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경제④] 미국 라티노 6800만명, 출신국·세대·언어로 갈린 월드컵 소비

경제 산출 4조4000억달러 추계…스페인어 사이트 광고 1% 미만, 팬 규모와 투자 배분의 간격

2026-07-21     김상기 기자
이것은 응원이 아닌 예술 아르헨티나를 울린 메시의 '7분 기적'  '메시 2도움'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꺾고 결승행 사진=2026. 07.16  @CultureStacked   (아르헨티나는 16일(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상기기자]6801만3553명. 2024년 미국에 거주한 히스패닉 또는 라티노 인구다. 멕시코계가 3899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푸에르토리코계 611만명, 쿠바계 295만명, 중앙아메리카계 752만명, 남아메리카계 569만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인구 5명 가운데 1명을 하나의 ‘라티노 시장’으로 부르는 순간, 출신국과 거주지역, 세대, 언어, 선호 종목에 따라 갈라지는 소비 차이는 통계 밖으로 밀려난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의 라티노 인구를 축구 팬으로 묶을 수 있는 대형 행사였지만, 같은 언어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대표팀과 콘텐츠, 광고에 반응하는 시장은 아니었다. 멕시코 대표팀을 응원하는 텍사스의 2세대 팬,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쿠바계 야구 팬, 뉴욕의 도미니카계 가정,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 시민은 월드컵을 접하는 경로와 지출 방식이 다르다.

월드컵의 경제적 가치는 라티노 팬이 얼마나 많은가보다 방송사와 스폰서, 플랫폼이 서로 다른 소비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했는지에서 갈렸다. 스페인어 광고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영어 사용이 익숙한 미국 태생 세대에 닿기 어렵고, 영어 중심 캠페인은 이민 1세대와 가족 단위 시청자를 놓칠 수 있다. 인구 규모는 이미 커졌지만 광고와 콘텐츠 투자는 언어·지역·세대별 소비구조를 따라가지 못했다.

미국 인구 20%, 평균연령은 30대 초반

미국 라티노 인구는 2024년 처음으로 전체의 20%에 도달했다. 2023년보다 194만명, 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인구 증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이 라티노 인구에서 나왔다. 2025년 인구 추계에서는 히스패닉 또는 라티노 비중이 20.5%까지 높아졌다.

연령 구조는 스포츠기업이 라티노 팬을 장기 소비시장으로 분류하는 배경이다. 2024년 라티노의 중위연령은 31.8세로 백인 44.7세, 아시아계 39.7세, 흑인 36.3세보다 낮았다. 미국 태생 라티노에는 어린이와 청년층 비중이 높다. 월드컵 시청자가 프로리그 관람과 스트리밍 구독, 상품 구매, 자녀의 스포츠 참여로 이동할 수 있는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UCLA와 캘리포니아루터란대 연구진은 미국 라티노 인구가 2024년 만들어낸 경제 산출을 4조4000억달러, 소비를 3조달러로 추계했다. 미국 공식 국민계정은 인종·민족별 국내총생산을 별도 항목으로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4조4000억달러는 정부 통계에 기초해 연구진이 재구성한 값이다. 월드컵 매출이나 라티노 가구의 구매력과 동일한 수치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스포츠기업이 접근하는 시장의 경제적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다.

라티노를 소비자로만 볼 수도 없다. 2021년 미국의 히스패닉계 고용주 기업은 40만6086개로 전체 고용주 기업의 7.1%를 차지했다. 공식 상품과 외식, 숙박, 교통에서 발생한 지출이 라티노계 사업자의 매출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별도의 공급망 분석이 필요하다. 인구와 소비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만으로 지역 사업자가 월드컵 수익 배분에 참여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 같은 광고를 쓸 수 없는 시장

캘리포니아에는 2024년 라티노 1610만명, 텍사스에는 1260만명이 거주했다. 플로리다 670만명, 뉴욕 400만명, 일리노이 250만명을 합치면 5개 주에 미국 라티노 인구의 62%가 모인다. 북중미 월드컵 미국 개최지 상당수가 해당 주와 인접 지역에 자리 잡았다.

인구의 출신국 구성은 도시마다 크게 달랐다. 로스앤젤레스 광역권 라티노의 74%, 댈러스 광역권의 77%가 멕시코계였다. 뉴욕에서는 도미니카계와 푸에르토리코계 비중이 크고, 워싱턴DC에서는 엘살바도르계가 가장 큰 집단을 형성했다. 마이애미 광역권 라티노 가운데 쿠바계는 약 40%를 차지했다.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미국 내 쿠바계 인구만 약 120만명이다. 미국 쿠바계 인구의 61%가 플로리다에 살고 있으며 중위연령은 38.2세로 라티노 전체보다 높다. 푸에르토리코계는 플로리다 130만명, 뉴욕 99만5000명, 펜실베이니아 49만4000명으로 분산돼 있다. 같은 동부지역에서도 출신 배경과 세대 구성이 다르다.

멕시코 대표팀 중심의 광고는 로스앤젤레스와 댈러스에서 넓은 소비자층에 닿을 수 있지만 마이애미와 뉴욕에서는 같은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축구 선호도도 출신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카리브해 국가 출신 가정에서는 야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남미와 멕시코계 시장에서는 축구가 더 강하다. 국적을 지운 ‘라티노 캠페인’은 시장을 넓히는 대신 실제 팬의 선호를 평평하게 만든다.

영어 71%, 스페인어 가정 68%

2024년 5세 이상 미국 라티노의 71%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가정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비중은 68%였다. 두 수치가 동시에 높다는 사실은 영어권과 스페인어권을 서로 분리된 소비자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한 가정 안에서도 부모와 자녀가 다른 언어로 경기를 보고, 방송 해설과 모바일 콘텐츠의 언어를 달리 선택할 수 있다.

영어 능숙자 비중은 2000년 59%에서 2024년 71%로 높아졌고, 가정 내 스페인어 사용 비중은 같은 기간 78%에서 68%로 낮아졌다. 미국 태생 라티노가 늘어나면서 영어 중심 소비가 확대됐지만 스페인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방송은 영어로 보고 가족 대화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스페인어를 사용하거나, 두 언어를 섞은 콘텐츠를 선택하는 소비가 한 계정 안에서 나타난다.

스페인어 중계를 단순 번역판으로 만들면 언어 선택의 의미도 놓친다. 시청자는 해설자의 억양과 표현, 출연진, 다루는 대표팀, 경기 전후 프로그램까지 함께 고른다. 영어 중계를 선택한 라티노 팬이 문화적 정체성을 버린 것도 아니고, 스페인어 중계를 본 비라티노 시청자가 인구통계상 스페인어 시장으로 이동한 것도 아니다.

언어별 시청자를 정확히 계산하려면 TV와 스트리밍 계정, 기기, 가구 구성, 중복 접속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영어 중계를 보다가 스페인어 해설의 짧은 영상을 확인한 이용자를 서로 다른 두 명으로 잡으면 실제 팬 수가 부풀려진다. 언어 선택은 고정된 인구 분류보다 경기와 기기, 동반 시청자에 따라 달라지는 이용행태에 가깝다.

스트리밍 55.8%, 스페인어 사이트 광고는 1% 미만

라티노 시청자의 전체 TV 이용시간 가운데 스트리밍 비중은 2025년 55.8%였다. 미국 전체 시청자의 46%보다 9.8%포인트 높았다. 방송 프로그램 이용시간 가운데 스포츠와 스포츠 인접 콘텐츠가 차지한 비중도 18%에 달했다. 축구팬을 확보하려는 기업이 지상파 광고만으로 라티노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워진 배경이다.

디지털 이용량과 광고 배정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미국 온라인 소매업체가 2025년 1분기 집행한 디지털 광고비 가운데 스페인어 웹사이트에 들어간 비중은 1% 미만이었다. 스페인어 온라인 광고비의 약 96%는 유튜브에 집중됐다. 여러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광고 예산은 한 플랫폼과 일부 스페인어 지면으로 좁게 배분됐다.

라티노 팬을 겨냥한 투자가 적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스페인어 사이트 광고를 늘리는 방식이 영어를 주로 쓰는 2·3세대까지 포괄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구분은 영어 광고와 스페인어 광고의 비율만이 아니다. 출신 지역과 세대, 응원팀, 이용 플랫폼, 가족 시청 여부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

플랫폼의 역할도 다르다. 생중계 스트리밍은 광고와 구독료를 만들고, 짧은 영상은 경기로 유입시키는 통로가 된다. 소셜미디어는 같은 국적과 지역의 팬이 응원과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모든 접촉을 ‘디지털 라티노 팬’으로 합치면 무료 영상 조회와 유료 가입, 상품 구매의 차이가 사라진다.

월드컵 팬 40%, 후원 효과는 거래액과 구분

미국 라티노의 40%는 월드컵 팬이라고 답했고, 라티노가 메이저리그사커(MLS)의 열성 팬일 가능성은 미국 전체 인구보다 39% 높게 나타났다. 라티노 월드컵 팬의 70%는 소셜미디어와 월드컵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모두 설문에 기반한 의향과 성향 수치다. 실제 시청시간과 유료 가입, 상품 구매액을 뜻하지는 않는다.

라티노 스포츠팬은 일반 스포츠팬보다 후원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11%, 다른 사람에게 후원사를 추천할 가능성이 12% 높게 조사됐다. 후원기업에는 매력적인 수치지만 구매 ‘가능성’과 실제 매출액은 구분해야 한다. 상품 가격과 유통망, 광고 도달률, 경쟁 브랜드, 가계소득을 반영하지 않은 성향조사만으로 후원 수익률을 계산할 수 없다.

가족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관람은 한 명의 팬을 여러 명의 소비로 넓힌다. 집에서 함께 경기를 보면 식음료와 배달, 스트리밍 비용이 발생하고 팬 행사에 참여하면 이동과 외식, 상품 구매가 따라붙는다. 가족 소비가 모두 공식 스폰서와 권리 보유자의 수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지역 음식점과 비공식 상품, 소셜미디어 플랫폼, 통신사까지 같은 팬의 지출을 나눠 갖는다.

후원 효과를 확인하려면 광고 노출량보다 구매 전환율과 반복 구매, 지역별 매출을 봐야 한다. 스페인어 광고를 본 소비자가 실제 상품을 구입했는지, 월드컵 기간에 늘어난 구매가 폐막 뒤에도 유지됐는지, 가족 단위 참여가 한 사람당 지출을 얼마나 바꿨는지를 분리해야 한다.

팬 비중과 조직 리더십의 격차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스포츠경제 규모가 향후 10년간 약 1650억달러에서 3200억달러 이상으로 늘고, 증가분의 3분의 1이 라티노 소비자와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MLS 팬의 약 3분의 1,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 팬의 약 20%가 라티노인 반면 관련 스포츠조직의 라티노 리더십 비중은 6∼10%로 제시됐다. 공개된 팟캐스트 대담에는 시장 전망과 조직 비중의 표본·산정식이 담기지 않아 수치의 직접 비교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소비자 비중보다 리더십 비중이 낮으면 광고 문구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중계 언어와 경기시간, 티켓 가격, 팬 행사 위치, 지역 파트너 선정, 유소년 투자까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팬의 생활권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라티노 문화를 광고에 넣는 일과 라티노 인력을 사업 결정에 참여시키는 일은 다른 단계다.

팬 데이터를 세분화하는 기술은 빠르게 도입됐지만 의사결정 구조가 같은 속도로 바뀌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기업이 출신국과 언어, 세대별 구매 패턴을 분석하면서도 경영진과 콘텐츠 제작진, 지역 공급업체 구성은 기존 상태를 유지한다면 개인화는 소비자를 더 정밀하게 분류하는 수단에 머문다.

6800만명의 소비, 누가 가져갔는지 남은 계산

2026 월드컵에서 라티노 팬의 경제적 비중은 인구와 시청률, 스트리밍 이용량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방송권자는 중계료와 광고를, 플랫폼은 구독과 이용자 데이터를, 라이선스 사업자는 공식 상품 수입을 가져간다. 개최지의 음식점과 소매업체, 교통사업자에는 현장 소비가 남는다. 같은 팬의 지출도 권리를 가진 기업과 지역 사업자 사이에 나뉜다.

4조4000억달러의 라티노 경제 산출과 3조달러의 소비 추계는 월드컵이 접근한 경제권의 크기를 설명한다. 월드컵이 해당 경제권에서 얼마를 가져갔는지는 별개의 계산이다. 라티노 팬의 지출 가운데 중계·광고·상품·티켓·외식·교통에 들어간 금액을 나누고, 지역과 기업별 수입을 확인해야 스포츠산업의 몫이 나온다.

스페인어와 영어별 유료 가입 유지율, 후원 브랜드의 실제 구매 전환, 공식 상품과 지역 상권의 매출 배분, 스포츠조직의 리더십 구성은 월드컵 이후에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해당 수치가 빠지면 6800만명은 광고 제안서에 적힌 거대 소비집단으로 남는다. 출신국과 세대, 언어로 갈린 팬의 소비를 누가 수입으로 바꿨는지는 권리자와 방송사, 플랫폼, 개최지의 항목별 실적에서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