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Vuitton's Fall 2027 Capsule①] 영국 전원을 주말 옷장으로 바꾼 퍼렐
체크·브라운 가죽·라이너 재킷으로 묶은 목가적 이미지와 도시 남성복의 거리
[KtN 박인경기자]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짙은 체크 코트 아래로 검은 바지가 길게 떨어진다. 손에 든 가방은 올리브색 몸체에 브라운 가죽 손잡이와 주황색 스트랩을 더했다. 영국 컨트리웨어에서 익숙한 격자무늬와 낮은 채도의 색을 사용했지만, 사냥이나 승마를 위한 복장은 아니다. 전원에서 출발한 색과 무늬는 도시 남성이 주말여행에 들고 나갈 옷과 가방으로 바뀌었다.
루이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는 Fall 2027 캡슐을 영국 전원의 피크닉과 주말여행에 맞췄다. 체크 코트와 플란넬 재킷, 니트 카디건, 가죽 블루종, 넉넉한 바지에 여행가방과 러그솔 신발을 조합했다. 농촌 노동이나 본격적인 야외 활동에 필요한 복장보다 휴식과 이동을 위한 도시 남성의 옷장이 앞에 놓였다.
모델들이 선 장소도 전원의 한복판이 아니다. 밝게 정돈된 실내 뒤로 긴 창이 놓였고, 바깥 풍경은 창틀 안에서 수평으로 잘려 들어온다. 자연 속을 걷거나 활동하는 모습 대신 여행을 앞두고 옷과 가방을 갖춘 인물이 서 있다. 영국 전원은 생활 현장보다 도시에서 바라보는 주말 목적지로 다뤄졌다.
브라운과 베이지, 네이비, 차콜, 올리브가 대부분의 착장을 채운다. 흙과 나무, 흐린 날씨를 떠올리게 하는 색조 사이로 선명한 오렌지가 들어간다. 오렌지색 나일론 재킷은 컬렉션에서 가장 강한 색을 차지하고, 가방 손잡이와 가장자리 장식에도 비슷한 색이 반복된다. 차분한 색만 사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복고적 인상을 오렌지가 끊어낸다.
오렌지 재킷 안에는 베이지 셔츠와 패턴 타이를 입혔다. 야외용 라이너 재킷에서 가져온 형태와 사무실 복식에 가까운 셔츠·타이가 한 착장에 놓였다. 재킷은 허리 부근에서 짧게 끝나고 브라운 바지는 신발 윗부분을 덮을 만큼 길다. 짧은 상의와 길고 넓은 바지의 대비는 여러 착장에서 되풀이된다.
바지는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큰 변화 없이 내려오는 형태가 많다. 몸에 붙는 정장 바지보다 움직일 공간은 넓지만, 일부 착장은 밑단이 신발 위에 쌓일 정도로 길다. 실제 전원 활동에 맞춘 실용복이라기보다 현대 남성복에서 이어진 여유 있는 실루엣에 컨트리웨어의 소재와 색을 입힌 구성이다.
셔츠와 타이는 가죽 블루종, 나일론 재킷, 카디건, 체크 셔츠형 재킷 안에서 반복된다. 퍼렐이 제시한 댄디는 수트를 한 벌로 갖춰 입은 남성과 다르다. 격식을 나타내는 칼라와 타이는 남겨두고, 정장 재킷 자리에 워크웨어와 스포츠웨어에서 가져온 아우터웨어를 배치했다. 로퍼와 가죽 가방도 수트의 빈자리를 보완한다.
검은 가죽 블루종에는 베이지 셔츠와 패턴 타이가 들어갔다. 가슴 한쪽에는 작은 ‘LV’ 표식이 놓였고, 가죽에는 균일한 광택보다 주름과 명암 변화가 두드러진다. 오래 입은 옷에서 생기는 패티나(patina)를 새 제품의 표면에 미리 적용한 방식이다.
사용감은 자연스럽게 낡은 결과가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된 디자인이다. 새 옷이면서도 이미 오랫동안 개인의 옷장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오래 사용할수록 가치가 쌓인다는 가죽제품의 인상을 의류까지 넓히지만, 시간의 흔적마저 구매 시점에 완성해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인위적이다.
체크는 영국 전원을 설명하는 가장 익숙한 수단으로 쓰였다. 브라운 잔체크 셔츠형 재킷, 푸른색 플란넬 아우터웨어, 짙은 롱코트, 체크 쇼츠가 서로 다른 크기와 농도로 등장한다. 특정 지역의 직물이나 용도를 세분하기보다 영국 컨트리웨어를 연상시키는 여러 격자무늬를 한데 모았다.
브라운 체크 셔츠형 재킷에는 검은 터틀넥과 베이지 바지를 맞췄다. 가슴 주머니와 직선적인 앞여밈은 워크셔츠의 구조를 따르지만, 일정한 격자와 정돈된 재단은 작업복 특유의 거친 인상을 줄인다. 겨드랑이에 낀 모노그램 가방까지 더해지면서 체크와 모노그램이 한 착장에 겹친다. 브라운과 베이지, 검은색 안에서 색을 제한해 두 무늬가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는다.
푸른 체크 아우터웨어는 격자선이 또렷하게 갈리는 방식보다 색이 번진 듯한 인상을 낸다. 안쪽에는 짙은 집업 재킷과 밝은 셔츠를 겹쳤다. 목과 앞여밈 사이로 여러 칼라가 포개지면서 단순한 셔츠형 재킷보다 두께와 깊이가 생겼다. 체크의 전통성보다 플란넬의 부드러운 질감과 겹쳐 입기의 편안함이 두드러진다.
플란넬과 니트, 퀼팅, 나일론, 가죽은 서로 다른 무게로 구성됐다. 셔츠 위에 니트와 재킷을 더하거나, 얇은 아우터웨어 위에 코트를 겹친 착장이 이어진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응한다는 설명은 방수나 방풍 같은 전문 성능보다 옷을 벗고 더할 수 있는 조합에 반영됐다.
라이너 재킷과 퀼팅, 워크셔츠, 두꺼운 밑창은 기능복의 형태를 빌려온다. 플란넬과 부드러운 니트, 가죽, 셔츠와 타이가 군복과 작업복의 거친 성격을 누그러뜨린다. 기능을 강화한 야외복보다 기능적으로 보이는 도시용 아우터웨어에 가깝다.
체크 쇼츠에 두꺼운 양말과 신발을 맞춘 착장은 긴 바지 중심의 구성에서 벗어난다. 상체에는 니트 카디건을 입고 하체는 무릎 위로 드러냈다. 계절이 다른 품목을 한데 묶으면서 사진에서는 변화가 생겼지만, 다른 착장과 비교하면 중간계절 옷장이라는 흐름은 약해진다.
가방은 피크닉과 주말여행이라는 설정을 의류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바구니 짜임을 떠올리게 하는 표면, 브라운 가죽 손잡이, 올리브색 직조, 주황색 가장자리 장식이 반복된다. 의류가 체크와 소재로 전원의 분위기를 전달한다면 가방은 소풍과 짧은 여행이라는 용도를 크기와 형태에 담았다.
모노그램과 다미에는 체크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가방과 스카프, 니트 직조와 의류 안쪽에서 계속 노출된다. 로고를 줄인 컬렉션보다 로고의 크기와 색, 소재를 바꾼 컬렉션이라는 설명이 정확하다. 영국 전원도 모노그램을 감추는 배경이 아니라 기존 여행가방에 새로운 색과 사용 목적을 덧붙이는 배경으로 쓰였다.
검은 코트와 넓은 바지, 모노그램 스카프를 함께 입은 착장에서는 체크와 오렌지가 사라진다. 목을 감싼 스카프가 가장 큰 무늬를 차지하고, 브라운 가방이 검은 옷 사이에 놓인다. 영국 전원이라는 설정보다 루이비통의 기존 남성복과 액세서리 구성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착장이다.
영국 전원의 복식은 지역과 계층, 노동과 여가에 따라 다양한 갈래를 지닌다. 이번 캡슐은 복잡한 배경을 체크와 브라운 가죽, 플란넬, 피크닉 가방으로 압축했다. 농촌의 노동과 불편은 빠지고, 도시인이 주말에 선택하는 휴식과 이동의 이미지가 남았다.
퍼렐은 컨트리웨어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다. 셔츠와 타이 옆에 라이너 재킷과 가죽 블루종을 놓고, 짧은 상의 아래로 넉넉한 바지를 길게 떨어뜨렸다. 의류와 가방을 같은 색조와 소재로 묶은 구성은 일관되지만, 영국 전원의 복식 문화는 익숙한 무늬와 소품으로 단순해졌다. Fall 2027 캡슐이 내놓은 전원은 삶의 방식보다 도시 소비자가 잠시 입고 들 수 있는 주말 옷장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