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의 몰락②] 쿠팡, 미 하원 소환장 전후 워싱턴 로비망 확대

상반기 자체 로비비 237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배 외부업체 6곳이 의회·백악관·무역대표부 접촉…개인정보 논란은 ‘미국 수출·동맹 통상’으로 전환

2026-07-22     박준식 기자
[속보] 경찰,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쿠팡 본사 전격 압수수색  사진=2025 12.09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쿠팡에 소환장을 보낸 2월 5일, 워싱턴 로비업체 크로스로드 스트래티지스(Crossroads Strategies)의 쿠팡 업무도 시작됐다. 크로스로드가 3월 20일 제출한 등록서에는 로비 업무 효력 발생일이 2월 5일로 적혀 있다. 하원 법사위는 당시 한국 정부와 쿠팡이 주고받은 문서와 통신자료, 회사 관계자의 증언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했는지 조사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소환장 발부 약 5개월 뒤인 7월 1일에는 ‘경쟁체제 폐쇄: 미국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중간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부당한 조사와 과도한 제재를 가했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에는 정부기관을 동원해 조직적인 압박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쿠팡 임원 비공개 증언과 회사가 제출한 문서가 주요 근거로 사용됐다.

같은 기간 쿠팡의 워싱턴 로비 지출과 외부 업체 수도 늘었다. 쿠팡이 신고한 2026년 상반기 자체 로비 비용은 237만달러다. 1분기 109만달러, 2분기 128만달러였다. 2025년 같은 기간의 110만달러보다 127만달러 늘어 1년 만에 2.2배가 됐다.

지출 증가와 하원 조사 사이의 일정은 겹친다. 공개된 로비 신고서만으로 소환장 대응을 위해 업체를 선임했는지, 로비업체가 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의회 조사가 시작된 시기에 쿠팡이 어떤 업체를 고용했고, 누구를 통해 어느 기관에 접근했으며, 한국의 규제 문제를 어떤 언어로 설명했는지는 신고서에 남아 있다.

1년 새 110만달러에서 237만달러

쿠팡의 자체 로비 비용은 2025년 1분기 58만달러, 2분기 52만달러였다. 올해는 1분기 109만달러, 2분기 128만달러로 각각 늘었다. 올해 2분기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2.5배다. 쿠팡이 2021년 미국 연방 로비 활동을 등록한 뒤 신고한 분기 금액 가운데 가장 크다.

2분기 외부 로비업체는 밀러 스트래티지스(Miller Strategies), 발라드 파트너스(Ballard Partners), 콘티넨털 스트래티지(Continental Strategy), 크로스로드 스트래티지스, 윌리엄스 앤드 젠슨(Williams and Jensen), 모뉴먼트 애드버커시(Monument Advocacy) 등 6곳이다. 지난해 2분기에는 애킨 검프(Akin Gump), 밀러 스트래티지스, 콘티넨털 스트래티지, 모뉴먼트 애드버커시 등 4곳이 신고됐다.

6개 업체가 2분기에 신고한 쿠팡 관련 수입을 더하면 96만5000달러다. 밀러 스트래티지스 30만달러, 발라드 파트너스 25만달러, 콘티넨털 스트래티지 13만5000달러, 크로스로드 스트래티지스 12만달러, 윌리엄스 앤드 젠슨 10만달러, 모뉴먼트 애드버커시 6만달러 순이다.

96만5000달러를 쿠팡의 자체 신고액 128만달러에 더해 전체 로비 비용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자체 로비 활동에 들어간 비용을 신고하고, 외부 업체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로비 수입을 별도로 신고한다. 기업의 자체 비용에 외부 업체 지급액이 포함될 수 있어 두 신고액을 합치면 같은 금액이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로비공개법도 자체 로비 조직에는 총비용을, 외부 로비업체에는 고객에게 받은 수입을 각각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공개 자료에서 확정할 수 있는 금액은 쿠팡이 상반기 자체 로비 비용으로 237만달러를 신고했고, 2분기 외부 업체 6곳이 쿠팡 업무로 96만5000달러의 수입을 신고했다는 데까지다.

소환장 발부일 시작된 크로스로드 업무

크로스로드 스트래티지스는 쿠팡 업무 개시일을 2월 5일로 신고했다. 등록 문서는 3월 20일 제출됐다. 로비 활동 분야에는 미국 수출 확대, 북미·아시아·유럽의 무역과 투자, 한국·일본·대만·영국·유럽연합 등 동맹국과의 경제·통상 관계 강화가 적혔다. 특정 법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하원 법사위도 2월 5일 쿠팡 소환장을 발표했다. 짐 조던(Jim Jordan)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Scott Fitzgerald) 행정국가·규제개혁·반독점소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에 한국 정부와 주고받은 문서와 통신자료를 제출하고 회사 관계자가 증언하도록 요구했다.

두 문서에 찍힌 날짜가 같다는 사실만으로 크로스로드가 소환장이나 조사 착수에 관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로비 등록 효력 발생일은 업체가 로비 접촉을 시작했거나 접촉을 위해 고용된 시점을 기준으로 신고된다. 계약을 논의한 날짜와 실제 서명일, 소환장 발부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는 공개 대상이 아니다.

일정의 순서는 분명하다. 2월 5일 법사위 소환장과 크로스로드 업무 개시가 겹쳤고, 윌리엄스 앤드 젠슨은 3월 20일부터 쿠팡 업무를 시작했다. 발라드 파트너스도 1분기에 쿠팡 관련 수입 17만달러를 신고한 뒤 2분기 수입을 25만달러로 늘렸다.

법사위 보고서가 공개된 시점은 7월 1일이다. 보고서 작성 기간에 쿠팡의 자체 로비 비용과 외부 업체 수입이 함께 증가했지만, 어느 업체가 법사위와 접촉했는지, 조사 대응 자료를 작성했는지, 해럴드 L. 로저스(Harold L. Rogers)의 비공개 증언 준비에 참여했는지는 현재 신고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짐 조던 의원실 출신 인사가 포함된 로비 명단

쿠팡을 고객으로 등록한 밀러 스트래티지스의 로비스트 명단에는 제임스 타일러 그림(James Tyler Grimm)이 포함돼 있다. 그림은 짐 조던 의원실에서 수석 법률고문과 정책·전략 담당자, 선임보좌관으로 근무한 경력을 신고했다. 밀러 스트래티지스는 2026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30만달러의 쿠팡 관련 수입을 신고했다.

짐 조던은 쿠팡에 소환장을 발부하고 7월 보고서를 공개한 하원 법사위원장이다. 과거 의원실 근무 경력과 현재 로비 계약만으로 그림이 법사위 조사나 보고서 작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쿠팡 관련 업무로 조던 의원실 또는 법사위 관계자를 만났는지, 어떤 자료를 전달했는지도 로비 신고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미국의 회전문 로비는 전직 공직자의 경력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의원실과 위원회에서 얻은 정책 지식, 의회 절차에 대한 이해, 현직 보좌진과의 인적 관계가 기업이 구매할 수 있는 전문 서비스로 이동한다. 로비스트 등록서에는 과거 공직 경력을 적지만, 해당 인맥이 개별 의사결정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크로스로드 명단에도 상원 법사위원회 법률고문을 지낸 루시아 판자(Lucia Panza), 전직 연방 상원의원 트렌트 로트(Trent Lott)와 존 브로(John Breaux) 등이 포함됐다. 윌리엄스 앤드 젠슨은 공화당 연구위원회 사무총장과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하원의장 정책국장을 지낸 대니얼 지글러(Daniel Ziegler)를 쿠팡 담당 명단에 올렸다.

쿠팡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실, 상·하원 위원회, 백악관과 행정부 경력자를 두루 갖춘 업체를 배치했다. 불법성보다 접근권의 격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국의 규제기관이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노동자와 입점업체가 미국 의회에 같은 규모의 전문인력과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현실이다.

‘개인정보 유출’ 대신 ‘미국 수출과 일자리’

쿠팡이 2분기 신고한 로비 분야에는 한국의 개인정보 유출 조사와 과징금, 노동 문제, 공정거래 조사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경제 분야에는 미국 중소기업과 대기업, 농업 생산자가 쿠팡의 디지털·유통·물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방안과 쿠팡 사업을 통한 미국 내 일자리·경제성장이 적혔다.

무역 분야에는 미국 수출 확대, 북미·아시아·유럽의 교역과 투자, 한국·일본·대만·영국·유럽연합 등 동맹국과의 경제·상업 관계 강화가 들어갔다. 한미일 협력을 다루는 법안과 한국 전문인력의 미국 취업비자 확대 법안도 로비 대상으로 신고됐다. 접촉 기관은 하원과 상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상무부, 국무부, 재무부, 농무부, 미국 무역대표부, 중소기업청이었다.

발라드 파트너스도 2분기 활동 분야로 미국 수출, 국제경제 정책, 동맹국과의 경제 관계를 적었다. 접촉 기관은 백악관과 대통령실, 하원, 미국 무역대표부였다.

한국에서 제기된 사안은 개인정보 보호와 노동, 시장 지배력, 공정거래 집행이었다. 워싱턴 신고서에서는 미국 생산자의 수출과 일자리, 동맹국 통상 문제로 표현이 바뀌었다.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은 미국 기업의 해외 영업을 가로막는 규제로 재구성됐다.

7월 1일 하원 법사위 보고서도 같은 틀을 사용했다. 쿠팡에서 미국 기업이 매년 수십억달러 규모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조사가 미국 시민과 기업에 피해를 줬다고 적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한국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국내 문제는 미국의 수출과 기업 경쟁력, 무역 합의 문제로 확대됐다.

로비 신고서와 하원 보고서에 ‘미국 수출’, ‘동맹국 경제 관계’, ‘미국 기업 피해’라는 표현이 함께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로비업체가 보고서 문안을 작성했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 기업의 해외 규제 대응에서 널리 쓰이는 언어이기도 하다. 문구가 어디에서 시작돼 의원실 자료와 보고서로 옮겨갔는지는 브리핑 문건과 이메일, 초안 수정 기록이 있어야 확인할 수 있다.

기관명은 공개, 전달한 자료는 비공개

미국 로비공개법은 분기별로 활동 분야와 구체적인 의제, 접촉한 의회와 연방기관, 업무를 수행한 로비스트, 수입 또는 지출 추정액을 신고하도록 한다. 자체 로비 조직은 비용을, 외부 업체는 고객에게 받은 수입을 적는다.

쿠팡 신고서에도 하원과 상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미국 무역대표부 등 접촉 기관이 공개됐다. 실제로 만난 의원과 보좌관, 행정부 담당자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다. 접촉 날짜와 횟수, 전달한 통계와 법률 의견서, 요청한 조치, 상대 기관의 답변도 공시 내용에서 확인할 수 없다.

미 상원은 로비 신고 때 법안 번호나 구체적인 행정부 조치를 가능한 한 자세히 적도록 안내한다. 쿠팡과 외부 업체의 신고서는 일부 법안을 제외하면 미국 수출 촉진과 국제경제 정책, 동맹국 통상 강화처럼 범위가 넓은 표현을 사용했다. 어떤 한국 정부 조치에 문제를 제기했고, 어느 기관에 어떤 요구를 전달했는지는 신고서만으로 알기 어렵다.

합법 로비 제도는 돈과 업체명, 접촉 기관의 윤곽을 공개한다. 의회와 기업 사이에서 오간 자료와 설명은 공개 범위 밖에 남는다. 직접적인 금품 제공이나 불법 청탁이 없어도 기업은 전직 공직자와 전문업체를 고용해 정책 정보를 만들고, 의원실이 사용할 논리와 언어를 공급할 수 있다.

쿠팡이 상반기 자체 로비비를 237만달러로 늘리고 외부 업체 6곳을 가동한 사실은 공개 신고서에서 확인된다. 2월 5일 소환장 발부와 크로스로드의 업무 개시일이 겹친 사실도 남아 있다. 로비업체가 하원 법사위 보고서에 관여했는지는 자료 부족으로 단정할 수 없다.

7월 1일 보고서 공개 이후의 활동은 3분기 신고서에 처음 담긴다. 신고 기한은 10월 20일이다. 법사위와 쿠팡 사이의 연락 기록, 의원실에 전달된 설명자료, 로저스 증언 준비 문건, 보고서 초안과 수정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한 237만달러의 로비 지출이 어떤 정치적 판단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워싱턴에서 합법 로비는 기업의 말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 규제 논란을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 동맹국 통상 문제로 바꾸고, 기업의 방어 논리를 의회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언어로 정리한다. 의회가 독립적으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할수록 가장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한 쪽의 설명이 국가 판단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