 영구 공간을 두되 전시를 다른 도시로 보내는 운영 방식이 개관 전에 먼저 가동된 셈이다.

‘퀴어 저스티스’는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한 법률과 HIV·에이즈 차별, 고용과 결혼, 트랜스젠더 권리를 둘러싼 소송을 다뤘다. 지역별 전시와 함께 법률가, 활동가, 당사자가 참여하는 공개 토론도 열렸다. 애틀랜타에서는 미국 남부의 법률투쟁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라틴계와 흑인 레즈비언 공동체를 포함한 지역 활동을 논의했다.

첫 순회전이 법률과 권리운동에 무게를 둔 만큼 영구 박물관의 수집 범위는 더 넓어야 한다. 가족과 노동, 종교, 이민, 장애, 나이트라이프, 농촌과 소도시의 생활은 법정 기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뉴욕과 대도시의 운동사를 넘어 미국 각지에서 남겨진 편지와 사진, 잡지, 전단, 의복, 상점과 클럽의 물건이 전시에 어느 정도 포함되는지가 전국 단위 박물관의 범위를 좌우한다.

[미국 LGBTQ+ 뮤지엄 2028①] 뉴욕 역사박물관 안 5000제곱피트, 미국 퀴어사 수집 본격화. 사진=Photos by BFA.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첫 등록 소장품은 스톤월 인(Stonewall Inn)의 옛 외벽에서 나온 벽돌이다. 1969년 스톤월 항쟁 당시 벽돌이 실제로 던져졌다는 이야기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박물관은 항쟁이 벌어진 건축물의 일부라는 점에 소장 가치를 뒀다.

스톤월 벽돌은 미국 LGBTQ+ 운동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장소와 연결된다. 상징성이 큰 물건으로 수집을 시작했지만, 미국 퀴어사의 폭은 유명 유적과 운동 지도자의 기록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기록을 남기기 어려웠던 노동자와 이민자, 유색인종, 트랜스젠더, 지방 거주자의 생활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박물관의 역사 서술도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는 지난 7월 뉴욕 매디슨 애비뉴 플래그십에서 패션계 인사들을 초청해 박물관을 소개했다. 박물관 이사인 코어스와 가르시아 집행이사는 2028년 개관 일정과 패션 분야 기획전 구상을 설명했다. 코어스와 배우자 랜스 르 페레(Lance Le Pere)는 박물관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기부를 통해 박물관 공간의 명명에도 참여했다.

매디슨 애비뉴 행사는 패션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개관 준비에 연결한 모금·홍보 활동이다. 참석자 명단보다 박물관이 이후 확보할 패션 자료와 전시 내용이 중요하다. 패션계의 성소수자 역사를 유명 디자이너의 성공담으로 좁힐지, 의복과 젠더 표현, 사진, 매체, 매장과 클럽 문화, HIV·에이즈 시기의 활동까지 확장할지는 향후 기획전에서 드러난다.

박물관 측은 아메리칸 LGBTQ+ 뮤지엄을 미국 최초의 LGBTQ+ 박물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국에 관련 전시공간이 처음 생긴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스톤월 국립기념물 방문자센터는 2024년 6월 뉴욕에 문을 열어 스톤월 항쟁과 성소수자 운동사를 다루고 있다. 미국 국립공원 체계 안에 들어선 첫 LGBTQIA+ 방문자센터다.

아메리칸 LGBTQ+ 뮤지엄이 내세우는 차이는 특정 유적이나 미술 분야에 범위를 두지 않고 미국의 정치·사회·문화·생활사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전국 단위 역사박물관이라는 데 있다. ‘미국 최초’라는 표현의 무게도 개관 뒤 전시 범위와 지역별 자료, 순회전의 지속성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개관까지 남은 2년 동안 박물관은 소장품을 늘리고 핵심 전시와 첫 기획전을 제작한다. 뉴욕의 5000제곱피트 전시장과 전국 순회전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도 구체화된다. 2028년 전시장에 놓일 자료가 스톤월과 대도시 중심의 익숙한 연대기를 넘어설 때, 미국 LGBTQ+ 뮤지엄이라는 명칭도 실제 내용과 맞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