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마케팅 : 어른이 된 소비자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장 전략
[KtN 김성수칼럼니스트]과거 사회는 성인에게 일정한 역할과 이미지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른은 진지해야 하고, 취미보다는 책임을 우선해야 하며, 장난감이나 캐릭터 상품은 주로 어린이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시장은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성인이 되어도 게임을 즐기고, 피규어를 수집하며,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들도 이러한 소비 변화를 중요한 시장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략이 바로 키덜트마케팅(Kidult Marketing)이다.
키덜트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린 시절부터 즐겨온 취미나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향유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키덜트마케팅은 이들의 관심사와 소비 성향을 고려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일부 취미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산업에서 중요한 소비층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키덜트 시장은 완구와 피규어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패션, 식품, 자동차,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키덜트 소비자를 고려한 상품과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기 캐릭터와 협업한 신용카드,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한 자동차, 복고풍 패키지를 활용한 식품 마케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키덜트 소비가 특정 취미 영역을 넘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소비문화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연령에 따라 소비 취향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중심으로 소비를 선택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 산업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연령과 관계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나 게임을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소비하거나 새로운 캐릭터 콘텐츠를 즐기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발전 역시, 키덜트 시장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어린 시절 즐겼던 콘텐츠를 다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현재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과거 콘텐츠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은 과거 인기 캐릭터와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팬뿐 아니라 새로운 소비자층에게도 관심을 끌고 있다.
키덜트 소비를 단순히 향수 소비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물론, 일부 소비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향수를 계기로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소비 동기는 다양하다. 취미 활동을 즐기기 위한 경우도 있고, 특정 캐릭터나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소비도 있다. 또한, 수집 활동 자체를 즐기거나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따라서, 키덜트 소비는 향수뿐 아니라 취미, 자기표현, 수집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소비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최근에는 수집 문화가 키덜트 시장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한정판 피규어, 특별판 굿즈, 브랜드 간 협업 제품 등이 꾸준히 출시되는 것도 이러한 소비 성향과 관련이 있다. 일부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희소성이나 소장 가치에도 관심을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한정 수량 판매나 특별 에디션 출시와 같은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유의할 점도 있다. 지나친 희소성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거나 투기적 거래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한정판 상품은 높은 가격에 재판매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은 판매 전략뿐 아니라 건전한 소비문화 형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키덜트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소비층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프라모델과 피규어 중심의 남성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여성 소비자의 참여도 확대되는 추세다. 캐릭터 굿즈, 문구류, 인형, 팬덤 상품,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소비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들도 보다 다양한 소비자를 고려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환경의 발전 역시, 키덜트 시장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제품 정보와 구매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는 문화가 활발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소비자 간 정보 교류를 촉진하고 시장 활성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기업들이 키덜트마케팅에 주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특정 브랜드나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관심과 애착이다. 키덜트 소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나 캐릭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신제품 출시나 협업 상품에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구매 경험이나 제품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확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키덜트마케팅이 오프라인 공간과 결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팝업스토어, 전시회, 체험형 매장, 캐릭터 테마 공간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와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는 경험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경험 중심의 소비는 기업이 소비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키덜트마케팅은 기업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어린이를 주요 대상으로 판매되던 일부 상품이 성인 소비자에게도 폭넓게 소비되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블록 완구나 프라모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기존 제품이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하면서 시장을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키덜트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과거에 비해 변화하고 있다. 성인이 캐릭터 상품이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소비문화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이 연령보다 소비자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시장을 분석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키덜트 시장은 콘텐츠 산업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은 키덜트 소비자에게 새로운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캐릭터와 브랜드 간 협업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키덜트마케팅의 핵심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를 이해하고,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험과 가치를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데 있다. 오늘날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과 문화에도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소비 환경에서 기업은 변화하는 소비자 특성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키덜트마케팅은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다, 취향 중심 소비와 콘텐츠 산업의 성장 속에서 나타난 소비문화의 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연령에 따라 소비자를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어떤 콘텐츠와 경험을 선호하는지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반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김성수 (現 국제통상전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