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산업 대전환⑧] 이재명 정부 콘텐츠 정책, 10조 금융에서 집행 성적표로
콘텐츠 예산 1조6177억원·정책펀드 7318억원 조성 목표…K-컬처 300조는 투자 집행·IP 귀속·수출 회수액으로 검증
[KtN 전성진기자]2026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 부문 예산은 1조6177억원으로 확정됐다. 전년보다 3443억원, 27.0% 늘어 문체부 예산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는 별도로 콘텐츠 정책금융 10조원 공급, K-컬처 시장 300조원, 2030년 문화수출 50조원을 국정 목표에 올렸다. 콘텐츠산업을 문화 지원 대상에서 국가 성장산업으로 옮기려는 재정·금융 설계가 첫해부터 수치로 구체화됐다.
예산 증액과 산업 성장은 같은 숫자가 아니다. 정부 예산은 확정된 재정 지출이고, 정책펀드는 정부와 민간 출자금을 합친 결성 목표액이다. 정책금융 10조원에는 펀드와 보증·융자 등 여러 금융수단이 포함될 수 있다. 300조원은 콘텐츠뿐 아니라 뷰티·식품·패션·관광 등 한류 연관 산업을 포괄한다. 서로 다른 범위와 시점을 가진 수치를 더해 정책 성과로 제시하면 실제로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공급된 자금 규모가 가려진다.
이재명 정부 콘텐츠 정책의 평가는 발표액보다 집행 단계에서 갈린다. 펀드가 실제로 결성됐는지, 투자금이 어느 기업과 작품에 들어갔는지, 제작사가 지식재산권(IP)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해외 매출이 국내로 돌아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정책금융 10조원도 공급 계획과 승인액, 투자·대출 실행액, 회수액을 나눠 공개해야 산업에 유입된 자금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300조원에 콘텐츠·뷰티·식품·관광 함께 포함
국정과제 103번은 K-콘텐츠와 한류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을 통해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게임과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출판, 웹툰, 방송영상, OTT 콘텐츠를 8대 분야로 지정하고, 뷰티와 식품 등 소비재의 해외 진출도 함께 지원하도록 설계했다. 문화수출은 2024년 26조6000억원에서 2030년 50조원으로 늘리는 목표가 제시됐다.
300조원은 기존 콘텐츠산업 매출액과 같은 통계가 아니다. 콘텐츠에서 출발한 소비재 판매와 관광 지출까지 K-컬처 범위에 넣으면 영화·음악·게임 매출만 집계할 때보다 규모가 커진다. 한 작품이 해외 플랫폼에 판매되고 같은 작품을 활용한 상품과 관광 프로그램이 추가 매출을 냈을 때 산업별 실적을 어디에 배치할지도 정해야 한다.
정부가 300조원을 정책 성과지표로 사용하려면 기준연도와 산업분류, 국내 매출과 해외 매출의 구분, 연관 산업의 포함 범위를 먼저 고정해야 한다. 콘텐츠기업 매출과 소비재 수출, 관광 지출을 합산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경제효과가 중복 집계되지 않도록 산식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시장 규모가 늘어도 국내 제작사의 수익성과 창작자의 보수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 매출과 해외 소비재 판매가 증가한 반면 국내 제작사가 IP를 넘기고 정액 제작비만 받았다면 300조원 확대가 산업 자산의 국내 축적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총매출과 함께 제작사 영업이익, 창작자 소득, IP 보유 비율, 해외 판권 수입을 별도로 집계해야 한다.
10조 정책금융, 펀드 결성과 실제 투자는 다른 단계
정책금융 10조원은 세계적 콘텐츠기업 육성과 대작 IP 확보, AI 활용 콘텐츠 개발을 위해 공급하는 국정과제 목표다. 정부가 직접 10조원을 예산으로 지출한다는 뜻은 아니다. 재정 출자금에 민간자금을 결합한 펀드와 보증·융자가 여러 해에 걸쳐 공급되는 구조다.
2026년 콘텐츠 예산에는 K-콘텐츠 펀드 출자금 4300억원이 편성됐다. 정부 출자금과 민간자금을 결합해 조성하는 모태펀드 문화·영화계정의 1차 목표액은 7318억원이다. 문화계정 6500억원과 영화계정 818억원으로 나뉘며, 전년보다 약 22% 늘어난 규모다. 7318억원은 투자 완료액이 아니라 펀드 조성 목표액이다.
6월에는 정부 자금 600억원과 넥슨 출자금 588억원 등이 들어간 1200억원 규모 게임 IP 펀드가 결성됐다. 초기 개발사부터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게임기업까지 후속 투자를 제공하는 구조다. 연초 조성 계획 가운데 실제 펀드 결성으로 넘어간 흐름은 확인되지만, 투자기업 수와 프로젝트별 집행액, 투자 수익률은 운용 과정에서 추가로 공개돼야 한다.
7월 22일에는 1500억원 규모 K-컬처 밸류업 펀드 조성 계획이 발표됐다. 문체부 재정 500억원과 산업은행·첨단전략산업기금 300억원을 바탕으로 민간자금 700억원 이상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AI·IP 분야에 1000억원, 콘텐츠 혁신 분야에 500억원을 배치하며 운용사 제안서는 8월 12일 접수하고 9월에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7월 말 현재 투자 집행 전 단계다.
4300억원의 정부 출자예산과 7318억원의 정책펀드 조성액, 1500억원의 밸류업 펀드는 단순 합산해서는 안 된다. 정부 재정이 민간 출자를 끌어내며 전체 펀드 규모로 확대되고, 개별 펀드가 상위 정책금융 목표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금융 10조원의 연도별 구성표와 펀드·보증·융자별 공급액을 공개해야 중복을 피할 수 있다.
펀드 규모가 커진 뒤에는 자금의 집중도를 확인해야 한다. 대형 제작사와 상장기업, 이미 흥행 IP를 보유한 사업자에 투자가 몰리면 대작 제작은 가능해지지만 중소 제작사와 신인 창작자의 진입 공간은 좁아질 수 있다. 투자받은 기업의 규모와 지역, 장르, 창업연차, 대표자 성별, 후속 투자 여부를 공개하면 정책금융이 산업 저변을 넓혔는지 판단할 수 있다.
세액공제 확대, 적자 제작사의 이용 가능성은 별도 확인
2026년부터 웹툰과 디지털만화 제작비 세액공제가 신설됐다. 기획·제작 인건비와 원작소설 저작권 사용료, 제작 프로그램 사용비 등이 대상이며 공제율은 일반기업 10%, 중소기업 15%다. 적용기한은 2028년 말이며 2026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비용부터 적용된다. 영상콘텐츠 제작비와 문화산업전문회사 출자금 세액공제도 2028년까지 연장됐다.
세액공제는 제작비를 지출하고 납부할 세금이 있는 기업에 효과가 크다. 영업적자가 누적된 신생 제작사나 독립 창작자는 공제받을 세액이 적어 지원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세제지원 이용기업 수와 기업 규모, 장르별 공제액을 공개해야 중소 사업자까지 혜택이 도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웹툰 세액공제가 플랫폼과 제작사 가운데 누구에게 집중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플랫폼이 제작을 발주하고 제작사가 인건비와 프로그램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에서 실질 제작 주체의 인정 범위가 좁으면 현장 사업자가 공제를 받기 어렵다. 계약서상 제작비 부담과 저작권 귀속, 세액공제 수혜 주체가 일치하는지 집행 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
AI 예산 확대, 기술 개발과 권리 기준 병행
2026년 문체부 연구개발 예산은 1515억원으로 편성됐다. 전년보다 42.7%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콘텐츠 기획·제작·수출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고 한국문화 학습데이터와 저작권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 포함됐다. 콘텐츠 예산에는 AI 콘텐츠 제작 지원 238억원과 게임 제작환경 AI 전환 지원 75억원도 반영됐다.
국정과제는 한국문화 학습데이터 축적과 AI 기업·창작자 협력모델 마련을 함께 제시했다. 학습데이터를 늘리는 정책과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이 같은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 공공예산으로 구축한 데이터에 어떤 저작물이 포함됐는지, 권리자의 동의를 받았는지, 민간기업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때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는지가 정해져야 한다.
AI 제작지원 성과도 생성된 영상 편수로 평가하기 어렵다. 작품당 제작기간과 비용, 참여 인력, 창작자 보수, 학습데이터 권리, 해외 매출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제작비가 줄었지만 고용과 보수가 감소하고 결과물의 권리가 플랫폼에 집중됐다면 산업 전환의 이익이 일부 사업자에게만 남을 수 있다.
콘텐츠 지원과 OTT 규제, 두 국정과제에 나뉜 구조
OTT 산업은 문체부의 콘텐츠 국정과제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디지털·미디어 국정과제에 걸쳐 있다. 국정과제 108번에는 신·구 미디어를 포괄하는 법제 마련, K-플랫폼 해외 진출, 콘텐츠 투자 확대, 방송미디어 제작 전 과정의 AI 도입, 공정한 외주제작 거래, OTT 이용자 피해 방지와 조사·제재 강화가 포함됐다.
문체부는 제작과 투자, IP,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플랫폼 법제와 이용자 보호, 거래질서를 담당하는 구도다. 두 부처의 일정이 어긋나면 제작지원은 늘어도 플랫폼과 제작사의 계약 조건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콘텐츠를 지원받은 제작사가 유통 단계에서 불리한 수익 배분을 감수하거나, 국내 OTT가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 투자를 미루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OTT 특화콘텐츠 제작지원에는 2026년 399억원이 편성됐다. 지원 작품 수와 제작비만 공개하지 말고 국내 OTT와 제작사의 IP 공동 보유 비율, 해외 판매권, 후속 시즌 권리, 성과보상 조건을 집계해야 한다. 제작지원이 플랫폼의 콘텐츠 구매비를 대신 부담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고 제작사의 자산 축적으로 이어졌는지가 정책 성과를 가른다.
불법유통 긴급차단 도입, 차단 속도와 권리구제 함께 운용
2026년 개정 저작권법은 불법복제물 접근 링크 제공을 주목적으로 하는 영리 사이트 운영을 저작권 침해행위로 보고, 고의적 침해에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명백한 침해가 급속히 확산될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긴급 접속차단을 명령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웹툰과 영상은 공개 직후 불법복제물이 퍼지면 합법 유통의 매출을 회복하기 어렵다. 긴급차단은 기존 심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주소를 바꿔 운영을 재개하는 사이트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차단 명령 건수와 처리시간, 재개설 비율, 수사·기소 결과를 공개해야 법 개정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신속한 차단과 함께 이의제기와 해제 절차도 작동해야 한다. 합법 콘텐츠나 인용·비평까지 함께 차단될 경우 표현과 영업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개정법은 긴급차단 해제가 확정돼 손해를 입은 경우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뒀다. 차단 속도와 오차율, 권리구제 기간을 함께 공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정책 성과는 투자기업·IP·해외 회수액에서 확인
2026년 콘텐츠 예산 증액과 펀드 확대, 세액공제 신설, 저작권법 개정은 정책 기반을 넓혔다. 7월 말까지 확인되는 성과는 예산 확정과 제도 도입, 일부 펀드 결성 단계다. K-컬처 밸류업 펀드는 9월 운용사 선정이 예정돼 있고, 정책금융 10조원 가운데 실제 공급된 누적액과 수혜기업 분포는 앞으로 집계해야 한다.
정부의 연간 성적표에는 최소한 정책금융 승인액과 실제 집행액, 투자기업 수, 수도권·비수도권 배분, 대기업·중소기업 비중, 장르별 투자액, 제작사가 보유한 IP 지분, 해외 매출과 국내 회수액이 들어가야 한다. 펀드 수익률과 투자 실패도 함께 공개해야 민간자본을 얼마나 끌어들였는지 판단할 수 있다.
K-컬처 300조원과 문화수출 50조원은 산업 전체의 최종 목표다.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남은 수익, 국내 OTT의 손익, 해외에서 회수한 판권료, 후속 작품으로 이어진 IP가 늘지 않으면 총매출 확대만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설명하기 어렵다.
8월에는 K-컬처 밸류업 펀드 운용사 제안서 접수가 진행되고 9월에는 선정 결과가 발표된다. 하반기에는 모태펀드 투자 집행과 AI 제작지원 선정 결과, OTT 특화콘텐츠의 계약 조건, 불법유통 긴급차단 실적이 차례로 쌓이게 된다. 이재명 정부 콘텐츠 정책의 첫 평가는 10조원과 300조원이라는 목표액보다 실제 투자받은 기업과 국내에 남은 IP, 해외에서 돌아온 수익의 규모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