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Vuitton SS27 Formal①] 모노그램을 직물 안으로 넣은 비즈니스 수트
가스통·나폴리타나·퐁뇌프 컷 유지…파렐 윌리엄스, 재단 혁신보다 비례와 색 조정
[KtN 박인경기자]루이 비통 2027 봄·여름 남성 포멀 컬렉션의 타임리스 비즈니스(Timeless Business)에는 네이비와 회색, 검정, 베이지 수트가 이어진다. 셔츠와 넥타이, 가죽 구두로 완성하는 업무복의 기본 형식은 유지했다. 모노그램은 실크 캐시미어 직조 안에 넣었고, 재킷 길이와 팬츠 폭, 가방과 넥타이의 색을 달리했다. 기존 수트를 크게 해체하기보다 익숙한 구성 안에서 변화를 찾은 컬렉션이다.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는 포멀 컬렉션을 타임리스 비즈니스, 모던 테일러링(Modern Tailoring), 이브닝(Evening)으로 구분했다. 타임리스 비즈니스는 세 갈래 가운데 가장 전통적인 영역을 맡았다. 스포츠웨어와 기능성 아우터가 들어간 모던 테일러링, 작업복 세부를 끌어온 이브닝웨어와 달리 수트의 기존 문법을 대부분 남겼다.
네이비 싱글 수트는 흰 셔츠와 짙은 넥타이, 검정 구두로 마무리했다. 재킷은 허리를 지나치게 조이지 않았고, 팬츠는 신발 위까지 곧게 떨어진다. 갈색 가방이 어두운 색조를 끊지만 의상 구성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비즈니스 수트와 거리가 멀지 않다.
파렐 윌리엄스가 루이 비통 남성복에서 사용해 온 선명한 색과 장식도 줄었다. 업무 환경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네이비 수트를 먼저 내놓고, 실루엣의 여유와 가죽 제품의 색으로 차이를 만들었다. 새로운 형식보다 안정적인 선택을 앞세운 셈이다.
수트는 가스통(Gaston), 나폴리타나(Napolitana), 퐁뇌프(Pont Neuf) 컷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몸에 비교적 가깝게 맞는 재킷과 넓은 팬츠를 조합한 수트, 상체와 하체에 모두 여유를 둔 수트가 한 컬렉션에 섞였다. 특정 비례를 반복해 컬렉션의 윤곽을 만드는 대신 기존 수트 체계 안에서 선택 폭을 넓혔다.
여러 실루엣을 함께 배치한 구성은 체형과 취향을 폭넓게 수용한다. 반면 파렐 윌리엄스의 포멀웨어를 대표할 만한 하나의 선은 선명하지 않다. 네이비 수트와 회색 더블브레스티드 수트 사이의 차이도 새로운 재단 원칙보다는 재킷 길이와 팬츠 폭, 겹쳐 입는 방식에서 나타난다.
회색 더블브레스티드 재킷에는 베스트와 흰 셔츠, 패턴 넥타이를 겹쳤다. 상의와 팬츠의 회색 농도를 달리하고 재킷 전면에는 작은 문양을 반복했다. 재킷과 조끼, 바지를 같은 직물로 맞추는 전통적인 스리피스 수트보다 표면 변화가 많다.
넓은 팬츠와 더블브레스티드 재킷, 베스트가 한꺼번에 들어가면서 상체의 밀도도 높아졌다. 짙은 회색과 여러 겹의 구성은 봄·여름용 업무복에서 기대하는 가벼움과는 거리가 있다. 계절감보다 포멀한 무게와 직물의 조직을 앞세운 착장이다.
일부 수트에는 실크 캐시미어 직조로 모노그램을 넣었다. 큰 로고를 인쇄하거나 대비색 문양을 반복하지 않고 직물과 비슷한 색으로 무늬를 섞었다. 전신에서는 단색 수트처럼 보이고 가까이에서는 표면의 반복 문양이 드러난다.
로고가 수트의 첫인상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전의 직접적인 모노그램 활용과 다르다. 다만 변화는 직물 표면에 머문다. 어깨선과 라펠, 여밈, 셔츠와 넥타이의 관계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브랜드 표식은 절제됐지만 수트의 구조와 착용 방식은 전통적인 범위에 남았다.
회색 수트에는 짙은 녹색 가방을 배치했다. 흰 셔츠와 어두운 넥타이, 검정 구두가 복장을 정돈하지만 가방의 색과 크기가 수트보다 강하게 남는다.
브리프케이스와 토트, 백팩은 룩북 여러 곳에 반복된다. 출근과 이동을 함께 고려한 구성이지만 수트의 재단보다 가죽 제품의 형태가 앞서는 착장도 적지 않다. 회색과 네이비 수트가 절제된 만큼 가방이 전체 인상을 결정하는 비중도 커졌다.
남성 포멀 컬렉션이라는 명칭과 달리 의류만으로 뚜렷한 변화를 만들기보다 수트와 가방을 하나의 판매 구성으로 묶은 성격이 강하다. 액세서리를 덜어내면 익숙한 업무복이 남는 착장도 있다.
검정에 가까운 수트에는 밝은 분홍색 넥타이를 맸다. 재킷과 팬츠, 셔츠를 단순하게 정리하고 얼굴 가까이에 색을 집중했다. 프레피 스타일의 흔적은 남지만 수트 전체의 성격은 보수적인 업무복에 가깝다.
어두운 정장에 밝은 넥타이를 더하는 방식은 이미 널리 사용돼 왔다. 파렐 윌리엄스의 색채 감각이 제한적으로 들어갔지만 컬렉션만의 새로운 조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업무 환경에서 활용하기 쉬운 대신 기존 비즈니스 수트와의 구별도 약하다.
베이지 수트는 네이비와 회색 중심의 색 구성을 밝힌다. 재킷과 팬츠를 같은 색으로 맞추고 셔츠와 넥타이도 낮은 채도로 정리했다. 검정 구두와 짙은 가방은 밝은 상·하의와 강한 대비를 만든다.
베이지는 봄·여름 남성 수트에서 오래 사용된 색이다. 루이 비통도 색 자체보다 재킷 길이와 팬츠의 여유, 어두운 가죽 제품을 함께 놓는 방식에 비중을 뒀다. 어깨와 라펠은 정통 수트에 가깝고 셔츠와 넥타이도 그대로 유지했다.
티셔츠나 운동화로 격식을 낮춘 캐주얼 수트와는 방향이 다르다. 밝은 색을 사용했지만 착용 범위는 사무실과 공식 일정에 맞춰져 있다. 색채 변화보다 수트의 기존 형식을 지키려는 태도가 더 강하다.
타임리스 비즈니스는 남성 수트의 규칙을 바꾸지 않았다. 모노그램을 직물 안으로 넣고 재킷과 팬츠의 여유를 달리했으며, 베이지 수트와 밝은 넥타이로 색의 범위를 넓혔다. 실제 업무복으로 옮기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파렐 윌리엄스의 포멀웨어를 단번에 구별할 실루엣은 약하다. 루이 비통은 새로운 비즈니스 수트를 내놓기보다 기존 정장의 허용 범위를 조심스럽게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