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호 '김부장' 종영 인터뷰, 23% 흥행 뒤 다시 배우 윤경호로

원작의 ‘전장의 신’을 수다와 타격감으로 재구성…박진철을 내려놓고 다음 배역을 준비하는 30년 배우의 방식

2026-07-28     김동희 기자
윤경호, '김부장' 공식 스틸. 사진=SBS '김부장',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이 전국 시청률 23.0%로 종영한 다음 날, 윤경호는 쏟아지는 축하 메시지에서 잠시 물러났다. 답장을 이어가는 대신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들뜬 마음이 가라앉자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찾아왔다.

“다시 못 올 정말 행복한 순간인데, 느낄 수 있을 때 만끽하려고 해요. 동시에 다음 작품으로 돌아갈 저를 다잡는 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김부장'은 지난 6월 26일 9.5%로 출발해 4회 만에 20%를 넘어섰다. 8회에서 23.1%까지 올랐고, 7월 25일 방송된 최종회는 23.0%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에서도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지상파 본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개가 겹치면서 국내 중장년층부터 해외 시청자까지 시청 범위가 넓어졌다.

윤경호에게 돌아온 반응은 시청률 수치보다 구체적이었다. 길에서 만난 해병대 출신 시청자들은 경례를 건네며 몇 기냐고 물었다. 광주를 찾았을 때도 배우 이름보다 박진철을 먼저 부르는 사람이 이어졌다. 윤경호는 실제 해병대가 아니라 기갑여단 장갑차 보병으로 복무했다는 설명을 거듭해야 했다.

윤경호, '김부장' 공식 스틸. 사진=SBS '김부장',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 '완벽한 타인'은 윤경호가 출세작으로 꼽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세계 시청자의 반응을 확인한 계기였다면, '김부장'은 지역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박진철이라는 이름이 돌아온 작품이었다.

“어딜 가든 박진철이라고 불러주시고 남녀노소가 반가워해 주셨어요. '김부장'의 시청률은 제가 살면서 겪은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윤경호는 흥행의 기억을 오래 붙들수록 다음 연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작품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인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나 '김부장'의 박진철인데’라는 생각이 끼어들까 봐 경계하고 있었다. 사랑받았던 기억만큼 다시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도 따라오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추억과 미련을 계속 가지고 가면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요. 그런 욕심을 조심하려고 합니다.”

윤경호, '김부장' 공식 스틸. 사진=SBS '김부장',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안경 쓴 아버지들이 만든 중년 액션

'김부장'은 주인공이 강한 악당에게 밀리다가 마지막에 간신히 승리하는 복수극과 달랐다. 북한 공작원 출신 김부장과 태권도 선수 출신 성한수, ‘전장의 신’으로 불린 박진철은 처음부터 상대보다 강했다. 시청자는 세 아버지가 살아남을지를 걱정하기보다 적이 힘의 차이를 깨닫는 순간을 기다렸다.

“빌런이 너무 강해서 주인공이 상대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게 아니었어요. 주인공들이 워낙 강하니까 ‘쟤들은 잘못 걸리면 큰일 날 텐데’ 하고 기다리게 되죠. 실제로 맞닥뜨리면 통쾌하게 응징하는 데서 막힘없는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세 사람은 특별한 복장이나 첨단 장비 없이 안경과 평상복 차림으로 움직였다. 회사와 동네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중년 남성의 외형이 전투 능력을 가렸다. 가족에게 잔소리를 듣고 일상에 지친 아버지들이 국가기관과 범죄조직을 제압하면서 평범한 외형과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커졌다.

윤경호, '김부장' 공식 스틸. 사진=SBS '김부장',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안경 쓴 아저씨들’이라는 말에는 싸움과 거리가 멀 것 같은 인상이 있잖아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빠들이 알고 보니 무시무시한 사람일 수 있다는 반가움이 있었어요. 히어로는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아빠일 수도 있다는 거죠.”

딸을 찾으러 나서는 김부장의 부성애는 10부작 서사를 빠르게 움직였다. 성한수와 박진철의 자녀까지 위험에 놓이면서 세 아버지의 과거와 전투 능력이 차례로 공개됐다. 속도와 통쾌함은 확보했지만 자녀와 여성 인물이 납치와 구출의 대상으로 머문 시간도 길었다. 세 아버지의 우정과 과거에 비해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이야기는 충분히 넓어지지 않았다.

익숙한 부성 서사를 살린 쪽은 소지섭과 최대훈, 윤경호가 만든 관계였다. 김부장은 말과 감정을 아꼈고, 성한수는 빠르고 세밀한 동작으로 반응했다. 박진철은 말을 멈추지 않은 채 체중을 실은 공격을 이어갔다. 세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싸워도 말투와 몸의 사용법이 겹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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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박진철 대신 윤경호의 박진철

윤경호는 박진철 캐스팅 소식을 들은 뒤 원작 팬의 반응부터 걱정했다. 지인의 중학생 아들은 전화를 걸어 “삼촌이 박진철이에요?”라고 물었다. 박진철은 낙하산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총알도 튕겨내는 ‘전장의 신’이라며 반드시 잘해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원작 독자들이 떠올리는 박진철의 체격과 윤경호의 모습에는 차이가 있었다. 짧은 준비 기간에 몸을 완전히 바꾸기도 어려웠다. 윤경호는 원작의 외형을 따라가는 대신 자신의 체격과 인상을 활용하는 쪽을 택했다. 연출진도 윤경호가 가진 생활감과 익살, 웃음 뒤에서 달라지는 표정을 박진철 안에 담으려 했다.

“처음에는 제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겁이 났어요. 갑자기 어디 시간의 방에 들어갔다가 나올 수도 없잖아요. 감독님은 윤경호만의 장점을 꼭 쓰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안경을 쓴 동네 아저씨의 첫인상은 시청자의 기대치를 낮췄다. 윤경호는 전투가 시작됐을 때 공격의 무게와 타격감을 분명히 남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평소 수다스럽던 사람이 싸움에 들어가자 갑자기 말이 없어지는 방식은 피했다.

박진철은 총과 칼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농담을 이어갔다. 수다는 두려움을 감추는 허세가 아니라 수많은 전투와 극한 상황을 통과한 사람의 여유로 설정됐다.

“액션을 시작하자 갑자기 사람이 돌변하면 낯설 수 있잖아요. 박진철의 수다스러움은 계속 가져가려고 했어요. 어디까지 극한을 겪은 사람이길래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락앤롤”은 평상시의 수다와 전투를 잇는 신호가 됐다. 대본에 없던 애드리브로 시작해 박진철을 대표하는 말로 남았다. 윤경호는 액션을 준비하며 스콜피언스(Scorpions)의 'Rock You Like a Hurricane'이나 퀸(Queen)의 'We Will Rock You' 같은 음악을 떠올렸다.

3회 전투에서 손뼉을 친 동작도 'We Will Rock You'의 박자에서 나왔다. 1회 고깃집에서 박치기를 하기 전에는 “락앤롤”을 외치지 못했다. 뒤늦게 아쉬움이 남자 후시 녹음으로 목소리를 더했다. 이후 같은 구호를 반복하면서 박진철이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을 시청자가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됐다.

윤경호. 사진=눈컴퍼니,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소지섭·최대훈과 함께 만든 세 아버지

세 아버지의 유머는 한 배우의 애드리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윤경호는 최대훈을 “나노미터 단위로 섬세한 배우”라고 표현했다. 대사 사이의 짧은 행동과 반응까지 준비했고, 소지섭은 자신의 배역뿐 아니라 상대 인물이 어떤 말을 받으면 살아나는지 함께 살폈다.

현장에서는 누군가 짧은 행동을 제안하면 다른 배우들이 받아 다음 행동으로 이어갔다. 납치된 딸을 찾아가는 차 안에서 세 사람이 방지턱을 연달아 넘는 대목도 소지섭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세 사람이 함께 들썩이는 움직임은 오래된 친구들의 익숙한 관계를 짧게 드러냈다.

“본인 연기만 준비하는 게 아니었어요. ‘진철이가 이런 대사를 해주는 게 좋겠다’며 서로의 캐릭터까지 같이 짚어줬어요. '김부장'으로 받은 행복은 누구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만든 것이었습니다.”

세 사람이 산전수전을 함께 겪었다는 설정은 긴 설명보다 사소한 말과 행동에서 살아났다. 위기 속에서도 면박을 주고, 상대가 던진 농담을 외면하지 않고, 익숙한 동작을 주고받았다. 전우애를 설명하는 대사보다 친구 사이의 짧은 반응이 관계의 시간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박진철과 딸의 관계에는 윤경호의 실제 생활도 담겼다. 박진철이 고생 끝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딸은 극적인 포옹 대신 옷차림부터 지적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이 방문을 닫고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윤경호가 느낀 거리감과 닮은 반응이었다.

아들은 윤경호가 귀가하면 현관까지 달려 나오지만 딸은 방 안에서 짧게 “아빠 왔어? 알아”라고 답한다. 자녀가 자랄수록 커지는 거리와 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박진철의 수다와 애정 표현에 자연스럽게 섞였다.

윤경호. 사진=눈컴퍼니,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34㎏ 감량 뒤 일이 끊겼던 배우

윤경호의 배우 생활에서 체격은 오랫동안 배역을 결정하는 조건이었다. 영화 '군함도'를 준비할 때는 34㎏을 감량했다. 마른 몸으로 새로운 배우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체중을 줄인 뒤 한동안 일이 끊겼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는 일을 그만둔 뒤 자신을 돌보지 않은 체육교사의 몸이 필요했다. 제작진은 100㎏이 넘는 체격을 원했고, 윤경호는 다시 체중을 늘렸다. 큰 몸과 마른 몸을 모두 경험한 뒤에는 외형을 획일적으로 바꾸기보다 배역이 요구하는 생활과 움직임을 체격 안에서 찾기 시작했다.

박진철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원작과 똑같은 몸을 만드는 데 매달리지 않고, 현재 체격에서 건강한 몸을 준비하며 공격의 무게와 맷집을 살렸다. 큰 몸은 보완해야 할 약점이 아니라 다른 배우와 구분되는 동작과 타격을 만드는 재료가 됐다.

예능에서 알려진 수다스러운 이미지도 지우지 않았다. 윤경호는 대본과 배역 뒤에 숨어 연기하는 일이 자신에게 맞는다고 생각해 왔다. 배우 윤경호가 아닌 실제 윤경호를 꺼내놓는 예능에서는 자신이 없었다. 말이 길어지고 대화가 옆길로 새는 모습을 시청자가 좋아할 것이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다.

배우로 쌓은 시간이 예능 이미지에 가려질 수 있다는 걱정도 컸다. 시청률 공약으로 13시간 동안 말을 하지 않았던 날, 팬사인회에서 받은 편지가 생각을 바꿨다. 편지에는 오랫동안 배역을 충실하게 연기했기 때문에 윤경호라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연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예능에서 드러난 솔직한 모습까지 좋아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경호는 수다와 익살을 떼어내야 새로운 연기가 나온다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상을 출발점으로 삼아 다른 감정과 장르로 옮겨가기로 했다.

“예능에서 보인 수다스럽고 익살스러운 모습이 지금의 출발점이라면, 거기에서 다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웃는데 알고 보니 무서운 사람, 웃지만 슬픈 사람도 할 수 있잖아요. 굳어진 이미지가 아니라 새로운 문이 열린 거죠.”

윤경호가 언급한 배우는 필립 시모어 호프먼(Philip Seymour Hoffman)과 오맹달(Ng Man-tat·吳孟達)이었다. 푸근하고 코믹한 인상을 지닌 배우가 웃음을 거두는 순간 생기는 차가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위험한 행동이나 희생을 택할 때 발생하는 충격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박진철은 윤경호가 말한 방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배역이었다. 예능에서 알려진 수다를 없애지 않고 전투 경험에서 나온 여유로 바꿨다. 큰 체격은 둔한 움직임 대신 공격의 무게를 전달하는 데 사용했다. 웃음은 위압감을 약하게 만들지 않고, 강한 힘이 드러나는 순간을 늦추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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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행복은 어제까지

윤경호는 '김부장' 시즌2가 제작된다면 지금보다 건강한 몸으로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고 싶다고 했다. 특별출연으로 짧게 등장한 박진철의 아내와 가족 이야기도 더 다뤄지기를 바랐다. 시즌2 제작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종영 뒤 윤경호가 먼저 시작한 일은 박진철과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방송 기간 아침마다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고 댓글을 읽던 습관도 정리해야 했다. 이전 작품보다 적은 반응을 실패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배역을 처음 만나는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다.

윤경호는 둘째 아들의 이름을 지으러 갔을 때 자신의 이름 한자 뜻을 ‘공경할 경’과 ‘맑을 호’로 바꿨다. 새로운 뜻을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려면 이름을 1만 번 써보라는 말을 들었다. 2000여 자를 쓰다가 멈추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고, 지금은 아침마다 한 페이지 반씩 이름을 적는다.

이름을 쓰는 동안 어떤 배역과 시련, 행복이 찾아와도 미리 정한 모양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되새긴다. 23%의 박진철도 배우 윤경호에게 들어온 여러 인물 가운데 하나다. 흥행을 작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다음 배역까지 가져가지 않기 위해 다시 자기 이름을 쓴다.

“어제의 행복은 어제까지, 오늘 나는 다시 오늘.”

'김부장' 이후 시청자가 윤경호에게 기대하는 출발점도 달라졌다. 수다와 웃음, 푸근한 체격 뒤에서 어떤 표정이 나올지 기다리는 배우가 됐다. 박진철을 내려놓은 자리에는 친근한 인상이 차가움으로 바뀌는 순간과 웃음이 슬픔이나 위협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배역이 남아 있다. 윤경호는 다음 작품을 앞두고 다시 이름을 쓰며 빈자리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