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총 5조달러 첫 돌파…엔비디아 제치고 세계 1위 복귀
27일 종가 4조9300억달러로 272거래일 만에 순위 역전 28일 장중 5조달러선 넘어…AI 투자비 부담 피해간 사업 구조 재평가 9월 1일 존 터너스 CEO 취임 앞두고 고평가·메모리 원가 부담 부상
[KtN 최기형기자]애플이 미국 증시에서 장중 시가총액 5조달러를 처음 넘어섰다. 애플 주가는 28일 장중 340달러를 돌파했고 시가총액은 한때 5조달러를 웃돌았다. 엔비디아에 이어 세계 상장사 가운데 두 번째로 5조달러선에 진입했다. 하루 전에는 종가 기준으로 엔비디아를 제치며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상장사 자리를 되찾았다.
27일 애플 주가는 1.17% 오른 336.9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약 4조9300억달러로 집계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4.99%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약 4조7800억달러로 줄었다. 애플의 상승 폭보다 엔비디아의 하락 폭이 훨씬 컸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교체는 애플 주가 상승과 인공지능 반도체주의 동반 조정이 겹친 결과였다.
엔비디아가 지켜온 시가총액 1위 기록은 272거래일 만에 끝났다. 2025년 5월 애플을 앞선 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의 최대 수혜주로 평가받으며 격차를 벌렸지만, 2026년 5월 고점 이후 시가총액이 약 9500억달러 감소했다. 27일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1년 전 3조1800억달러에서 4조9500억달러 안팎으로 늘었고, 엔비디아는 같은 기간 4조2300억달러에서 4조7600억달러 수준으로 움직였다.
순위 역전을 엔비디아의 성장 둔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816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752억달러로 92% 늘었다. 영업이익은 535억달러, 순이익은 583억달러에 달했다. 인공지능 가속기 수요와 수익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를 흔든 요인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 규모와 회수 가능성이었다. 엔비디아가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해 최대 2500억달러의 금융 보증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반도체 판매사가 고객사의 설비 확장에 재무적 위험까지 부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별도로 해당 시설에 공급될 그래픽처리장치 구매 자금 가운데 최대 350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확정된 계약은 아니지만 엔비디아 주가는 보도 직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 대형 기술기업이 데이터센터에 투입하는 금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 추정치를 합산한 2026년 하이퍼스케일 사업자의 투자액은 약 8750억달러에 이른다. 매출 증가가 설비투자와 감가상각비, 전력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인공지능 산업의 평가 기준도 연산 능력 확대에서 현금 회수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까지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이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경쟁사보다 작았고,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인공지능 기능의 출시도 늦었다. 7월 들어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비를 떠안지 않은 사업 구조가 오히려 재평가됐다. 애플은 외부 인공지능 모델과 자체 반도체, 아이폰을 비롯한 단말기를 결합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투자자가 인공지능 설비투자의 수익성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애플의 신중한 자본 배분이 방어 요인으로 작용했다.
애플의 최근 실적도 주가를 받쳤다. 3월 28일 끝난 2026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1112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했다. 주당순이익은 2.01달러로 22% 늘었다. 아이폰 매출은 3월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비스 매출도 사상 최대치에 올랐다. 영업활동으로 확보한 현금은 280억달러를 넘었다. 애플 이사회는 기존 환원 정책에 더해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가 승인했다.
서비스와 자사주 매입은 애플의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두 축이다. 서비스 사업은 기기 판매 이후에도 앱스토어와 클라우드, 결제, 음악·영상 구독에서 반복 매출을 만든다.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자사주 매입은 순이익 증가 폭보다 주당순이익을 더 빠르게 높일 수 있다. 제품 판매에 서비스 수익과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결합한 구조가 경기와 기술 투자 주기에 민감한 반도체 기업과 다른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다만 시가총액 1위가 수익 대비 저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28일 장중 애플의 주가수익비율은 약 41배, 엔비디아는 약 30배로 집계됐다. 엔비디아보다 매출 증가율이 낮은 애플이 이익 대비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셈이다. 현재 주가에는 아이폰 판매 증가와 서비스 매출 확대, 인공지능 기능의 상용화, 자사주 매입 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시가총액 순위도 다시 바뀔 수 있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은 애플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변수로 남아 있다. 애플은 6월 미국에서 맥과 아이패드를 비롯한 주요 제품의 판매가격을 올렸다. 맥북 에어 기본 가격은 1099달러에서 1299달러, 맥북 프로는 1699달러에서 1999달러로 조정됐다. 기본형 아이패드는 349달러에서 449달러, 아이패드 에어는 599달러에서 749달러로 올랐다. 애플TV와 홈팟, 비전 프로 가격도 인상됐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 가격은 당시 조정 대상에서 빠졌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이 고대역폭 메모리뿐 아니라 범용 D램과 저장장치 수요까지 끌어올리면서 소비자용 전자제품 업체가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줄었다. 애플은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상승해 원가 부담을 더 이상 전부 흡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 당일 애플 주가는 약 5% 하락했다. 한 달 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해서 소비자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높은 판매가격이 맥과 아이패드 교체 주기를 늦추면 출하량과 서비스 신규 이용자 증가세가 함께 약해질 수 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복귀와 제품 가격 인상 사이에도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애플 주가는 가격 인상 발표 직후 하락했고, 7월 상승은 인공지능 관련 종목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는 과정과 실적 발표 기대가 겹치며 나타났다.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으로 전가할 수 있는 브랜드 경쟁력은 애플의 장점이지만 판매량 감소 없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이후 실적에서 확인해야 한다.
경영권 승계도 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애플은 4월 20일 팀 쿡(Tim Cook) 최고경영자가 9월 1일 이사회 집행의장으로 이동하고, 존 터너스(John Ternus)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이 최고경영자로 취임한다고 발표했다. 쿡은 여름까지 최고경영자 업무를 수행한 뒤 각국 정책당국과의 협의를 포함한 일부 업무에 참여한다. 터너스는 같은 날 애플 이사회에도 합류한다.
2011년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쿡은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의 매출 구조를 확대했다. 쿡 취임 당시 약 3500억달러였던 시가총액은 승계 발표 당시 4조달러로 늘었다. 연간 매출은 2011회계연도 1080억달러에서 2025회계연도 4160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서비스 사업의 연 매출은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애플 기기는 25억대 이상으로 늘었다. 애플워치와 에어팟, 비전 프로가 제품군에 추가됐고 맥에는 자체 설계 반도체가 도입됐다.
터너스는 2001년 애플 제품 디자인 조직에 합류했다.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2021년 수석부사장에 올랐다. 아이패드와 에어팟의 제품화에 참여했고 아이폰과 맥, 애플워치의 하드웨어 개발을 관리했다. 공급망과 운영을 맡았던 쿡과 달리 제품 설계와 하드웨어 개발 경력이 중심인 인물이 최고경영자가 된다는 점에서 차기 경영 방향도 제품 완성도와 자체 기술 통합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있다. 경영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애플은 7월 30일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은 매출 1089억달러와 주당순이익 1.89달러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예상치가 현실화하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16%, 주당순이익은 약 20% 증가한다. 실적 발표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매출총이익률에 미친 영향과 9월 분기 전망, 가을 신제품 가격 정책이 주요 확인 대상으로 남는다.
시가총액 5조달러 진입은 애플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중심에 서지 않고도 세계 최대 상장사 지위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엔비디아의 실적 성장세가 꺾인 결과가 아니라, 인공지능 인프라에 투입되는 천문학적 자금의 위험과 애플이 확보한 현금 흐름의 안정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결과에 가깝다.
7월 30일 실적 발표와 9월 1일 최고경영자 교체가 애플의 다음 일정을 이룬다. 5조달러 기업가치를 유지하려면 높은 제품 가격에도 판매량을 지키고, 25억대 이상의 기기에서 서비스 매출을 늘리며, 뒤늦게 내놓은 인공지능 기능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메모리 원가와 아이폰 가격, 9월 분기 실적 전망이 애플과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격차를 다시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