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나, 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 파이널리스트

한국 개인 부문 명단에 단독 진입… ‘SCORE’ 연작으로 악보의 질서와 달의 시간을 회화로 전환

2026-07-18     박준식 기자
임하나(LIMHAN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임하나(Hana LIM) 작가가 ‘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 개인 참여 부문 파이널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한국에서는 조주연(Juyoun CHO), 김성찬(Sungchan KIM), 김예지(Yeji KIM), 임하나가 선정 작가 명단에 포함됐고, 파이널리스트 개인 부문에서는 임하나가 한국 작가로 공표됐다.

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은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의 OSTEN이 주최하는 동시대 시각예술 행사다. 1945년부터 ‘아트 온 페이퍼’를 기반으로 세계카툰갤러리와 세계드로잉갤러리의 흐름을 이어온 OSTEN은 2026년 비엔날레에서 종이 기반 작업을 중심에 두면서 회화, 오브제, 설치, 섬유예술, 사진, 비디오아트, 멀티미디어아트까지 포괄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파이널리스트 명단은 개인 참여와 그룹 참여로 나뉘어 공개됐다. 개인 부문에는 오스트리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캐나다, 중국,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일본,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세르비아, 대만, 미국 등 여러 국가 작가들이 포함됐다. 한국에서는 임하나가 개인 부문 파이널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파이널리스트 진입은 수상 확정이 아니라 국제 심사로 넘어가는 단계다. OSTEN 비엔날레는 셀렉터 겸 큐레이터가 선정 작가와 파이널리스트 명단을 구성하고, 파이널리스트가 보낸 원작을 국제 심사위원단이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사위원단은 제출작 가운데 공식 전시 출품작과 심사 부문 수상작을 결정한다.

파이널리스트 원작 발송 기간은 2026년 7월 1일부터 20일까지다. 심사는 8~9월에 진행되고, 수상 작가 발표는 9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공식 프로그램은 9월부터 12월까지 OSTEN 갤러리 스코페에서 이어진다. 공식 전시와 시상식 세부 일정은 추후 공지된다.

사진=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 홈페이지 갈무리

임하나의 최근 작업을 이해하는 열쇠는 KLOINM의 ‘SCORE: Caprice & Sonnet’이다. KLOINM은 평면회화, 설치미술, 조형, 미디어, 음악을 오가는 아티스트 듀오다. ‘SCORE’는 먼저 악보를 뜻한다. 점수라는 또 다른 의미도 제목 안에 들어 있지만, 작품의 무게는 소리를 기록하고 연주의 시간을 붙잡는 악보의 질서에 놓인다. 점수의 의미는 예술과 개인을 평가하는 현대 사회의 언어로 뒤쪽에 겹친다.

‘SCORE: Caprice & Sonnet’은 음악을 그린 회화라기보다 소리를 적는 회화에 가깝다. 캔버스와 물감, 원형 조형, 여백, 선의 흐름은 악보의 마디처럼 배열된다. 관람자는 작품을 하나의 이미지로 소비하기보다 리듬과 간격을 따라 읽게 된다. 회화는 소리의 시간, 연주의 호흡, 문학의 구조가 지나가는 기보의 장으로 바뀐다.

임하나는 작곡 과정에서도 독자적 기보 방식을 사용해왔다. 기존 오선보가 음의 높이와 길이, 박자를 기록한다면, 임하나의 기보는 소리의 결, 감정의 속도, 여백의 간격, 반복의 방향까지 붙잡는 방식에 가깝다. 이 개인적 표기 방식은 ‘SCORE’ 연작에서 회화와 설치의 구조로 이어진다.

KoN의 ‘Fractal Universe: Score: Caprice’와 임하나의 ‘신진경산수화 新眞景山水畵 Score: Sonnet 1’은 연작을 이루는 두 축이다. KoN의 작업은 카프리스(Caprice)의 즉흥성과 연주의 순간을 회화로 남기고, 임하나의 작업은 ‘열두 달’의 순환과 소네트(Sonnet)의 정형성, 동양 음계의 구조를 원형 조형과 여백으로 풀어낸다. 같은 ‘SCORE’ 안에서도 두 작업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적는다.

카프리스는 이탈리아어 카프리치오(Capriccio)에서 유래한 음악 장르다. 빠른 전개, 강한 기교, 정해진 형식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특징으로 한다. KoN의 ‘Fractal Universe: Score: Caprice’는 무대 위에서 사라지는 바이올린 연주의 순간을 캔버스에 붙잡는다. 카덴차(Cadenza)의 즉흥적 호흡은 선과 물감의 움직임으로 남고, 소리의 궤적은 회화적 악보로 바뀐다.

KoN의 ‘Fractal Universe: Score: Caprice’와 임하나(LIMHANA)의 ‘신진경산수화 新眞景山水畵 Score: Sonnet 1’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임하나의 ‘신진경산수화 Score: Sonnet 1’은 신진경산수화 시리즈의 ‘열두 달’ 안에서 읽어야 하는 작업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산이 아니라 달이 놓인다. ‘열두 달’은 시간의 순환, 달의 위상, 12라는 수의 구조를 함께 품는다. 임하나는 달의 원형성과 반복되는 시간의 질서를 소네트의 정형성, 동양 음계의 흐름과 겹쳐 놓는다.

‘열두 달’에서 12는 달력의 숫자에 머물지 않는다. 한 해를 이루는 시간의 단위이자 반복과 회귀, 변화와 축적을 함께 품은 구조다. 달은 매달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고, 계절은 12개의 시간 단위를 지나 다시 처음으로 향한다. 임하나의 원형 조형과 여백은 이 순환의 감각을 회화 안으로 들여온다. 달의 시간은 악보의 마디처럼 놓이고, 원형 조형은 음의 단위처럼 읽힌다.

소네트는 14행과 운율, 문제 제기와 전환의 구조를 가진 정형시다. 임하나는 소네트의 문학적 형식을 회화와 설치 안으로 옮기면서 ‘열두 달’의 순환 구조를 함께 끌어온다. 원형 조형과 여백은 장식적 배치가 아니라 달의 시간, 음의 단위, 행의 전환을 함께 담는 기보 요소로 놓인다.

임하나의 ‘Sonnet’에는 동양 5음계와 9음 음계의 구조도 들어간다. ‘열두 달’이 12라는 순환의 수를 품고 있다면, 9음 음계는 완결 직전의 열린 확장을 만든다. 9음 음계는 완전 5도를 여덟 번 쌓아 올려 형성되는 기보학적 전개로 설명된다. 12음으로 완전히 닫히기 전의 9음은 완성된 원보다 계속 이어지는 순환에 가깝다.

소네트 14행 가운데 시상의 흐름이 바뀌는 제9행의 볼타(Volta)도 이 구조와 맞물린다. 12는 달과 시간의 순환을 품고, 9는 닫히기 직전의 열린 상태를 만든다. 제9행은 정형시 안에서 방향이 바뀌는 자리다. 임하나의 ‘Score: Sonnet 1’은 숫자를 설명하는 작업이 아니라 시간과 음계, 문학적 전환을 하나의 시각 악보로 옮기는 작업이다.

팔라초 피사니-레베딘(Palazzo Pisani-Revedin)은 연작의 장소성을 강화한다. 로시니의 음악적 유산이 남아 있는 공간에서 ‘SCORE’는 음악을 소재로 삼은 회화에 머물지 않는다. 오페라의 기억, 악보의 질서, 연주의 호흡, 회화의 물성, 설치의 동선이 같은 공간 안에서 이어진다. 전시장은 작품을 걸어두는 배경이 아니라, 작품의 리듬을 완성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최근 동시대 미술에서 회화는 평면 안에서 끝나는 매체로만 다뤄지지 않는다. 젊은 작가들은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 문학적 서사, 감각 경험을 회화 안팎으로 끌어오며 관람자가 머무는 시간까지 작품의 일부로 만든다. KLOINM의 ‘SCORE’는 회화를 다른 매체로 대체하지 않는다. 음악과 문학의 구조를 회화 안으로 받아들이며 평면을 시간과 리듬이 지나가는 악보의 장으로 바꾼다.

사진=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 홈페이지 갈무리

대형 영상과 기술 장치를 앞세운 몰입형 전시가 빠르게 늘어난 미술 환경에서 ‘SCORE’는 다른 방향을 택한다. 캔버스와 물감, 원형 조형, 여백, 선의 흐름이 작업의 중심에 놓인다. 관람자는 장치의 규모보다 선의 속도, 원의 반복, 여백의 간격, 제목이 품은 음악적 구조를 따라가게 된다. 아날로그 회화의 물성이 다시 주목받는 흐름과도 이어진다.

K-아트의 젊은 작가들도 비슷한 변화를 통과하고 있다. 한국 동시대 미술은 단색화와 블루칩 작가 중심의 시장 언어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최근의 젊은 작가들은 한국적 이미지를 앞세우는 방식보다 한국적 사유와 감각의 구조를 동시대 조형 언어로 옮기는 데 집중한다. 달, 여백, 동양 음계, 문학적 형식, 음악적 시간은 장식적 소재가 아니라 작품을 움직이는 내부 원리로 들어간다.

임하나의 파이널리스트 진입은 이런 작업 흐름이 국제 동시대 시각예술 플랫폼의 다음 심사 단계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CORE: Caprice & Sonnet’에서 악보는 전면에 있고, 점수는 평가 사회의 배경으로 남는다. KoN의 선은 즉흥연주의 시간을 남기고, 임하나의 원형 조형은 ‘열두 달’의 달과 9음 음계, 소네트의 전환을 공간의 리듬으로 옮긴다.

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은 7월 파이널리스트 원작 접수 이후 8~9월 국제 심사로 이어진다. 임하나의 공식 전시 출품과 수상 여부는 심사 결과에 따라 확정된다. 수상 작가 발표는 9월 30일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