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 저작권 소송, 출판사 제공 도서의 AI 학습 전용 논란

검색·판매·학술 연결용으로 확보한 저작물을 상업용 모델 개발에 썼다는 주장…구글북스 ‘검색용 복제’ 판례와 생성형 AI의 시장 대체성 충돌

2026-07-18     조종식 기자
사진=Googl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조종식기자]100쪽 분량의 살인 미스터리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비용은 39센트. 아셰트북그룹(Hachette Book Group)과 센게이지러닝(Cengage Learning), 엘스비어(Elsevier), 미국 소설가 스콧 터로(Scott Turow)가 구글 제미나이(Gemini)의 출판시장 대체성을 설명하며 법원에 제시한 계산이다. 작품 한 편의 제작비를 둘러싼 공방처럼 보이지만 소송이 겨눈 대상은 더 넓다. 검색과 전자책 판매, 학술논문 연결을 위해 출판사가 구글에 제공한 콘텐츠를 별도의 AI 학습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법정 판단을 받게 됐다.

아셰트와 센게이지, 엘스비어, 터로의 저작권 관리 법인 S.C.R.I.B.E.는 지난 10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구글을 상대로 집단소송 승인을 요청하는 소장을 냈다. 사건번호는 1:26-cv-05870이다. 구글이 수백만 건의 도서와 학술논문을 허가 없이 복제해 제미나이 계열 모델을 개발했으며, 저자명과 저작권자·출판정보 등 저작권관리정보까지 삭제하거나 변경했다는 주장이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소송 초기 단계로, 현재 공개된 내용은 원고 측 주장에 해당한다.

검색용 접근권과 AI 학습권 사이

구글북스(Google Books)는 도서 전체를 디지털화해 검색 색인을 만들고 검색어 주변의 제한된 문장을 제공해 왔다. 구글플레이북스(Google Play Books)는 출판사와 저자가 전자책 파일을 공급하고 이용자에게 판매하는 유통망이다. 구글스칼라(Google Scholar)는 학술논문을 검색하고 합법적인 열람 경로로 연결하는 서비스다.

출판사들은 서비스마다 콘텐츠 이용 목적이 제한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구글플레이북스에 전자책을 제공한 행위는 판매를 위한 것이며, 구글스칼라에 논문 원문 접근을 허용한 행위는 검색과 연결을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제미나이 개발을 위한 복제와 학습까지 허용하지는 않았다는 논리다.

소장에 인용된 구글 내부 검토 내용은 고의 침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구글 내부에서 출판사가 제공한 구글플레이북스 콘텐츠를 AI에 사용하는 방안을 두고 법률 위험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으며, 잠재적인 제재 규모를 100억∼1000억달러로 추산한 문구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출판사가 AI 학습을 저작권 침해로 판단해 전자책 공급을 철회하거나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내부 위험 요인으로 거론됐다고 원고 측은 주장했다.

내부 문서에는 제미나이 개발 책임자가 이미 보유한 데이터에는 별도의 이용 계약을 맺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대목도 인용됐다. 출판사들은 해당 발언이 구글의 콘텐츠 보유와 AI 학습 허가를 동일하게 취급한 정황이라고 해석했다. 내부 문구의 작성 배경과 실제 데이터 선정 과정, 제미나이 학습에 미친 영향은 향후 증거개시 절차에서 검증돼야 한다.

구글 서비스에서 확보한 파일만 소송 대상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원고 측은 구글이 인터넷 수집 자료를 가공해 만든 C4 데이터세트에 불법 복제 사이트와 유료 접근 제한 뒤에서 복제된 콘텐츠가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불법 복제·위조 시장으로 지목한 사이트가 C4에 최소 27곳 포함됐다는 내용도 소장에 적혔다. 구글이 어느 출처에서 어떤 작품을 확보해 어느 모델에 투입했는지는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도서와 논문에 붙어 있던 저자명, 저작권 표시, 출판정보를 학습 전처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제거했다는 주장도 별도 청구 항목으로 제기됐다. 출처 추적을 어렵게 만들어 무단 복제를 감췄다는 논리다. 구글의 일반적인 데이터 정제 과정이 저작권 침해를 숨기기 위한 행위였는지,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이 요구하는 고의성이 입증되는지가 재판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39센트짜리 소설이 겨눈 출판시장의 가격

출판사들이 강조한 손해는 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복제에 머물지 않는다. 제미나이가 소설과 교재, 논문의 대체물을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생산해 기존 저작물의 판매와 이용허락 시장을 잠식한다는 주장이다. 소장에는 유명 소설의 다른 판본이나 요약본, 교과서의 대체 단원, 특정 작가의 창작 요소를 닮은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100쪽짜리 미스터리를 20분에 39센트로 만들 수 있다는 수치도 같은 논리에서 제시됐다. 해당 계산은 독립적인 제작비 조사나 제미나이 성능 검증 결과가 아니라 원고 측이 소송에서 제시한 주장이다. 출판사들은 인세와 편집비, 교정·디자인·유통비를 투입한 책이 사실상 한계비용에 가까운 AI 생성물과 경쟁하게 되면 인간 작가와 출판사의 수익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작권법상 시장 피해가 인정되려면 AI가 많은 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일반론만으로는 부족하다. 원고 측은 특정 저작물이 제미나이 학습에 실제로 사용됐으며, 모델의 출력물이 원작이나 정식 라이선스 상품의 수요를 대체한다는 연결고리를 입증해야 한다. 생성된 글이 문법적으로 완성돼 있거나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저작권 침해가 자동으로 성립하지도 않는다.

구글은 학습 과정에서 작품의 표현을 이용자에게 그대로 제공하지 않고 언어의 패턴과 관계를 분석해 새로운 기능을 만든다는 논리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AI 학습이 검색 색인이나 데이터 분석과 같은 변형적 이용에 해당하고, 결과물이 원작의 상당 부분을 재현하지 않는다면 공정이용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글의 구체적인 답변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으며, 언론의 논평 요청에도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구글북스 승소 판례와 달라진 출력물

구글은 2015년 구글북스 소송에서 도서 전체를 복제한 행위를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았다. 미국 제2연방항소법원은 수천만 권의 책을 디지털화해 검색 기능을 만들고 제한된 문장만 제공한 행위가 원작과 다른 목적을 지녔다고 판단했다. 이용자가 책을 찾도록 돕는 검색 서비스가 원작의 상당 부분을 대신해 읽을 수 있게 하지 않았으며, 출판시장에 중대한 대체물을 공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뉴욕을 관할하는 같은 항소법원은 2024년 인터넷아카이브가 종이책을 스캔해 온라인으로 빌려준 행위에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디지털 대출본이 원작과 같은 독서 기능을 제공하고 출판사의 전자책 판매·도서관 라이선스 시장을 대체한다는 판단이었다. 비영리 서비스라는 사정도 시장 침해를 상쇄하지 못했다.

제미나이 소송은 두 판례 사이에 놓여 있다. 모델 학습용 복제물은 구글북스의 검색 색인처럼 이용자에게 직접 제공되지 않는다. 반면 완성된 모델은 소설과 교재, 학술 콘텐츠의 대체물을 생성할 수 있다. 검색 서비스가 원작 구매로 독자를 연결하는 기능이었다면 생성형 AI는 독자가 원작을 구매하지 않고도 비슷한 용도의 콘텐츠를 얻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출판사 측 주장이다.

AI 학습용 콘텐츠 계약이 이미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 피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작권자가 정식으로 판매할 수 있는 학습 데이터 이용권을 구글의 무단 복제가 빼앗았다는 주장이 인정되면 손해 범위는 종이책과 전자책 판매 감소를 넘어선다. 반대로 AI 학습용 라이선스 시장이 저작권자가 통제할 수 있는 적법한 파생시장인지, 기술기업이 새롭게 만들어낸 이용 방식에 기존 권리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두고 공방이 예상된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저자들과 합의한 15억달러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되지만 법원이 부과한 벌금이나 확정 손해배상액은 아니다. 불법 복제 사이트에서 확보한 도서 파일을 둘러싼 집단소송을 종결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마련한 합의금이다. 자료 취득 경로가 적법했는지와 모델 학습 자체가 공정이용인지가 분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구글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손해배상보다 넓은 학습 데이터 공개 요구

아셰트와 센게이지, 엘스비어, 터로 측은 법정손해배상이나 실제 손해액과 구글이 얻은 이익을 청구했다. 추가 침해를 막는 금지명령과 함께 제미나이 학습에 사용된 도서·저작물 목록, 자료 수집과 복제·가공 방식, 외부 데이터 공급자의 역할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구글이 보유한 침해 사본을 법원 감독 아래 폐기하고 처리 방법을 선서 보고서로 제출하도록 해달라는 청구도 포함됐다.

폐기 청구를 제미나이 모델 전체의 삭제 요구로 단정할 수는 없다. 소장에 명시된 대상은 구글이 보유하거나 통제하는 저작물의 침해 사본이다. 학습 데이터가 삭제될 경우 기존 모델과 후속 모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법원이 청구 범위와 기술적 증거를 검토한 뒤 판단할 사안이다.

집단소송 승인 여부도 먼저 결정돼야 한다. 출판사와 작가마다 저작권 보유 형태와 계약 조건, 등록 시점, 데이터 확보 경로가 달라 하나의 집단으로 묶을 수 있는지를 놓고 구글이 다툴 가능성이 크다. 집단이 승인되면 소송에 직접 이름을 올리지 않은 다수의 권리자까지 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구글의 답변서가 제출된 뒤에는 학습 데이터와 내부 의사결정 자료를 둘러싼 증거개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구글북스와 구글플레이북스, 구글스칼라에서 확보한 파일이 실제로 어느 모델에 사용됐는지, 불법 복제 사이트에서 수집된 자료가 얼마나 포함됐는지, 제미나이 출력물이 출판사의 판매와 라이선스 시장을 어느 정도 대체했는지가 차례로 법정에 오른다.

검색과 판매를 위해 허용된 콘텐츠 접근권이 상업용 생성형 AI 개발까지 이어지는지는 기존 계약 문구와 실제 데이터 흐름에서 갈리게 된다. 재판 결과는 구글의 손해배상 규모에 그치지 않고 도서·교재·학술논문의 AI 학습 가격, 출판사와 기술기업의 계약 범위, 학습 데이터 공개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