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경제⑧] 2026 월드컵 유소년 축구, 참가 열기보다 먼저 선 비용 장벽
미국 아웃도어 축구 1680만명 역대 최대, 자녀 스포츠 지출은 5년간 46% 상승…캐나다 25개 피치·멕시코 8개 미니피치의 성패는 운영비와 접근성
[KtN 김상기기자]1680만명과 46%. 2025년 미국의 아웃도어 축구 참가자는 전년보다 15.8%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미국 가정이 자녀 한 명의 주 종목에 지출한 비용은 2019년보다 46% 증가했다. 축구를 경험한 사람은 늘었지만 정기적으로 훈련받고 경기를 이어갈 수 있는 가정의 부담도 함께 커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축구 관심을 끌어올렸다. 관심이 장기적인 참가로 이어지려면 집에서 가까운 구장과 감당할 수 있는 등록비, 이동수단, 지도자, 반복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지역 리그가 필요하다. 경기 시청과 유니폼 구매는 한 번의 소비로 끝날 수 있지만 유소년 축구는 매주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유지되는 시장이다.
대회 이후 남는 스포츠 산업은 결승전 시청률보다 다음 시즌 등록자 수에서 확인된다. 월드컵을 본 어린이가 축구교실에 들어가고, 첫해 참가자가 이듬해에도 남으며, 저소득층과 여학생의 참여율이 함께 높아질 때 팬 증가는 선수·지도자·심판·지역 리그의 확대로 이어진다.
1680만명 역대 최대, 정기 참여보다 가벼운 참가가 빠르게 증가
미국의 아웃도어 축구 참가자 1680만명은 연령을 가리지 않은 전체 참가 규모다. 실내 축구 참가자도 660만명으로 전년보다 10.5% 증가했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축구 저변이 넓어졌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1680만명 전부를 유소년 선수나 정기 등록자로 볼 수는 없다.
증가 속도는 자주 경기하는 핵심 참가자보다 가끔 축구를 하는 참가자에게서 더 빨랐다. 35세 이상 성인의 참가도 크게 늘었다. 축구를 한 번 이상 경험한 인구가 증가한 것과 지역 클럽에서 매주 훈련하는 어린이가 증가한 것은 서로 다른 변화다.
미국의 6∼17세 가운데 2023년 학교 밖이나 주말에 팀 또는 레슨 형태로 스포츠에 참여한 비율은 55.4%였다. 전년의 53.8%보다 높아졌지만 2030년 국가 목표인 63%에는 미치지 못했다. 2024년에는 6∼12세 팀 스포츠 참가가 늘어난 반면 13∼17세의 정기 참여는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초등 연령에서 시작한 참여가 청소년기까지 유지되지 않는 구조다.
월드컵 직후 등록자가 늘어도 장기 시장 확대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료 체험과 단기 캠프, 친구들과의 일회성 경기는 참가자 수를 높이지만 회비를 내고 정규 시즌을 이어가는 비율과는 차이가 난다. 스포츠 산업의 안정적인 수입은 첫 등록보다 재등록과 참가 기간에서 나온다.
가정 지출 46% 상승, 축구 연평균 비용 1188달러
미국 가정의 자녀 스포츠 지출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46% 늘었다. 참가율 회복보다 비용 상승이 더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득에 따른 격차도 커졌다. 고소득 가정의 자녀는 지역팀과 학교팀, 원정팀, 개인훈련 등 대부분의 경로에서 저소득층보다 더 자주 스포츠에 참여했다.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방식은 별도 등록비가 필요 없는 자유놀이였다.
축구 한 종목에 들어가는 연평균 가계비용은 1188달러로 집계됐다. 농구 1002달러, 야구 714달러, 태클풋볼 581달러보다 높았다. 원정비는 종목 전체에서 장비·개인레슨·등록비보다 큰 지출 항목이었다. 해당 평균에는 저비용 지역 프로그램과 수천달러가 들어가는 원정 클럽이 함께 포함돼 실제 부담은 참가 수준에 따라 크게 갈린다.
축구는 공 하나와 빈 공간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지만 조직된 유소년 시장에 들어간 뒤에는 회비와 유니폼, 대회 참가비, 개인훈련, 항공·숙박비가 붙는다. 상위 클럽 진입이 대학 진학과 프로 선발 기회로 연결된다는 기대가 커질수록 가정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미국 대표팀의 월드컵 탈락 이후 ‘페이 투 플레이(pay-to-play)’ 구조가 다시 논란이 된 배경도 선수 육성과 가계소득의 연결이다. 미국축구협회는 서로 나뉜 유소년 리그를 정비하고 비용·접근성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리트 아카데미의 높은 회비가 저소득층 재능을 선발망 밖에 남긴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가정이 더 많이 지출할수록 산업 매출은 늘어난다. 참가자가 비용을 견디지 못해 중도에 떠나면 선수층은 좁아진다. 유소년 스포츠 시장의 매출 증가와 국가대표 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다.
결승 개최지역에도 남은 ‘축구 사막’
뉴욕시와 북부 뉴저지의 유소년 선수 약 700명을 조사한 결과, 32%가 비싼 팀 회비를 주요 불만으로 꼽았다. 저소득층에서는 비율이 41%로 높아졌다. 어린이들이 축구에서 중요하게 여긴 항목은 친구와 함께하는 경험 48%, 재미 46%, 기술 향상 45%였다. 승리는 23%, 장학금은 13%에 그쳤다. 선수들이 원하는 활동과 엘리트 경쟁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장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구장 공급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브롱크스와 브루클린, 퀸스, 뉴어크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 부족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구장 사용허가가 비공식적으로 재판매되는 문제까지 조사됐다. 빈 공간이 없으면 등록비를 낮춰도 참여 인원을 늘릴 수 없다.
이동은 회비 밖에서 발생하는 부담이었다. 고소득층 선수의 86%는 가족 차량으로 훈련장에 이동했지만 저소득층은 21%에 그쳤다. 대중교통을 여러 차례 갈아타야 하는 어린이에게 1시간 훈련은 왕복 수시간의 일정이 된다. 교통비뿐 아니라 보호자의 노동시간과 돌봄 일정까지 참가비에 포함되는 구조다.
여학생의 참여도 낮았다. 뉴욕시 고교 축구선수 가운데 여학생 비율은 38%, 조사 대상 북부 뉴저지 지역은 약 42%로 미국 평균 45%보다 낮았다. 혼성 프로그램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또래 관계를 확보하지 못한 여학생이 일찍 그만두는 흐름도 확인됐다. 경기장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성별 격차가 자동으로 줄어들지는 않는다.
5000만달러 훈련센터, 엘리트 육성과 생활체육 사이의 거리
미국축구협회는 5월 조지아주 페이엣카운티에 첫 국가대표 전용 훈련센터를 열었다. 건립에는 아서 블랭크(Arthur Blank)가 기부한 5000만달러가 기반이 됐다. 성인·유소년 대표팀과 장애인·풋살·비치사커를 포함한 27개 국가대표 프로그램이 한곳을 이용하는 시설이다.
중앙 훈련센터는 대표팀별로 흩어졌던 훈련과 지도자 교육, 기술 기준을 통합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축구협회는 유소년 대표팀과 엘리트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훈련센터에서 운영할 계획도 세웠다. 국가대표 육성의 기반시설로는 미국 축구가 오랫동안 갖추지 못했던 투자다.
국가훈련센터가 지역 유소년의 등록비와 이동비를 직접 낮추지는 않는다. 조지아주의 중앙시설에 투입된 5000만달러와 브롱크스 어린이가 매주 사용할 동네 구장은 기능이 다르다. 엘리트 선수를 한곳에 모으는 시설과 많은 어린이가 가까운 거리에서 공을 찰 공간을 동시에 확보하지 않으면 국가대표 육성망의 입구는 좁게 남는다.
선수 선발도 달라질 수 있다. 고비용 원정 클럽에서 오래 훈련한 선수가 국가훈련센터의 선발망에 들어가기 쉽다면 중앙화는 기존 격차를 강화할 수 있다. 학교와 공공 체육시설, 이민자 지역의 비등록 선수까지 발굴할 수 있는 지역망이 함께 작동해야 중앙시설의 기술 투자가 넓은 선수층으로 이어진다.
캐나다 25개 피치, 멕시코 8개 미니피치
캐나다 연방정부는 월드컵과 연계해 전국에 커뮤니티 축구장 25곳을 조성하는 데 216만5000캐나다달러를 지원했다. 학교 프로그램과 청소년 참여 사업에는 30만달러를 배정했고 약 5000명의 어린 선수와 가족에게 국가대표 친선경기 관람 기회를 제공했다.
캐나다의 2026년 경제정책에는 스포츠 참여 확대를 위해 5년 동안 6억6000만캐나다달러, 이후 매년 1억1000만달러를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월드컵 관련 일회성 행사보다 종목단체와 지역 프로그램에 장기간 운영비를 투입하는 구조다. 예산안이 실제 프로그램별 참가비와 지도자 인건비, 지역시설 운영으로 어떻게 배분되는지는 별도 집행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멕시코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미주개발은행(IDB)이 2026년 말까지 도시·농촌 지역에 미니 축구장 8곳을 설치하기로 했다. 학교 체육과 지역 대회, 여성·여학생 참여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공공자산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사회통합과 폭력 예방을 다루는 100곳 이상의 지역 프로그램과 연결된다.
25개와 8개라는 시설 수만으로 이용 성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구장이 어느 지역에 놓였는지, 하루 몇 시간 주민에게 개방되는지, 무료 이용 비율과 예약 방식은 무엇인지, 지도자와 안전관리 인력을 누가 부담하는지가 참가 규모를 가른다. 조성비만 확보하고 유지관리 예산이 끊기면 새 시설도 사용시간이 짧거나 유료 클럽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다.
대회 개최지 중심의 투자도 살펴야 한다. 캐나다 경기는 토론토와 밴쿠버, 멕시코 경기는 세 도시에 집중됐지만 유소년 참여 수요는 전국에 분산돼 있다. 월드컵을 직접 개최하지 않은 중소도시와 농촌, 원주민 공동체까지 시설과 프로그램이 도달해야 공동개최의 스포츠 효과가 개최도시 밖으로 넓어진다.
유소년 스포츠 15%, 후원기업에는 미래 고객 시장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유소년 스포츠가 스포츠경제의 15%를 차지하며, 부모들이 자녀의 경기를 후원하는 기업과 지역 리그를 지원하는 브랜드를 소비 선택에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어린 시절의 스포츠 참여가 장기 팬덤과 소비로 이어진다는 판단 아래 프로리그와 기업이 유소년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구조다.
유소년 후원은 참가비 지원과 장비 제공, 지도자 교육, 경기장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에는 어린 선수와 부모를 동시에 만나는 마케팅 통로이기도 하다. 후원 로고를 노출하는 비용과 실제로 저소득층 등록비를 줄이는 비용은 구분해야 한다.
무료 체험행사에 수천명을 모은 뒤 상시 리그의 회비가 그대로 유지되면 참여 확대 효과는 짧게 끝난다. 장비를 제공해도 훈련장까지 이동할 교통수단이 없으면 참가가 어렵다. 기업의 후원 실적도 행사 참가자 수보다 첫 시즌 등록률과 이듬해 재등록률, 저소득층 지원액, 무료 구장 이용시간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세액공제와 보조금, 등록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
미국 하원에는 1월 청소년 신체활동 비용을 세제지원 대상으로 포함하고 생활체육 프로그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PLAY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은 한 가정의 청소년 체육활동 비용을 연간 최대 1000달러, 부부 합산 또는 세대주 신고는 최대 2000달러까지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은 위원회에 회부된 발의 단계로 시행법이 아니다.
보조금은 지역 생활체육 단체에 2년 동안 5000∼5만달러를 지원해 참가비를 낮추는 방식이다. 엘리트·선발·원정 프로그램과 시설 신축·개선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설계됐다. 고비용 경쟁시장보다 저비용 생활체육을 우선하겠다는 구분이다.
세액공제는 지출한 뒤 세금 신고를 할 수 있는 가정에 유리하다. 당장 등록비를 낼 현금이 부족하거나 세금 부담이 작은 저소득층에는 체감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생활체육 보조금도 시설을 새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구장 공급이 부족한 도시의 공간 문제까지 해결하지 못한다.
등록비, 시설, 교통, 지도자 가운데 하나만 낮춰서는 참여망이 완성되지 않는다. 저렴한 프로그램이 있어도 구장이 멀면 참가하기 어렵고, 가까운 구장이 있어도 훈련비가 높으면 이용할 수 없다. 낮은 회비를 유지하려면 공공시설과 지방정부 예산, 종목단체, 기업 후원이 여러 시즌 동안 함께 들어가야 한다.
월드컵 이후 성적표는 재등록률과 이용시간
월드컵이 유소년 축구에 남긴 효과는 대회 기간 참가 행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2026년 하반기 신규 등록자 가운데 2027년에도 남은 비율, 소득·지역·성별에 따른 참가율, 한 가정의 연간 비용, 선수 한 명이 훈련장까지 이동한 시간, 무료로 개방된 구장의 시간, 지도자 한 명이 맡은 어린이 수가 장기적인 변화를 가른다.
미국은 아웃도어 축구 참가자 1680만명이라는 넓은 기반을 확보했지만 고비용 원정 클럽과 지역별 시설 부족이 선수 육성망의 입구를 좁힌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커뮤니티 구장을 늘리는 투자를 시작했지만 시설의 위치와 운영시간, 유지관리비가 실제 이용 범위를 결정한다.
월드컵을 본 어린이를 팬으로 남기는 일은 방송사와 플랫폼이 맡을 수 있다. 어린이가 직접 공을 차고 여러 해 동안 스포츠에 남도록 만드는 일에는 학교와 지방정부, 지역 클럽, 지도자와 가족의 비용이 들어간다. 팬의 숫자는 한 달 안에 늘어날 수 있지만 선수층은 매주 이용할 수 있는 구장과 감당 가능한 회비가 축적돼야 넓어진다.
2026 월드컵의 유소년 경제는 참가 열기와 비용 장벽이 동시에 커진 상태에서 출발했다. 대회의 장기 성과는 새로 지은 시설 수나 첫해 등록자보다 저소득층과 여학생을 포함한 어린이가 다음 시즌에도 같은 구장에서 계속 뛰는지에 따라 판가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