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브랜드 전략②] 브랜드 전략 강한 기업, 성장 목표 초과 가능성 2배
사업전략과 맞물린 브랜드, 마케팅 목표 3.3배·다른 조직 성과 1.6배 격차
[KtN 최기형기자]강한 브랜드 전략을 갖춘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이나 수익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두 배 높게 나타났다. 마케팅 캠페인 목표를 넘어설 가능성은 3.3배, 마케팅 이외 조직이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도 1.6배 높았다. 브랜드가 광고와 홍보에 머물지 않고 제품과 고객 서비스, 인사와 정보기술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때 성과의 범위도 넓어졌다.
가트너가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브랜드 업무에 관여하는 최고경영진 2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서 강한 브랜드 전략은 인지도나 호감도가 높은 상태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업전략과 충분히 연결되고, 여러 조직에서 일관되게 실행되며, 경영진이 과거와 미래 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인정하는지가 평가 기준에 포함됐다.
기업이 브랜드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보다 실제 경영 판단에 얼마나 반영하는지가 성과 차이를 갈랐다. 신제품을 내놓고 가격을 정하며 고객 경험을 바꾸는 과정에서 브랜드가 판단 기준으로 작동한 기업과 제품 출시 뒤 이름과 광고만 정리한 기업의 격차가 조사 수치에 드러났다.
광고 성과를 넘어 조직 전체로 번진 격차
마케팅 캠페인 목표에서 나타난 3.3배 격차는 브랜드 전략이 광고 효율과 직접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캠페인마다 다른 메시지를 내거나 제품 경험과 맞지 않는 약속을 내세우면 광고비를 늘려도 효과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사업 방향과 브랜드 약속이 일치한 기업은 광고가 이미 정해진 전략을 시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제품과 서비스가 브랜드 약속을 뒷받침하면 같은 광고 문구를 반복해 설명할 필요도 줄어든다. 고객이 매장에서 접하는 제품과 상담, 배송, 사후 서비스가 광고에서 받은 인상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캠페인 성과는 미디어 집행 규모뿐 아니라 기업이 고객에게 약속한 내용을 실제로 제공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마케팅 이외 조직에서도 목표 초과 달성 가능성이 1.6배 높게 나타났다. 제품 관리와 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인사와 정보기술 등 지원 조직까지 브랜드 전략의 영향을 받았다.
제품 조직은 어떤 기능을 넣고 뺄지 결정하고, 고객 서비스 조직은 불만과 오류에 대응한다. 인사 조직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고 평가하며, 정보기술 조직은 고객과 직원이 사용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부서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고객이 접하는 기업의 모습도 달라진다.
신뢰를 강조하는 기업이 고객 상담을 처리 속도로만 평가하거나, 편의성을 내세운 기업이 복잡한 결제와 환불 절차를 유지하면 브랜드 약속은 광고 안에만 남는다. 브랜드 전략이 조직별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은 기업에서는 제품과 서비스, 채용과 운영이 같은 방향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강한 브랜드를 만드는 세 가지 조건
사업전략과의 연결은 강한 브랜드 전략을 가르는 첫 번째 조건이다. 성장시장을 정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뒤 브랜드 메시지를 붙이는 방식으로는 두 전략을 맞추기 어렵다. 어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 정하는 단계부터 브랜드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
신제품 출시를 앞둔 기업이라면 판매량과 수익성뿐 아니라 기존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품인지도 살펴야 한다. 가격을 바꿀 때도 원가와 경쟁사 가격만 비교할 수 없다. 기업이 쌓아 온 신뢰와 품질 인식, 고객이 받아들이는 적정 가격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여러 조직의 일관된 실행은 두 번째 조건이다. 브랜드 부서가 정한 원칙을 제품과 영업, 고객 서비스가 따르지 않으면 기업 안에서 서로 다른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본사는 품질을 강조하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할인만 앞세우고, 고객 서비스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응 범위를 축소하는 식이다.
경영진의 인정은 세 번째 조건이다. 브랜드가 성장에 필요한 자산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기 둔화나 실적 악화 때 가장 먼저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제품 개발과 가격, 유통, 인력 투자보다 뒤에 놓인 브랜드 전략은 사업전략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
경영진이 브랜드를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간 사업계획과 투자 심사, 임원 평가에 브랜드 관련 기준이 들어가는지가 실제 위상을 가른다. 브랜드 전략이 경영회의의 결정에 반영되지 않으면 마케팅 조직 내부의 실행 계획에 머물 수밖에 없다.
성장전략 수립에서 밀려난 브랜드
성과 격차가 확인됐지만 기업의 실제 의사결정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았다. 성장전략을 수립할 때 브랜드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는 응답은 전략 분야에 따라 40% 안팎에 머물렀다.
신제품과 서비스 도입에서 브랜드를 주요 요소로 고려했다는 응답은 53%였다. 고객 경험 개선은 48%, 새로운 고객군 공략은 46%, 가격 변경은 42%, 기존 제품과 서비스 개선은 41%로 집계됐다. 판촉·유통 확대와 신규 지역 진출은 각각 39%였다.
신제품과 서비스 분야에서도 응답 기업의 절반 가까이는 브랜드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가격과 유통, 지역 확장에서는 브랜드의 비중이 더 낮았다. 매출과 직접 연결되는 결정일수록 재무와 영업 논리가 앞서고 브랜드는 출시 직전의 표현과 홍보를 맡는 구조가 남아 있는 셈이다.
가격을 낮춰 단기 판매량을 늘리는 결정은 당장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복적인 할인은 고객이 받아들이는 제품 가치와 정상 가격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유통채널을 넓히는 결정도 판매 접점을 늘리는 효과와 함께 기존 고객이 받아들여 온 브랜드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신규 시장 진출도 현지 판매량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기존 시장에서 쌓은 브랜드 약속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현지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충돌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브랜드 검토가 뒤늦게 시작되면 제품과 가격, 유통 방식이 이미 결정된 뒤 표현만 조정하는 데 그치기 쉽다.
매출만으로 가려내기 어려운 브랜드 성과
브랜드 개편 뒤 매출이 늘었다고 해서 증가분을 모두 브랜드 성과로 볼 수는 없다. 신제품 출시와 가격 인상, 유통망 확대, 경기 변화, 경쟁사 부진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출이 곧바로 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브랜드 투자가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브랜드 전략의 성과를 확인하려면 매출과 수익 외의 지표도 함께 봐야 한다. 신규 고객 비중과 재구매율, 고객 이탈률, 가격 인상 뒤 판매량, 추천 의향, 고객 불만 처리 시간 등이 제품과 고객 경험의 변화를 보여준다.
마케팅에서는 광고 인지도와 캠페인 반응뿐 아니라 고객획득비용과 전환율, 반복 구매까지 확인해야 한다. 인사 조직에서는 지원자 수와 채용 수락률, 직원 유지율이 기업의 고용 브랜드와 연결될 수 있다. 제품 조직에서는 신제품 채택률과 사용 지속률, 고객 서비스에서는 문의 재발률과 해결 시간이 판단 자료가 된다.
브랜드 가치는 하나의 숫자로 정리하기 어렵다. 조직마다 다른 지표를 사용하더라도 같은 사업 목표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 마케팅은 인지도를 높였지만 고객 서비스 불만이 늘고 재구매율이 떨어진다면 브랜드 전체의 성과가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기업이 브랜드 투자를 계속 설득하려면 감성적인 설명보다 경영진이 사용하는 수치와 연결해야 한다. 고객의 신뢰가 가격 인상 수용도와 재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관된 브랜드 경험이 고객획득비용을 얼마나 낮췄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배의 격차, 인과관계는 별도 확인
강한 브랜드 전략을 가진 기업에서 성장 목표 초과 달성 가능성이 두 배 높게 나타났지만 브랜드 전략이 성장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영진의 판단 능력과 제품 경쟁력, 재무 상태, 시장 지위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성과가 좋은 기업이 브랜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했을 수도 있다. 성장 여력이 충분한 기업일수록 고객 조사와 조직 교육, 제품 개선에 투자하기 쉽고, 이미 확보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일관되게 관리할 가능성도 높다.
가트너 조사도 브랜드 전략과 기업 성과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자료로 읽어야 한다. 조사 참여자의 응답을 토대로 한 비교이며, 국가와 업종, 기업 규모별 세부 차이는 공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에 적용하려면 브랜드 개편 전후의 투자와 제품, 가격, 고객 지표를 따로 살펴야 한다.
두 배와 3.3배라는 수치는 브랜드를 광고비로만 분류해 온 기업에 분명한 비교 기준을 제시한다. 사업전략과 브랜드 전략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기업에서 마케팅과 다른 조직의 목표 달성 가능성이 함께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브랜드 개편의 성과는 새 로고를 공개한 날보다 이후의 경영 판단에서 드러난다. 신제품과 가격, 유통과 고객 서비스가 같은 약속을 따르는지, 각 조직의 성과지표가 사업 목표와 연결되는지가 올해와 이후 실적에서 확인해야 할 기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