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 만드는 정책"…광화문 한글 현판 병기, 국민 200명이 직접 토론한다
문체부‧행안부, 7월 26일 연세대서 첫 '모두의 토론회' 개최 가갸날 100주년 맞아…찬반 팽팽한 쟁점 8시간 심층 숙의
[KtN 임우경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와 행정안전부(장관 윤호중)가 7월 2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첫 번째 '모두의 토론회'를 연다. 주제는 '광화문 한글 현판 병기'다.
'모두의 토론회'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 결정 과정에 폭넓게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범부처 정책 소통 토론회다. 사전 모집으로 선정된 국민 200명이 참석해 각기 다른 관점을 깊이 있게 나누는 자리로 꾸며진다. 단순한 찬반 구도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와 문화 등 다각도에서 정책적 쟁점을 짚어보며 실질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참가 신청은 지난 7월 7일부터 14일까지 행안부‧문체부 누리집과 대국민 온라인 소통 플랫폼 '소통혁신24'를 통해 진행됐으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경복궁 복원과 K컬처 서사 사이…팽팽한 찬반 논쟁
광화문 한글 현판 병기 논의는 가갸날(한글날) 선포 100주년을 맞아 추진되면서 학계와 시민사회의 관심을 받아왔다. 찬성 측은 한글이 K컬처 확산의 근간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을 창제한 경복궁의 정문에 한글 현판을 다는 것이 한글의 탄생지라는 서사를 완성한다는 논리다.
반면 학계 일각에서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2045년까지 장기 계획으로 진행 중인 경복궁 복원 프로젝트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최근 복원을 마쳐 고종 당시 모습을 되찾은 광화문의 원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찬반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가 국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전문가 발제부터 국민 토론까지…생중계·모바일 투표로 참여 폭 넓혀
이번 토론회는 전문가 발제와 소그룹 토론, 전체 토론을 거쳐 참가자들이 최종 입장을 함께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행사 전 과정은 KTV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며, 참가자들은 모바일 현장 투표로 실시간 의견을 표명할 수 있어 현장감 있는 소통이 가능할 전망이다.
발제와 토론에는 문화유산, 역사, 한글, 도시경관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상열 실장이 그간의 공론화 경과와 의견 수렴 결과를 종합 발표하고, 세종국가경영연구원 박현모 원장, 한글문화연대 정재환 공동대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김현경 교수, 중앙대학교 배웅규 교수가 발제와 토론을 이어간다. 좌장은 상명대학교 양현미 교수가 맡는다.
광화문의 상징성부터 문화유산 보존까지…쟁점별 심층 논의
토론에서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국민과 전문가가 의견을 나눈다. 광화문을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 공간으로 볼 것인지, 원형을 지켜야 하는 문화유산으로 볼 것인지가 첫 번째 쟁점이다.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함께 다는 것이 바람직한지, 한글의 가치와 현판 설치 문제를 구분해 볼 것인지도 논의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유산 보존의 의미를 원형 유지로 볼 것인지, 시대적 가치를 더해가는 과정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진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광화문은 문화유산이자 국가의 상징적 공간이며, 한글은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부심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가갸날 100주년을 맞은 올해, 이번 토론회가 더 광범위한 국민 여론을 듣고 공감대를 넓히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도 "모두의 토론회는 국민 삶과 맞닿아 있는 정책이 국민의 생생한 경험과 목소리를 담아 추진될 수 있도록 새롭게 선보이는 국민 참여형 공론장"이라며 "국가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 현판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개최되는 첫 번째 모두의 토론회에 많은 국민께서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향후 정책 검토 과정에 폭넓게 반영할 계획이다. '모두의 토론회'는 앞으로도 국민이 정책 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적 숙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그동안 광화문 한글 현판 문제는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찬반이 뚜렷하게 갈려온 사안이다. K컬처 확산의 서사를 완성하자는 주장과 경복궁 복원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정부가 전문가 논의를 넘어 국민 200명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 절차를 도입했다는 점은 정책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생중계와 모바일 투표를 결합한 방식은 현장 참가자 200명을 넘어 온라인 시청자까지 정책 논의 과정에 간접적으로 참여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찬반이 첨예한 사안을 공개적 숙의 테이블로 옮겨온 만큼, 향후 유사한 국가 상징물·문화유산 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갈등 조정 모델을 축적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찬반을 넘어 쟁점을 세분화해 접근한 토론 설계는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생산적 결론 도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경복궁 복원이라는 장기 국책사업과 맞물린 사안인 만큼, 200명 규모의 하루 토론 결과가 실제 정책 결정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 후속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는지가 이 제도의 신뢰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