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맛, 미래를 잇다 ①]  "손님은 귀신이다"... 클린 라벨보다 오래된 클린 라벨, 무첨가 떡의 재발

방부제 없이 50년, 무엇이 이 떡집을 버티게 했나

2026-07-29     임우경 기자
경상북도 고령군 대가야읍, 3대째 50여 년간 이어온 떡집 '소문난 떡집'(브랜드명 '떡본가')에는 간판만큼이나 오래된 규칙이 하나 있다. 사진=홍인열 대표,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경상북도 고령군 대가야읍, 3대째 50여 년간 이어온 떡집 '소문난 떡집'(브랜드명 '떡본가')에는 간판만큼이나 오래된 규칙이 하나 있다. "손님은 왕이 아니라 귀신이다." 대구 직영점을 이끄는 홍인열 대표가 직원들에게 늘 강조해온 말이다. 좋은 재료를 썼는지, 정성이 들어갔는지, 방부제나 색소 같은 첨가물이 들어갔는지 소비자는 결국 귀신처럼 알아챈다는 뜻이다.

이 원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판매되지 않은 떡을 다음 날 재판매하지 않는 '당일생산·당일판매' 원칙,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실제 제조 공정에 반영돼 있다. 홍 대표는 "굳을 때가 되면 굳고, 상할 때가 되면 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위적으로 신선도를 연장하거나 색과 맛을 내기 위해 해로운 첨가물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아직도 매장을 찾는 손님 중에는 "이 떡 오늘 만든 거 맞나요"라고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판매되지 않은 떡을 다음 날 다시 내놓을지 모른다는, 떡집에 대한 오래된 불신 때문이다. 소문난 떡집은 이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제 만든 떡은 떡이 아니라 폐기물"이라는 문구를 매장 안에 걸어두고 있다.

방송 카메라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원칙

이 원칙이 얼마나 확고한지는 방송 출연을 둘러싼 일화에서도 드러난다. 홍 대표는 여러 방송사로부터 맛집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실제로 한 방송사와 촬영을 진행하던 중, 담당 PD가 극적인 효과를 위해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처럼" 연출을 요구하자 홍 대표는 촬영을 스스로 중단시켰다. "나는 있는 그대로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이런 방침을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요구한다. "손님을 속일 생각을 절대 하지 마라. 손님은 귀신같이 안다"는 것이다.

그는 방송 출연이 늘려주는 매출도 크게 반기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손님 증가가 오히려 기존 충성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리 집만 고집하는 손님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시청률을 좇는 방송 특유의 쇼맨십과, 매일 같은 재료와 방식으로 정직하게 만들어내는 떡집의 리듬은 애초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2026년, 세계가 '클린 라벨'을 다시 주목하는 이유

흥미로운 건 이 오래된 원칙이 지금 전 세계 식품업계가 좇고 있는 트렌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최한 '2026 글로벌 농식품 시장 트렌드' 웨비나에서 트레이드파트너스 안지정 대표는 K-푸드 수출의 성장이 단순한 흥미나 유행이 아니라 품질과 건강, 기능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저당·저가공·클린 라벨 중심의 프리미엄 소비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너뷰티·건강기능식품군과 맞물려 웰빙·저자극 제품의 수요 범위가 크게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는 2026 식품외식산업 전망 발표에서 2026년 한국인의 식탁을 주도할 두 키워드로 '건강'과 '편리미엄'을 꼽으며, 소비자들의 건강 지향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데이터 분석 결과 건강 지향성 심화와 구매 채널의 변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소비 패턴이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제 첨가물을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지키려는 시도는, 이제 '옛날 방식'이 아니라 세계 시장이 요구하는 최신 스펙에 가까워진 셈이다.

소문난 떡집의 대표 상품 '문떡'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안팎에서 유사품이 여럿 등장했다. 재료는 똑같아 보여도 맛과 질감의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유사품은 있어도, 원조는 대체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진짜'를 지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소문난 떡집의 대표 상품 '문떡'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안팎에서 유사품이 여럿 등장했다. 재료는 똑같아 보여도 맛과 질감의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고객이 먼저 안다. 유사품을 먹으면 먹어볼수록 결국은 원조를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클린 라벨 트렌드가 안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무첨가'는 문구로 표방하기는 쉽지만, 첨가물 없이도 일정한 맛과 질감, 유통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술은 오랜 시행착오 없이는 도달하기 어렵다. 실제로 소문난 떡집은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송편을 기계로 생산하면서도 수작업과 동일한 질감과 맛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반죽 실험을 거듭했다. 대표 상품 문떡 역시 쌀 1톤 폐기, 시식용 30만 개 제작이라는 시행착오 끝에 2011년에야 완성된 레시피다. 이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는 상표등록(제0042153호)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진짜 경쟁력은 등록번호가 아니라 재현 불가능한 손끝의 감각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판매보다 먼저 오는 원칙

소문난 떡집의 경영 원칙에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라"는 항목도 있다. 떡은 고객이 직접 먹기 위해서보다 주변에 나누어주기 위해 구매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특성 때문이다. 대가를 받긴 하지만, 매일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만든 떡을 나눠준다는 마음으로 일하면 그 보람이 배가 된다는 것이 홍 대표의 지론이다.

이 같은 철학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매출 감소 없이 매년 10% 이상 성장한 배경으로 꼽힌다. 고령 지역 내 동종업체 20여 곳 대비 60% 이상의 점유율, 고객의 70% 이상이 3대에 걸쳐 이어지는 충성 고객이라는 수치는 '첨가물 없는 떡'이 브랜드 신뢰로 축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인근지역인 대구, 합천, 거창, 현풍, 화원 등에서도 고정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백화점과 버거킹, 장례식장, 골프장 등 고정 거래처와 전국 택배 주문도 증가 추세다.

세계가 클린 라벨을 새삼 주목하는 지금, 떡보인가의 '무첨가 원칙'은 뜻밖의 경쟁력이 됐다. 그러나 이 진정성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질문이 하나 남아 있다. "떡은 정말 살찌는 음식인가?" 2회에서는 탄수화물 포비아 시대, 떡과 건강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다룬다.