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산업 대전환③] OTT 가입자 경쟁 퇴조, 수익성 중심으로 바뀐 성적표

넷플릭스·디즈니·WBD 분기 가입자 공개 중단…영업이익·광고매출·재방문율이 새 평가 기준

2026-07-30     전성진 기자
K-콘텐츠 산업 대전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넷플릭스는 2024년 말부터 분기별 가입자 수 공개를 중단했다.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WBD)도 2025년 말 같은 결정을 내렸다.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 속도를 설명하던 대표 숫자가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에서 사라졌다. 몇 명을 새로 모았는지보다 가입자가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 얼마를 결제했으며, 광고와 콘텐츠 투자비를 제외하고 얼마를 남겼는지가 앞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2026년 1분기 넷플릭스 매출은 122억5000만달러, 영업이익은 39억6000만달러였다. 디즈니 직접소비자사업(DTC)은 매출 54억9000만달러와 영업이익 5억8000만달러, HBO 맥스(HBO Max)는 매출 28억9000만달러와 영업이익 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피콕(Peacock)은 매출이 전년 동기 12억달러에서 21억달러로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2억2000만달러에서 4억3000만달러로 확대됐다. 파라마운트+(Paramount+)는 매출 19억7000만달러와 영업손실 1억9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각 수치는 기업 전체와 개별 스트리밍 부문, 조정 영업이익 등 공시 범위가 달라 단순 순위로 비교하기 어렵다. 실적의 방향은 분명히 갈렸다. 가입자와 매출이 함께 늘어도 콘텐츠 제작비와 스포츠 중계권료, 마케팅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손실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신규 가입자 증가가 둔화해도 가격 인상과 광고매출, 구독 유지율을 높이면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가입자 숫자에서 이용자 가치로

OTT 시장 초기에는 가입자 수 증가 자체가 사업 확장의 근거였다. 신규 진출 국가를 늘리고 인기 작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가입자가 따라왔고, 투자자는 미래 수익을 기대하며 적자를 감수했다. 플랫폼은 콘텐츠와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경쟁사보다 빠르게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시장이 성숙하면서 계산은 달라졌다. 한 이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구독하고 신작 공개 일정에 따라 가입과 해지를 반복한다. 작품 한 편으로 유입된 이용자가 한 달 뒤 빠져나가면 신규 가입자는 늘어도 안정적인 매출은 쌓이지 않는다. 가입자 확보에 들어간 광고비와 할인 비용까지 고려하면 외형 성장이 손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이 이용자 참여도(engagement)를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참여도에는 접속 빈도와 시청시간, 작품 완주율, 재방문율, 다른 장르로의 이동, 구독 유지 기간이 포함된다. 같은 1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해도 매주 접속하는 플랫폼과 대형 작품이 공개될 때만 이용하는 플랫폼의 광고 가치와 해지 가능성은 다르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 공개를 줄인 뒤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률, 광고 지원 요금제 이용자, 시청시간을 주요 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25년 연간 매출은 450억달러, 영업이익률은 29.5%였으며 2026년 영업이익률 목표는 31.5%로 설정됐다. 2026년 광고수익 목표는 전년의 두 배인 30억달러다.

넷플릭스가 더 많은 작품을 공급하면서 적자를 감수하던 플랫폼에서 작품 수와 투자처를 조정해 이익률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이동한 수치다. 작품의 성공 여부도 조회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신규 가입자 유입과 시청시간, 광고 노출, 구독 유지, 후속 작품 소비를 함께 계산하는 구조다.

요금 인상과 광고, 한 이용자에게서 넓어진 매출

플랫폼이 수익성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구독료 인상이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광고 없는 스탠더드 요금을 월 17.99달러에서 19.99달러로, 프리미엄 요금을 24.99달러에서 26.99달러로 올렸다. 광고 지원 상품도 7.99달러에서 8.99달러로 인상했다. 디즈니+, 피콕, HBO 맥스, 파라마운트+ 역시 여러 차례 가격을 조정했다.

구독료를 올리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높아진다. 이용자가 가격 부담으로 해지하면 전체 매출과 장기 성장에는 부담이 남는다. 플랫폼은 무광고 상품 가격을 높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를 배치해 이용자를 서비스 안에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2026년 1분기 신규 가입자 가운데 광고 지원 상품을 선택한 비중은 훌루와 디즈니+가 각각 70%, 피콕 63%, 넷플릭스 60%였다. 주요 서비스의 광고형 이용자는 2024년 1분기 5300만명에서 2026년 1분기 1억1000만명으로 늘었다.

넷플릭스는 광고 지원 요금제 월간활성이용자(MAU)가 2억5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해당 수치는 유료 계정 수가 아니라 광고형 상품을 이용하는 월간 시청자를 집계한 지표다. 신규 가입자의 60%가 광고 지원 상품을 선택하면서 구독료와 광고를 함께 받는 구조가 실적 개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광고형 요금제는 낮은 가격으로 해지를 줄이면서 시청시간을 광고 재고로 판매한다. 플랫폼은 같은 이용자에게 구독료를 받고, 작품 재생 전후와 중간에 광고를 배치해 추가 매출을 얻는다. 이용자의 연령과 지역, 시청 이력, 콘텐츠 장르를 활용하면 기존 방송보다 세분된 광고 판매도 가능하다.

광고매출 확대는 이용자 수보다 이용시간의 가치를 높인다. 한 달에 한 번 접속하는 가입자보다 매주 여러 작품을 시청하는 광고형 이용자가 더 많은 광고 노출과 매출을 만든다. 월간활성이용자와 시청시간, 광고 완주율이 가입자 수를 대신해 기업 설명자료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이유다.

디즈니 스트리밍, 매출보다 이익률 개선에 무게

디즈니+와 훌루의 2026년 1분기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 늘어난 54억9000만달러였다. 영업이익은 88% 증가한 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0.6%를 넘어섰다. 2025년 가을 시행한 요금 인상이 수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디즈니의 변화는 콘텐츠 기업이 스트리밍을 손실을 감수하는 성장사업에서 기존 방송을 대신할 수익사업으로 전환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방송 채널에서 받던 제휴 수수료와 광고매출이 줄어드는 동안 디즈니+와 훌루에서 구독료와 광고를 확보해야 전체 미디어사업의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자체 영화와 드라마, 스포츠, 방송 프로그램을 하나의 서비스 안에 묶는 작업도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선택이다. 이용자가 디즈니 영화를 본 뒤 훌루 드라마나 스포츠로 이동하면 개별 서비스 가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플랫폼은 콘텐츠를 통합해 마케팅 비용과 기술 운영비를 줄이고, 이용 기록을 한곳에 축적할 수 있다.

수익성이 개선될수록 콘텐츠 투자도 선별적으로 바뀐다. 가입자 증가를 위해 작품 수를 늘리던 시기와 달리 시청시간과 광고매출, 해지 방지 효과가 높은 프랜차이즈와 속편, 스포츠, 라이브 프로그램에 자금이 집중된다. 앞선 편에서 확인한 콘텐츠 편수 축소와 IP 집중도 같은 수익성 계산에서 출발한다.

매출 20억달러에도 손실 커진 피콕

피콕은 수익성 중심 경쟁의 복잡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20억달러를 넘어섰다. 동계올림픽과 슈퍼볼, NBA 올스타전 등 대형 스포츠 중계가 이용자와 광고주를 불러왔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억32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 NBA 중계권 비용이 손실 확대에 영향을 미쳤고, 2020년 출범 이후 누적 손실은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같은 뜻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스포츠 중계는 특정 시간에 대규모 이용자를 모아 구독과 광고매출을 높인다. 중계권료가 매출 증가 폭보다 크고 대회가 끝난 뒤 이용자가 이탈하면 손익은 악화할 수 있다.

피콕의 2026년 1분기 이탈률은 9%로 집계됐다. 넷플릭스와 훌루, 디즈니+, 파라마운트+, HBO 맥스 등 주요 경쟁 플랫폼의 6% 이하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스포츠가 가입자를 불러오는 동안 영화와 드라마, 예능이 이용자를 남기지 못하면 접속 증가가 안정적인 구독매출로 이어지기 어렵다.

스포츠를 확보한 플랫폼의 성적은 경기 시청자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중계 기간 신규 가입자, 광고 판매액, 경기 종료 뒤 유지율, 다른 장르로 이동한 이용자 비중, 중계권료 회수 기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OTT 성적표가 가입자 수에서 손익과 유지율로 이동한 배경이기도 하다.

MAU와 재방문율이 엇갈린 국내 OTT

국내 OTT 순위는 주로 월간활성이용자로 발표된다. 애플리케이션을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용한 사람을 집계하는 MAU는 플랫폼의 도달 규모를 비교하는 데 유용하다. 무료 이용자와 제휴 상품 이용자, 실제 유료 가입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이용자가 남긴 매출도 확인하기 어렵다.

2025년 12월 쿠팡플레이의 MAU는 티빙보다 300만명 이상 많았다. 같은 기간 재방문율은 티빙 72%, 쿠팡플레이 64%로 순서가 뒤집혔다. 이용자 규모와 이용 지속성이 서로 다른 결과를 낸 것이다. 티빙의 2025년 4분기 영업손실은 41억원으로 출범 이후 가장 작은 수준까지 줄었다.

MAU가 큰 플랫폼이 반드시 더 많은 구독료를 받거나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전자상거래나 통신 상품에 묶인 이용자가 많으면 접근성은 높아지지만 OTT 단독 매출은 낮을 수 있다. 반대로 이용자는 적어도 유료 결제율과 재방문율, 광고매출이 높으면 사업의 손익은 개선될 수 있다.

국내 플랫폼의 실제 경쟁력을 판단하려면 유료 가입자 수, 가입자당 평균매출, 할인·제휴 가입 비중, 광고매출, 시청시간, 해지율, 콘텐츠 투자액과 회수액이 함께 공개돼야 한다. 월간활성이용자와 앱 설치 순위만으로는 스포츠 중계와 오리지널 제작에 투입된 자금이 어느 정도 회수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 논의도 이용자 수를 합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양사의 중복 가입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합 뒤 해지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지상파와 케이블 콘텐츠의 권리를 어떻게 정리하는지, 제작비와 기술비를 실제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손익을 결정한다. 글로벌 사업자와의 체급 차이를 줄이려면 규모 확대와 함께 가입자당 수익과 콘텐츠 투자 회수율이 개선돼야 한다.

2026년 하반기 글로벌 OTT 실적에서는 가격 인상 뒤 이탈률, 광고형 요금제 매출, 스포츠 중계 종료 뒤 구독 유지율이 주요 수치로 남는다. 국내에서는 티빙·웨이브 기업결합 진행 상황과 광고형 상품 확대, 스포츠 중계권 비용, 플랫폼별 영업손익이 공개될 예정이다. 가입자 수가 사라진 자리를 어떤 숫자로 채우는지가 기업의 전략뿐 아니라 투자자와 제작사가 콘텐츠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