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브랜드 전략④] 브랜드 측정 막힌 기업 84%, 예산 축소의 악순환

성과 입증 못해 투자 줄고 데이터 신뢰도 하락…성장 목표 초과 달성 가능성도 절반 가까운 수준

2026-07-21     최기형 기자
[AI 시대 브랜드 전략④] 브랜드 측정 막힌 기업 84%, 예산 축소의 악순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브랜드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기업이 다시 측정 예산을 줄이고, 부족한 데이터가 경영진의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브랜드를 성장전략과 연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커졌지만, 투자 효과를 매출과 고객 행동으로 설명할 측정 체계는 뒤따르지 못했다.

가트너의 ‘2026 브랜드·비즈니스 전략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84%가 브랜드 측정과 투자를 둘러싼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분류됐다. 측정 예산이 부족하고, 경영진은 브랜드 효과에 비현실적인 기대를 걸며, 브랜드 책임자는 데이터와 실행 결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다른 조직의 책임자는 측정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구조다. 가트너는 이를 ‘브랜드 둠 루프(brand doom loop)’로 설명했다.

브랜드 측정에 충분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63%였다. 브랜드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경영진이 비현실적인 기대를 세운다는 응답은 54%, 다른 조직의 책임자가 측정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0%로 집계됐다. 브랜드 책임자가 보유 데이터나 실행 통제력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응답도 41%였다.

네 수치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경영진이 단기간의 매출 증가를 요구하면 브랜드 조직은 장기적인 인지도와 신뢰 변화를 충분히 관찰하기 어렵다. 측정 결과가 곧바로 매출과 연결되지 않으면 예산은 줄어들고, 줄어든 예산으로 진행한 조사는 표본과 항목, 조사 주기가 축소된다. 자료의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다음 투자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광고비는 남고 측정비는 줄어드는 구조

기업의 브랜드 예산은 외부에 노출되는 광고와 캠페인에 집중되기 쉽다. 광고 집행 규모와 노출량, 클릭 수는 짧은 기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브랜드 인식과 신뢰, 가격 수용도, 재구매 의향의 변화는 일정한 기간을 두고 같은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

광고비는 판매 활동으로 인정받지만 브랜드 조사는 비용으로만 취급될 가능성도 있다. 측정 예산이 줄면 기업은 캠페인 직후의 반응이나 온라인 언급량처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수치에 의존하게 된다. 매출과 고객 유지, 가격 경쟁력에 미친 영향을 확인할 자료는 부족해진다.

광고가 얼마나 많이 노출됐는지와 브랜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같은 수치가 아니다. 노출이 늘어도 고객이 제품을 구매 후보에 올리지 않거나, 구매 뒤 다시 찾지 않는다면 사업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높은 조회 수와 검색량이 부정적인 논란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브랜드 책임자가 데이터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응답이 41%에 달한 배경에는 측정 범위와 실행 권한의 불일치도 놓여 있다. 브랜드 조직이 인지도와 광고 반응은 관리할 수 있어도 제품 품질과 가격, 유통, 고객 서비스는 다른 조직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 경험이 나빠져 브랜드 지표가 하락하더라도 원인을 바로잡을 권한까지 갖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성과에 대한 책임은 브랜드 조직에 두면서 제품과 가격, 고객 대응을 바꿀 권한은 다른 조직에 남겨두면 측정 결과의 활용도도 낮아진다. 조사 자료가 경영회의에 올라가더라도 어느 조직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으면 다음 조사에서 같은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

단기 매출만 요구하면 브랜드 효과는 사라진다

브랜드 투자는 광고 집행 직후의 판매 증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뒤 구매 후보에 포함되고, 실제 구매와 재구매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제품 가격과 유통 범위, 경쟁사의 활동, 경기 상황도 매출에 함께 영향을 미친다.

경영진이 짧은 기간 안에 투자액과 매출 증가분을 일대일로 연결하라고 요구하면 측정 방식도 단기 지표에 맞춰진다. 할인과 판촉을 포함한 캠페인은 즉각적인 판매 증가를 만들 수 있지만 정상 가격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낮출 수 있다. 판매량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브랜드 가치도 함께 높아졌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대 상황도 있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더라도 경기 침체나 공급 차질, 제품 출시 지연이 겹치면 매출은 줄어들 수 있다. 매출 감소만 보고 브랜드 투자를 줄이면 고객이 기업을 선택할 가능성과 가격을 받아들이는 수준, 경쟁사로 이동하지 않는 비율까지 함께 약해질 수 있다.

브랜드 성과가 나타나는 기간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장기 투자라는 설명만 반복하고 사업 성과와의 관계를 제시하지 못하면 경영진의 불신은 커진다. 브랜드 조직은 인지도와 선호도에서 멈추지 않고 구매와 재구매, 고객 이탈, 가격 수용도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측정 기간도 목표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캠페인의 도달률과 반응은 집행 직후 확인할 수 있지만 브랜드 신뢰와 가격 경쟁력, 고객 유지에 미친 영향은 같은 시점에 판단하기 어렵다. 모든 지표를 하나의 보고 주기와 평가 기준에 넣으면 단기 성과가 장기 변화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인지도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

브랜드 측정은 인지도를 묻는 조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이름을 알고 있는 고객이 늘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자료지만 인지도만으로 성장 가능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름을 아는 고객이 실제 구매를 고려하는지, 경쟁사보다 먼저 선택하는지,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 성과를 사업과 연결하려면 고객의 이동 과정을 나눠 살펴야 한다. 기업을 처음 알게 된 단계, 구매 후보에 올린 단계, 실제 구매한 단계, 다시 구매한 단계에서 이탈 원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지도는 높지만 구매 고려율이 낮다면 제품이나 가격이 고객의 기대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첫 구매는 많지만 재구매율이 낮다면 광고보다 제품 경험과 고객 서비스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가격을 올릴 때 고객이 빠르게 이탈한다면 브랜드 선호가 실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마케팅 조직만의 수치로는 전체 흐름을 설명하기 어렵다. 제품 조직의 사용률과 해지율, 영업 조직의 신규·기존 고객 매출, 고객 서비스 조직의 불만과 해결 시간, 인사 조직의 채용 수락률과 직원 유지율을 함께 살펴야 한다.

모든 부서가 같은 지표를 가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부서별 수치는 달라도 하나의 사업 목표로 연결돼야 한다. 마케팅의 인지도 상승이 제품 사용과 재구매로 이어졌는지, 고객 서비스 개선이 이탈 감소와 매출 유지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진 불신 50%, 숫자보다 설명 구조의 부족

브랜드 측정 결과를 다른 조직의 책임자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0%였다. 숫자가 없어서 생기는 불신도 있지만 숫자가 사업 결정과 연결되지 않아 생기는 불신도 적지 않다.

브랜드 인지도가 몇 퍼센트 올랐다는 보고만으로는 제품 투자와 가격 정책을 바꿀 근거가 부족하다. 어떤 고객층에서 변화가 나타났고, 경쟁사와 격차가 어떻게 달라졌으며, 구매와 재구매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까지 설명해야 경영 판단에 활용할 수 있다.

조사기관이나 측정업체가 제시한 종합점수도 산출 방식을 확인해야 한다. 조사 대상과 표본 규모, 질문 방식, 조사 시점이 달라지면 이전 결과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여러 항목을 합친 지수가 상승했더라도 어느 요인이 변화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으면 실행 방향을 정하기 힘들다.

온라인 언급량과 감성 분석도 같은 한계를 안고 있다. 언급이 늘어난 이유가 신제품에 대한 관심인지 논란인지 구분해야 하고, 긍정과 부정을 가르는 기준이 실제 고객 판단과 맞는지도 살펴야 한다. 자동 분석 결과를 그대로 경영 지표로 사용하면 문맥과 반어, 업종별 표현 차이가 빠질 수 있다.

측정 결과가 좋을 때만 보고하고 나쁠 때는 조사 방식의 한계를 앞세우는 태도도 신뢰를 떨어뜨린다. 기업은 조사 전에 목표와 지표, 평가 기간을 정하고 결과가 예상과 다르더라도 같은 기준으로 공개해야 한다. 지표를 투자 확대의 근거로만 사용할 경우 다른 조직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측정 악순환에 빠진 기업, 성장 가능성도 낮아져

가트너 조사에서는 브랜드 측정 악순환에 놓인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으로 측정하고 입증한 기업보다 전체 성장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절반 가까운 수준에 머물렀다. 측정 부족이 마케팅 보고의 불편에 그치지 않고 기업 성장과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브랜드의 영향을 입증하지 못하면 경영진은 제품과 영업, 단기 판촉에 예산을 우선 배정할 가능성이 높다. 줄어든 브랜드 투자는 고객 조사와 시장 분석, 조직 간 조정 능력을 다시 약화시킨다. 기업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로 선택받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신제품과 가격, 유통 결정을 내리게 된다.

측정 체계가 갖춰진 기업은 브랜드 지표가 떨어졌을 때 원인을 제품과 가격, 고객 경험 가운데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판단할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투자 성과가 낮아도 예산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실행 방식과 목표 고객, 측정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브랜드 측정과 성장 목표 사이의 관계를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는 없다. 사업 성과가 좋은 기업일수록 조사와 데이터 분석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여력이 있을 수 있다. 경영 역량과 제품 경쟁력, 시장 지위도 함께 작용한다. 조사 결과는 브랜드 가치를 측정하고 설명하는 기업에서 성장 목표 초과 달성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연관성으로 해석해야 한다.

브랜드 보고서에서 경영회의 자료로

가트너는 브랜드 건강도를 조직 전체의 사업 목표와 연결하고, 최고경영진이 우선하는 사안에 맞춰 브랜드 성과를 설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브랜드 지표를 마케팅 조직의 보고서에 남겨두지 말고 성장과 제품, 고객, 인력에 관한 경영 판단에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브랜드 측정의 출발점은 많은 지표를 모으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이 어떤 성장 목표를 세웠는지, 브랜드가 어느 단계에서 기여할 수 있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신규 고객 확대가 목표라면 인지도와 구매 고려율, 고객획득비용을 함께 봐야 한다. 기존 고객 유지가 우선이라면 재구매율과 이탈률, 불만 해결, 가격 변경 뒤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

측정 결과를 조직별 실행과 연결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고객 신뢰가 떨어졌다면 광고 문구만 고칠 것인지, 제품 품질과 상담 절차, 데이터 활용 기준까지 손볼 것인지 정해야 한다. 브랜드 조직이 바꿀 수 없는 내용은 제품과 영업, 고객 서비스 책임자의 결정 항목으로 넘겨야 한다.

기업의 브랜드 투자는 새 캠페인을 공개하는 시점보다 예산을 편성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방향이 정해진다. 84%에 이른 측정 악순환이 이어질지 여부도 조사 횟수가 아니라 브랜드 지표를 제품과 가격, 고객 유지, 성장 목표에 연결하는 경영 체계에서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