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Vuitton's Fall 2027 Capsule④] 모노그램 서플러스, 여행 유산을 다시 파는 방식

키폴·스피디·러그솔 부츠로 옮긴 트렁크 문법…영국 전원 서사의 상업적 중심

2026-07-25     박인경 기자
Louis Vuitton's Fall 2027 Capsule Takes Off to an English Countryside Outing. 사진=Louis Vuitto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짙은 청색 토트백 전면에 ‘LOUIS VUITTON’이라는 주황색 글자가 놓였다. 빛을 강하게 반사하는 몸체에는 사용감이 번진 듯한 얼룩과 주름이 남아 있고, 손잡이는 갈색 가죽으로 마감했다. 검은 가죽 블루종과 갈색 바지 사이에서 가방은 의류보다 선명한 색과 광택을 차지한다. 영국 전원의 주말여행이라는 설정도 체크 재킷보다 손에 든 여행용품에서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루이비통은 트렁크 제작에서 출발한 하우스의 역사를 캡슐마다 새로운 표면과 용도로 바꿔 왔다. Fall 2027 남성 캡슐에서는 올리브와 갈색 면 자카르, 바구니 짜임, 가죽 잠금장치, 두꺼운 고무 밑창이 여행이라는 오래된 자산을 다시 묶는다. 의류가 영국 전원의 분위기를 체크와 플란넬로 전달한다면, 가방과 신발은 피크닉과 이동이라는 용도를 제품의 형태로 제시한다.

트랜스버설 모노그램 서플러스(Transversal Monogram Surplus)는 스피디 30(Speedy 30), 키폴 50(Keepall 50), 젯랙 백(Jet Lag Bag) 등 기존 여행가방을 올리브와 갈색 계열의 면 자카르로 바꾼 라인이다. ‘서플러스’라는 명칭은 군용 보급품과 남은 재고, 오래 사용한 장비를 떠올리게 한다. 견고한 야외용품의 인상을 빌렸지만, 가방 표면에는 루이비통 모노그램이 촘촘하게 들어간다.

군용품에서 가져온 색과 명칭은 모노그램의 가시성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갈색 모노그램 캔버스에서 강하게 드러나던 무늬가 올리브와 짙은 갈색의 직조 안으로 들어가면서 멀리서는 하나의 질감처럼 보인다. 로고를 없애기보다 군용 장비를 닮은 색과 짜임으로 바꿔 보이는 거리를 조절한 방식이다.

Louis Vuitton's Fall 2027 Capsule Takes Off to an English Countryside Outing. 사진=Louis Vuitto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짧은 갈색 재킷과 베이지 바지를 입은 착장에는 검은색과 주황색이 교차하는 보스턴형 가방을 들었다. 가방의 둥근 몸체와 밝은 가죽 손잡이는 여행용 더플백의 익숙한 구조를 유지한다. 모노그램은 전면을 채우지만 검은색 바탕과 굵은 세로 띠가 무늬를 여러 구획으로 나눈다.

영국 전원이라는 설정은 가방의 용도를 바꾼 것이 아니라 기존 여행가방에 새로운 사용 이유를 붙였다. 키폴은 원래 여행을 위한 제품이고, 스피디 역시 하우스의 대표적인 가방 형태다. 피크닉과 주말 나들이라는 서사가 더해지면서 장거리 여행의 짐가방이 짧은 여가를 위한 소품으로 이동한다. 여행의 거리와 목적은 달라졌지만 판매되는 형태는 이미 익숙한 제품군에 놓였다.

피크닉 키폴 45(Picnic Keepall 45)는 전원 나들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바구니를 짠 듯한 표면을 가방에 옮기고, 사과 모양 아이디 태그를 장식으로 달았다. 실제 등나무 바구니가 아니라 다른 소재로 바구니의 짜임을 흉내 낸 트롱프뢰유(trompe-l’œil) 방식이다. 소풍 바구니의 외형과 키폴의 구조가 한 제품에 겹친다.

바구니는 음식을 나르고 야외에서 사용하는 생활도구다. 루이비통은 바구니의 거친 짜임과 소박한 용도보다 시각적으로 알아보기 쉬운 표면만 가져왔다. 사과 모양 태그도 농촌의 생산물보다 목가적인 소풍을 떠올리게 하는 장식으로 쓰였다. 영국 전원의 생활은 가방에 부착할 수 있는 무늬와 작은 소품으로 압축됐다.

Louis Vuitton's Fall 2027 Capsule Takes Off to an English Countryside Outing. 사진=Louis Vuitto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베이지색 구조적 가방에는 손잡이 아래로 금속 잠금장치와 가죽 덮개가 내려온다. 좌우로 넓게 벌어진 몸체와 모서리의 가죽 보강은 루이비통의 트렁크와 여행가방에서 이어진 구성을 떠올리게 한다. 가방 중앙에 놓인 자물쇠는 수납을 잠그는 부품이면서 하우스의 역사를 알아보게 하는 표식으로도 쓰인다.

자물쇠와 가죽 탭, 모서리 보강은 처음에는 이동 중 짐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였다. 현대 가방에서는 실제 기능과 장식의 경계가 흐려졌다. 잠금장치가 가방 전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위치를 차지하고, 과거 트렁크의 부품은 루이비통임을 확인시키는 시각 언어가 됐다.

짙은 옷에 작은 갈색 가방을 든 착장에서는 여행용품의 크기가 크게 줄어든다. 여러 색의 가죽 조각과 원형 태그, 금속 부품이 작은 몸체에 집중됐다. 멀리 이동할 짐을 담기보다 휴대전화와 지갑 정도를 수납하는 크기지만, 손잡이와 자물쇠, 가죽 보강은 대형 여행가방의 구조를 축소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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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의 여행 유산은 큰 트렁크를 계속 만드는 방식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트렁크의 잠금장치와 손잡이, 모서리, 가죽 덮개를 분리해 작은 가방과 신발에 옮긴다. 수납량과 이동 거리가 줄어들어도 제품을 알아보게 하는 부품은 그대로 남는다. 여행의 기능보다 여행을 상징하는 형태가 더 오래 살아남는 구조다.

검은 가죽 재킷에 맞춘 갈색 모노그램 가방은 전통적인 하우스 코드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제품이다. 밝은 갈색 몸체에 모노그램을 반복하고, 덮개와 버클, 손잡이를 같은 계열의 가죽으로 마감했다. 가방의 형태와 무늬가 모두 익숙한 만큼 영국 전원이라는 설정은 색과 스타일링에서만 가볍게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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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에서는 체크와 플란넬, 라이너 재킷이 영국 전원을 설명하지만 가방은 기존 모노그램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 전원이라는 배경이 하우스 코드를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모노그램 가방을 체크 재킷과 브라운 아우터웨어 옆에 놓아 새로운 계절의 상품으로 보이게 만든다.

캡슐의 가방들은 크기와 표면이 달라도 갈색 가죽과 주황색 가장자리 장식을 반복한다. 올리브 직조와 짙은 청색 광택, 베이지색 구조적 몸체처럼 바탕은 달라지지만 손잡이와 스트랩이 비슷한 색으로 이어진다. 의류의 브라운·베이지 팔레트와 가방이 맞물리면서 제품군 전체가 하나의 옷장처럼 정리된다.

가방이 착장의 중심을 차지하는 방식도 두드러진다. 모델들은 대부분 가방을 손에 들거나 몸 가까이 붙이고 서 있다. 작은 가방은 가슴과 허리 부근으로 끌어올리고, 큰 토트와 더플백은 바지 옆에서 넓은 면을 드러낸다. 가방을 단순한 소품으로 두지 않고 의류와 비슷한 비중으로 노출한 구성이다.

신발에서는 여행가방의 구조와 영국식 패턴이 나뉘어 적용됐다. 스케이트화에서 출발한 LV 틸티드(LV Tilted)에는 깅엄 체크 갑피가 들어갔다. 빈티지 농구화의 형태를 지닌 LV 트레이너(LV Trainer)에는 과거 여행가방의 가죽 보강 부분을 떠올리게 하는 엠보싱 패널을 사용했다.

깅엄 체크는 영국 전원이라는 주제를 가장 손쉽게 전달한다. 스케이트화의 두꺼운 형태와 작은 격자무늬가 만나면서 전통적인 컨트리웨어의 무늬가 거리용 신발로 옮겨간다. 체크가 가진 역사보다 익숙한 인상을 활용한 조합이며, 의류의 플란넬 체크와 신발의 깅엄은 크기와 표면을 달리해 반복된다.

LV 트레이너는 가방의 부품을 신발 표면으로 옮긴다. 여행가방을 보호하던 가죽 패널은 발을 지지하는 운동화의 절개처럼 바뀐다. 트렁크와 스니커즈는 용도와 크기가 전혀 다르지만, 가죽 보강과 엠보싱을 통해 같은 하우스의 제품으로 묶인다.

갈색 가죽 신발은 넓은 베이지 바지 아래에서 앞코만 드러난다. 낮고 둥근 형태와 두꺼운 밑창이 날카로운 드레스 슈즈와 거리를 둔다. 셔츠와 타이를 착용한 옷에도 가벼운 야외 이동을 연상시키는 신발을 배치해 격식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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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시티 레인저(LV City Ranger)와 리믹스 레인저 부츠(Remix Ranger Boot)는 패딩 처리한 가죽 발목과 깊은 요철이 있는 고무 밑창을 사용했다. 군화와 등산화에서 익숙한 형태를 가져왔지만 전문 야외 장비와 같은 기술적 성능보다 두꺼운 부피와 견고한 인상이 먼저 드러난다.

러그솔은 미끄러운 지면에서 접지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지만, 캡슐에서는 넓은 바지와 짧은 재킷의 비례를 받치는 역할도 한다. 바지 밑단이 신발 위에 쌓일 만큼 길기 때문에 얇은 구두보다 부피가 큰 신발이 전체 착장을 안정시킨다. 기능에서 출발한 밑창이 실루엣을 완성하는 디자인으로도 쓰인 셈이다.

갈색 재킷과 진청색 바지에는 세로 줄무늬가 들어간 가방을 맞췄다. 베이지 바탕과 주황색 선, 갈색 손잡이가 의류의 색과 연결된다. 직선적인 가방의 무늬는 재킷의 단순한 면과 대비를 이루고, 작은 크기에도 착장의 색을 결정할 만큼 존재감이 크다.

Louis Vuitton's Fall 2027 Capsule Takes Off to an English Countryside Outing. 사진=Louis Vuitto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Fall 2027 캡슐에서 영국 전원은 가방과 신발을 통해 가장 빠르게 상품으로 바뀐다. 바구니 짜임과 사과 모양 태그는 피크닉을 직접 가리키고, 올리브색 모노그램 자카르는 군용 보급품의 인상을 빌린다. 깅엄 스니커즈와 러그솔 부츠는 컨트리웨어와 야외복의 외형을 도시용 신발에 옮긴다.

루이비통의 여행 역사는 트렁크 제작 기술만으로 남지 않는다. 자물쇠와 가죽 덮개, 모서리 보강, 손잡이, 모노그램을 여러 제품에 나눠 넣으며 반복해서 판매할 수 있는 문법으로 작동한다. 새로운 가방 형태보다 기존 스피디와 키폴에 다른 표면과 이야기를 입히는 방식이 중심을 차지한다.

피크닉이라는 설정은 캡슐을 쉽게 이해하게 만들지만 제품의 새로움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바구니 짜임과 사과 태그는 전원 나들이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대신 주제를 문자 그대로 옮긴 장식에 머문다. 모노그램 서플러스도 군용품의 색과 이름을 빌렸지만, 촘촘한 로고와 가죽 마감은 기존 루이비통의 상품 구조를 유지한다.

의류가 영국 전원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가방과 신발은 분위기를 구매 가능한 형태로 굳혔다. 트렁크의 역사는 작은 손가방과 운동화, 레인저 부츠까지 잘게 나뉘어 들어갔다. Fall 2027 캡슐은 여행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기보다 오래된 여행 유산에 피크닉과 서플러스라는 계절별 표면을 덧씌운 구성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