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GBTQ+ 뮤지엄 2028③] 마이클 코어스, 이사회·기부·매장으로 개관 참여

랜스 르 페레와 2025년 이사 합류…박물관 공간 명명 후원에 패션계 인적망까지 연결

2026-07-20     임민정 기자
[미국 LGBTQ+ 뮤지엄 2028③] 마이클 코어스, 이사회·기부·매장으로 개관 참여. 사진=Photos by BFA.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와 배우자 랜스 르 페레(Lance Le Pere)는 2025년 6월 아메리칸 LGBTQ+ 뮤지엄(American LGBTQ+ Museum) 이사회에 합류했다. 1년 뒤 코어스는 뉴욕 매디슨 애비뉴 플래그십에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관계자와 디자이너들을 초청했다. 2028년 개관을 앞둔 박물관을 패션계에 소개하고 후원 기반을 넓히는 자리였다.

코어스와 르 페레는 박물관에 기부하고 내부 한 구역의 명명에도 참여했다. 벤 가르시아(Ben Garcia) 관장은 두 사람이 기부금만 내는 데 머물지 않고 각자 쌓아 온 인적 관계까지 박물관에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매디슨 애비뉴 행사는 가르시아 관장이 말한 후원 방식이 실제로 작동한 첫 패션계 행사였다.

코어스는 행사장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받아들였던 경험을 꺼냈다. 가족은 수용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별도로 거쳐야 했고,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했을 때는 남성이 택할 만한 직업인지 되묻는 시선도 마주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을 찾은 어린 관람객이 LGBTQ+ 공동체의 문화적 기여를 가족과 함께 접하기 바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개인의 성장 경험은 박물관이 추진하는 교육 사업과 바로 연결된다. 코어스가 강조한 대상은 패션계 내부자가 아니라 부모와 함께 박물관을 찾는 어린 관람객이었다. 유명 디자이너의 성공담보다 성소수자가 사회와 문화의 여러 영역에 참여해 온 역사를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데 무게를 뒀다.

가르시아 관장은 코어스를 활동 기간 내내 성적 지향을 숨기지 않고 살아온 초기 패션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했다. 해당 설명은 박물관에서 맡은 위치가 후원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코어스는 이사회 구성원이면서 박물관이 앞으로 다룰 미국 퀴어 패션사의 한 인물이기도 하다.

후원자와 역사적 인물이라는 두 위치는 박물관 운영에서 구분될 필요가 있다. 기부와 이사회 활동은 기관을 세우는 데 필요한 재원과 관계망을 제공한다. 패션사에서 코어스의 위치를 다루는 작업은 소장품과 기록, 동시대 인물의 증언을 바탕으로 학예 조직이 판단해야 할 영역이다. 후원 규모가 역사적 평가의 비중까지 정하는 구조가 되면 박물관의 기록은 유명인 중심으로 기울 수 있다.

마이클 코어스라는 이름은 개인과 기업을 함께 가리킨다. 코어스는 1981년 뉴욕에서 동명 브랜드를 시작했고 현재도 최고창의책임자로 제품 디자인에 관여한다. 마이클 코어스는 지미 추(Jimmy Choo)와 함께 카프리홀딩스(Capri Holdings)를 구성하는 창업자 중심 브랜드다.

개인의 박물관 활동은 브랜드에도 축적되는 공적 이미지가 된다. 매장과 언론 채널, 패션계 관계망이 박물관 행사에 투입됐고, 디자이너의 이름은 박물관 내부 공간에도 남는다. 개인 기부와 기업 자산의 경계가 맞닿는 구조다. 매디슨 애비뉴 플래그십은 상품을 판매하는 장소에서 후원자와 업계 관계자를 모으는 행사장으로 기능했다.

매장을 비영리기관 행사에 제공하는 방식은 별도의 행사장을 확보하는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코어스가 오랜 기간 구축한 고객·언론·디자이너 관계망이 같은 공간에 모인다. 박물관으로서는 개관 전 인지도를 높이고 후원자를 만날 수 있으며, 브랜드는 자사의 대표 매장을 문화·공익 활동과 연결한다.

코어스와 르 페레의 박물관 참여는 앞서 이어 온 후원 방식과도 닮았다. 코어스는 1980년대부터 중증 질환자에게 맞춤 식사를 제공하는 갓츠 러브 위 딜리버(God’s Love We Deliver)에서 봉사와 모금 활동을 이어 왔다. 2012년에는 새 본부 건립을 위해 개인 자금 500만달러를 지원했고, 2015년 완공된 소호 본부에는 ‘마이클 코어스 빌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 LGBTQ+ 뮤지엄 2028③] 마이클 코어스, 이사회·기부·매장으로 개관 참여. 사진=Photos by BFA.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대규모 기부와 건물 명명을 결합한 방식은 LGBTQ+ 뮤지엄에서도 되풀이됐다. 갓츠 러브 위 딜리버에서는 식사 지원기관의 시설 확장에 이름을 남겼고, 새 박물관에서는 미국 퀴어사를 수집·전시하는 공간의 명명에 참여했다. 기부자의 이름을 건물에 남기는 후원은 일회성 캠페인보다 오래 지속되지만 기관의 공공성과 개인의 유산도 장기간 함께 묶는다.

2013년 시작한 ‘워치 헝거 스톱(Watch Hunger Stop)’은 브랜드 상품과 국제기구 후원을 결합했다. 마이클 코어스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학교 급식 사업을 지원하는 상품과 캠페인을 운영해 왔다. 개인 자산을 내는 방식에서 브랜드의 제품·매장·광고망을 사용하는 방식까지 후원 수단을 넓힌 셈이다.

아메리칸 LGBTQ+ 뮤지엄 참여에서는 개인 기부, 공간 명명, 이사회 활동, 매장 제공, 업계 인적망이 한꺼번에 결합했다. 가르시아 관장이 코어스와 르 페레를 두고 “네트워크까지 가져온다”고 설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패션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을 이사로 영입해 기부자와 전시 협력자를 함께 찾는 방식이다.

이사회 합류는 자선행사 참석보다 긴 시간을 요구한다. 박물관은 2028년 개관까지 소장품을 늘리고 핵심 전시와 기획전을 준비한다. 뉴욕 밖으로 전시를 보내는 순회 사업도 추진한다. 코어스는 뉴욕을 방문하지 못하는 관람객에게 전시가 직접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분야에서는 루디 게른라이히(Rudi Gernreich)를 다루는 전시와 로스앤젤레스 패션기관의 협업이 검토되고 있다. 뉴욕의 거리와 패션계를 기록한 빌 커닝엄(Bill Cunningham)도 박물관이 살펴보는 인물로 언급됐다. 코어스가 초청한 패션계 인사들은 향후 자료 기증과 연구, 전시 협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업계 접점이 된다.

코어스의 경력을 박물관에 넣는다면 화려한 브랜드 성장사만으로는 부족하다. 1980년대 뉴욕 패션산업의 성별 규범과 동성애에 대한 인식, 에이즈 위기가 업계 종사자들에게 미친 영향, 공개적으로 활동한 디자이너의 위치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 개인의 성공과 공동체의 역사를 같은 내용으로 처리하면 디자이너 한 사람의 서사가 산업 내부의 차별과 손실을 가릴 수 있다.

가르시아 관장이 코어스의 공개적 삶과 경력을 강조한 발언도 당시 패션계의 조건 안에서 살펴야 한다. 남성이 패션계에서 일하는 일과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뒤섞였던 시기였고, 에이즈 위기는 디자이너와 모델, 사진가, 편집자, 매장 직원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쳤다. 코어스 개인의 경험은 미국 퀴어 패션사를 구성하는 한 갈래이며, 박물관의 전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간 덜 알려진 종사자들의 기록까지 함께 담아야 한다.

박물관 참여가 시작된 시기는 마이클 코어스 브랜드가 사업 재정비를 추진하는 때와 겹친다. 2026 회계연도 브랜드 매출은 28억7400만달러로 전년보다 4.7% 줄었다. 같은 기간 매장 수는 711곳에서 673곳으로 감소했다. 카프리홀딩스는 제품과 마케팅 조직을 재편하고 2027 회계연도 매출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매출 회복과 개인의 박물관 활동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다만 창업자의 이름이 곧 브랜드명인 회사에서는 디자이너의 공적 행보도 브랜드 유산과 분리되기 어렵다. 코어스가 박물관 이사와 후원자로 남기는 기록은 제품 판매 실적과 다른 시간대에서 축적된다. 브랜드 경영이 다음 성장 국면을 준비하는 동안 창업자는 문화기관을 통해 자신의 세대와 공동체의 역사를 남기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명명 후원에는 기부자의 이름과 기관의 역사가 함께 남는다. 박물관이 개관한 뒤 코어스의 이름은 후원자의 이름으로 건물에 놓이고, 미국 퀴어 패션사를 다루는 전시에서는 역사 속 디자이너로 거론될 수 있다. 두 위치를 분리해 다루는 일은 코어스 개인보다 박물관 학예 조직과 이사회의 운영 원칙에 달려 있다.

매디슨 애비뉴 행사에는 CFDA 회장 겸 최고경영자 스티븐 콜브(Steven Kolb)를 비롯해 윌리 차바리아(Willy Chavarria), 비부 모하파트라(Bibhu Mohapatra), 브랜던 블랙우드(Brandon Blackwood), 바체바 헤이(Batsheva Hay), 조지나 채프먼(Georgina Chapman) 등이 참석했다. 행사의 중심은 참석자의 수보다 박물관과 패션계 사이에 공식 접점을 만들었다는 데 있었다.

2028년 개관까지 코어스와 르 페레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박물관 준비에 참여한다. 박물관은 앞으로 2년 동안 소장품과 개관 전시를 구축하고, 패션 분야를 포함한 순환 기획전을 준비한다. 한 차례의 매장 행사보다 개관까지 이어질 모금과 자료 수집, 업계 협력이 두 사람의 참여 범위를 구체적으로 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