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마리코 회고전②] 모리미술관, ‘올 댓 샤인스’로 도시형 미술관 전략 확장
구겐하임 공동기획·밤 10시 개관·‘Wave UFO’ 한정 체험·가타야마 마리 동시전…대형 회고전을 국제 연구와 작가 지원에 연결
[KtN 임민정기자]도쿄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53층에서 2026년 10월 31일 개막하는 ‘모리 마리코: 올 댓 샤인스(Mariko Mori: All That Shines)’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관람객을 받는다. 화요일에는 오후 5시에 문을 닫지만 휴관일 없이 2027년 3월 28일까지 이어진다. 회고전 입장권으로 같은 기간 열리는 가타야마 마리(Katayama Mari)의 모리 아트 어워드 대상 수상전도 관람할 수 있다. 대표작 ‘Wave UFO’ 내부 체험에는 별도의 사전 신청과 추가 요금이 적용된다.
약 40점을 모은 회고전의 운영 방식에는 개별 작품의 내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술관 전략이 들어 있다. 국제 미술관과의 공동기획, 대형 인터랙티브 작품의 예약제, 아카이브와 스튜디오 공개, 중견 작가 지원 전시의 동시 개최가 하나의 관람 동선에 배치된다. 전시를 작품 진열과 해설에 한정하지 않고 국제 연구, 관람 시간, 체험 인원, 작가 지원 제도까지 묶은 구성이다.
2003년 문을 연 모리미술관은 롯폰기힐스 개발과 함께 출범했다. 미술관은 개관 당시부터 스스로를 도쿄의 ‘도시 문화 중심’으로 규정했고, 전시 활동이 미술관 내부에 머물지 않고 롯폰기힐스에서 생활하고 일하며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어져야 한다는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모리타워 최상층에 자리한 공간과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개관 시간도 도심의 업무·상업·여가 시간에 미술관을 맞춘 구조다.
‘올 댓 샤인스’의 평일 성인 현장 입장료는 2800엔,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3000엔이다. 온라인 예매에는 200엔 할인이 적용되고 중학생 이하는 무료다. 지정 날짜와 시간에 맞춘 예매를 우선 운영하되 잔여 인원이 있으면 당일 현장 입장도 허용한다. 관람 수요가 집중되는 주말에는 가격을 높이고 온라인 사전 예매에는 할인을 적용해 입장 인원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도심형 미술관의 경쟁력은 방문객을 전시장에 불러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직장인이 퇴근 뒤 찾을 수 있는 운영시간, 방문일을 고정하는 시간대별 입장권, 같은 티켓으로 연결되는 복수 전시가 체류시간과 관람 범위를 결정한다. ‘올 댓 샤인스’는 모리 마리코 한 명의 인지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한 번의 방문을 회고전과 수상 작가전으로 나눠 쓰도록 설계했다.
전시 기획에는 솔로몬 R. 구겐하임재단이 참여한다. 구겐하임미술관 글로벌 아트 부문 수석큐레이터 알렉산드라 먼로(Alexandra Munroe)와 모리미술관장 가타오카 마미(Kataoka Mami)가 공동 큐레이션을 맡았다. 전시는 모리 마리코의 작업을 기술적 미래주의와 대중 시각문화, 의식에 관한 철학이라는 세 갈래 안에 놓고 30여 년의 변화를 정리한다.
일본에서 24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을 일본 미술계 내부의 평가만으로 구성하지 않고 국제 기관의 연구 체계와 결합한 선택이다. 모리 마리코는 1990년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패션을 끌어들인 사진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활동 무대와 작품의 소장·전시 이력은 유럽과 미국, 남미로 넓어졌다. 공동 큐레이션은 국내 복귀전의 성격과 국제 미술사 재평가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구성으로 읽힌다.
전시장을 연대기 순서의 5개 부문으로 나눈 점도 국제 공동기획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사이보그와 포스트휴먼을 다룬 초기 사진, 불교 우주론을 끌어들인 디지털 이미지, 관람객의 뇌파를 사용하는 ‘Wave UFO’, 입자물리학 데이터를 빛으로 바꾸는 ‘Tom Na H-iu’, 자연환경에 설치한 공공조각을 차례로 놓는다. 작품의 외형만 비교하지 않고 기술과 종교, 선사문화와 천체물리학이 들어온 경로를 복원하는 구성이다.
‘Wave UFO’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관람객 수는 제한된다. 내부 체험에는 일반 전시 입장권과 별도로 사전 신청과 추가 요금이 필요하며 예약 개시일과 가격, 신청 방식은 추후 공개된다. 길이 11.34m에 이르는 구조물 안에서 뇌파 인터페이스와 컴퓨터 영상 시스템을 사용하는 작품 특성상 관람객은 자유롭게 드나드는 대신 정해진 인원과 시간에 맞춰 참여하게 된다.
미디어아트와 대형 설치가 늘어날수록 전시 운영은 작품 바깥의 행정 절차로만 취급하기 어려워진다. 몇 명이 얼마 동안 작품 안에 머무는지, 일반 관람과 내부 체험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예약하지 못한 관람객에게 어느 범위까지 작품을 공개하는지가 감상의 일부가 된다. ‘Wave UFO’를 둘러싼 예약제는 미술관이 작품을 소유하거나 빌려오는 단계에서 나아가 작품의 작동 조건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을 드러낸다.
별도 요금은 관람 경험을 나누는 기준이기도 하다. 기본 입장권을 구입한 관람객은 ‘Wave UFO’의 외부 구조를 볼 수 있지만, 뇌파 측정과 내부 영상으로 이어지는 체험에는 다시 신청해야 한다. 안전과 수용 인원을 고려한 운영 방식이지만 회고전의 대표작을 경험하는 관람객과 외부에서만 보는 관람객 사이에는 차이가 생긴다. 체험료와 하루 운영 횟수가 공개된 뒤 접근성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다.
2025년 제작된 ‘Shrine’은 폭 9.2m에 이르는 설치다. 실크와 알루미늄, 목재, 이색성 코팅 아크릴 조각을 사용하고 중앙 구조물과 반투명 직물, 바닥의 빛을 하나의 공간으로 묶는다. 한 작품이 전시실의 벽과 조명, 관람 동선을 넓게 점유하기 때문에 작품 수보다 공간 배분과 체류 인원 조정이 중요해진다.
‘Shrine’과 ‘Wave UFO’처럼 전시실 전체를 사용하는 작업이 들어오면 회고전은 많은 작품을 촘촘하게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난다. 모리 마리코의 초기 사진과 드로잉, 영상, 대형 설치 가운데 어느 매체에 얼마만큼의 공간을 배분하는지가 작가의 30년을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 넓은 설치 공간과 어두운 영상실이 늘어날수록 초기 사진과 문헌을 읽을 수 있는 면적은 줄어들 수 있다.
모리미술관은 전시장 안에 아카이브와 스튜디오 공간을 따로 마련한다. 초기 모델 활동 사진과 설치 기록, 퍼포먼스 영상, 출판물, 전시평을 비롯해 드로잉과 아이디어 스케치, 연구 노트, 참고 서적, 작가가 소장한 고대 유물까지 공개한다. 공동 큐레이터 두 명이 편집한 도록도 발간한다.
아카이브를 별도 부문으로 둔 구성은 대형 설치가 주는 감각적 인상과 연구 자료를 분리하지 않으려는 선택이다. ‘Tom Na H-iu’의 빛만으로는 중성미자 관측 데이터가 작품에 들어오는 과정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고, ‘Shrine’의 재료와 형태만으로는 조몬 유적과 일본 신화에 관한 조사를 확인하기 힘들다. 완성작과 연구 노트를 나란히 놓으면 미술관은 작품을 체험하는 장소와 지식이 축적되는 장소를 함께 맡게 된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제작된 ‘Peace Crystal’은 베네치아에서 공개된 뒤 에티오피아 영구 설치가 계획돼 있다. 모리미술관에서는 높이 167.3㎝의 크리스털 유리 조각과 함께 작가가 2010년 설립한 파우재단(Faou Foundation)의 장소특정적 공공미술 활동을 소개한다. 미야코섬의 ‘Primal Rhythm: Sun Pillar’와 리우데자네이루의 ‘Ring: One with Nature’는 대형 LED 영상으로 전시장에 들어온다.
영구 설치를 전제로 제작된 작품을 회고전에 포함하면 미술관은 이미 완결된 작업만 정리하는 곳에서 진행 중인 장기 사업을 공개하는 곳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작품이 최종 설치지로 이동하기 전 어떤 형태로 발표됐고, 현지 자연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도록 설계됐는지까지 회고전의 연대기에 들어온다. 다만 전시장 영상이 실제 설치 장소의 지형과 빛, 계절 변화를 어느 정도 전달할지는 개막 뒤 확인할 부분이다.
모리 마리코 회고전과 동시에 열리는 가타야마 마리 개인전은 미술관의 또 다른 운영축을 드러낸다. 모리 컨템퍼러리 아트 재단(Mori Contemporary Art Foundation·MoriCAF)은 2025년 중견 단계의 일본 작가와 일본에 기반을 둔 작가를 대상으로 격년제 모리 아트 어워드를 만들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엔과 모리미술관 개인전 기회가 주어지며, 첫 대상 수상자인 가타야마 마리의 전시가 ‘올 댓 샤인스’와 같은 날 개막한다.
30여 년의 국제 활동을 정리하는 모리 마리코와 1987년생 가타야마 마리를 한 티켓으로 연결한 편성은 회고전의 관객을 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동시킨다. 이미 국제적 평가가 축적된 작가의 이름으로 방문객을 모은 뒤, 수상 제도를 통해 선정한 동시대 작가에게 같은 관람 동선을 제공한다. 미술관이 과거의 성취를 정리하는 기능과 앞으로 국제 활동을 넓힐 작가를 지원하는 기능을 동시에 배치한 것이다.
두 전시에는 신체와 인공성이라는 연결점도 있다. 모리 마리코가 자신의 몸을 사이보그와 신성한 존재로 연출한 초기 작업에서 출발했다면, 가타야마 마리는 자화상과 자수, 손으로 제작한 오브제를 통해 신체를 둘러싼 사회적 기준과 경계를 다뤄왔다. 서로 다른 세대의 두 작가를 같은 기간에 배치한 선택은 일본 여성 작가의 신체 작업이 1990년대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다만 두 전시를 직접 연결하는 공동 주제나 연계 프로그램은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올 댓 샤인스’에서 읽히는 뮤지엄 운영 흐름은 대형 작품의 규모 경쟁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국제 기관과 작가론을 공동으로 구성하고, 관람객의 입장 시간과 체험 인원을 조정하며, 제작 과정의 아카이브를 공개하고, 회고전 입장권을 중견 작가 지원 전시와 연결한다. 전시·연구·운영·지원 제도가 한 공간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개막 전 남은 변수는 ‘Wave UFO’의 예약 개시일과 별도 요금, 하루 체험 인원, 국제 운송에 따른 출품작 변경 가능성이다. 미술관은 물류 상황과 예상하지 못한 사정에 따라 작품과 전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공지했다. 2026년 10월 31일 실제 전시가 문을 열면 약 40점의 출품 규모보다 대형 설치와 초기 작품의 공간 배분, 일반 관람과 한정 체험의 간격, 모리 마리코 회고전에서 가타야마 마리 전시로 이어지는 동선이 도시형 미술관 전략의 구체적인 결과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