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산업 대전환④] OTT 광고시장, 구독료 넘어 데이터·성과 경쟁으로
스트리밍 업프런트 판매액 132억달러로 지상파·케이블 상회…광고형 요금제·CTV 운영체제·AI 타기팅이 새 수익축
[KtN 전성진기자]2025~2026 시즌 미국 프라임타임 업프런트 광고 판매액 가운데 스트리밍은 132억달러를 기록했다. 지상파 방송은 91억달러, 케이블은 87억달러였다. 지상파와 케이블 판매액이 전년보다 각각 2.5%, 4.3% 감소한 사이 스트리밍은 17.9% 증가했다. 새 방송 시즌을 앞두고 광고주가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업프런트 시장에서 스트리밍 판매액이 지상파와 케이블을 각각 넘어선 것이다.
광고 없이 원하는 작품을 보는 서비스로 출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거대한 광고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월 구독료만 받던 사업자는 광고형 요금제와 무료 스트리밍 채널을 확대했고, 스마트TV에서 발생하는 시청시간을 세분된 광고 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경쟁 범위도 드라마와 영화 편성에서 시청 데이터, 광고 구매 시스템, TV 운영체제, 상품 구매 기록으로 넓어졌다.
2026년 미국 광고 판매 행사에서는 새 작품보다 광고기술이 더 앞에 배치됐다.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Amazon), 디즈니(Disney), NBC유니버설(NBCUniversal),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폭스(Fox)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광고 개인화와 실시간 최적화, 구매 전환 측정 기능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방송사가 가을 편성표를 내놓고 광고 시간을 판매하던 업프런트가 플랫폼의 데이터 처리 역량을 겨루는 행사로 바뀌었다.
신규 가입자 절반 이상이 광고형 상품 선택
광고형 요금제는 저가 보조 상품에서 OTT의 주요 가입 경로로 이동했다. 2026년 1분기 신규 가입자 가운데 광고형 상품을 선택한 비중은 훌루(Hulu)와 디즈니+가 각각 70%, 피콕(Peacock) 63%, 넷플릭스 60%였다.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의 광고형 이용자는 2024년 1분기 5300만명에서 2026년 1분기 1억1000만명으로 늘었다.
무광고 요금보다 낮은 가격은 구독료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를 플랫폼 안에 남긴다. 플랫폼은 낮아진 구독료 일부를 광고매출로 보충한다. 한 이용자가 오래 시청할수록 판매할 수 있는 광고 시간이 증가하고, 정기적으로 접속할수록 연령·지역·관심 장르에 맞춘 광고를 반복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광고형 상품의 월간활성이용자가 2억5000만명을 넘어섰고 신규 가입자의 60%가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2억5000만명은 유료 계정 수가 아니라 광고형 상품을 이용하는 월간 시청자 지표다. 가입자 수와 광고 도달 규모가 서로 다른 단위인 만큼 플랫폼별 발표 수치를 비교할 때 계정, 가구, 이용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18~49세 미국 성인의 스트리밍 시청시간 가운데 81.1%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디즈니+, 훌루, 프라임 비디오, HBO 맥스, 피콕, 파라마운트+의 광고 지원 상품에서 발생했다. 나머지 약 19%는 투비(Tubi), 로쿠 채널(Roku Channel), 플루토 TV(Pluto TV) 등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Free Ad-Supported Streaming TV·FAST)가 차지했다. 젊은 시청층의 스트리밍 이용시간 대부분이 구독 광고형 상품이나 무료 광고 채널과 연결된 구조다.
광고형 상품 확장은 구독료를 포기한 결과가 아니다. 플랫폼은 무광고 상품 가격을 올려 프리미엄 수익을 확보하고, 가격에 민감한 이용자는 광고형 상품으로 이동시킨다. 무광고 이용자에게는 높은 월 구독료를 받고, 광고형 이용자에게서는 구독료와 광고매출을 함께 얻는다. 상품 간 가격 차이와 광고 노출 횟수를 조정해 가입자당 매출을 높이는 구조다.
채널 대신 시청자와 구매 결과를 판매
전통 방송광고는 특정 시간대와 프로그램의 예상 시청률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했다. OTT 광고는 누가 어떤 기기에서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시청했는지까지 나눠 판매한다. 광고주는 전체 시청자에게 같은 광고를 내보내는 대신 지역, 시청 이력, 접속 시간, 관심 분야에 맞춘 광고를 구매할 수 있다.
광고 평가 기준도 도달률과 노출 횟수에서 실제 성과로 이동하고 있다. 2026년 뉴프런트(NewFronts)에서는 광고를 본 이용자가 상품을 구매했는지, 매출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다른 광고수단보다 추가 효과가 있었는지를 데이터로 입증하는 방식이 강조됐다. 커넥티드 TV(Connected TV·CTV)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상단 광고부터 구매와 결제로 이어지는 하단 광고까지 하나의 경로로 측정하는 매체로 판매되고 있다.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 시청 데이터와 전자상거래 구매 기록을 결합할 수 있다. 광고 노출 뒤 검색과 장바구니 이동, 결제 여부까지 연결해 광고 효과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유튜브의 시청시간과 검색·광고 구매 인프라를 함께 운영한다. 넷플릭스는 시청 행동과 콘텐츠 선호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형 요금제를 확대하고 있다.
OTT 광고시장에서 콘텐츠는 시청자를 모으는 상품인 동시에 데이터를 발생시키는 통로가 됐다. 스포츠 시청자는 경기 관련 상품과 자동차, 금융, 배달 광고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요리 프로그램을 오래 본 이용자에게는 식품이나 주방용품 광고가 배치될 수 있다. 플랫폼이 확보한 데이터가 많고 구매 경로까지 연결할 수 있을수록 광고 단가와 광고주의 의존도도 높아진다.
AI가 광고 소재와 노출 시점까지 조정
넷플릭스는 시청자 분석과 광고 캠페인 예측을 위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 기획 도구, 수요자 플랫폼(Demand-Side Platform·DSP)을 통한 자동 광고 구매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콘텐츠의 맥락에 맞춰 광고를 배치하는 기능과 일시 정지 광고, 실시간으로 문구와 구성을 바꾸는 광고 상품을 제시했다. NBC유니버설은 스포츠 생중계를 본 이용자에게 후속 광고를 제공하는 재타기팅 기능을 내놓았다.
동적 크리에이티브 최적화(Dynamic Creative Optimization·DCO)는 하나의 광고를 모든 시청자에게 동일하게 내보내지 않는다. 가구 특성과 날씨, 상품 재고, 시청 콘텐츠에 따라 광고 속 문구와 제품, 가격, 배경을 실시간으로 바꾼다. 고급 DCO를 적용한 소비재 광고의 영상 완주율이 98.6%로 일반 영상 광고보다 약 5%포인트 높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FAST 사업자도 이용자의 시청 습관을 분석해 광고 종류와 노출 시간, 반복 횟수를 조절한다. 광고를 많이 내보내면 단기 매출은 늘지만 이용자가 채널을 떠날 수 있다. 광고를 적게 배치하면 시청 유지율은 높아져도 판매할 광고 재고가 줄어든다. 인공지능은 이용자 이탈과 광고 수익 사이에서 적정 노출량을 계산하는 데 활용된다. 계정 공유와 봇 트래픽, 비정상 재생을 가려내 실제 시청되지 않은 광고에 비용이 지급되는 것도 막는다.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광고주가 플랫폼의 계산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지도 중요해진다. 시청 데이터와 추천 알고리즘, 광고 노출 기록을 플랫폼이 모두 보유하면 도달률과 구매 전환 수치를 외부에서 재현하기 어렵다. 광고 성과를 높이는 기술과 측정 결과를 검증하는 제도가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시장 지배력이 큰 사업자의 자체 통계에 거래가 좌우될 수 있다.
스마트TV 운영체제가 광고 유통 관문으로
CTV는 인터넷에 연결돼 OTT와 유튜브, FAST를 이용할 수 있는 텔레비전을 뜻한다. 스마트TV가 보편화하면서 광고주는 방송 채널뿐 아니라 TV 첫 화면과 애플리케이션 목록, 콘텐츠 추천 영역, 무료 채널 안의 광고 시간을 구매한다.
2026년 광고주 조사에서는 스마트TV 제조사를 통한 광고 구매 비중이 2025년 25%에서 5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TV 제조사가 단순히 수상기를 판매하는 기업에서 콘텐츠 노출과 광고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TV 운영체제는 이용자가 TV를 켠 직후 어떤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먼저 보는지 결정한다. 첫 화면에서 특정 OTT를 추천하거나 FAST 채널을 자동 재생할 수 있고, 제조사가 보유한 광고 공간도 판매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타이젠, 구글의 안드로이드 TV, 아마존의 파이어 TV, 로쿠 운영체제 등이 콘텐츠 유통과 광고 데이터의 관문을 놓고 경쟁하는 배경이다.
글로벌 CTV 광고매출은 2025년 440억달러에서 2030년 81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 예상 점유율은 구글 26%, 아마존 13%, 넷플릭스 9%다. 세 기업의 합계는 48%로, 반올림하면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콘텐츠 제작사보다 검색·전자상거래·광고기술·이용자 데이터를 함께 보유한 기업에 광고비가 집중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글은 유튜브와 광고 거래 시스템,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와 쇼핑 데이터, 넷플릭스는 세계 가입자와 시청 이력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경쟁의 우위는 인기 작품 한 편보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발견하고 광고를 본 뒤 상품을 구매하는 전 과정을 얼마나 많이 통제하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
국내 시장, MAU보다 광고매출과 통합 측정 필요
국내 OTT도 월 5000원대 광고형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광고형 요금제는 구독료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플랫폼의 수익원을 넓힐 수 있다. 광고주가 방송과 OTT, 유튜브에서 발생한 시청을 하나의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은 시장 확장의 제약으로 남아 있다. 국내에는 방송과 OTT를 함께 측정하는 통합 시청률과 광고 효과 산정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월간활성이용자 수가 많아도 광고형 이용자의 평균 시청시간과 광고 완주율이 낮으면 실제 광고 가치는 제한될 수 있다. 유료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재방문율이 높고 시청시간이 길면 판매 가능한 광고 재고는 늘어난다. 국내 플랫폼의 광고 경쟁력을 판단하려면 광고형 가입자 수와 함께 광고매출, 광고 충전율, 가입자당 광고수익, 콘텐츠별 시청시간, 광고 시청 뒤 구매 전환을 확인해야 한다.
방송사와 OTT가 서로 다른 지표를 사용하면 광고주는 동일한 시청자를 여러 매체에서 중복 계산할 수 있다. 지상파 본방송과 OTT 다시보기, 유튜브 클립을 모두 본 이용자를 각각 한 명으로 집계하면 실제 도달 규모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플랫폼별 데이터를 합치고 중복 시청을 가려낼 공통 기준이 있어야 광고비 이동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2026년 하반기 OTT 실적에서는 광고형 요금제 이용자 증가보다 광고매출과 가입자당 광고수익이 얼마나 늘었는지가 중요해진다. 국내에서는 플랫폼별 광고형 이용자 규모와 매출 공개 범위, 방송·OTT 통합 측정 논의, 스마트TV 첫 화면을 통한 광고 판매 확대가 시장의 흐름을 가를 변수로 남는다. 스트리밍이 가져간 것은 방송의 시청시간만이 아니다. 광고주가 돈을 쓰는 방식과 성과를 계산하는 기준, 거실 TV에서 이용자를 만나는 경로까지 플랫폼 중심으로 다시 짜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