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여성⑧] 흡수율보다 제형, 원료가 제품이 되는 기술
특별기획 | 건강한 여성, 아름다움의 기준을 바꾸다 수용화·유화·캡슐화·분사 방식이 바꾸는 사용감과 전달…‘쏙 스며든다’는 감각 넘어 최종 처방의 안정성과 재현성
[KtN 임우경기자] 손등에 떨어뜨린 세럼이 빠르게 사라진다. 오일은 번들거림을 남기지 않고 토너처럼 퍼지고, 묵직한 크림도 문지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부가 매끈해진다. 소비자는 이런 변화를 두고 흡수가 잘된다고 표현한다.
화장품 광고도 ‘빠른 흡수’, ‘피부 깊숙이 전달’, ‘유효성분 침투’, ‘수분을 속부터 채우는 제형’을 강조한다. 물에 잘 섞이지 않던 식물 원료를 수용화하거나 입자를 작게 만들었다는 설명에는 흡수율이 높아졌다는 결론이 뒤따르기도 한다.
피부에서 느끼는 빠른 흡수감과 성분이 피부 안으로 이동한 양은 같은 결과가 아니다. 제품이 얇게 퍼지고 물과 휘발성 성분이 증발하면 표면의 끈적임은 빠르게 줄어든다. 오일이 피부 굴곡을 따라 고르게 확산되거나 고분자 성분이 얇은 막을 형성해도 피부가 매끈하게 느껴진다. 성분이 각질층에 머물렀는지, 표피와 진피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혈액에 도달할 정도로 흡수됐는지는 별도의 시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화장품 원료는 이름만으로 제품이 되지 않는다. 원료가 어느 용매에 녹는지, 물과 오일을 어떤 비율로 섞는지, 열과 빛을 견디는지, 피부에 바른 뒤 어느 속도로 방출되는지, 보관 중 침전과 변색이 일어나지 않는지가 최종 품질을 결정한다.
좋은 원료를 확보한 뒤 시작되는 제조기술이 제품 경쟁력을 가르는 이유다.
피부 표면에서 전신 흡수까지, 서로 다른 이동
피부에 제품을 바른 뒤 일어나는 변화는 여러 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피부 표면에 제품이 퍼지는 도포다. 점도가 낮은 미스트와 토너는 넓게 퍼지고, 크림과 밤은 바른 부위에 상대적으로 오래 남는다. 분사 입자의 크기와 펌프의 토출량, 손으로 문지르는 시간도 실제 도포량을 바꾼다.
두 번째는 성분이 피부 가장 바깥의 각질층에 머물거나 각질세포 사이로 들어가는 침투다. 보습제와 필름 형성 성분 가운데 상당수는 피부 깊숙이 이동하기보다 각질층과 표면에서 수분을 붙잡고 증발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성분이 각질층을 지나 살아 있는 표피와 진피 방향으로 이동하는 투과다. 성분의 분자 크기와 전하, 지용성과 수용성의 균형, 배합 농도, 피부 상태가 이동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은 피부를 통과한 성분이 혈류에 도달하는 전신 흡수다. 일반 화장품의 보습과 피부 보호 기능에 반드시 전신 흡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신으로 많이 이동하는 성질은 효능의 우수성을 뜻하기보다 안전성 평가에서 확인해야 할 노출량을 늘릴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피부 흡수 시험법은 피부 시료를 두 공간 사이에 놓고 시험물질이 수용액 쪽으로 이동한 양과 피부 각 층에 남은 양을 측정한다. 실제 사용을 반영한 제형과 도포량, 노출시간을 적용하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한 것도 제형과 사용 조건이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말하는 ‘흡수됐다’는 감각만으로 네 단계 가운데 어디까지 성분이 이동했는지 판정할 수 없는 이유다.
빠르게 사라지는 사용감의 정체
세럼이 피부에서 빠르게 사라지면 성분이 모두 피부 안으로 들어갔다고 느끼기 쉽다. 실제로는 제품에 들어 있는 물과 휘발성 용매가 증발하고, 남은 성분이 얇게 퍼지면서 끈적임이 줄어든 결과일 수 있다.
오일도 마찬가지다. 피부에 오래 번들거리는 오일과 금방 매트해지는 오일의 차이는 피부투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일의 점도와 극성, 퍼지는 속도, 함께 배합한 에스터와 실리콘, 휘발성 성분이 사용감을 바꾼다. 같은 식물성 오일을 사용해도 다른 오일과 유화제, 분산 성분을 조합하면 발림성과 잔여감이 달라질 수 있다.
미스트의 촉촉함도 물의 존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글리세린과 부틸렌글라이콜 같은 습윤제, 피부 표면에 남는 고분자와 당류, 분사 입자와 1회 토출량이 함께 작용한다. 미세한 안개처럼 고르게 퍼지는 미스트는 같은 양을 한곳에 떨어뜨리는 제품보다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크림을 바른 직후 생기는 팽팽함도 피부 깊은 층의 리프팅과 구분해야 한다. 제형이 마르면서 형성한 막과 피부 표면의 수분 변화가 일시적인 긴장감을 만들 수 있다. 해당 감각이 탄력 개선과 모공 크기 감소를 뜻하려면 피부 탄성 측정과 이미지 분석, 대조제품 비교가 필요하다.
‘흡수가 빠르다’는 표현은 상당 부분 감각평가에 속한다. 감각평가 자체도 중요한 제품 품질이다. 끈적임이 심한 제품은 충분한 양을 매일 사용하기 어렵고, 화장이 밀리는 크림은 아침 사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감이 좋다는 결과와 성분 전달량이 많다는 결과는 따로 설명해야 한다.
수용화는 물에 섞는 기술
매스틱과 에센셜오일처럼 물에 잘 녹지 않는 원료를 토너와 미스트에 넣으려면 물속에 균일하게 존재하도록 만드는 공정이 필요하다. 용매를 사용해 녹이거나 계면활성제와 가용화제를 배합하고, 미세한 액적 형태로 분산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수용화는 난용성 원료를 물 기반 제품에 넣을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물에 잘 섞이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피부흡수율이 높아졌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수용화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항목은 투명도보다 넓다. 원료가 어느 농도로 들어갔는지, 액적이나 입자의 크기가 일정한지, 보관 중 서로 뭉치거나 바닥에 가라앉지 않는지, 온도와 빛에 노출된 뒤 냄새와 색이 달라지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원료의 유효성분도 공정을 견뎌야 한다. 높은 온도와 강한 전단력, 산도 조절 과정에서 일부 성분이 분해되거나 산화될 수 있다. 겉으로는 투명하고 균일한 제품이 만들어졌어도 처음 원료에 있던 성분이 목표 농도로 남았는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피부 전달을 높이기 위해 가용화제와 침투 촉진 성분을 많이 사용하면 자극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피부 안으로 더 많이 이동시키는 기술은 효능뿐 아니라 노출과 안전성 평가의 범위도 넓힌다. 유럽연합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의 화장품 원료 평가 지침도 실제 배합 농도와 제품 유형, 피부 노출량,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할 때의 누적 노출을 종합하도록 요구한다.
유화가 만드는 크림의 구조
크림과 로션은 물과 오일처럼 자연 상태에서 쉽게 분리되는 성분을 하나의 제형으로 만든 제품이다. 유화제는 물과 오일의 경계에 자리 잡아 액적이 다시 합쳐지는 것을 줄이고 제품의 구조를 유지한다.
같은 원료를 사용해도 수중유형과 유중수형 가운데 어느 구조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사용감과 수분 증발 억제력이 달라진다. 물속에 오일 방울이 분산된 수중유형은 비교적 가볍게 느껴질 수 있고, 오일층이 외부를 이루는 유중수형은 피부 표면에 더 강한 밀폐감을 남길 수 있다.
제품의 점도도 오일의 양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유화제와 지방알코올, 왁스, 고분자 증점제가 내부 구조를 만든다. 묵직한 크림이 반드시 유효성분 함량이 높다는 뜻은 아니며, 묽은 앰플이 항상 고농축 제품인 것도 아니다.
유화가 불안정하면 보관 중 물과 오일이 분리되고 원료가 특정 부분에 몰릴 수 있다. 용기 윗부분과 아랫부분에서 성분 농도가 달라지면 소비자는 사용할 때마다 다른 처방을 바르는 셈이 된다. 온도가 오르내리는 유통 과정과 욕실 보관을 견디는 안정성이 필요한 배경이다.
신영미 ㈜에스와이엠코스메틱 대표는 “제형은 그냥 섞는다고 나오는 게 아니고 혼합 비율과 제형을 만드는 기술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원료의 명성보다 최종 제품에서 성분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원하는 사용감을 구현하는 제조 과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캡슐화와 전달체, 보호와 방출을 함께 설계하는 기술
빛과 산소에 약한 비타민과 식물 유래 성분은 제품을 제조하고 보관하는 동안 활성을 잃을 수 있다. 캡슐화는 이런 성분을 지질이나 고분자 구조 안에 담아 외부 환경과의 접촉을 줄이고, 피부에 바른 뒤 일정한 속도로 방출하도록 설계하는 기술이다.
리포솜은 인지질 이중층으로 이뤄진 소포이고, 나노에멀션은 매우 작은 오일 또는 물방울이 다른 액상 안에 분산된 제형이다. 지질 나노입자와 나이오솜, 에토솜, 고분자 캡슐도 피부 전달 연구에 사용된다.
이런 전달체는 불안정한 성분을 보호하고 피부 표면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거나, 성분의 방출 속도와 피부 침투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전달 결과는 캡슐의 이름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입자 크기와 분포, 표면 전하, 지질 조성, 유효성분 포집률, 제형의 산도와 점도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연구들도 리포솜과 나노에멀션이 성분 안정성과 전달을 개선할 가능성을 다루면서 실제 성능이 전달체의 구성과 제조 조건에 좌우된다고 설명한다.
캡슐이 작다는 이유로 피부 깊숙이 들어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전달체 전체가 각질층을 통과하는지, 표면에서 성분만 방출하는지, 모낭 주변에 축적되는지에 따라 작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나노’라는 표현도 효능의 등급이 아니다. 나노 형태는 기존 원료와 다른 용해성과 반응성, 분산 특성을 가질 수 있어 입자의 크기와 형태, 표면 처리, 용해 속도와 체내 노출을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SCCS의 나노물질 안전성 지침도 물리·화학적 특성, 분산 상태, 용해도, 입자 형태와 혈액세포 흡수 가능성 등을 안전성 자료에 포함하도록 제시한다.
피부를 더 통과시키는 기술이 항상 좋은 기술은 아닌 이유
보습크림의 목적은 유효성분을 혈류까지 보내는 데 있지 않다. 글리세린과 고분자 보습 성분은 각질층에서 수분을 붙잡고, 오일과 밀폐 성분은 피부 표면에서 수분 증발을 줄이는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 성분도 필요한 부위에 균일한 막을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성분이 피부 깊숙이 많이 이동하는 것보다 표면에서 안정적으로 자외선을 흡수하거나 산란하도록 유지되는 설계가 제품의 목적에 더 맞을 수 있다.
피부 장벽이 손상된 상태에서는 같은 성분의 침투량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각질이 벗겨졌거나 염증과 상처가 있는 피부, 시술 직후의 피부는 건강한 피부와 같은 조건으로 볼 수 없다. 정상 피부에서 자극이 적었던 제품도 장벽이 손상된 상태에서는 따갑게 느껴질 수 있다.
효능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피부투과를 무조건 증가시키면 원하지 않은 성분의 노출도 함께 커질 수 있다. 향료와 방부제, 용매를 포함한 처방 전체의 안전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 전달기술은 많이 통과시키는 경쟁보다 필요한 성분을 필요한 부위에 필요한 시간 동안 유지하는 설계에 가깝다.
미스트의 분사력도 제형의 일부
같은 내용물을 사용해도 분사 장치가 달라지면 피부에 닿는 양과 사용감이 달라진다. 미세하고 넓게 퍼지는 미스트는 얼굴 전체에 균일하게 도포되지만 공기 중으로 손실되는 양이 늘 수 있다. 굵은 방울은 특정 부위에 많은 양이 닿고 흘러내릴 가능성이 있다.
펌프 한 번에 나오는 양과 분사 각도, 사용 거리도 중요하다. 소비자가 얼굴에서 멀리 떨어뜨려 뿌리면 실제 피부 도포량은 제조사가 시험한 조건보다 적어질 수 있다. 반대로 한곳에 여러 번 분사하면 끈적임과 자극이 커질 수 있다.
향료와 휘발성 성분이 들어간 스프레이는 피부 접촉뿐 아니라 흡입 노출도 고려해야 한다. 얼굴 가까이에서 사용하는 미스트와 넓은 공간에 뿌리는 향 제품은 같은 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SCCS 안전성 지침이 스프레이와 비스프레이 제품의 노출량을 구분하고 흡입 경로까지 포함하는 이유다.
미스트를 뿌린 뒤 오랫동안 촉촉했다고 느낀 경험은 제품의 장점이 될 수 있다. 보습 지속력을 주장하려면 일정한 양을 사용한 뒤 각질층 수분량과 경피수분손실을 시간대별로 측정하고, 일반 물 또는 대조 처방과 비교해야 한다. 분사감과 보습 효능은 서로 연결될 수 있지만 같은 항목은 아니다.
피부용·두피용·외음부용 제형의 다른 조건
여성 웰니스 제품이 얼굴에서 두피와 외음부까지 넓어지면서 제형의 사용 부위도 세분화되고 있다. 같은 보습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피부 두께와 털, 피지, 점막과의 거리, 씻어내는 방식이 달라지면 적합한 농도와 제형도 달라져야 한다.
두피 제품은 모발 사이로 내용물이 전달돼야 한다. 점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두피보다 모발에 많이 묻고, 유분이 많으면 잔여감 때문에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 스프레이는 넓게 도포할 수 있지만 눈과 호흡기로 들어가지 않도록 분사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외음부 세정제는 얼굴 세안제보다 사용 부위가 민감하다. 강한 향과 세정력, 지나친 산도 변화가 불편을 일으킬 수 있다. 질 내부에 사용하는 제품과 외음부 피부에 사용하는 씻어내는 제품도 구분해야 한다. 얼굴에서 사용감이 좋았던 원료 조합이 외음부에서도 같은 안전성을 갖는다는 보장은 없다.
임신·출산기와 폐경 이후의 피부는 건조함과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전 연령 사용 가능’이라는 문구보다 어느 부위와 연령, 피부 상태에서 시험했는지를 밝히는 편이 정확하다.
완제품 시험에서 확인해야 할 숫자
원료를 수용화했고 입자를 작게 만들었다는 설명만으로 제품의 전달력을 판단할 수 없다. 완제품 시험에는 원료의 실제 농도와 피부에 바르는 양, 사용 시간, 시험 대상자의 피부 상태가 들어가야 한다.
피부투과를 확인할 때는 피부 표면에 남은 양과 각질층에 머문 양, 피부를 지나 수용액으로 이동한 양을 구분해야 한다. 시험이 끝난 뒤 총량이 회수됐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원료가 피부에 들어간 것인지, 분해되거나 실험 장치에 남은 것인지 알기 어렵다.
제형 비교도 같은 농도를 적용해야 한다. 원료 농도가 다른 크림과 세럼을 시험한 뒤 제형만의 차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다. 수용화 전후를 비교하려면 같은 지표성분과 도포량, 피부 조건을 맞춰야 한다.
화장품 사용 조건도 반영해야 한다. 씻어내는 세정제는 짧은 접촉시간을, 하루 두 차례 바르는 크림은 반복 도포를 고려해야 한다. 온도는 피부를 통한 수동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일정하게 통제해야 한다. OECD 시험 지침도 대표적인 실제 사용 제형과 현실적인 도포량, 일정한 온도를 요구한다.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결과는 ‘흡수율 300% 증가’라는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비교한 대상과 측정 위치, 시간, 절대 이동량을 함께 밝혀야 한다. 기존 제형에서 0.01%가 이동하고 새 제형에서 0.03%가 이동했다면 상대적으로는 세 배지만 실제 노출량의 의미는 별도로 해석해야 한다.
연구실 처방에서 생산라인까지
연구실에서 1㎏을 만든 제품과 공장에서 수천㎏을 생산한 제품은 같은 공정으로 보이지만 혼합기의 크기와 날개 구조, 가열·냉각 속도, 원료 투입 순서가 달라진다. 실험실에서 균일했던 유화 입자가 대량생산 과정에서 커지거나, 점도가 예상과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천연 원료는 생산 배치마다 색과 냄새, 지표성분 함량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제조사는 원료 규격의 허용 범위를 정하고 제품의 색과 점도, 산도, 입자 크기를 반복 생산에서 유지해야 한다.
스케일업 과정에서 공정 시간을 단축하거나 설비를 바꾸면 같은 배합표로도 다른 제형이 나올 수 있다. 제조기록에는 배합량뿐 아니라 교반 속도와 시간, 온도, 냉각 조건, 원료 투입 순서가 남아야 한다.
제형기술은 소비자가 전성분표에서 바로 읽기 어려운 기업 자산이다. 경쟁사는 같은 성분명을 사용할 수 있어도 원료의 규격과 배합 비율, 공정 조건, 용기까지 동일하게 재현하기 어렵다. 신제품의 숫자보다 반복 생산에서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능력이 원료기업과 제조사의 신뢰를 만든다.
‘쏙 흡수’보다 정확한 설명
소비자는 제품을 사용할 때 실험실의 피부투과 그래프를 매번 확인할 수 없다. 광고와 포장에서 흡수라는 단어가 어느 의미로 사용됐는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피부에 끈적임이 빠르게 줄었다면 ‘빠르게 흡수되는 사용감’ 또는 ‘가볍게 마무리되는 제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각질층에 성분이 전달됐다는 시험이 있다면 측정 부위와 시간을 밝혀야 한다. 피부를 통과한 이동량을 측정했다면 사용한 시험법과 제형, 농도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피부 깊숙이’라는 표현은 깊이의 기준이 빠지면 해석하기 어렵다. 각질층 안쪽인지, 표피인지, 진피인지 명시해야 한다. 화장품이 신체 내부로 많이 흡수된다는 이미지를 효능의 우수성처럼 내세우는 방식도 안전성 평가와 충돌할 수 있다.
건강한 여성의 제품 선택도 빠르게 사라지는 감촉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피부가 편안한지, 보습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반복 사용 뒤 자극은 없는지, 표시된 양을 매일 사용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좋은 원료가 제품의 출발점이라면 제형은 원료가 실제로 기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기술이다. 수용화와 유화, 캡슐화는 흡수율을 높인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공정이 아니다. 원료를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피부의 필요한 위치에 전달하며, 반복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도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설계다.
화장품의 경쟁력은 전성분표에 적힌 원료의 수보다 최종 처방 안에서 원료가 어떤 상태로 남아 있는지에서 갈린다. 피부에 가장 좋은 제형도 가장 깊이 침투하는 제형이 아니다. 필요한 성분을 필요한 부위에 안전하게 머물게 하고, 여성이 매일 사용할 수 있는 감촉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제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