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의 몰락⑥] 쿠팡 투자사, 한국 정부 제재 이유로 한국산 관세 요구

그린옥스·알티미터, 15억달러 넘는 보유지분 내세워 무역법 301조 청원 3월 청원 철회 뒤에도 ‘정부 전방위 공격’ 주장은 7월 미 하원 보고서로 이어져

2026-07-26     박준식 기자
쿠팡 '3,367만 건' 정보 유출은 인재…과징금 최대 9,000억 벼랑 끝  사진=2026. 02.10  mbc 영상 갈무리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쿠팡 주주인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 캐피털 파트너스(Greenoaks Capital Partners)와 알티미터 캐피털 매니지먼트(Altimeter Capital Management)는 1월 22일 미국 무역대표부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요청했다. 두 회사가 청원서에 밝힌 쿠팡 지분 가치는 15억달러를 넘었다. 한국 정부의 조사와 제재로 투자자들의 경제적 이익이 훼손됐다는 주장이었다.

요구한 조치는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 처분을 중단시키는 데 머물지 않았다. 미국에 들어오는 일부 한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 서비스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해 달라는 내용까지 들어갔다.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관리 책임을 둘러싼 한 기업의 분쟁이 한국 수출기업과 서비스업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재 요구로 번진 것이다.

관세나 서비스 제한이 실제로 시행되지는 않았다.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3월 9일 청원을 철회했다. 미국 정부가 쿠팡 문제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는 공식 발표도 없었다. 한국 산업통상부는 다음 날 무역대표부를 통해 청원 철회 사실을 확인했으며, 미국이 한국의 디지털 분야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청원이 철회됐다고 정치적 효과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청원서에 담긴 ‘제한적인 개인정보 유출’, ‘한국 정부 전체가 동원된 공격’,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은 7월 1일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보고서에서 다시 등장했다. 투자회사들이 자산 손실을 이유로 제기한 주장이 미국 의회의 공식 문서로 옮겨가면서 쿠팡의 국내 법률 분쟁은 한미 통상 현안으로 남았다.

15억달러 보유지분에서 시작된 국가 제재 요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청원서 첫머리에서 쿠팡 지분을 15억달러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가장 큰 온라인 유통기업으로 성장한 쿠팡이 미국 기술과 미국 투자자의 자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한국 정부의 조사가 미국의 투자와 기술산업에 직접적인 손해를 준다는 논리를 폈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전자상거래 혁신기업’으로 소개됐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고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분쟁의 성격을 바꾸는 출발점이 됐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조사와 노동·공정거래 분야의 법 집행은 쿠팡 한국법인의 책임을 따지는 국내 절차에서 미국 투자자의 자산을 훼손하는 외국 정부의 행위로 옮겨갔다.

청원서는 한국 정부의 대응으로 쿠팡 고객이 국내 경쟁기업으로 이동했고 주가가 하락했으며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조사와 기업 가치 하락 사이에 다른 원인이 있었는지, 개인정보 유출 이후 시장과 투자자가 자체적으로 위험을 다시 평가했는지는 중심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과를 한국 정부의 차별적 법 집행과 곧바로 연결했다.

기업 주주가 보유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기관과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가능하다. 문제는 민간 투자자의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요청한 수단이 한국 정부의 개별 처분에 대한 법률심사가 아니라 한국 상품 전반에 대한 관세와 서비스 제한이었다는 데 있다.

쿠팡과 관계없는 한국 상품에도 관세 요구

청원서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며 세 가지 대응을 요구했다. 한국산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 서비스의 미국 내 영업에 허가제 또는 다른 제한을 두며, 미국 기업에 대한 비차별 대우를 보장하는 세부 약속을 한국 정부로부터 받아내라는 내용이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별도의 조치도 요청했다.

관세 부과 대상은 쿠팡 사건과 직접 관련된 상품으로 한정되지 않았다. 청원서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분쟁의 원인이 된 행위와 해당 상품이 관련돼 있지 않더라도 관세와 서비스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적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조사를 문제 삼아 자동차 부품이나 철강, 화학제품, 소비재 등 전혀 다른 한국 산업에 비용을 물리는 조치도 법률상 요청할 수 있다는 논리다.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비용은 쿠팡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한국 수출업체와 미국 수입업체, 최종 소비자에게 나뉘어 돌아간다. 서비스 제한도 한국의 금융·정보기술·운송·전문서비스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투자회사 두 곳의 지분 손실을 국가 간 교역에 참여하는 다수 기업과 소비자가 나눠 부담하는 구조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행위나 정책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며 미국 상업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될 때 미국 정부가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2026년에도 미국 무역대표부는 브라질의 디지털 무역과 전자결제 정책 등이 미국 상업에 부담을 준다고 판정하고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기업과 투자자가 제기한 주장이 정부 판단으로 채택되면 청원서의 관세 요구가 실제 통상 압력으로 바뀔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이미 마련돼 있다.

쿠팡 투자사들의 요구는 피해를 입었다는 기업에 보상하라는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 정부가 정책과 조사 방식을 바꾸도록 한국 경제의 다른 부문에 압력을 가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기업 분쟁의 비용을 국가 전체로 넓혀 상대 정부의 선택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무역법 301조와 투자자 중재, 두 갈래로 들어간 압박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무역법 301조 청원과 같은 날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도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한국 정부의 처분과 정치권 발언이 공정·공평 대우,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수용 금지 의무 등을 위반했으며 수십억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중재의향서는 정식 제소가 아니라 제소 의사를 통보하는 절차로, 90일의 냉각기간이 지난 뒤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2월 11일에는 폭스헤이븐(Foxhaven), 듀러블 캐피털(Durable Capital), 에이브럼스 캐피털(Abrams Capital)과 관계사들이 추가 중재의향서를 냈다. 추가 투자자들은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제시한 사실관계와 주장을 그대로 원용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외 자문 로펌을 선임해 대응에 들어갔다.

두 절차의 대상과 효과는 다르다. 투자자 중재는 협정 위반 여부와 투자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다툰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한국 상품과 서비스에 제재를 가하는 통상 수단이다. 한쪽에서는 한국 정부에 수십억달러의 배상 책임을 묻고, 다른 쪽에서는 한국 경제에 관세와 시장 제한을 가해 정책 변경을 압박하는 구성이 만들어졌다.

쿠팡의 법 위반 여부와 한국 정부 처분의 비례성은 한국의 행정심판과 법원,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툴 수 있다. 미국 투자자들은 국내 사법절차와 별도로 한미 협정과 미국 통상법을 활용했다. 미국 자본이 들어간 기업의 국내 분쟁이 투자협정과 통상제재를 통해 한국 정부의 정책 재량까지 흔들 수 있는 구조가 드러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 투자자에게 보호수단을 제공하면서 양국 정부의 공익 규제 권한도 인정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노동자의 안전, 시장 경쟁질서를 위한 법 집행이 정당한 공익 규제인지, 특정 국적의 기업을 겨냥한 차별인지가 분쟁의 핵심이 된다. 투자사 청원서는 한국의 조사기관이 쿠팡을 국내외 경쟁업체와 다르게 취급했다는 주장에 집중했다.

한국의 각 조사와 처분이 실제로 차별적이었는지는 개별 법률과 착수 경위, 다른 기업에 대한 집행 수준을 맞춰 확인해야 한다. 여러 기관이 조사했다는 사실과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국가 차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 합의 문구에 올라탄 쿠팡 분쟁

한미 양국은 2025년 11월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률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불필요한 장벽을 두지 않기로 합의했다. 망 이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개인정보를 포함한 국경 간 데이터 이전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경쟁법 집행의 절차적 공정성을 강화하고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을 인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쿠팡 투자사들은 두 달 뒤 해당 합의를 청원의 근거로 끌어왔다.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가 미국 기업 비차별 약속을 위반했으며, 미국 정부가 관세와 서비스 제한으로 합의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국내 법 집행이 양국 정상 간 통상 합의의 위반 문제로 바뀌었다.

디지털 기업에 대한 비차별 원칙은 필요하다. 국적을 이유로 미국 기업에 더 무거운 제재를 내렸다면 한국 정부도 설명과 시정 책임을 져야 한다. 비차별 약속이 외국 기업에 국내법보다 우월한 지위를 보장하거나 법 위반 조사 자체를 막아주는 장치로 사용될 수는 없다.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조사받을 권리와 법 위반이 확인돼도 제재받지 않을 권리는 다르다. 투자사 청원서는 두 영역을 나누기보다 쿠팡에 대한 조사 규모와 처분 가능성을 미국 기업 차별의 근거로 묶었다. 한국 정부가 쿠팡의 국적 때문에 조사했는지, 위반 의혹이 여러 분야에서 제기돼 담당 기관이 늘어났는지는 충분히 분리되지 않았다.

청원은 철회됐지만 문장은 남아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3월 9일 무역법 301조 청원을 철회하면서 미국 정부와 건설적인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쿠팡 한 기업에 대한 조사보다 미국 기술기업 전반을 다루는 조치가 더 포괄적이고 강력할 수 있어 단독 청원이 중복된다는 설명도 내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투자자 중재 추진 가능성은 계속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산업통상부는 미국이 한국 디지털 분야를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설명을 부인했다. 당시 공식적으로 확인된 조사는 제조업의 구조적 과잉생산 문제를 대상으로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에 개시된 별도 절차였다. 쿠팡 문제나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니었다.

청원 철회 뒤 약 넉 달 만인 7월 1일 미 하원 법사위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정부 전체가 동원된 공격’을 벌였다고 적었다. 해당 표현의 각주는 쿠팡이 의회에 제출한 ‘CPNG-HJC119-0001673’ 문서와 로저스 비공개 증언 등을 가리켰다. 보고서는 쿠팡 시장가치 하락이 미국 연금과 뮤추얼펀드, 일반 투자자에게 손해를 줬다는 주장도 담았다.

‘정부 전체의 공격’은 1월 투자사 청원서에도 들어간 핵심 표현이었다. 개인정보 유출을 제한적인 사고로 규정하고, 한국 정부가 해당 사고를 구실로 쿠팡을 무너뜨리려 했다는 전개도 같다. 청원서가 철회됐어도 투자자들이 만든 설명은 사라지지 않았고, 쿠팡 제출 문서와 임원 증언을 거쳐 의회 보고서의 판단으로 남았다.

같은 표현이 반복됐다는 사실만으로 투자회사나 로비업체가 하원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고서 초안과 의원실에 전달된 자료, 작성자 사이의 연락 기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확인되는 내용은 투자자 청원과 기업 제출 문서, 의회 보고서가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을 바라보는 틀을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투자자의 손실을 미국 전체의 피해로

쿠팡 투자사들의 청원은 15억달러 넘는 보유지분에서 출발했다. 청원서 안에서 투자 손실은 미국의 기술혁신과 수출, 일자리, 경제적 지도력에 대한 손해로 넓어졌다. 미 하원 보고서는 쿠팡의 시장가치 하락을 미국인의 노후자산과 미국 기업의 수출 피해로 확대했다.

투자회사의 이익과 미국의 국익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하락한 기업을 보호하는 일이 미국 전체의 경제적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투자 손실을 이유로 동맹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수입기업과 소비자도 비용을 부담한다. 미국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다른 미국 기업과 국민에게 손실이 옮겨갈 수 있다.

미국 정치가 기업 분쟁을 국가 문제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는 기업의 국적이 가장 먼저 강조됐다. 쿠팡이 한국에서 대부분의 사업을 하고 한국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며 한국 노동자를 고용한다는 사실보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 증시에 상장됐으며 미국 투자자가 주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앞에 놓였다.

기업이 미국 기업으로 규정되는 순간 국내법 위반 조사는 외국 정부의 공격이 되고, 주가 하락은 미국인의 피해가 되며, 행정처분은 무역협정 위반으로 바뀌었다. 투자회사가 요청한 관세는 미국 정부가 동맹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무역법 301조 청원은 철회됐고 쿠팡 문제를 이유로 한국산 상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된 사실도 없다. 투자자 중재 역시 중재의향서가 제출된 단계와 정식 중재 제기를 구분해야 한다. 국가 제재가 이미 실행된 것처럼 확대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

1월 22일 제출된 청원은 기업 분쟁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를 문서로 남겼다. 15억달러 규모의 투자자산을 보호한다는 요구가 한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와 서비스 제한, 수십억달러의 배상 요구로 이어졌다. 청원은 사라졌지만 같은 논리는 미 하원 법사위 보고서에서 다시 힘을 얻었다.

미국 정치의 쇠퇴는 자국 기업과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기업의 손실과 국가의 피해를 구분하지 않고, 한쪽 투자자의 주장을 검증하기 전에 동맹국 전체를 제재할 수단부터 꺼내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쿠팡을 둘러싼 국내 법률 분쟁은 미국의 자본과 의회, 통상제도가 결합하면서 한국의 규제권과 한미 경제관계까지 압박하는 문제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